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보고 손으로 읽으면 - 시각장애 언어학자가 전하는 '보다'에 관한 이야기
호리코시 요시하루 지음, 노수경 옮김 / 김영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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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의심하고 묻는 일이 필요한 이유가 들어 있다. ‘신scene(풍경)‘은 결코 신seen(보이는)‘이 아니다. 장애, 인권에 대한 생각을 넘어 교육 등 사회의 전반적인 이슈에 대한 통찰이 인상적이었는데 결국 마음의 방향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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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미쳐 있는 - 실비아 플라스에서 리베카 솔닛까지, 미국 여성 작가들과 페미니즘의 상상력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류경희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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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정지해 있거나 심지어 퇴행하고 있는 것만 같은 시기도 사실은 도전 의식을 북돋우며 미래에 필요한 전술을 정교하게 만들어내는 시기인지도 모른다(P45).


다른 어떤 문장보다 나는 책에서 이 문장이 가장 좋았는데 이것이 그동안 여성들이 걸어온 길과 여성 운동의 역사를 말해주는 동시에 현재와 미래를 긍정 또는 부정으로 속단하거나 예단하지 않기 때문이라 여겨서다. 


이 책은 1950년대부터 2020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국을 배경으로 페미니스트들이 걸어온 길을 조망한다. 그러나 이 책은 페미니즘의 쇠퇴와 몰락을 다룬 역사가 아니며, 그런 일과 관련된 페미니즘의 죽음과 부활에 관한 역사도 아니다. 물론 오늘날 우리가 목격중인 부활에 관해 희망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보다 이 책은 수 세대에 걸쳐 여성 작가들이 어떤 식으로 문화적 변혁의 비전을 형성하기 위해 자기 삶의 수수께끼를 타진해왔는지 따져보는 이야기다(P43). 


미국 페미니즘의 역사는 그동안 다른 책들을 통해서 경험한 바 있기 때문에 책을 읽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페미니즘 작가나 사상가들의 작품은 생소해도 이제 대부분의 작가들의 이름은 낯설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는 냉전의 시작과 함께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전쟁(특히 베트남 전쟁 등)으로 인해 페미니스트들도 반전 운동에 뛰어들었다. 


‘평온한’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성별 분화라는 이데올로기가 W.H.오든이 1947년에 (개인적인 불안감과 공적인 불안감을 뜻하여) “불안의 시대”라고 명명했던 때에 생겨났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 개인적인 불안감과 겹쳐진 공적인 불안감은 의심의 여지 없이 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버섯구름에 집중되어 있었다. - P62


“그와 그녀의 시간”이라는 어구는 양성의 별개 영역, 즉 생계 책임자와 가정주부라는 별개 영역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회색 모직 양복을 입은 남편”이 하루의 노동을 끝내고 귀가하면, 길고 폭넓은 치마와 장식이 달린 1950년대식 뉴룩 스웨터를 입은 교외 지역 내조자가 깔끔하고 깨끗한 베티 크로커/베티 퍼니스사의 가구가 구비된 부엌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P59


언급된 페미니스트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실비아 플라스였다. 그녀가 토해낸 ‘아빠’라는 단어는 어떤 여성도 쉬이 지나칠 수 없는 문장이 아닐까 생각했다(아빠에게서 시작하여 남편에 이르기까지). 위압적인 “아빠”와 흡혈귀 같은 존재이자 아빠의 복제물인 남편 모두에 대해 다시 상상한다(P122). 


당신의 살찐 검은 심장에 말뚝이 박혔어요

마을 사람들은 당신을 결코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들은 춤을 추었고 당신을 짓밟았어요.

그들은 그게 당신이라는 걸 내내 알고 있었어요.

아빠, 아빠, 이 나쁜 인간, 이제야 끝이 났네요. - P122


또 베트남 전쟁과 그것에 철저히 개입한 미국에 대해 언급한 수전 손택을 빼놓을 수 없다. 

