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힘>을 리뷰해주세요.
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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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하기를 좋아하는가? 호기심이 많은 편인가? 살아지면서 점점 세상에 대한, 타인에 대한, 자기에 대한 관심과 집중도는 줄어들어 세상에 익숙한 채로, 타인에겐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그들의 입장보단 나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그렇다고 지극히 나를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이것을 평범함이라고 알고서 살아간다. 8가지 질문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제대로 안다는 것이 무엇일까? 청춘은 아름다운가? 믿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왜 죽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질문을 다 열거하고 그 대답을 찾는 과정은 꽤나 철학적 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풀어놓기 마련이다. 어렵고 철학적이며 빙빙 둘러치자면 한도 끝도 없고, 두루 뭉실 에둘러 말한다면 쉬워도 아주 쉬운 문제들일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할까? 강상중의 선택은 둘을 합친 것이다. 진실에 접근하는 법은 결코 어렵지 않다. 사람들이 그 길을 알고 있으면서도 선뜻 발을 들여놓기가 두려워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지 진실과 상식은 언제나 함께 있었던 것이다. 항상 주위에 있어 그 소중함을 모르고 지내는 공기처럼. 우리의 인식과 함께 숨 쉬고 있었던 것이 진실임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무엇이 우리를 진실과 상식에서 벗어나게 만들었을까? 고민의 부재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현대사회에 완전 길들여져 있는 모습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진지함을 고리타분함으로 받아들이는 현대인들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다시 진지하게 나는 누구인지,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는 어떤 존재이며 정보가 아닌 지식을 바탕으로 존재에 대한 고뇌의 터널을 지나 무한히 아름답게만 펼쳐지는 환상적 현실이 아닌 약간은 비뚤어지고 왜소한 현실 속에서 두려움 따위는 없이 조금 더 뻔뻔스럽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위한 진실에 도달해야 한다. 말미에 강상중은 쑥스럽게 자신의 꿈과 좀 더 현실적인 꿈을 말한다. 비록 강상중은 편집 담당자가 웃음을 터뜨리도록 만들었지만 거기에서 좀 더 뻔뻔스러움으로 무장할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용기를 얻어간다.




*서평도서의 좋은 점 - 책을 부르는 책.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의 책들도 읽고 싶게 만든다. 

*서평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 핏줄 도서 - <소년의 눈물> 서경식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무리에서 캐릭터가 분명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사람들.

*마음에 남는 ‘책 속에서’ 한 구절 - p.136 결국 사랑은 어떤 개인과 개인 사이에 전개되는 ‘끊임없는 행위의 결과’이기 때문에 한쪽이 행동을 취하고 상대가 거기에 응하려고 할 때 그 순간마다 사랑이 성립되는 것이며, 그런 의지가 있는 한 사랑은 계속 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매 순간 둘 사이에 물음이 있고 서로 그 물음에 대해 반응할 의지가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p.148 살아 있는 이유는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이렇게 몇 백 년, 몇 천 년 계속되어 온 생명의 습관을 자기 대에서 끝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것이 바로 “살아 있는 것이 고통이라면 죽어도 좋겠지요.”라는 말을 끝내 하지 못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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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한 만찬>을 리뷰해주세요.
빈곤한 만찬 - 음식, 영양, 비만에 관한 과학적 진실
피에르 베일 지음, 양영란 옮김 / 궁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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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0쪽 넘는 분량을 통해서 작가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간단한 것일 지도 모른다.

   
  ... 그럼에도 우리는 봄날 온통 노란 유채꽃으로 뒤덮인 들판 군데군데 푸른빛 아마 꽃도 눈에 띄기를 꿈꾼다. 벌써 아마의 부활이 감지되는 걸 보니 새로운 농업의 시작을 알리는 듯하다. 우리는 옥수수가 계속 번창하리라는 사실, 즉 옥수수 없이는 살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이 작물에 덜 의존하기를 꿈꾼다. 해바라기로 뒤덮인 아름다운 들판과 함께 해바라기 씨앗으로부터 이른바 올레인산에 속하는 영양 많은 기름까지 얻기를 꿈꾼다. 우리는 가축들을 잘 먹여서 그 가축들이 우리에게 주는 버터, 치즈, 고기, 달걀이 영양가 많은 지방으로 탈바꿈하여 예전처럼 식품의 귀족으로 군림하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에방 차원의 건강 분야에서 농업의 비중이 커지고 제약업의 비중이 작아지기를 기대한다. 특히 진정한 의미에서 영양 교육이 널리 보급되어 전문가와 대중들 사이에 가로놓인 정보의 격차가 줄어들고, 확실하고 근거 있는 정확한 정보를 많은 사람이 공유하기를 소망한다. 요즘처럼 먹을거리가 넘쳐나고, 수요보다 공급이 지나친 구조에서 특히 어머니의 소비 선택이 자녀나 손자들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시대에는 영양에 관한 교육이 더욱더 중요하다...  
   
