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3,Gettier, 3

하치랜드 파크에 다녀왔다. 건축과 예술에 관심이 많은 부유한 귀족 부부가 지은 주택과 정원. 유명한 음악가들의 손때를 탄 피아노들이 많이 수집되어 있었다(피아노포르테, 하프시코드, 챔버 올갠 등등). 말러가 12 살 때 쳤던 피아노도 있었다. 훗날 말러가 "그 웅장한 주택에 피아노가 그게 뭐야!"하고 불평을 했다고 한다(말러는 풀 사이즈 피아노를 원했을 듯 하다. 그렇다면 그 불평이 이해가 아니 되지는 않는다). 여기서 음악회도 열린다고 한다. 청중 규모 20, 30 명 정도의 작은 음악회. 기억해 두자. 

돌아오는 길에 오캄이라는 마을을 차로 통과했다. 윌리엄 오캄의 그 오캄인가 싶었는데 맞단다. 나중에 다시 찾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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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9, Spinoza, 3
T3, Witt, 3
S1, Matthews, 2
E1, Hobbes, 3
Do3, Gettier, 3

오늘이 이번 달의 마지막 날이다. 다음 주엔 학기가 시작된다. 이번 달까지 내가 하고자 했던 것 중 가장 의미있는 것은 생면부지의 내게 추천서를 써주신 어떤 교수님께 편지를 쓰는 것이었다. 교수님의 책에 대한 적절한 코멘트를 편지에 담으면 기뻐하시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리 하지 못했다. 럿셀은 호락호락한 철학자가 아니다. 일단 양적인 면에서도. 교수님의 책에 적절한 코멘트를 하기엔 한 두 학기도 짧으리라. 근황과 감사의 말씀을 담은 일상적이고 지루한 편지로 만족하여야 겠다. -이런 편지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으리라. 

엊그제 수강신청을 할 때 내 앞 자리에 앉은 학생들의 대화가 이랬다. 넌 왜 철학을 하려 하니? 응, 난 원래 이러 저러한 걸 전공하고 이리 저리 살았는데 계속 철학에 끌려서... 누구나 똑같은 대답을 할 수 밖에 없는 질문이리라.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왜 철학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철학이란 학문 일반에 대한 논구로 답을 시작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이었던가... 철학은 내게 진정한 만족감을 주는 유일한 것이라고... 이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철학도일 것이다. 물론, 철학도에게는 원죄와도 같은 고민들이 따라 붙는다. 예를 들면, 철학의 무용성에 대한 고민(그러므로 플라톤의 테아이테투스는 철학도의 성경이다). 어쨌거나 이런 추상적인 고민이란 공회전과 같다. 생각하는 사람의 찌푸린 얼굴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저 사람은 추상적인, 생각을 위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거나, 그러므로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이거나, 아니면 위가 아픈 것을 참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생각이라면, 그것은 생산적이고,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나의 실존을 완전에 더 가깝게 하는 어떤 것이어야 할 것이다(다 똑같은 말이며, 스피노자의 말의 되풀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생각하는 사람의 형상은, 그 꿈에 빠진 듯 살포시 미소 짓는 관음보살상과 같은 것일 테다. 

이렇게 학기를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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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 칸트, 3
T2, 라일, 3
T3, 비트겐슈타인, 3

외국인 학생 등록이 있어서 또 런던에 나가야 했다. 돈 좀 아끼겠다고 7시 이후 돌아올 수 있는 표를 샀는데 그것이 악수였다. 차 시간을 기다리다 결국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헌책방에서 책을 사고 했으니까...-.- 

헌책방에서 "형이상학"에 대한 책(7 파운드), 아이리스 머독의 "철학자의 제자"라는 소설(2파운드), 그리고 정체 불명의 책 두 권(각각 3 파운드)를 샀다. "데카르트와 인과론"에 대한 책이 있어서 꼭 사고 싶었는데 헌책 주제에 25 파운드나 해서 포기해야 했다. 나는 엊그제 김재권의 논문을 읽고 이 주제에 꽂힌 상태다. 아마존에서 찾아보니 페이퍼백은 18 파운드에 살 수 있다. 결국 사겠지...

잘 때까지 T3을 마저 읽을 것이다. 그리고 내일은 그동안 읽던 논문들을 마저 읽고 정리할 것이다. 그리고 이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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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cklander 2012-09-30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즐거운 추석 보내시길 바랍니다^^

weekly 2012-09-30 17:3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감사합니다.^^ Aucklander님도 즐겁고 여유로운 한가위가 되시기를~
 

수강 신청을 하였다. 인식론, 심리 철학, 근대 철학, 윤리학. 프로그램 소개와 수강 신청 다음엔 간단한 파티가 있었다. 학생들이 음료를 들며 담소하는 시간. 주변에 나를 비롯한 몇몇 대화 상대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기웃거리고 있었다. 나는 백포도주 한 잔을 따라 마시며 생각을 했다. 저 친구들이 한국 사람들이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대화 상대를 찾아내려 노력했을까?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포도주를 죽 들이킨 후 잔을 탁자 위에 올려 놓고 주저없이 파티가 열리고 있는 강의실을 빠져 나왔다. 

헌책방에 들러 책을 몇 권 샀다. 데카르트에 관한 논문 모음, 지각에 대한 이론, 그리고 약간 정체 불명의 책.  

(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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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인식론에 대한 논문들을 읽고 있다. 어제 인식론 책을 받았는데 지루하더라. 그래서 차라리 논문들을 찾아 읽고 있다. 주로 게티어 문제와 관련한 것들이다. 재미있게 읽고 있지만 아직 나의 사고를 형성해 내지는 못했다. 

인식론 책 저자 서문에 재미있는 문장이 있다: "To have to live with someone whose thoughts are occupied by one topic to the exclusion of most other things is more than one can reasonably ask; it was certainly not in the original contract." 저자가 저자의 아내에게 하는 말이다. 일상사에는 모두지 무관심한 채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만 매달리고 있는 사람을 감내해 줘서 고맙다, 우리가 결혼할 때 머리 속에 그렸던 그림이 아니라는 건 나도 알지만 어쩔 수 없다... 뜻을 살피면 이런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 웃음이 나왔다. 무거운 검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검객들이 존경스러울 뿐...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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