손택은 역사학자 시어도어 로자크가 대항문화라고 불렀던 문화 운동의 진정한 조력자가 되어 있었다. 1966년에 발표한 ⌜미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는 “캘리포니아의 새로운 아빠가 된 로널드 레이건과 백악관에서 돼지갈비를 씹고 있는 존 웨인이 지배하는 오늘날의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을 공격했다는 점에서 더욱 괘씸한 글이었을 것이다. 미국의 결함을 나열하면서 (“근대의 제도 중 가장 잔혹한 노예제도”, “토착 문화가 그저 적일 뿐인 나라”, “자연 역시 적으로 삼는 나라”) 그녀는 미국이 악명 높게도 “백인종” 문화를 신성시하는 곳이라고 언명했고, “백인종이야말로 인류 역사의 암덩어리이며, (…) 그들이 퍼져나가는 곳마다 자율 문명을 박멸하고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뒤집었다”고 결론지었다. - P167~168


1970년대 페미니즘이 절정에 이르면 운동 주체들의 여러 가지 차이(표면적인 리더들과 추종자로 추정되는 사람들 사이의 차이, 급진주의자와 자유주의자 사이의 차이, 레즈비언과 이성애자 사이의 차이, 유색인종 여성과 백인 여성 사이의 차이)가 때로는 격렬하고 때로는 상처를 주기도 한 담론들을 다양한 형태의 굴종 문제를 다루는 가운데 만들어냈다. - P199


1980년대로 들어오면 페미니스트들은 정체성 정치(인종적, 민종적, 언어적, 영적 기원의 탐색에 전념하는 여성들의 연대를 고취)와 후기구조주의(남성성과 여성성에서 나아가 이성애와 동성애에 관한 인습적 사고에 대한 해체)를 들고 나온다. 이 두 그룹은 앞선 1970년대 활동가들이 유색인종 여성의 현실을 보지 못했다고 하거나 젠더의 사회적 형성을 보지 못했다고 하면서 이들을 맹비난했다(P341). 


이번 기회에 새롭게 알게 된 페미니스트들이 존재했는데 맥신 홍 킹스턴과 글로리아 안살두아가 그렇다. 


그 중 맥신 홍 킹스턴은 특히나 눈에 띄었는데 이는 얼마 전 원서 읽기에서 중국계 이민자 소녀 가족의 이야기를 만나서 그런지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그녀는 1976년 ‘정체성 정치’ 개념이 부상할 즈음 새로운 종류의 페미니즘 텍스트를 발표했다. 소설집 ‘여전사: 귀신들 사이에서 보낸 소녀 시절 회고담’이 그것이다. 이 작품은 남성과 여성의 차이와 여성과 여성의 차이에 관한 1970년대 담론들에 더해, 여성으로 성장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특징짓는 다른 많은 차이들(지리적 차이, 언어적 차이, 요리법의 차이)에 대한 인식을 추가시켰다(P319). 

‘여전사’는 어머니이기도 하고 딸이기도 하며 나아가 일반적인 여성 명사의 대표로 쓰이는 존재가 아닐까. ‘귀신’은 중국계 이민자로서 경험한 미국인/백인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 작품이 1980-1990년대 베스트셀러였다고 하는데 지금 읽어도 여전히 유효하게 읽을 수 있는 읽을 거리가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후에 인종 문제를 노예 제도에 빗대 다룬 토니 모리슨의 ‘빌러버드’란 작품도 있다. 


‘글로리아 안살두아’는 남부 텍사스에서 멕시코계 미국 여성으로 성장한 과정을 민족정체성 정치와 초국경적 사안에 관한 페미니즘적 사고에 영감을 불어넣으며 이민 정책의 역사를 조명했다. 

“젠더만이 유일한 억압은 아니다”라고 선언한 그녀의 말에 나도 동감하는 바이다. 그는 멕시코계 미국인들의 문화와 멕시코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멕시코계 미국/멕시코 문화와 흑인 문화, 북미 토착 미국인 문화, 앵글로색슨계 미국인 문화, 그리고 다른 나라 문화와의 소통을 증진하기 위하여 역사, 자서전, 신화를 이용했다. 그녀는 “메스티사 의식”이라는 역설적 사고에 대한 인식을 논했다. 메스티사 의식은 다층적 정체성을 지니고 사는 법을 배워야 하는 국경선 경계 지대의 거주민들이 물려받은 상충하는 충성심에 대한 인식을 말한다. - P351

국경이라는 단어는 인위적인 것이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정체성은 한쪽으로 정해지는 것을 강요받기 쉽다. 장르는 SF로 다르지만 멕시코계 인물들이 나오’고 그들의 언어가 나오기도 하는 ‘Last Cuentista’의 배경이 떠오르기도 했다.