 
당뇨, 심장혈관계통질병, 비만 등의 문명병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본적? 물론, 없다. 고로 이제 영양학에 대한 무지함이 탄로 나는 순간과 놀람의 때만 남았다.  텔레비전 뉴스나, 비타민 같은 교양오락 프로에 어떤 음식, 과일이 몸에 좋다더라, 나쁘더라하고 나오면 흥미를 갖는 수준이 고작이었다. 우리의 식탁에서 동물성 기름이 사라진지 오래라지만, 그런 일이 오래전에 일어났었나, 원래부터 우리는 동물성 기름의 해로움 때문에 식물성 기름을 먹지 않았나하는 생각에 의아해했고 놀랐다. 나의 영양학에 대한 무지함이며 무관심이다. 

이제 놀람의 시간이다. 인류의 생성 때부터 우리의 유전자는 얼마나 진화했을까. 그 시간에 비해 인류의 유전자는 그다지 많이 진화하지 않았다. 소위 오십보백보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지방을 축적하는 유전자는 더욱 그렇다. 털복숭이 우리 인류는 추위, 맹수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지방을 축적했고, 적절한 순간에 그것을 소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 후손들은 그렇지 못하다. 자신의 발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리의 복부엔 지방들이 쌓여있다. 그렇다면 현대의 부끄러운 후손들은 생존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해 지방을 태우지 않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다이어트, 운동에 목숨을 걸기도 하는 것이 현대인들의 특징이니, 현대인들은 우리의 조상들보다 더 잘 먹고, 더 잘 살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일까? 지은이는 말한다. 현대인이 오염된 먹을거리를 먹기 때문이기 이라고. 생태계의 구조마저 흔들리게 하는 현대인들의 먹을거리는 우리를 문명병으로 직행시키고 있다고. 인간은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는 영양소들을 육류, 어류, 채소 등으로 보충한다. 이 과정에서 소, 돼지, 닭들은 본래의 자신들 먹이 대신 사료를 먹음으로써 영양소 불균형을 초래하고 이것은 고스란히 인간에게 전달된다. 이러한 사실들을 사례와 실험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려고 노력하지만 농업구조와 제약회사의 이해관계 등의 문제 때문에 바로 시정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우리는 열심히 운동하고 다이어트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제대로 먹이를 먹은 소, 돼지를 먹어야 하고 그런 닭이 낳은 달걀을 먹어야 하며, 그런 소가 만들어낸 유제품을 섭취해야만 하는 것이다. 사고의 확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내가 무얼 먹었는지에 따라 내가 누구인지, 내 몸이 어째서 변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약속한다. 제대로 실천하겠다고 하면 그 해결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말이다. 실천 방법이 어렵지는 않겠지만 많이 귀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간단하고 쉬운 것을 좋아하는 현대인이니깐 우리는.



 *서평 도서의 좋은점 - 우리가 지금까지 가장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가져봐야 하며, 의심을 품었다면 그것을 증명해 본다.

*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삶이 다이어트인데 살이 빠지지 않는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 속에서' 한 구절 - p.154 슈퍼마켓은 먹을거리가 재배되는 들판과 실제로 입에 들어가는 음식 사이에 받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p. 159 영양학에서는 그 자체로 좋은 식품이거나 그 자체로 나쁜 식품이란 없다. '좋은' 분자나 '나쁜' 분자는 아주 드물다. 문제는 불균형이나 결핍 상태, 과잉 상태인데 이러한 상태야말로 우리 식생활에 혼란을 일으킨다. 

