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금요일은 지하책방 모임이 종각에서 있는 날이었다. 함께 읽은 라디오라디오를 모두가 좀 시큰둥하게 읽는 바람에 크게 오간 이야기는 없었지만, 적은 인원이 모였던 관계로 그냥 오붓하게 수다나 떨지 뭐, 하면서 동동주를 홀짝이던 밤.
중간에 빠져나와(라고 해봐야 그때가 벌써 11시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불라로 갔다. 경도중독이긴 하지만, 암튼 일주일간 안가니 허전하더군. 살짝 업된 상태로 불라에 가서, 상주하고 계신 H님도 잠깐 보고, H님께 여러번 이야기를 들었던 M님도 잠시 만나고. H님과 M님이 얘기중이었던 관계로 경쟁자가 없는 틈을 타 나는 잠시 주방에 가서 설거지를 했는데 (불라의 손님들은 서로 설거지를 자기가 하겠다고 우기는 걸로 유명하다 ㅋㅋ) 몇개 닦기도 전에 그만, 쨍그랑, 컵받침을 깨먹은 사건 ㅜㅜ 불라에 대기록을 세우고 왔다. 최초로 그릇깬 손님 -_-v
깨달음
H(언젠가 쓴 적이 있는 똘똘한 친구,라고 표현하니 구차스럽군)의 집에 잠깐 갔었다. 패션잡지 에디터인 H는 얼마 전 동남아 모 섬에서 연예인 Y의 화보촬영을 진행했는데, 굉장히 호평을 받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같이 간 꽤 긴 경력을 가진 포토 실장이 지금까지 찍은 화보 중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을 정도. 좀처럼 칭찬에 인색한 그녀의 편집장이 입에 침이마르도록 칭찬을 했다고 한다. 처음 화보를 찍는다면서, 너는 어쩜 패션 화보까지 잘 찍냐는 (그녀는 사실 뷰티 담당) 나의 물음에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사실 내가 사진을 아냐 패션을 아냐. 알아봤자, 내가 스타일리스트보다 잘 알겠어? 경력 십수년의 포토그래퍼보다 잘 알겠어? 그러니까 나는 그냥 그냥 그 자리에서 그 사람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을 발휘할 수 있도록 거의 간섭 안했어. 그냥 모든 걸 믿고 맡겼지. 나는 그냥 그 사람들이 잘할 수 있도록 편안한 환경과 분위기만 만들었지.
아, 순간 마음속에 작은 울림이. H야, 정말 네 말이 맞구나.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미덕, 믿을 수 있는 지혜가 어쩌면 최고의 결과를 가져오는 가장 좋은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b
안심
지난 번 교회로 보냈던 글은 결국 주보에 싣지 않았다. 다만 목사님께서 그 글을 보셨고, 어제 내게 깨달음과 도전을 주어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다. 내 글에 덧글을 다셨던 S집사님과 나에게, 오늘 청소년주일 예배 설교의 반반을 맡길까, 하는 고민도 잠깐 하셨다고 하는데, 어휴, 그랬으면 큰일날뻔했다. 휴우 ^-^
절레절레
귀찮다 귀찮다 하면서도 은근 신경은 쓰이는지라, 이번주에 있을 워크샵 준비로 어제 오늘은 쇼핑모드다. 어제는 동네 아울렛 매장으로 가서 이것저것 둘러봤는데, 으흠, 아무리 둘러봐도 인터넷 쇼핑이 좀 짱이다. 다이어트는 뭐 보아하니 이미 실패로 돌아간 것 같고, (으흑 ㅜ_ㅜ) 어떻게 하면 최대한 가리고 다닐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상황. 지마켓을 하도 들여다봤더니 아직도 눈이 부시다. -_- 온라인 쇼핑몰들, 반짝반짝 디스플레이좀 안했으면 좋겠네.
쇼핑 얘기한 김에 나의 완소 온라인 쇼핑몰을 공개해 본다면,
www.mas7.com
www.mysister.co.kr
음, 둘다 심플하면서도 깔끔한 스타일이랄까. 마스는 상의나 원피스 종류가 예쁘고, 마이시스터는 청바지류가 대체로 괜찮은 편. 이번에 마이시스터에서 구매한 스키니진도 매우 반응이 좋았다. 흐흣.
그런데 나의 문제는 이렇게 좋아하는 쇼핑몰이 있으면 여기만 죽어라 이용하려하고, 도무지 새로운 것들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 언니(실은 동생)들이 나보다 사이즈도 작아서 내가 모든 옷을 입지도 못하는 상황이면서도 나는 굳이 새로운 쇼핑몰을 찾으려 들지 않고, 그냥 여기만 둘러본다. 예쁜옷 없으면 그냥 옷 자체를 안사고 -_-
놀러갈 때 입을 옷도, 두 쇼핑몰로 한정된 상태에서 고르려니 참 고생스러웠는데, 다른 데 검색해보겠다며 들어가보니 오오, 완전 새세상이 열리는 거다. 지마켓,에서 옷사본 적 없는데, 우오오 정말 싸구나. 결국 이번에는 마스와 지마켓 모 판매자의 미니샵, 이렇게 두군데 이용. 얼마 전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네이트몰의 모샵도 정말 너무 예뻐서 눈이 휘둥글해졌다. 우오옷. (여긴 다음에 애용하려고 눈도장 꼬옥 찍어둠)
뭐든 모험을 싫어하는 게 참 단점이기도 하다. 잘 골라온 옷들만 보는 게 이제 편한 나이. 그래도 가끔 이렇게 돌아다녀보긴 해야할텐데, 난 이런 쇼핑 작렬 모드는 또 다신 못하겠다며 절레절레하고있다. (-_- )(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