21세기는 9.11테러에 이어 이라크 전쟁 발발로 1950년대가 회귀하는 듯한 흐름으로 시작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민주주의는 후퇴하는 듯 보였으나 조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질 바이든이 있었고 카멀라 해리스가 부통령이 당선되었다.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배경 삼아 국회를 장악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여성들은 이런 사회적 흐름에 맞서 꾸준히 투쟁 중이다. 비록 인종주의자들이나 남성우월주의자들에 의한 백래시를 겪기도 하지만 N.K.재미신이 ‘부서진 대지’ 3부작을 통해 지구온난화보다 더 나쁜 기후변화를 겪으며 파괴되는 지구를 묘사하는 것처럼 발전된 문명에 대한 의문(페미니즘의 확장)을 품으며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있다.


이틀 만에 완독했는데 재밌었고 잘 읽혔다. 비록 미국의 페미니즘 역사이지만 멀지 않은 과거의 현실이기 때문에 지금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역사라서 더 눈에 잘 들어왔던 것 같다. 

앞서 언급한 작가들의 작품은 한 번쯤 읽어보겠다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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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12-25 15: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빨리 읽으셨네요! 전 일주일에 한 장씩 읽었는데.. 화가님 완독 축하드려요~ 👍👍

거리의화가 2023-12-25 15:12   좋아요 3 | URL
수하님^^ 생각보다 잘 읽혀서 쑥쑥 읽었습니다. 찾아보면서 읽으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ㅎㅎ) 아주 훌륭한 페미니즘 역사서였네요! 수하님도 완독 축하드립니다.

단발머리 2023-12-25 20: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립니다. 👏👏👏👏👏
전 지금 글로리아 스타이넘 부분 읽고 있는데 넘 흥미롭네요.

거리의화가 2023-12-26 09:1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남은 분량도 즐겁게 읽어나가실 수 있을거예요^^ 응원합니다!

독서괭 2023-12-26 14: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축하드려요! 전 4장까지 읽었어요. 저자가 백인 페미니스트 뿐 아니라 흑인 페미니스트 이야기도 고루 하려고 노력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중국계, 멕시코계도 나오는군요! 끝까지 열심히 읽어봐야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3-12-26 17:26   좋아요 1 | URL
저도 다양하게 다루고 있어서 더 좋더라구요. 뒷부분도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을겁니다^^
 
Front Desk #1 : Front Desk (Scholastic Gold) (Paperback) - 『프런트 데스크』원서 Front Desk (Paperback, 미국판) 1
Kelly Yang / Arthur A. Levine Books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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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a의 용기와 당당함에 ‘멋지다!‘라는 말을 연발하게 되는 마법.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주는 부모님과 찐친 Lupe, 멋진 calivista weeklies 친구들(특히 Hank)이 있어서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장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 전개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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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12-22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려요!!^^

거리의화가 2023-12-24 17:1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후반부는 뒷 내용이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더라고요!ㅎㅎ

건수하 2023-12-22 2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님도! 완독 축하드려요! 🥳

거리의화가 2023-12-24 17:1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수하님도 남은 분량 힘내세요^^

미미 2023-12-23 2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화가님! 완독 수고하셨어요>.<🌹🌹

거리의화가 2023-12-24 17:16   좋아요 0 | URL
미미님. 덕분에 좋은 책 읽었습니다^^ 남은 분량 완독을 향해 화이팅!
 
8월의 포성
바바라 터크먼 지음, 이원근 옮김 / 평민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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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우연한 계기에 발견하여 읽게 된다. 이 책이 그랬다. 지난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2권을 읽다가 1차 세계대전의 배경의 이야기 때문에 바닥에 쌓여 있던 이 책의 붉은 색의 강렬한 표지가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비록 다음에 읽기로 예정된 책이 있었으나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읽게 될 지 알 수 없는 노릇이므로 지금 집어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전쟁사 읽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다가 1차 세계대전은 2차 세계대전보다 더 시기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개인적으로 거리감이 있는 편이었다. 그러나 읽어보니 저자의 흥미로운 서술 전개 방식, 인물에 대한 탁월한 묘사, 균형감 있는 서술 덕분에 끝까지 지치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부제가 눈에 띄었는데 ‘제1차 세계대전 개전 초기 1개월간의 전사’라는 것 때문이었다. 우연한 계기(사라예보 사건)로 촉발된 것처럼 보이는 이 전쟁은 이전까지 유럽에서 벌어진 전쟁의 경험을 돌아보건대 이번에도 단기전으로 종료될 것으로 사람들은 생각했다. 그런데 전쟁 초기 1개월 여의 기간 동안 끝날 수 있었던 전쟁은 4년의 시간이 흐를 정도로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며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 왜 그랬을까?


