1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주제에 (라 함은, 비오면 비와서 일하기 싫고, 날씨가 좋으면 날씨가 좋아서 일하기 싫고, 날이 흐리면 흐려서 일하기 싫다는 말이다. 반면 놀 때는 비오면 비와서 좋고, 날씨가 좋으면 좋아서 좋고, 흐리면 또 흐린 나름대로 운치있어서 좋으니, 생각해보니 이 말은 날씨에 별 영향을 안받는다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일기예보를 잘 안본다. 그냥 아침에 내 방의 기온에 맞춰 입고싶은 옷을 입고, 우산은 거의 안가지고 다닌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 지하철역에서 다시 회사까지가 내가 밖에 있는 전부인데 이 시간은 합해봐야 7분 정도? -_- 그 7분을 위해 거추장스러운 우산을 들고 다니는 것도 모자라 일기예보까지 챙겨봐야 하는 건, 어후, 너무 귀찮은 일이다.

오늘도 아마 일기예보를 봤으면 우산을 챙겼겠지. 하지만 내가 출근한 시간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그리고 비는 주룩주룩 계속 오다가 내가 퇴근할 때쯤에는 또 다시 오지 않았다. 비오는 날 우산없이 하루를 잘 보내기, 운때만 잘 맞으면 괜찮다니까.


2

연일 내리는 비에, 나는 오늘 저녁에는 불라에 가서 창가 나무 탁자에 앉아 창문을 살짝 열고 빗소리를 들으며 필형님(사장님)이 내려주시는 컵휘 한잔을 마셔볼까나, 하는 로망을 지난 월요일부터 매일매일 가지고 있었으나 계속되는 야근은 나의 로망을 무색한 것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오늘 필형님께서 나의 로망을 무의식중에 알아채고 약올리고 싶으셨는지 -_- 불라 카페에 사진을 올리셨다. 어후, 너무하다. 으흑.



비오는 창가에서 커피마셨다고, 매우 시의부적절한 자랑까지 해주시면서. 좀 얄밉지만 보는것만으로도 -_- 약오름을 위로로 승화시켜보자꾸나.

(저 컵은 내가 설거지하다가 컵받침을 깨먹고는 미안해서 선물한 비행기컵! 저 커튼이 드리워진 테이블이 얹어진 저 곳은, 사실 내 침대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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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08-06-05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웬디양님 저의 로망을 자극하시는군요 ㅋㅋㅋ 같이가요~!

웽스북스 2008-06-05 01:49   좋아요 0 | URL
싫어요 ㅋㅋㅋㅋ

Jade 2008-06-05 12:23   좋아요 0 | URL
헉 웬디양님 이제 저를 버리시는 군요 흑

웽스북스 2008-06-06 01:54   좋아요 0 | URL
아 음 그렇다기보다는
저 로망은 혼자일 때 로망이거든요

제이드님이랑은 맑은날 가요 ㅎㅎ
아님 비오는날 우연히 만나던가

(이래놓구 나는 못간다고요 맨날 ㅜㅜ)

도넛공주 2008-06-05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그냥 전 혼자 알아서 찾아갈께요 흑흑..

웽스북스 2008-06-06 01:56   좋아요 0 | URL
공주님! 불라 근처에 던킨도넛도 있어요

도넛공주님이니 영혼이 이끌리듯 찾을 수 있을 거에요
히히히 언제 같이 갈 수 있어도 좋을 것 같은데요

무스탕 2008-06-05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딘지 알려주심 저도 혼자 노력해 볼께요.. 키잉~

ㄴ 싫어욧. 같이가욧 ㅋㅋㅋ

웽스북스 2008-06-06 01:56   좋아요 0 | URL
오오오 무스탕님 빙고!

보석 2008-06-05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괄호 안의 글만 읽고 순간적으로 웬디님 정말 예쁘게 꾸며놓고 사시는구나 생각했어요.^^

웽스북스 2008-06-06 01:57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하 그럴리가요

차좋아 2008-06-05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비가 올까 말까 하네요.ㅋㅋ
블라엔 갈까 말까?? 하지요?