p. 201 이쯤에서 내가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먹이사슬과 자연스런 영양 균형 문제를 다시 한 번 짚어보자. 임신한 서양 여자들의 모유에만 오메가6가 과도하게 포함되어 있고 오메가3가 결핍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너무 빠르게 변한 우리의 식생활, 지나치게 흑백논리로 단순화했기 때문에 왜곡되어버린 영양학 지식, 자연 순리를 거스리는 생산방식, 영양학에 대한 무지 같은 여러 가지 요소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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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난새의 내가 사랑한 교향곡>을 리뷰해주세요.
금난새의 내가 사랑한 교향곡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25
금난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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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금난새의 공연은 참 친절하다. 혹여 관객이 박수 칠 곳이 아닌 곳에서 실수를 할까 염려해 주고, 관객이 음악을 잘 감상할 수 있도록 감상포인트도 짚어주고, 관객이 클래식 악기에 생소해한다면 기꺼이 음을 들려줘 확인시켜준다. 이렇게 친절한 지휘자 금난새가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베를리오즈, 멘델스존, 브람스, 차이콥스키, 드보르자크, 라흐마니노프, 쇼스타코비치 10명의 작곡가의 인생, 인생관, 음악관을 풀어놓아 음악 천재들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며, 그들의 대표적 혹은 인상적인 곡들을 들려줌으로써 독자, 관객들이 그들의 곡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혹 누군가는 소개된 음악가들이 너무 대중적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클래식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위의 음악가의 이름은 들어 본 적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종종 헷갈린다. 작곡가와 음악의 매치가 틀리는 경우가 생긴다. 어쩌면 그 곡을 작곡할 때 작가의 물리적, 정신적 상황이 어떠했는지, 혹은 그의 음악관이 어떠했는지, 살아온 인생의 길이 어땠는지를 알지 못해서 일 것이다. 음악에 대한, 악기의 정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라기 보단 작가의 생을 이해하지 못하고, 작가의 시대를 알지 못해 그들의 음악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할아버지가 손자들에게 옛날 얘기를 해주듯 지휘자 금난새는 친절하고 자상하게 설명해 준다. 가끔 발음하기도 쉽지 않은 음악용어가 나오면 살짝 비켜 설명까지 겻들이면서 말이다. 그러면 어느새 음악을 틀을 차례가 온다. 여기서도 금난새의 친절함과 자상함은 계속된다. 음표들의 멜로디를 알기 쉽게 말로 풀어쓰기도 하고, 곡 연습할 때 연주자들에게 요구했던 연주 스타일, 자신이 느꼈던 감정 등을 들려주어 곡 이해를 도와준다. 그러면 어느새 과연 눈으로 들은 곡들이 정말 이런 느낌일까하는 궁금증이 생기게 되고, 곡들을 들어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왠지 할아버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의 사탕발림에 넘어간 느낌이지만 꽤 기분좋은 꾀임이니 그냥 그 꾐에 넘어가 보자.

* 서평도서의 좋은 점  - 아는만큼 보이는 그림처럼, 아는만큼 들리는 교향곡.

* 서평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 핏줄 도서' - 작가: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1,2 > 내용: 박종호의 <내가 사랑한 클래식1,2>

*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유명한 클래식 곡을 들었어도 작곡자와 음이 긴가민가 헷갈리는 사람.

* 마음에 남는 '책 속에서' 한구절 ㅡ p.63 바로 이 고통스러운 시기에 교향곡 사상 찬연히 빛나는 모차르트의 3대 교향곡이 작곡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예술가의 고통은 곧 인류의 행복인 것일까요? 

p.87 베토벤은 음악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음악가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그가 남긴 다음과 같은 말에서도 그러한 신념과 자부심이 드러납니다. "음악은 어떤 지혜나 철학보다 더 높은 계시이다." 

p. 90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주고 형벌의 고통을 감수한 프로메테우스처럼 베토벤은 청각상실의 고통을 이겨내고 아름답고 고결한 음악을 창조했습니다. 인류의 가슴을 뜨겁게 지필 수 있는 음악이라는 불을 가져다준 베토벤. 그는 음악의 프로메테우스였습니다. 