직관으로 그랬는지 또는 고도의 지적능력으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모두 군인인 세 사람만은 수 개월이 아닌 수 년간 길게 뻗은 검은 그림자를 보았다. "길고, 소모적인 투쟁"을 예언한 몰트케가 그 중 하나였다. 죠프르가 두 번째였는데 그는 1912년 장관들의 질문에 대해 만일 프랑스가 전쟁에서 먼저 승리를 거두게 되면, 독일의 국가적인 저항이 시작될 것이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양쪽 모두 다른 나라들을 끌어들일 것이며 그 결과는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각각 1911년과 1906년부터 자국의 총사령관이었던 죠프르나 몰트케, 그 누구도 계획을 세우면서 자신들이 예견한 형태의 전쟁에 대한 어떠한 배려도 하지 않았다.
세 번째이자 자신의 전망대로 행동했던 유일한 인물은 키치너 경인데, 그는 최초의 계획에는 참여하지 않았었다. 8월 4일 이집트로 향하는증기선에 승선하려는 순간 급하게 소환되어 국방장관에 임명된 그는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어떤 수수께끼 같은 신통력에 의해 이 전쟁은 3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를 믿지 않는 다른 각료들에게 그는 어쩌면 더 걸릴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3년은 각오해야 합니다. 독일 같은 나라는 사실상 결말이 난 후에도 완전히 궤멸되어야만 굴복할 것입니다. 그 과정은 매우 오래 걸릴 것 같군요. 지금 살아 있는사람은 누구도 그것이 얼마나 걸릴 지 알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 P218~219


1장부터 5장까지는 1차 세계대전의 배경과 주요 참전국들의 전쟁 계획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각국의 전쟁 계획을 엿봄으로써 전쟁의 전개 방향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 주요국에 해당하는 독일군과 프랑스군의 작전 계획은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슐리펜 계획’은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지만 ‘플랜 17’은 작전계획이라고 하기에는 유동적인 측면이 많았던 것 같다. 


독일군의 작전명은 ‘슐리펜 계획’이었다. 핵심은 적의 양 날개를 꺾고 그 배후를 공격함으로써 적을 완전히 괴멸시키는 것”이다. 이 작전의 핵심은 프랑스군을 메츠와 보쥬 사이의 자루로 돌진해 오도록 유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약하게 만든, 알자스-로렌 전선의 독일군 좌익이었다. 프랑스군은 빼앗긴 영토를 해방시키기 위해 이 지점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며 그렇게 되면 독일군이 작전을 성공시키기에는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왜냐하면 전쟁의 진정한 승리가 프랑스군의 배후에서 성취되는 동안 그들은 독일군 좌익에 의해 자루 속에 갇힌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P78


반면 프랑스 군측의 주요 작전인 ‘플랜 17’은 1913년 4월에 완성되었다. 그것의 동기가 되는 아이디어는 “우리는 마인쯔를 지나 베를린으로 가야 한다”는 것인데, 작전계획이 아니라 정해진 목표도 없이 환경에 따라 유동적인 각 군의 몇 가지 공격로에 대한 지침을 포함한 군의 배치계획이었다. “주변 여건에 관계없이, 모든 병력이 하나가 되어 독일군의 공격에 맞서 진격하는 것이 총사령관의 뜻이다.” 일반 지침의 나머지 부분은 프랑스군의 행동이 두 곳의 주공격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하나는 메츠-티옹빌의 독일군 요새 지역 왼쪽을, 또 하나는 그 오른쪽을 공격한다고만 언급하고 있다. 총체적인 목표는 밀려오는 독일군 우익을 고립시켜 후방과 차단하면서 동시에 라인으로 밀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 P108


5장부터 9장까지는 초반 전쟁의 분수령이 된 영국 참전 여부와 벨기에 중립을 둘러싼 각국의 활동을 엿볼 수 있다. 

10장 이후부터 마지막 장까지는 1개월 동안의 주요 전투의 전개, 결과를 확인하며 앞으로의 전쟁을 예상하게 한다. 


리에쥬는 독일로부터 벨기에로 들어오는 길목을 지키는 철책문이었다.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함락하기 어려운 전략 요충지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독일군은 벨기에의 힘을 약하게 보았을지도 모르지만 예상 못하게 선전하면서 독일군은 빠른 시간 내에 그곳을 통과하여 프랑스로 들어가려는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되었다. 