웽스북스 2008-06-06 01:57   좋아요 0 | URL
비가 안와도 가고 싶었는데
팀장님 생일이라고 예기치않은 회식을 했네요

혹시나 일찍 나와서 잠깐 들를 수 있을까하여
노트랑 창덕형님 빌려드릴 책도 사무실에서 들고 나왔는데 말이죠
 



* 어제 늦은 퇴근 후 쓰다가 엎어져 잠든 일기 (어제 = 그제 / 오늘 = 어제)

어제는 늦은 귀가후 이래저래 뉴스, 중계방송(?) 등을 찾아서 보다 보니 4시가 넘어서 잠들었나보다. 오늘은 상상만으로도 악소리나게 바쁠 것 같은 하루였기에, 나는 출근길부터 긴장이 됐다. 할 일은 많은데, 남은 시간에는 슬슬 손 놓고 있었던 왕건이 업무도 들어가야 하니, 도무지 정신적 물리적 짬이 없다. 그래도 간간히 알라딘을 통해 올라오는 소식들을 접하기도 하고, 이래저래 뉴스도 읽긴 했으나, 역시나 평소에 비하면 어림없는 딴짓.

심지어 오늘부터 5주간 회사사람들과 단체로 사내 강의실에서 모 강의도 들어야 하는 관계로 결국 12시 가까운 시간에 퇴근 카드키를 찍었다. 비는 내리는데, 나는 우산도 없이, 콜택시도 부르지 않고 그냥 국기원 사거리를 향해 걸었다. 모범택시를 탈 생각이었는데 이조차 잡히지 않아 결국 콜택시에 전화한다. H콜택시에게 거절을 당하고, K콜택시에 안양차와 겨우 연결이 돼 통화를 한다. 교보사거리란다. 금방 오시겠군. 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아저씨. 심지어 중간에 10분쯤 기다린 후에 안양 차가 빈차로 내 옆을 서성거렸다. 내가 안양살게 생겼나? -_- 그 콜택시인가 싶어 물어보니 아니지만, 콜 취소하고 타라고 하신다. 잠깐 망설였으나,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그냥 원래 잡은 콜을 기다린다. 강남지리를 잘 모르는 아저씨는 빙빙 헤매고, 나는 점점 거세지는 빗발을 온몸으로 맞이해주며 -_- 그렇게 택시를 기다렸다.

결국 20분도 넘게 기다리고서야 택시 아저씨를 만날 수 있었다. 네비게이션에 국기원사거리가 안찍힌다는데 우짤꾜 -_- 그냥 웃으며 용서해드리고 타야지, 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 아저씨 적반하장이시다. 그래도 손님은 운좋게 택시 잡으셨네요. 이 근방에서도 못잡는 분들 많아요. 제가 이리로 지나갔으니 다행이죠.

순간 어/이/상/실

아저씨, 저 안양차 한대 보내고 10분 더 기다렸거든요 ㅜㅜ 지금 아저씨가 길 못찾으시고 엄청 헤매시는 바람에 이렇게 비 쫄딱 맞고 있었는데 운이 좋다니, 정말 너무하신거 아니에요?

라고는 물론 속으로만 말했다. -_- 나의 최대 반항은 하하하 하며 한번 썩소를 날리고 귀에 이어폰을 꼽는 것이었다. 택시아저씨와 종종 노닥거려드리는 거 잘하지만, 오늘 저 아저씨와는 필요한 말 외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을테다. 라고.


바쁘고 정신없는 만큼 괜스레 시간에 더 민감해지는 요즘.이어서 더 화가 났나보다. 토지는 집에서만 읽기로 결심했기에, 택시를 기다리는 시간만큼 나는 고스란히 그 시간을 잃게 되니. 그래서 그 늦어져버린 시간만큼 화가 났음에도 용서해드리려고 했는데, 적반하장이라니. 택시아저씨 정말 정말 미워요. 복수의 침묵을 받아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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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8-06-03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습니다. 그냥 오래 기다리셨죠 고생했어요 한마디만 했어도 될 것을. 미안하다는 말에 인색한 사람이 너무 많아요.

웽스북스 2008-06-03 23:21   좋아요 0 | URL
그죠
말한마디에 천냥빚을 갚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에요

무스탕 2008-06-03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비스업종 종사자가 정말 인사가 박하네요.
네비를 업시키고 다니던가.. -_-+
감기는 안걸렸어요?

