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9, Spinoza, 3
T3, Witt, 3
S1, Matthews, 2
E1, Hobbes, 3
Do3, Gettier, 3

오늘이 이번 달의 마지막 날이다. 다음 주엔 학기가 시작된다. 이번 달까지 내가 하고자 했던 것 중 가장 의미있는 것은 생면부지의 내게 추천서를 써주신 어떤 교수님께 편지를 쓰는 것이었다. 교수님의 책에 대한 적절한 코멘트를 편지에 담으면 기뻐하시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리 하지 못했다. 럿셀은 호락호락한 철학자가 아니다. 일단 양적인 면에서도. 교수님의 책에 적절한 코멘트를 하기엔 한 두 학기도 짧으리라. 근황과 감사의 말씀을 담은 일상적이고 지루한 편지로 만족하여야 겠다. -이런 편지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으리라. 

엊그제 수강신청을 할 때 내 앞 자리에 앉은 학생들의 대화가 이랬다. 넌 왜 철학을 하려 하니? 응, 난 원래 이러 저러한 걸 전공하고 이리 저리 살았는데 계속 철학에 끌려서... 누구나 똑같은 대답을 할 수 밖에 없는 질문이리라.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왜 철학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철학이란 학문 일반에 대한 논구로 답을 시작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이었던가... 철학은 내게 진정한 만족감을 주는 유일한 것이라고... 이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철학도일 것이다. 물론, 철학도에게는 원죄와도 같은 고민들이 따라 붙는다. 예를 들면, 철학의 무용성에 대한 고민(그러므로 플라톤의 테아이테투스는 철학도의 성경이다). 어쨌거나 이런 추상적인 고민이란 공회전과 같다. 생각하는 사람의 찌푸린 얼굴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저 사람은 추상적인, 생각을 위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거나, 그러므로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이거나, 아니면 위가 아픈 것을 참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생각이라면, 그것은 생산적이고,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나의 실존을 완전에 더 가깝게 하는 어떤 것이어야 할 것이다(다 똑같은 말이며, 스피노자의 말의 되풀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생각하는 사람의 형상은, 그 꿈에 빠진 듯 살포시 미소 짓는 관음보살상과 같은 것일 테다. 

이렇게 학기를 시작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