리에쥬의 의원인 셀레스탱 뎀블롱은 그때 쌩 피에르(St. Pierre) 광장에 있다가 공성용 대포가 광장의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것을 보았는데 "대포를 구성하는 부품들이 너무 거대하여 우리의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괴물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다가왔으며 36마리의 말들이 끌었다. 포장된 도로가 들썩거렸다. 군중들은 이 엄청난 기계장치의 출현에 너무 놀라 말문이 막혔다. 그것은 천천히 쌩 랑베르(St. Lambert) 광장을 지나 테아트르(Théâtre) 광장으로 들어간 다음 호기심에 가득 찬 군중들을 끌어 모으면서 소브니에르(Sauveniere) 대로와 아브루아(Avroy) 대로를 따라 느릿느릿 무겁게 지나갔다. 한니발의 코끼리들도 로마인들을 이보다 더놀라게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것과 동행하는 병사들은 거의 종교적인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절도있게 행진했다. 그 대포들은 악마였다..…그것은 아브루아 공원에 조심스럽게 설치된 다음 정밀하게 조준되었다.

그리고 나서 엄청난 폭발이 있었는데, 군중들은 뒤로 나가떨어졌고, 땅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으며, 가까운 곳의 창문은 모두 박살이 났다." - P321


영국군은 영국의 군사적 대비책에 관한 기본 방향을 견지하였으며, 프랑스에 파병한 BEF의 지휘에 관해 죤 프렌치 경에게 시달할 지침을 통해 전쟁초기 단계에서 원정군의 책임을 제한하려는 자신의 의지를 반영시켰다. 


프랑스군의 공격 위주 전략에 대해 비난을 반영하고 있는 키치너의 명령은 만일 프랑스군이 대규모로 동원되지 않은 채 영국군이 "적의 공격에 과도하게 노출될" 수도 있는 그 어떤 "공격 작전"에 참여하도록 요청을 받는다면 죤 경은 우선 본국 정부와 협의해야 하며, "경의 지휘권은 전적으로 독립적인 것이며, 경은 어떠한 경우라도 동맹국 장군의 명령에 어떤 의미로도 통제 받지 않음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 P338


브뤼셀의 함락소식이 전해지자 8월 20일 마침내 프랑스는 총공격에 임하게 된다. 랑허작은 상브르에 도착했으며 영국군도 그와 이웃한 위치에 있었다. 그동안 우왕좌왕하던 죤 프렌치 경도 마침내 죠프르에게 다음날이면 작전에 임할 수 있도록 준비가 끝날 것이라고 확인해 주었다. 그러나 로렌에서는 나쁜 소식이 들려왔다. 루프레흐트의 반격이 엄청난 위력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카스텔노의 제2군은 죠프르가 일부 군단을 벨기에 전선으로 이동 배치함으로써 균형을 잃고 후퇴 중이며, 듀바이도 혹독한 공격을 받고 있다는 보고였다. 알자스에서는 현저하게 줄어든 독일군을 상대로 포 장군이 물루즈와 그 주변 지역을 전부 재탈환했지만 이제 랑허작 군이 상브르로 이동하면서 중앙공격에 투입될 전력이 빠져나가게 되어 포의 군대가 그 자리를 대신 맡아야만 했다. 죠프르의 어쩔 수 없는 입장 때문에 포의 병력을 철수시키라는 결정이 내려졌으며, 알자스마저 가장 큰 제물로써 플랜17의 제단에 바쳐지게 된 것이다. - P375


8월 20일부터 24일까지 실제로 전투가 벌어진 곳은 전체 서부전선 중 네 군데였으나, 역사는 이들을 묶어 국경의 전투(the Battle of the Frontiers)라 부른다. 8월 14일부터 우측의 로렌에서 이미 시작된 각각의 전투 결과가전 전선에 알려지게 되면서 로렌의 소식이 아르덴느에, 아르덴느는 다시 샤를루와 전투로 불리는 상브르와 뫼즈에, 그리고 샤를루와는 몽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 P377