웽스북스 2008-06-03 23:23   좋아요 0 | URL
네네 흑흑 ㅜㅜ

아저씨 정말 미워요
오늘 택시요금 영수증 보면서 한번 더 째려봤지요

니나 2008-06-03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치, 그순간 속으로만 말하게 되는 슬픔~ 그러고 말면 되는데 곱씹어지는 아픔~ㅋㅋ

웽스북스 2008-06-03 23:24   좋아요 0 | URL
역시 그부분에 집중해줄 줄 아는 당신 ㅋ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08-06-03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전 어제 3시에 퇴근했어요...아니구나 오늘 3시..그러니까 오전3시..^^

웽스북스 2008-06-03 23:25   좋아요 0 | URL
그래도 나름 저랑 같은날 퇴근했군요
 



1

실은 워크샵을 가도 그냥 시큰둥했던 건 굳이 내가 거기서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굳이 가고싶어하던 곳도 아니었던 거였기 때문이다. 책이나 좀 읽다가 와야지, 라고 생각하고 소설 세권에 시집 하나를 넣었는데 뭔가 균형이 맞지 않는 것 같은 느낌. 그러다가 오늘 아침에 김연수의 여행의 권리를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급 신나졌다. 알라딘을 보니 내일 출발 전까지 도착이 안될 것 같길래 점심을 먹고 회사 근처에 있는 리브로에 가서 직접 사야겠다고 결심

오랜만에 점심시간에 서점에 왔다며, 나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여유 있게 이 책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혼자 서점 한바퀴를 돌았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 거다. 어쩔 수 없이 물어보자, 라고 마음을 바꾼다. (점심시간이 짧은 직장인의 비애랄까)  서점 직원은 무성의하게 검색을 하더니 재고가 7권이 있다며 찾아보라고 이야기한다 -_- 나는 다시 찾아보겠다며 서점을 돌았다. 이런 개념없는 리브로같으니, 무려 김연수의 신간을 매대에 진열해놓지도 않다니. 말도 안돼. 나는 이 책을 사면서 저기요, 이 책 벌써 서고에 들어갈 그런 책 아니거든요. 다시 매대로 내려놓으세요. 라고 말할 작정이었다. 그런데 서고를 아무리 뒤져도 없다. 어쩔 수 없이 다시 갔다. 저기요, 제가 정말 못찾겠어서요.

그녀들은 표지를 봐야겠다며 책을 검색해본다. 그런데 검색 페이지는 두둥! 교보였다매? -_- 리브로도 엄연히 온라인 서점이 존재하거늘 교보가 왠말이냐. 표지를 확인한 그녀는 다시 한 번 서점을 돌며 뒤진다. 그러나, 여전히 책은 나오지 않고 ㅜㅜ 그러다가 검색대로 가, 내가 검색했던 결과를 본 그녀들은, 어머! 어제 들어온 책이네? 라고 이야기하더니 풀지도 않은 책 쌓인 곳에 가서 이 책을 찾아온다. 아, 고집부리고 끝까지 혼자 찾았으면 시간 맞춰 못들어갔을거야 -_-

나는 계산하면서 괜히 막 진열 잘해주세요 라는 말을 하고 싶지만, 내가 출판사 직원도 아니고, 꾹 참는다. 그래도 난 이 서점에서 제일 먼저 이 책을 사겠다고 찾은 사람이구나, 라는 괜한 (그리고 별 쓸데는 없는) 팬심 발동 ㅋㅋㅋ


2

그리고 나의 로망은 바로 여기. 헤헤헷
여기를 보는 순간 좀 더 신나졌다
그냥 즐겁게 잘 다녀와야지 흐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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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 2008-05-23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는 이 글의 첫 댓글 기록자~! (이것도 팬심인가? ㅋㅋ)
잘 다녀와~~ 저 해먹에서 뒹굴며 책을 읽고 있을 웬디양이 마구 상상되네~^^

웽스북스 2008-05-23 11:03   좋아요 0 | URL
우후후 언니
열씸히 뒹굴어 언니의 팬심에 보답할게요 ㅋㅋ

Jade 2008-05-23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웬디님 몸 건강히(?) 잘 다녀오셔요 ㅎㅎ

웽스북스 2008-05-23 11:04   좋아요 0 | URL
ㅋㅋ 네 제이드님
갔다와서 봐요 ~

Mephistopheles 2008-05-23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먹은 저의 로망이기도 하지만......
로망의 성취를 위해서는 감량이 필수에요..
지금 상태로 냅다 드러눕다간 추욱 처지면서 엉덩이가 땅에 땋을지도
몰라요 흑흑..