p.91 "어떤 형식이든 아름다움을 위해서라면 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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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를 리뷰해주세요.
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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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최고의 그룹 스맙의 멤버이자 국민배우(?)인 키무라 타쿠야가 2008년 출연했던 정치드라마 <체인지>가 떠오른다. 가계를 잇기 위해 시골의 초등학교 교사가 국회의원이 되고, 초선의원이 정치권의 파워게임으로 인해 일본총리가 된다는 현실에서 0 %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드라마이다. 드라마 얘기를 좀더 하자면 키무라가 연기했던 아사쿠라 케이타는 뽀글머리 정치 문외한이다. 그런 그가 우연한 기회에 국회의원으로 총리대신이 되어 연금문제, 비리사건, 재해사건, 미국과의 경제협상 등의 일을 해결해 나간다. 이 드라마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혀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단어들을 써가며 자신이 최고 전문가이며 자신들의 정책이 국민을 위한 최고의 정책이라고 주장하는 노회한 닳고 닳은 정치가들에게 아사쿠라가 자신이 초등학교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설명해달라고 하는 장면이었다.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라면 국민 대부분도 그럴 것이니 알기 쉽게 설명해달라는 것. 또 한장면은 마지막에 결국 아사쿠라가 사퇴하면서 하는 연설이다. 연설이 길어서 전부 기억할 순 없지만 골자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설명되어 있으며,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그대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하며 초심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을 다짐하는 장면이다. 아무리 드라마이라지만 아사쿠라를 보면서 실제로 교과서에 설명되어 있는 그대로 정치를 하는 혹은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교과서적(?) 정치인이 있을까하는 의문과 동시에 바램을 가졌었었다.  

<후불제민주주의>로 돌아와서 유시민은 아사쿠라의 그 기준을 '헌법'에 둔 것 같다. 딱히 기준할 것이 없어 찾다보니 그래도 가장 만만하고, 수긍할 수 있는 것이 '헌법'이라나. 그 생각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생각해 보면 진정 그러하다. 입법, 행정, 사법의 삼권분립이 이루어졌어야 하나 지금은 그렇지 못한 것 같고, 그나마 억울하고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헌법'에 의존하고 있으니 말이다. 유시민은 헌법의 '당위'를 강조하지만 너무 강한 긍정은 부정을 암시하니 어째 '헌법'의 위치도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아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더불어 책의 3분의 2를 차지한 '권력의 실재'파트는 왠지 작가의 장관시절, 국회의원시절의 회고적 냄새와 변명의 기저가 깔려있는 것 같아 껄끄러움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체인지>드라마에서 가졌던 나의 바램이 유치한 환상임을 또한번 절감했다. 그냥 가만히 있지. 불쑥불쑥 등장하는 '사실은... 그때는 그런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원래 의도했던대로 되지 않고...' 뭐 이런식의 에피소드가 등장할 때마다 이면의 모습을 접한 신선함보단 책임회피처럼 느껴졌을 뿐이다. 작가는 이명박정부를 맹렬히 비난하나 대한민국의 그냥 평범한 국민인 본인은 이명박정부의 보수나 노무현정권의 진보나 모두 그 나물에 그밥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진짜 국민을 위한 정치가는 없었고, 없는 것 같다. 작가의 말처럼 우린 아직도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해선 아직도 치루어야 할 비용이 많은 듯 하다. 그래도 민주주의에 한발짝 다가서기 위해선 진보를 선택해야 하나.

*서평도서의 좋은점 - 글이 대체로 짧다.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정치얘기가 짧게 끝나 그나마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정치경제(지금도 수업이 있는지는 모르겠다;;)시간이 지루했던 성인이나 지루한 학생들. 

*마음에 남는 책속의 한 구절 - p.71 사회는 매우 다양한 신념과 이익이 서로 의존하고 경쟁하면서 균형을 이루고, 그 균형 상태가 점진적으로 변화해가는 지적(知的)생태계 또는 이해관계의 생태계라고 하는 편이 더 나을지 모르겠다. 

p. 92 인류 역사에서 실제 나타난 적이 있거나 이론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다양한 국가 형태 중에서 가장 뒤늦게 나타나 지구 전체에 퍼져나간 것이 민주공화국이다. 고도의 지성적 사유 능력을 가진 인간이 지금까지 지구 행성에서 일어난 생물 진화의 최고봉이라면, 민주공화국은 호모사피엔스의 문명사에서 일어난 제도 진화의 최고봉이다. 민주공화국은 두 개의 토대 위에 선 문명의 건축물이다. 하나는 개인의 자유를 토대로 한 법률 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인격적 가치의 평등을 지향하는 복지 시스템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이 둘 모두를 명문화했다. 

p.167 대중의 선택을 무조건 찬미하는 지식인과 언론인, 정치인들을 경계하자. 현대는 권력자의 시대가 아니라 대중의 시대이다. 권력을 비판하는 지식인은 많지만 대중을 비판하는 지식인은 드물다. 국민이 왕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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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를 리뷰해주세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 2008 촛불의 기록
한홍구 지음, 박재동 그림, 김현진 외 글, 한겨레 사진부 사진, 참여사회연구소 외 / 한겨레출판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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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대한민국을 들끓게 했던 촛불에 대한 당신의 기억은 어떠합니까. 

