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 작가수업 1
김형수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정말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만 읽어야 할 것 같다. 대개 미쳐야 미친다(다다른다)’라고 말한다. 저자인 김형수에 따르면 문학은 미쳐도 안 된다.  가정을 버려도 안 되는 사람은 안 된단다. 그래도 하겠는가? 어휴, 어디 겁나서 하겠는가? 사실 어느 분야든 기저율을 고려해 봐야한다. 문학에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어느 정도일까? 1000명 중에 한 명? 혹은 만 명중에 한 명? 등단했다고 해서 전업 작가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을까? 그런 작가는 고작 몇 백명 정도가 아닐까?

 

그래도 난 하고 말겠어라고 한다고 해서 또 이게 그리 간단치가 않다. 김형수에 따르면, 문학은 평생을 공부해도 알까 말까할 정도로 공부할 게 많다. 문학론, 시론, 소설론, 운율론, 문체론 등, 비평도 공부해야 한다. 게다가 세계관의 한계, 창작방법의 한계, 창작조건의 한계도 극복해야 한다. 그래서 작가들 중에는 공부만 하다 글은 못 쓰는 사례도 빈번했다고. 박영희 시인이 그랬다지. “얻은 것은 이데올로기요 잃은 것은 예술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김형수가 제시하는 대안은 이렇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죽은 고래는 아무리 커도 물살이 흐르는 대로 따라 흐르지만 살아있는 송사리는 아무리 작아도 물살을 거슬러서 오를 줄 안다입니다.......모두 이론의 대가가 되고 문학사의 대가가 되고 비평의 대가가 되려고 할 것이 아니라 글을 쓰면서 세계관의 한계 창작조건의 한계 창작방법의 한계를 끝없이 극복해 가는 것, 한 마디로 말해서 문학을 배우는 게 아니라 문학을 사는 것, 이것이 문학수업의 왕도가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일단은 글을 쓰면서 공부를 병행하라는 것이다. 두 가지를 병행한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고독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적한 시골길에 혼자 켜 있는 고독한 가로등처럼 존재하는 것, 이렇게 존재하는 자가 어법이 서툴거나 표현이 약하거나 인기가 없다고 해서 이 자의 입을 통해 명명되는 어둠 속의 것들의 가치가 작아질까요? 사실은 이것들이 인간의 세상을 만들어갑니다. 이것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문학입니다. 이렇게 혼자 제자리에서 빛날 줄 알면 이제 그 사람의 생을 통해서 문학이 흘러나오기 시작할 겁니다. (43)

 

고독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불충분하다. 끝까지 가기 위해서는 함께 가야 한다. 영적 배움에도 도반이 있듯 문반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창작적 에너지가 증폭되는 관계망을 형성해야 한다.

 

그 외 인식의 도구들, 장르의 구분, 문예사조 등은 부수적인 가르침이다. 하루살이에 관한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하루살이는 태양이 사라지면 몸이 기울어져서 균형을 잡을 수 없답니다. 그래서 작은 빛이라도 발견되면 정신을 잃고 다가가요. 가까이 가면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빛에 접근하는데 끝내 균형을 얻지 못하고 타죽고 마는 것입니다. 멈출 수 없어요. 왜냐하면 존재가 기울어졌기 때문에, 목숨을 바쳐서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그냥 끌려가는 셈인 거죠.


상상을 하면 왜 이리 웃긴지. 하루살이는 이미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작은 빛에도 속절없이 끌려가 죽음에 이른다니! 웃다가 섬찟해진다. 혹시 나도 하루살이는 아닐까?

 

태양이 없을지라도

균형을 잡아야겠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6-08-03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은가 봐요. 많이 읽던데...
근데 제목이 처음엔 좋은 것 같았는데 다시 보면 좀 으시시해요.
한적한 시골길에 드문드문 있는 가로등 보면 얼마나 무서운데요.
거기서 살인의 추억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 가로등은 뭔 죕니까?ㅋㅋ3=33=3

시이소오 2016-08-03 13:32   좋아요 0 | URL
ㅋ 듣고보니 그러네요 ㅎㅎ

2016-08-03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4 0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뭇잎처럼 2016-09-06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고민하던 걸 한방에 시원하게 날려주는 글이네요. 글 잘 쓰고 싶을 때 공부가 부족해서 그런거야,라고 자책했던 마음도 홀가분해지는 기분^^

시이소오 2016-09-06 21:37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그 자체로 빛나시길. 나뭇잎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