웽스북스 2008-05-23 11:05   좋아요 0 | URL
제가 일단 누워보고 말씀드릴게요~

마늘빵 2008-05-23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이 장사하기 싫은 모양입니다. -_- 새 책을 풀지도 않다니.

웽스북스 2008-05-23 11:05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게다가 교봉에서 서치하는 것도 너무 웃겨요 ㅋㅋ

무스탕 2008-05-23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먹이 어째 1인용 같아보이지 않습니다?
2명이 누워도 충분할것 같은 크기로 보입니다만?
그렇다면 메피님이 혼자 누워도 아무 걱정 없다는 이야기?
=3=3=3=3

잘 다녀오세요~~ ^^*

웽스북스 2008-05-23 11:05   좋아요 0 | URL
그죠그죠
저도 그럴 것 같아요

아 근데 나도 땅에 끌리면 어쩌지? ㅜㅜ

세실 2008-05-23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제 로망입니다. 아웅. 부럽다. 잘 다녀오세요.
그 서점 직원 불친절하네요. 홈페이지에 올리세요. 히~~~ (아는 사람이 더 무섭죠?)

웽스북스 2008-05-27 22:07   좋아요 0 | URL
후후후 홈페이지라... (귀찮아요!ㅜㅜ)
잘 다녀왔답니다
해먹에서 책은 못읽었어요

L.SHIN 2008-05-23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도대체 어떤 서점이길래 그렇게 불친절해요?
보통 직원이 다들 책을 알아서 찾아주지 않습니까? 안산의 대동서적 직원들은 그러던데.

웽스북스 2008-05-27 22:08   좋아요 0 | URL
대부분 그런데
저기는 좀 그렇더라고요

힘없는 제가 참아야지요 ㅋㅋ

개인주의 2008-05-25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금니 꽉 깨물고 그윽하게 '멍충아' 라고 해주지 그러셨어요..신기하네..자기들서점 책을 그렇게 못찾냐..손님한테 찾아보라니..;;

웽스북스 2008-05-27 22:08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어금니 꽉 깨물고도 그윽할 수 있는 비법을 알려주시와요
 



1

종로에는 손으로만든 공책을 파는 노점이 있다. 늘 지나만 다니던 그 곳에서 공책을 사야지 생각하게 된 계기를 설명해 보자면

술김에 토지를 다시 읽기로 했다. 살까 말까 고민을 좀 하다가 함께 보기로 한 H님께 한권씩 빌리기로 했다. 지금 집에 토지까지 들어오면 목숨이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판단. 그러다 보니 왠지 남는 아쉬움. 밑줄도 안긋고 (물론 그어도 된다고 하시며, 그을 것을 적극권장하셨지만, 그렇다해도 나는 기억하지 못하니) 책도 남지 않으니, 이 망각에 또 다 잊어버리겠다 싶어서, 한권한권을 꼭꼭 씹어먹는 기분으로 읽으면서 밑줄그을만한 문구가 있으면 노트에 적어둬야겠다고 결심했던 것. 그럼 좀 더 심혈을 기울여 마음에 드는 문장들을 고를 것이고 (쓸거 귀찮아서 스킵? ㅋㅋㅋ) 좀더 의미있는 형태로 남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달까. 암튼, 이 방법으로 우리 니나까지 꼬셔서 니나도 책을 빌려 읽고 나처럼 노트에 적기로 했다. ㅋㅋㅋ 아무래도 나 설득력도 좀 짱인듯.  