러시아는 프랑스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전방동원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전쟁에 필요한 준비는 아무것도 되어 있지 않았다. 충분한 전력이 갖추어져야 참전할 수 있다고 했지만 8월 10일이 되자 독일이 동프러시아에 남겨둔 병력에 공격을 가함으로써 가능한 가장 신속하게 독일을 향해 진격하는 형태로 공격을 가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8월 말이 되자 연합국 국민들은 자신들이 궤멸시켜야만 하는 적, 붕괴시켜야만 하는 정권, 끝장을 봐야만 하는 전쟁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9월 4일 영국, 프랑스, 그리고 러시아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전쟁 중에는 개별적으로 강화를 맺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런던조약에 서명했다. 그 이후 문제는 더욱 어려워졌다. 연합국들이 자신들의 목표는 독일군국주의와 그 황실의 패망이라고 선언하면 할수록, 독일도 더욱 완강하게 완전한 승리를 얻을 때까지 전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일관된 맹세를 다짐했다. 윌슨 대통령의 중재안에 대한 답신에서 베트만홀베그는 런던조약이 독일에게 끝까지 싸울 것을 강요하였으므로 독일도 강화를전제로 한 제안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국들도 같은 입장이었다. 양측은 전쟁기간 내내 이러한 입장을 고수하게 되었다. - P509


이미 정해진 결정을 재확인하기 위해 작전실로 들어선 죠프르는 그곳에 모여 있던 장교들에게 "여러분, 우리는 마른에서 싸울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날 아침 진격나팔이 울려 퍼질 때 전 장병들에게 낭독될 명령에 서명했다. 대개 프랑스어는 특히 대중에게 공표될 경우 그것이 화려하게 들리도록 정성을 들이게 마련인데, 이번에는 거의 진부할 정도로 평범한 단어를 사용했지만, 그 요지는 강하고 단호했다. "이제 전투가 국가의 안위와 직결된 단계에 이르렀으므로 우리 모두는 더 이상 과거를 되돌아볼 때가 아님을 명심해야 합니다. 모든 노력은 적을 공격하여 물리치는 데 기울여져야 합니다. 진격하는 것이 불가능한 부대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 자리를 사수해야 하며 뒤로 밀리기보다는 차라리 그 자리에서 전사해야 합니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어떠한 실패도 용납되지 않을 것입니다." - P674


마른 전투를 시작하는 것에서 이 책의 내용은 끝이 난다. 전투의 결과는 독일군의 패배로 끝이 나면서 초반 승리의 기회는 더 이상 사라지고 없었다. 

서부전선의 교착은 슐리펜 계획의 실패와 플랜17의 실패가 합쳐져 이루어졌다. 하루에 5,000명 때로는 50,000명 꼴로 인명을 빼앗고, 무기, 에너지, 돈, 고급 두뇌, 훈련된 인력을 고갈시킨 서부전선은 연합국의 전쟁자원을 소진시켰으며 다른 경우였으면 전쟁을 단축시킬 수도 있었던 다다넬스 작전과 같은 이면작전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다. 개전 첫달의 실패로 인해 굳어진 교착상태는 전쟁의 향후 진로와 결과적으로 강화조약의 조건, 양 대전 사이의 사회상, 그리고 제2차 대전의 조건들을 결정짓는 데 영향을 끼쳤다. - P681


이 책으로 전쟁 초기의 역사를 정리한 이후 다른 1차 세계대전의 역사 사료들을 접한다면 더 풍성한 읽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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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박시백의 고려사 1 - 천하 통일과 고려의 개막 박시백의 고려사 1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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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세트를 집에 갖고 있다. 대중들에게도 아마 충분히 친숙한 책일 것 같은데 전집은 아니어도 한 두권쯤은 읽어보지 않았을까. 도서관에 가서 확인해 보면 그 책은 항상 대출중이거나 꽂혀 있더라도 사람들의 손때가 제법 묻어 너덜너덜해져 있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방송 매체에서도 자료 화면으로 다루어질 정도니 대중 역사서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저자가 후속으로 고려사를 다룬다고 하여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바로 보지는 않고 어느 정도 쌓이면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밀리의 서재에 몇 권이 올라왔길래 읽기 시작했다.


일단 이리 다양한 인물들의 캐릭터를 어떻게 설정하고 그렸을까 생각했다. 

조선사의 등장 인물들은 캐릭터를 보고 ‘특징을 잘 잡아 그렸다.’라는 느낌을 바로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고려사는 사실 캐릭터를 봐도 감이 오지는 않았다. 궁예 같이 아주 특징적인 인물이야 그리기 수월했겠지만 나머지 인물들은 캐릭터를 묘사하기가 훨씬 어려웠을 거란 짐작을 한다. 