윤형근(모심과 살림 연구소 소장) - 지난 봄에서 여름, 자주는 아니지만 광장에 나갔다. 어린 중고생부터 어르신들까지 처음 보는 사람과도 서먹함 없이 먹을 것, 마실 것, 촛불 꽂힌 종이컵과 자신의 생각을 나누던 서울광장 혹은 청계광장에서 구호도 외치고, 동료들과 술잔을 기울였다. 촛불은 나에게 우정과 환대의 공동체에 대한 설익은 경험 같은 것이었다. 

송경재(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 - 운이 좋게도 2008년 5월 4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를 보았다. 마침 일이 있어서 그 곁을 지나던 차였는데, 그 촛불집회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그 뒤 여러 차례 집회에 나가면서 웹 2.0 방식으로 네트워크화된 시민운동의 새로운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10대 청소년 학생들, 사이버 커뮤니티 운영진과의 인터뷰 경험을 통해 내가 알고 있던 하향식 시민운동문화와는 다른 '유희와 삶의 시민운동', 나아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네트워크 시민운동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한홍구(성공회대 교수) - 처음에는 미안하기도 하고 궁금해서, 나중에는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거의 매일 촛불집회에 나갔다. 집에 돌아간 뒤에 더 재미있는 일 생길까봐 늦게까지 자리를 지켰다. 평소에 평화교육, 민주시민교육을 통 크게 해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2MB덕에 감동적인 '국민MT'를 한 뒤 그 감격 오래 간직하느라 학생, 학부모, 동네 주민과 함께 서대문경찰서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통령이 군림하는 나라에서 근현대사를 공부한 좨로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임시정부와 제헌헌법의 주요 내용을 외치고 있다. 국가보안법 없는 세상, 전투경찰 없는 세상을 꿈꾸고, 어디 존경할 만한 보수 한 분 없을까 두리번거리고 있다. 

박영선(참연연대 기획위원장) - 촛불이 밝혀진 곳이라면, 부지런히 쫓아다니긴 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구경꾼, 기껏해야 관찰자 처지일 수밖에 없었다. 낡디낡은 머리와 전혀 뜨겁지 않은 가슴을 가진 나로서는 촛불시민의 말과 몸짓을 이해하기는커녕 따라하는 것조차 버거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들을 부단히 좇은 덕에 때묻고 닳아빠진 나 같은 사람도 촛불의 영혼을 아주 미약하게라도 마음에 새기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명원(문학평론가, 지행네트워크 연구위원) - 촛불 국면 당시에 집회가 벌어지던 광화문 일대를 끝없이 이동했다. 대중들의 다채로운 표정들을 관찰하고 의미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온 새벽, 인터넷 생중계를 보고 아고라를 검색하는 일에 골몰했다. 책상 위에서 촛불에 관한 몇 편의 글을 썼지만, 가슴은 숯검덩이처럼 타버리는 것 같았다. 

박재동(한국종합예술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과 교수) - 처음엔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러다 장관 고시가 강행되고 나서는 광장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광장에서 만화연대회원들과 함께 시민들의 캐리커처를 그려주다가 나중에는 이 놀랍고 역동적인 역사의 현장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몸이 몹시 좋지 않아 두세 시간만 그리다가 들어가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막상 현장에 서고 보니 시민들의 물결 속에 함께 싸여 있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라 도저히 집에 갈 수가 없었다. 결국 밤을 꼴딱 새고 며칠을 누워 지내고 또 나가고..... 그러면서 대단히 많은 것들을 그렸고, 그려주었다. 진한 감동이었다. 특히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토론하는 모습, 노래와 춤으로 혹은 연주로 자신들의 주장을 표현하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광화문 네거리에 누워 하늘을 보는 기분아란! 