그리고 오늘, 토지를 불라에 맡겨놓으신다는 문자를 받고 퇴근길 잠깐 불라에 들렀다 (고하기엔 회사는 강남이고 거긴 종로이긴 하지만) 가는 길 횡단보도 앞에 있는 그 노점에서 마음에 드는 공책을 발견! 주인을 찾아 두리번거렸으나 주위에 없다. 일단 들어갔다가, 나오는 길에도 문을 열었으면 사야지, 하고 생각, 나오는 길에 보니, 우옷, 아직 열었구나. 아까 그 노트를 가리키며 이건 얼만가요, 하고 물었더니 아저씨 왈, 이건 우리집의 명품이라 비싸요, 라고 답한다. 왜요? 라며 되묻는 내게 아저씨는 이 노트를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한다. 표지를 만들기 위해 다섯번을 무슨 처리를 하고 징을 하나씩 일일이 박아야 하고, 수를 일일이 놓고 (맞나? 가물가물) 암튼 하루에 몇권 못만드는 노트라며 칭찬이 자자하시다. 종이는 고급 크라프트지라 어떤 펜으로 써도 번지지 않고 잘써진다는 말과 함께.

망설이지 않고, 그냥 달라고 했다. 왜냐면, 명품 글귀들이 적힐 노트니까. 평생 간직할 거니까, 뭐 그쯤은 아깝지 않다는 심정으로. 아, 내 눈이 보배인걸 어쩌겠어 -_- 막 이러며 ㅋㅋ 손님 과실로 노트에 이상이 생겨도, 평생 AS는 해드립니다, 라는 말을 듣고 노트를 들고 돌아왔다. 나는 과연 메모를 잘할 수 있을 것인가.


2

돌아오는 길 지하철. 막차는 아니었으나, 거의 막차 가까운 시각이어서 그런지 술취한 사람들이 많았다. 비교적 멀쩡해보이는 사람 옆에 가서 앉으려고 물색하다가 멀쩡해 보이는 사람 발견! 그 옆에 앉으려는 순간 눈이 마주쳤다. 그 멀쩡한 사람의 정체는 E였다. 졸업하고 처음 만나는 거였던가? 얼굴은 그대로였지만, 역시나 더해진 세월만큼의 성숙함이 배어있는 듯한 모습.

E는 내가 종종 들어가는, 개혁의 목소리를 내는 기독교 언론인 뉴스앤조이의 편집기자로 얼마 전 입사했다고 한다. 안그래도 얼마전에 기자모집 팝업 뜨는 것 봤던 기억이 난다. 그 팝업이 찾은 당사자가 바로 E일 줄이야. 내가 뉴스앤조이와 같은 곳에서 출간되는 복음과상황을 구독하면서 겪었던 행정적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경영난으로 인한 행정적 어려움이 참 많다는 호소를 한다. 꼭 필요한 것들은 이렇게 어렵게 어렵게 유지가 되더라. 구독자 수도 터무니없이 적고 여러가지 처우들도 좋지 않다고 한다. 거기서 E가 얻는 플러스 알파의 가치가 혹은 기쁨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나도 알고 E도 알지만 말이다.

네가 갔으니, 더욱 기대해볼게! 라는 말을 남기고 우리는 헤어졌다. 조직이나 시스템에 대해 내가 좀 더 알고 있었다면 도움이 될 수 있었으려나. 하지만 나도 짤없이 모르는걸. 어려운 가운데 제목소리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사재 털어가며 힘들게 운영하는 매체인만큼, 잘돼야 할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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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 아저씨의 믿음
    from 지극히 개인적인 2008-07-08 18:51 
    (먼 댓글로 연결해놓은) 지난 번 수제 노트 파는 아저씨에게 다시 노트를 사야 할 일이 있어 종로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여러 번 그 앞을 지났지만, 아저씨를 만날 수가 없었다. 그 때마다 노점은 열려 있고, 노트들은 펼쳐져 있는데, 아저씨는 자리에 안계신거다. 몇번을 허탕을 치고, 그렇게 아저씨를 만났다. 노트를 집으며 나는 아저씨에게 물었다. "아니, 그렇게 가게를 비우시면 어떻게 해요? 저 여러번 왔었는데" "아, 그러셨어요? 죄송
 
 
도넛공주 2008-05-21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곁엔 인재들이 많은 것 같아요.조직 하나 꾸리셔도...(선동하고 있다)

웽스북스 2008-05-21 19:43   좋아요 0 | URL
ㅎㅎㅎ 회장은 도넛공주님이 맡아주세요

Jade 2008-05-2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 노점 어디예요?? 저도 명품 노트 갖고 싶어요 ㅋㅋ 종로 나가면 사와야겠어요!