또한 고려사는 기록이 적어서 책의 분량 자체를 만들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특히 후삼국 시대는 그나마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고려사, 고려사절요에 제법 자료가 나와 있겠지만 2대 왕부터 성종 이전까지 초기 시기는 그 기록이 특히 적어서 단순한 한 줄만 가지고 그림을 그려야 했을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기록을 보고 추측하며 그렸을 작가의 노고가 느껴졌다. 


읽으면서 느꼈던 소회를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견훤은 왜 서라벌을 점령하고도 신라 왕에게 항복을 받아내는 대신 경순왕을 세웠을까? 

쳔년의 왕국 신라를 간단히 보지 않아서 내린 결정이라면 이전 경애왕과 왕족들에게는 왜 그리 흉포하게 대했을까? 어쨌든 이는 신라 왕족의 분노와 반감, 나아가서는 신라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이 되었음에 분명하다.


난세에 용장이 힘을 얻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보이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진실은 폭압과 공포정치가 답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백성들을 껴안고 보듬는 정책을 펼쳤다면 왕건과 견훤의 대결이 더 오래 지속되거나 아니면 후백제와 고려가 각각 존속하면서 유지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물론 견훤의 성정상 고려와 나란히 간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 같지만.


고려 태조 시대 명장, 유금필 장군의 활약이 돋보였다. 육지전 뿐 아니라 해전에서도 후백제 군대를 거침없이 몰아붙이니 태조에게는 참으로 귀인이 아닐 수 없었을 듯하다. 박시백 작가는 그를 '태조의 짱가'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유금필이 유금필했다!'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역시 후자의 표현이 더 적합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거란과의 첫 외교적 사건이라 할 수 있는 만부교 사건은 이후 거란과의 관계를 껄끄럽게 만드는 사건이 된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한다는 말이 있는데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호족 관리를 위해 위해 호족들의 딸과 연을 맺고 나아가 왕씨 성까지 하사한 것은 그들의 마음을 달래면서 당장의 불을 끌 수는 있었겠으나 후환을 남겼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왕씨 성을 받기 위한 호족들 간의 암투도 있지 않았을까? 결정적으로 후계자 문제의 불씨를 남겼다. 29명의 부인 아래에서 출생한 태조의 계보는 8대 임금 현종이 등극할 때까지도 이어지니 말이다. 


'장수로서는 지혜롭고 용맹했으며 일국의 왕으로서 부드럽고 온화한 가운데 단호히 결단할 줄 알았다. 위기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과 누구든 품을 수 있는 넉넉함을 가졌다.' 태조에 대한 평가다. 다른 무엇보다 넉넉함을 가졌다는 것에는 동감한다. 


<훈요10조>가 고려사에 실리게 된 경위가 흥미로웠다. <훈요10조>는 태조가 죽기 전 이후 고려를 위해 내린 지침서인데 요나라(거란)와의 전쟁 중에 분실되었다가 최승로의 손자인 최제안이 최항의 집에서 발견함으로써 가능했다고 한다. 최항이 이 문서를 보관하게 된 경위는 여러 설들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이유야 어쨌든 거란에 이 문서가 넘어가거나 불에 타거나 하여 없어지지 않고 고려 내에 보관된 일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다.


혜종의 탄생 비화 관련 왕건과 둘째 부인 사이의 만남은 너무 충격적인 이야기라 놀랍기 짝이 없었다(망측하다는 표현이 적절!). 혜종의 탄생 비화도 그렇고 얼굴에 주름이 졌다는 등의 말을 고려사에 기어코 집어넣은 것은 혜종의 어머니인 장화왕후 집안의 힘이 그만큼 미약했고 나아가 혜종의 힘을 깎아내리기 위한 것이라 보여진다.


혜종은 몇 번이나 시해의 위기의 순간을 넘긴다. 일명 왕규의 난으로 알려진 사건이다. 그런데 혜종은 그 일을 덮고 넘어갔다. 왜 그랬을까? 왕규는 당시 최고의 재상이었는데 반역을 시도하면서까지 손자를 왕위에 올리려 했던 것일까. 다만 고려사나 고려사절요 기록에는 이 일을 왕규가 주도했다 보았지만 추측일 뿐이다. 작가도 혜종의 동생인 요(후에 3대 임금인 정종)나 소의 소행이 아닐까 추측한다. 왕자 요와 소는 태조의 3번째 왕비의 소생들이다. 


