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이월달까지 4개의 에세이를 써야 한다. 그 첫번째 에세이를 쓰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데카르트의 이원론을 옹호하고자 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한다.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는 아직 모른다. 오늘부터 데카르트를 꼼꼼하게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점심 먹고 근처에 있는 공원에 산책을 나갔다. 제철이라 그런지 다람쥐들이 살이 잔뜩 올라 있다. 한 학생이 손 가득히 먹이를 담아 놓고 다람쥐 한 마리를 먹이고 있었다. 다른 다람쥐 한 마리가 그 학생의 손을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맙소사, 먹이를 먹고 있던 다람쥐가 다가 오던 다람쥐를 펄쩍 뛰어 공격하는 것이었다. 도망가는 다람쥐, 그 뒤를 쫓는 다람쥐. 다람쥐에게 실망.

집에 가기 위해 학교를 나설 때 완전히 진이 빠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배가 고팠기 때문에 집에 오는 내내 베토벤의 9번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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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공부. 이틀 런던에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책 한 권 값을 벌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포커스가 맞춰진 공부는 아니었음. 다음주부터는 일주일 내내 학교에 가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다.

몽크의 "하우투 리드 비트"를 다 읽음. 재밌게 읽었으나 내 기준으로 보면 좋은 책은 아닌 것 같다. 요컨대, 철학자, 음악가, 미술가 등등, 즉 사상가를 다루는 책은 독자가 그 사상가들의 작품을 직접 경험하여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몽크의 책이, 예컨대 "논고"를 직접 읽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 별로. 즉, 몽크의 책은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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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많은 공부를 하지는 않았다. 영어로 된 철학 강의들을 찾아 듣고(유튭 등등에 널려 있다), 읽어야 할 논문을 소리 내어 읽었다. 영어, 공부해야 한다.

2. 얼마 전 장하준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내가 들어본 영어 발음 중 -나의 것을 빼고- 최고로 엉망이었다. 반기문은 양반이다! 두 가지 모순된 감정을 느낀다. 첫째, 저렇게 발음이 엉망이지만 장하준이 당대의 최고급 경제학자 중 하나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즉,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어느 정도 위안이 되는 얘기. 둘째, 장하준은 20 대 중후반에 영국에 넘어왔다고 한다. 아주 많이 늦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그의 영어 발음은 썩었고 나쁜 습관들로 가득 차 있다(장하준은 어두에 tha, tha 거리는 아주 나쁜 습관이 있는데 나같이 영어가 엄청 후진 사람에게는 치명적이다. 장하준의 영어를 듣고 나서 나도 몇 칠 계속 다다 거리게 되더라... 감염 초기였는지 지금은 치유된 것 같다. 다시는 장하준이 영어로 말하는 걸 듣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렇다면 난 개선 불능이겠군... 하는 생각에 침울해 졌다. 나의 잠정적인 결론은, 장하준은 이미 어느 정도 학적으로 완성된 상태에서 영국에 와서, 즉 그가 가진 탁월한 콘텐츠가 영어 발음의 사소한 문제 따위를 압도해서, 다시 말해서 사람들이 언제나 장하준의 말에 자신들의 귀를 적응시켜 주어서, 영어 발음의 사소한  문제가 그에게 진정한 문제로 떠오른 적은 없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것. 이 결론은 내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영어, 공부해야 한다. (그러면 나아질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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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5 0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weekly 2012-10-25 16:28   좋아요 0 | URL
아, 철학 전공이셨군요?^^ 저희는 주로 20, 30 페이지 짜리 논문들을 읽는데... 어렵지요. 지식 이론에 대한 논문들을 읽다가 막히면 '구체적인 어떤 대상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지식 자체에 대한 정의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철학적 고민"에 빠져 들기도 하고요. 물론, 사고를 피하기 위한 사고는 사고가 아니고, 그러므로 철학도 아니겠지만요... (럿셀이 후기 비트겐슈타인에 대해 갖고 있던 의구심이 이런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스피노자는 영미권에서는 그닥 진지하게 다뤄지는 철학자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다니는 학교의 이번 학기 시간표에도 스피노자는 없습니다. 음... 역으로 깊게 다뤄 볼 여지도 있는 거 같습니다.

+그런가요? 그런가? 하면서 혼자 미소짓게 되네요.^^
 

오후에 R을 만남. R은 또다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음. 에티카 1부의 몇 가지 논점에 대해 나의 생각을 밝히는 것으로 토론은 끝남. 내 생각에 대한 R의 의견을 물었지만 R은 재빨리 나에게 동의해 버림. R은 자신이 인스퍼레이션의 부재와 싸우고 있다고 계속 말한다. 내 생각에, R의 문제는 모티베이션의 문제인 것 같다... 

박사전과정을 하고 있는 남자애를 만났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논문 하나를 거의 완성해 가고 있는데 잡지에 발표하고 싶어한다. 머리를 계속 매만지며 머리가 엉망이라며 웃는다. 이 주제에 몰두해 있느라 머리 손질할 생각도 못했네, 라고 잘난 체 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이런 잘난 체를 무지 좋아한다. 논문 다 되면 보여달라고 메일 주소를 알려 주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고 문득, 내가 R에게 해 준 이야기가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R에게 메일로 틀린 부분을 정정해 줄까 하다고 놓아 두기로 했다. 

목요일 강의 준비용으로 논문들을 읽는데 이빨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것도, 저것도... 새벽 두시까지 공부한 역효과라고 판단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집에 가서 포도주에 치즈를 씹어 먹고 원기를 회복하자. 기차간에서 가볍게 읽을 꺼리로 몽크의 "하우투 리드 비트겐슈타인"을 빌려 갖고 나왔다.

에티카 해석에 대한 나의 실수와 여러 논문들에서의 좌절이 나를 상념에 빠지게 했다. 생각에 잠긴 채 길을 걷는데 어떤 꼬마가 내 앞에 다가와 "왁"하며 소리를 질렀다. 꼬마 아이가 얼굴에 무서운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난 그걸 재빨리 알아채지 못했기 때문에 가면의 기괴한 형상에서 사람의 눈 코 입을 찾으려는 허망한 노력을 하다 전율을 느끼며 진정으로 놀랐다. 꼬마 아이에게 크나큰 만족감을 주었으리라. 내 뒤에서 꼬마 아이가 또다른 희생자를 찾아 "왁"하고 소리를 지른다. 아이야, 내가 대박이었단다. 대박은 쉽게 오지 않아서 대박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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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별 일 없음. 오전 내내 비비씨를 보고 오후엔 아론 소킨의 스튜디오60 에피소드 세 개를 봄. 이 시리즈는 후반부로 가면 많이 지루해진다.

저녁이 되고 공부 시작. 에티카를 읽음. 월요일날 R과 스피노자에 대해 토론하기로 되어 있음. 조사와 사고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 많다는 걸 깨달음. 초조해짐. -일요일 밤부터 초조해 할 것이 아니라 일주일 내내 초조하게 살자고 다짐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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