근데 생각해보니 전 명품노트에 적을게 없는데 ㅋㅋ 일기나 써야겠다 -_-

2008-05-21 1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08-05-21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명품 참 궁금하네요. 어찌 생긴것인지..
만약 제게 그런 명품이 생긴다면 전 거기에 뭘 적을까요?
가계부 적어야지 하면 슬플것 같아.. ㅡ.ㅜ

웽스북스 2008-05-21 19:44   좋아요 0 | URL
아 스믈스믈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으니
어쩐지 사진올리기도 쫌 부담스럽고 그렇네요 ㅋㅋㅋ

다락방 2008-05-21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트 보여줘요, 웬디양님. 저도 어떤 노트인지 궁금해요.


그리고 저도 비록 가난하여 명품 가방은 없답니다. 흣.

웽스북스 2008-05-21 19:44   좋아요 0 | URL
으흐흐 민망해요
그 집에서의 '명품'이라는 건데 말이죠 -_-

춤추는인생. 2008-05-21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런 곳이 다있네요. 저도 처음들어봐요 웬디님. 그런노트사면 정말 정성스럽게 한자한자 쓸것 같아요 저는 그냥 가방속에 잡히는 노트 혹은 수첩을 꺼내서 아무거나 적고 그러는데. 습관이기도 하고 성격이기도 한것 같아요 제가 그리 꼼꼼하지 못해요.
그런데 저도 그런 노트를 사면 비싸기 때문에 아마 정성스럽게 써보지 않을까 싶어요.
기회가 되면 한번 보여주세요^^

웽스북스 2008-05-22 13:46   좋아요 0 | URL
네 춤인생님
그런데, 그렇게까지 비싼 노트는 아니랍니다.
제가 명품이라는 표현을 써서 좀 과장되게 표현됐을까봐 걱정 ^^

나중에 보여드릴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깜소 2008-05-21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에 밑줄을 긋지도 따로 옮겨 적지도 않아요 그래도 그 집만의 명품 노트를 알고 싶어요^^ 아끼는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어요 ...... 그 집 알려 주실꺼죠?ㅎㅎㅎㅎㅎ 인사는 첨~!! 방문은 셀수없이~!!

2008-05-22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코죠 2008-05-22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거기 어디인지 알 것 같아요. 근데 말 안할래요. 왜냐하면 나는 이제 거기를 지나갈 때마다 여기 나랑 웬디님이랑 아는 곳이지, 하고 생각하게 될 텐데. 아니라고 하면 그걸 할 수 없으니까요. 얼핏 수줍게 생긴 그 아저씨 있는 가게죠? 손으로 만든 간판이 달린? 예쁜 포장마차? 옷가게 앞에 있는? 맞죠?(이젠 우기고 있다)나도 그 가게의 명품은 아니고 준명품 노트를 사서 스물 아홉의 일기를 썼지요. 웬디님의 공책에 쓰여질 토지의 글귀들이 정말 궁금하네요. 그건 정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오마주가 될 거예요. 박경리 선생님은 정말, 정말 행복하시겠구나 하는 생각에 또 마음이 찡-


웽스북스 2008-05-22 13:48   좋아요 0 | URL
오즈마님, 맞아요 거기. ㅎㅎㅎ 손으로 만든 간판이 달려있어요
거기를 지나칠 때 저를 떠올려주세요
그리고 진열된 노트를 보면서, 제가 산 노트가 뭘까 한번 맞혀보세요 ^^

블리 2008-05-22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머, 로그인 안해도 글쓰기 가능하게 바뀌었네~ 기념으로 덧글하나!
그집(?)의 노트 쓰다 말고 기능정지 중인데 [토지] 어록으로 나도 쓸까봐?
이로써 새로운 그룹 결성? ㅋㅋ

웽스북스 2008-05-22 23:00   좋아요 0 | URL
우후후후
언니를 위해서 정보 고쳤다는 거죠 ㅋㅋㅋ

순오기 2008-05-22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지를 읽으면 정성들여 쓸 님의 명품노트...진짜 명품이 될 것 같아요! ^^
참 잘했어요~ 도장 꽝!!