혜종이 2년 만에 사망했다는 것도 의혹을 갖게 한다. 멀쩡하던 사람이 갑작스런 병사를 했을리는 없고 타살이지 않을까. 3대 임금 정종은  즉위하자마자 재상 투톱(왕규와 더불어) 중 하나인 박술희를 처단한 것을 보면 혜종의 사망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어쨌든 왕규는 후에 유배를 당했다가 결국 죽임을 당했고 난을 일으킨 주인공이자 역적으로 역사 기록에 남고 말았다. 그가 할 말은 없을까나.


정종은 고려사에 '불교를 좋아하고 두려움이 많았으며 도참을 믿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절에 어마어마한 클라스의 시주를 한 것만 봐도 불교를 좋아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혜종도 2년 만에 죽었는데 정종은 4년 만에 죽다니 참 우연 치곤 놀랍다. 아무튼 그렇게 왕자 소는 4대 임금 광종으로 즉위했다고. 


광종은 노비안검법 시행과 과거제 시행으로 역사 시험에 단골로 출제되기 때문에 익숙하다. 그러나 '광종 말년에는 세상이 어지럽고 참소가 일어나서 형벌에 연루된 이들은 대부분 죄가 없었고 역대로 공훈을 세운 신하와 경험 많은 노장들이 모두 죽음을 면치 못하고 사라져버렸습니다. 경종이 왕위에 오를 땐 옛 신하 가운데 남아 있는 사람은 40여 명뿐이었습니다.' 

이는 최승로가 올린 시무책의 언급에 나오는 표현 중 하나인데 이렇게 심했을까 싶지만 그만큼 숙청의 빈도가 많고 강도가 셌음을 방증하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광종의 첫째 아들이 5대 임금 경종으로 즉위한다. 그와 관련해서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전시과를 처음 시행한 것으로만 기억난다. 정치적으로는 그만큼 존재감이 두드러지지는 않는데 막판으로 갈수록 오락과 유희에만 집중한 끝에 사망한 것이 이유가 아닐까. 


경종에게는 2살 짜리 아들만 있었기 때문에 즉위할 수는 없었고 대신 사촌이자 처남인 개령군이 왕위를 이어받아 6대 임금으로 즉위했다. 성종 하면 최승로가 생각날 정도로 성종의 개혁에 최승로의 공로가 지대함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업적을 남기기는 했으나 전반적으로 불교를 배척하고 유교를 강화함으로써 사회가 이전보다 경직된 면도 있었다.


1권은 후삼국 시기부터 시작하여 고려를 통일한 태조부터 성종 시기까지를 다룬다. 기록이 빈약한 시기라 특히나 역사적 상상력과 추측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고려사와 고려사절요를 읽어보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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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12-15 0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어본 적 없군요 박시백, 이름은 한번 정도 들어본 것 같기도 합니다 역사책 잘 안 봐서 그렇군요 고려사도 그리게 됐나 봅니다 이 책 반긴 사람 많을 듯하네요 글로 보는 것도 괜찮지만, 그림과 함께 보면 재미있게 볼 테니...


희선

거리의화가 2023-12-16 22:02   좋아요 1 | URL
조선왕조실록도 그렇고 고려사도 그렇고 온라인에서 이제는 다 찾아보고 할 수 있지만 텍스트로만 되어 있는데다 건조한 문체기 때문에 재미를 느낄 수는 없습니다. 아무래도 만화로 캐릭터화시키니 진입 장벽을 허무는 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yamoo 2023-12-15 09: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박시백 역시 통사를 중심으로 만화를 구성해서 좀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고려사는 다시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문화사 측면에서의 발전은 상당한 진전이 있습니다만...가장 중요한 강역에 대한 연구는 아주 요지부동이라...
고려거란전쟁 드라마도 충실히 통사의 위치대로 청천강 유역에서 싸웠다고 나옵니다만...역사적 사실은 요하강 유역에서 싸웠다고 거의 모든 유물과 사서가 증명해주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 주류 고대사학계만 연구를 전혀 하지 않습니다. 연구할 거리가 넘치는데요...자기들의 학문적 기반이 무너져서 일부러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우리는 우습게도 거짓된 역사를 배우고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됩니다. 저는 그럴 가능성이 90퍼는 넘는다고 봅니다만..^^;;

거리의화가 2023-12-16 22:05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야무님^^ 저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 고려사는 변화된 사료 등을 기반으로 업데이트가 필요하고 여전히 발굴되어야 할 영역이 많은 역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맥락이 부족하여 읽으면서도 답답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다양한 연구가 이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