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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특별하지 않아 - 어느 교사의 맵고 따뜻한 한마디
데이비드 매컬로 지음, 박중서 옮김 / 민음사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제목 'YOU ARE NOT SPECIAL...'은 상당히 도발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연설을 곰곰 읽어 보면,
너만 특별한 것은 아니고,
인간은 하나하나 모두 개별적으로 특별하다.
그러니, 삶을 누리며 사는 법을 잘 생각해라... 이런 책이다.
이 책은 자식의 앞길을 뚫어준다며 노심초사하는 '강남 엄마'들이 필히 읽어야 하고,
의욕을 가지고 교사가 되었지만 지쳐 나가떨어진 '열혈 교사 출신'들이 밑줄 그으며 읽어야 하고,
엄마말 잘 듣고 엄친아가 되어 성적과 스펙을 쌓았지만 취업부터 결혼까지 막막한 '삼포 세대'들이 읽고 토론해야 한다.
자신의 조국을 '헬조선'이라고 부른다고 분개하는 노땅들은,
자신들이 그 나라를 '헬'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졸업식에서 시답잖은 인간들이 교장이랍시고, 무슨 회장이랍시고,
한마디씩 하는 불쾌한 행사이기 쉬운 나라에서 태어난 나로서는,
명문 고등학교의 선생님이 졸업사를 했다는 것에서도 감동을 느꼈다.
여러분은 예외적으로 대단하지 않습니다.(46)
누구나 '자신'은 예외적인 인물이라 생각하기 쉽다.
특히 공부를 잘 하거나, 좀 예쁘거나, 어떤 기능에서 우수하다면 말이다.
졸업식이나 입학식에서 '책 따위' 읽지 않는 인간들이 책읽으라고 말할 때는 표가 난다.
그러나, 이 선생님은 문학 선생님이다.
그러니 읽으라 해도 힘이 실린다.
어떤 일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일을 하라고, 그리고 그 일의 중요성을 믿으라고 촉구하고 싶습니다.
신뢰하지 않는 일을 굳이 하려 애쓰지 마십시오.
이는 여러분이 홀딱 반하지 않은 사람을 배우자로 삼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항상 읽으십시오.
읽는다는 것을 원칙의 문제로, 자존심의 문제로 삼으십시오.
읽는다는 것을 인생의 영양분으로 삼으십시오.
최대한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부디 절박한 마음으로 그렇게 하십시오.(54)
한 달 전에 졸업한 아이들이,
그것도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에 입학한 아이들이,
페이스 북에서 재미없는 대학 생활을 투덜대며 과제나 한다고 글을 올리는 걸 보면,
좀 씁쓸하다.
아니다.
재미있는 대학 생활을 올리는 애들도 많다.
성적과 상관없이 그런 애들이 잘 사는 게 맞다.
나는 각자에게 필경사 바틀비를 한 권씩 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사는 곳과 내가 사는 이유'라는 그들의 에세이를 돌려 줄 것이다.
종이 울리면, 나는 그들을 각자의 길로 내보낼 것이다.(196)
아, 필경사 바틀비.
그가 'I'd preper not to.'라고 선언할 때,
그는 살아있었다.
이 삶이 없는 세계에서, 삶의 이유를 선언하는 것이다.
'위플래시'란 영화가 있다.
드럼 소리가 인상에 남는 영화인데,
가르침과 뛰어넘음에 대한 '청출어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가르치는 일은 그런 것 같다.
배우는 것만 익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뛰어넘는 경지를 보게 되는 일.
기쁨 속에서 시작한 것은 지혜 속에서 끝난다.(로버트 프로스트, 199)
아이들이 기쁘게 삶을 영위할 줄 알면 좋겠다.
내가 이 일을 시작했을 때에만 해도 나는 지식이 정말 중요하다고,
즉 주제의 요지가 전부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오래지 않아서 내가 정말로 하려고 노력한 일은
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지.
만약 그게 제대로만 먹히면,
즉 불빛이 일어나면,
음, 그게 바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야.(202)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지적인 인간이 되는 일도 아니고, 공부를 잘하게 되는 일만도 아니다.
그 척박하던 환경에서도 학교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품게 되었듯,
아이들의 마음에 불빛을 일으키는 일, 그것이 교사가 할 일이다.
탁월함이란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습관(237)
아리스토텔레스의 이 오래된 말이 새삼 절실하다.
습관이라는 말은 다른 말로 '지혜'이며,
'지적'인 것보다는 '기쁜 삶의 생'인 것이다.
카르페 디엠... 하라는 것,
YOLO you only live once...한 번 사는 삶, 멋지게 누려라... 이런 것이다.
스포츠는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초시간성이 있다.
즉 젊음의 에너지와 우아함과 힘과 배짱을 기념하면서
전 세계가 정지해 있는 것이다.
이 때는 모든 실존적 현실이 일시 중지된다.
각각의 게임은 그 자체로 질서정연한 우주이며
나아가 인간의 조건에 관한, 그리고 인간의 정신에 관한 생생하고 즉흥적이고 상직적인 축하이다.
모든 순간 안에 가능성이 있다.(332)
교육에서 예술과 체육이 중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주 2시간 전문강사가 와서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가야금 등의 악기나
재즈댄스, POP, 포토샵 등의 다양한 분야,
축구, 농구, 테니스, 탁구, 배드민턴 등의 체육을 지도한다.
공부에 찌든 아이들이지만, 그 시간이면 눈빛이 반짝인다.
아마, 평생 기억에 남는 '정지된 질서의 우주'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가장 존경하는 요소인,
친절, 자비, 개방성, 정직, 이해와 감정 같은 것들이야말로 우리 체제에서는 실패의 부수물이야.
정작 우리가 가장 혐오하는 자질들인 교활, 탐욕, 욕심, 비열, 이기주의, 사리사욕이야말로 성공의 소질들이지.
사람은 누구나 전자를 존경하면서도, 후자의 산물을 사랑하니 말이야.(381, 존 스타인벡, 통조림공장골목 중)
현대사회야말로 돈없이 살 수 없는 곳이다.
공산주의 몰락 이후, 사회의 복지는 급격히 후퇴하고 있으며,
갈수록 아동학대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아이들에게 스펙만을 강조하고,
자존감을 기를 교육에 실패하면, 지옥도는 더 가속화될 것이다.
왜 인간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
문제를 직시하는 사람은 이 책이 눈에 들어올 것이고,
아직도 삶을 대충 사는 사람은 이런 책을 보기 싫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