웽스북스 2008-05-22 23:00   좋아요 0 | URL
ㅋㅋ 우리 순오기님의 도장꽝! 은 추천버튼인거죠?
감사합니다~~~

누구엄마 2008-05-23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가 압권!
 


기록

금요일은 지하책방 모임이 종각에서 있는 날이었다. 함께 읽은 라디오라디오를 모두가 좀 시큰둥하게 읽는 바람에 크게 오간 이야기는 없었지만, 적은 인원이 모였던 관계로 그냥 오붓하게 수다나 떨지 뭐, 하면서 동동주를 홀짝이던 밤.

중간에 빠져나와(라고 해봐야 그때가 벌써 11시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불라로 갔다. 경도중독이긴 하지만, 암튼 일주일간 안가니 허전하더군. 살짝 업된 상태로 불라에 가서, 상주하고 계신 H님도 잠깐 보고, H님께 여러번 이야기를 들었던 M님도 잠시 만나고. H님과 M님이 얘기중이었던 관계로 경쟁자가 없는 틈을 타 나는 잠시 주방에 가서 설거지를 했는데 (불라의 손님들은 서로 설거지를 자기가 하겠다고 우기는 걸로 유명하다 ㅋㅋ) 몇개 닦기도 전에 그만, 쨍그랑, 컵받침을 깨먹은 사건 ㅜㅜ 불라에 대기록을 세우고 왔다. 최초로 그릇깬 손님 -_-v

깨달음

H(언젠가 쓴 적이 있는 똘똘한 친구,라고 표현하니 구차스럽군)의 집에 잠깐 갔었다. 패션잡지 에디터인 H는 얼마 전 동남아 모 섬에서 연예인 Y의 화보촬영을 진행했는데, 굉장히 호평을 받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같이 간 꽤 긴 경력을 가진 포토 실장이 지금까지 찍은 화보 중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을 정도. 좀처럼 칭찬에 인색한 그녀의 편집장이 입에 침이마르도록 칭찬을 했다고 한다. 처음 화보를 찍는다면서, 너는 어쩜 패션 화보까지 잘 찍냐는 (그녀는 사실 뷰티 담당) 나의 물음에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사실 내가 사진을 아냐 패션을 아냐. 알아봤자, 내가 스타일리스트보다 잘 알겠어? 경력 십수년의 포토그래퍼보다 잘 알겠어? 그러니까 나는 그냥 그냥 그 자리에서 그 사람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을 발휘할 수 있도록 거의 간섭 안했어. 그냥 모든 걸 믿고 맡겼지. 나는 그냥 그 사람들이 잘할 수 있도록 편안한 환경과 분위기만 만들었지.

아, 순간 마음속에 작은 울림이. H야, 정말 네 말이 맞구나.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미덕, 믿을 수 있는 지혜가 어쩌면 최고의 결과를 가져오는 가장 좋은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b

안심

지난 번 교회로 보냈던 글은 결국 주보에 싣지 않았다. 다만 목사님께서 그 글을 보셨고, 어제 내게 깨달음과 도전을 주어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다. 내 글에 덧글을 다셨던 S집사님과 나에게, 오늘 청소년주일 예배 설교의 반반을 맡길까, 하는 고민도 잠깐 하셨다고 하는데, 어휴, 그랬으면 큰일날뻔했다. 휴우 ^-^

절레절레

귀찮다 귀찮다 하면서도 은근 신경은 쓰이는지라, 이번주에 있을 워크샵 준비로 어제 오늘은 쇼핑모드다. 어제는 동네 아울렛 매장으로 가서 이것저것 둘러봤는데, 으흠, 아무리 둘러봐도 인터넷 쇼핑이 좀 짱이다. 다이어트는 뭐 보아하니 이미 실패로 돌아간 것 같고, (으흑 ㅜ_ㅜ) 어떻게 하면 최대한 가리고 다닐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상황. 지마켓을 하도 들여다봤더니 아직도 눈이 부시다. -_- 온라인 쇼핑몰들, 반짝반짝 디스플레이좀 안했으면 좋겠네.

쇼핑 얘기한 김에 나의 완소 온라인 쇼핑몰을 공개해 본다면,

www.mas7.com
www.mysister.co.kr

음, 둘다 심플하면서도 깔끔한 스타일이랄까. 마스는 상의나 원피스 종류가 예쁘고, 마이시스터는 청바지류가 대체로 괜찮은 편. 이번에 마이시스터에서 구매한 스키니진도 매우 반응이 좋았다. 흐흣.

그런데 나의 문제는 이렇게 좋아하는 쇼핑몰이 있으면 여기만 죽어라 이용하려하고, 도무지 새로운 것들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 언니(실은 동생)들이 나보다 사이즈도 작아서 내가 모든 옷을 입지도 못하는 상황이면서도 나는 굳이 새로운 쇼핑몰을 찾으려 들지 않고, 그냥 여기만 둘러본다. 예쁜옷 없으면 그냥 옷 자체를 안사고 -_- 

놀러갈 때 입을 옷도, 두 쇼핑몰로 한정된 상태에서 고르려니 참 고생스러웠는데, 다른 데 검색해보겠다며 들어가보니 오오, 완전 새세상이 열리는 거다. 지마켓,에서 옷사본 적 없는데, 우오오 정말 싸구나. 결국 이번에는 마스와 지마켓 모 판매자의 미니샵, 이렇게 두군데 이용. 얼마 전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네이트몰의 모샵도 정말 너무 예뻐서 눈이 휘둥글해졌다. 우오옷. (여긴 다음에 애용하려고 눈도장 꼬옥 찍어둠)

뭐든 모험을 싫어하는 게 참 단점이기도 하다. 잘 골라온 옷들만 보는 게 이제 편한 나이. 그래도 가끔 이렇게 돌아다녀보긴 해야할텐데, 난 이런 쇼핑 작렬 모드는 또 다신 못하겠다며 절레절레하고있다. (-_-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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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8-05-18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도 쇼핑중... 눈에 잘 안 띄네요.

웽스북스 2008-05-19 00:39   좋아요 0 | URL
잘 사셨나이까? ㅋㅋㅋ 제가 산 쇼핑몰 알려드릴까요? ㅎㅎ

Jade 2008-05-18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맞아요 인터넷 쇼핑 좀 짱이예요 ㅋㅋ 저도 요즘 검은옷 말고 샤방샤방한 봄-여름 옷에 눈길이 가는거 있죠 ㅋㅋ 어차피 하늘하늘한 옷은 입을 기회도 거의 없는데 ㅋㅋ

웽스북스 2008-05-19 00:40   좋아요 0 | URL
제이드님도 애용하는군요 ㅋㅋ
샤방샤방한 봄여름옷 좋아요, 우리 제이드님은 날씬하고 길어서 잘어울릴거야~

마늘빵 2008-05-18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옷이나 신발 이런 것들은 인터넷으로 사기 꺼려져요. 사놓고 이상한거 올까봐. 가방을 산 적이 있는데, 본거랑 달라서 별루였어요.

웽스북스 2008-05-19 00:40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래서 단골을 만들어놔야 되는 거에요 믿을만한 곳에
그러면서 기대도 가격에 어느 정도는 맞춰줘야 하고요

도넛공주 2008-05-18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두 곳을 다 가봤는데 웬디양님 취향이 막 보여요.

웽스북스 2008-05-19 00:41   좋아요 0 | URL
헤헤, 도넛님 취향과 비교해보면 어떤가요?

누구엄마 2008-05-18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핑몰쇼핑몰
언니의 쇼핑몰들 너무 착한것이어요 꺄릉

웽스북스 2008-05-19 00:42   좋아요 0 | URL
꺄릉, 즐찾 추가했어?
우리 똑같은 옷 입고 만나는거 아닌가 모르겠네

마이시스터는 99학번 우경이가 하는 데인데,
아나 모르겠다 ㅎㅎ

자 이제 당신의 즐찾도 공개하시오

순오기 2008-05-19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산 적은 없고, 아이들이 골라놓으면 결제만 해주죠.^^

웽스북스 2008-05-21 02:34   좋아요 0 | URL
흐흐 좋은엄마이십니다 ㅋㅋ

2008-05-19 0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21 0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