차병직(변호사,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 고려대와 이화여대 겸임교수) - 광장의 구석에 서서 바라보기도 하였도, 차를 타고 지나친 적도 있었다. 가장 많이 한 일은 100일 동안의 행동에 대하여 쓴 글 읽기와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 듣기였다. 미래를 위한 명료하고 희망적인 결론은 어렵겠구나 하는 감상이 들었다.  

오건호(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 주말 촛불집회 때 지인들과 약속을 정해 거리 '야유회'를 가졌다. 주로 시의회 앞에서 모였고, 행진이 시작되면 뒤편에서 불을 밝히는 '일반시민'이었다. 광화문 대로에 옹기종기 앉아 광장의 해방감을 맛보았고, 곳곳에 흐르는 발랄한 구호들을 듣는 즐거움도 컸다.  

김현진(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전문사 재학) ㅡ 회사를 다니면서 퇴근 후에는 시위 현장에 매일 출근했다. 그 현장에는 주 5일 근무가 없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서울의 모든 랜드마크에 슬프고 비통한 기억을 심어 주었고, 그 와중에 몸에 몇 군데의 지워지지 않을 흉터가 생겼고, 형광색소에 맞아 아끼던 원피스가 다 망가져 정신적 외상을 입었다. 아가씨 몸에 흉터나 만들고 예쁜 옷이나 망치는 게 무슨 정부냐! 하고 지극히 개인적이고 편협한 분노를, 매우 진지하게 했다. 

신진욱(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ㅡ 5월부터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카메라와 MP3를 바지주머니에 찌르고, 한 손에는 종이와 펜을, 다른 손에는 손 팻말과 팸플릿을 들고, 서울광장과 광화문, 종로와 을지로를 쏘다녔다. 덕분에 무척 날씬해졌다. 그런데 손이 모자라서 한 번도 촛불을 들어보지 못했다. 그게 제일 아쉽다. 

주요섭ㅡ 주중에만 서울에 머물렀던 상황에서 주로 초록정치연대 회원들이나 한살림 회원들과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 "생명이 먼저다"라는 손 팻말을 들고. 밤새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시민들의 자유는 참 아름다웠다. 특히 생명평화운동 단체들과 함께 준비하고 참여했던 7월5일 국민승리대회는 감격적이었다. 나에게 촛불은 은하수이다. 우주적 공명을 일으킬듯 광화문에서 남대문까지 물결치듯 장엄하게 흐르는 은하수. 

최현주(참여연대 교육홍보팀장) ㅡ ....2008년 여름 내내, 촛불 속에 있었으나, 집회 현장에는 많이 머물지 못했다. 민주주의 축제에서 시민단체가 시민들과 함께 어울리기 위해서는 다야한 실무가 필요했고, 그 실무들에 갇혀 대체로 사무실 밖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 짜릿한 광장의 경험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것이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대한민국 평범시민) ㅡ 안타깝게도, 부끄럽게도 촛불 속에 나는 없었다. 내가 고작 한 일이라곤 언론에 촛불에 관련된 소식이 보도될때 마다 손 불끈 쥐고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던 것 뿐이다. 현정부의 최우선에 국민이 없음을 알고 분노했지만 나는 촛불시위에 참여할 능동성은 발휘하지 못했다. 한편으론 군홧발에 짓밟히는 여대생을 보고, 물대포에 몸이 휘청이는 청년을 보고, 경찰의 진압 방패,곤봉에 찍히고 맞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분노와 함께 두려움도 느꼈다. 지금은 그 아름다웠던 촛불 속에 없었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반성을 안고 만일 다시 한번  부당함에 맞서 촛불이 대한민국을 수놓는 날이 온다면 기꺼이 행동하리라 결심해본다. 

*서평도서의 좋은점- 생동감 넘치는 사진들이 철저히 촛불집회에 대한 망각을 막아준다.

*서평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 핏줄 도서- 고병권의<추방과탈주>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촛불시민.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구절 - p.134 ~135 촛불집회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는 정치적 목적을 잃지 않아야 살아난다. 단순히 문화행사라든지 순수한 목적의 이벤트라고 변명한다면, 장기간의 촛불집회는 과도한 축제요 무질서한 운동회라는 냉정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오직 구체적 정치 현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그 관철을 위한 행동으로 나선 것이라고 해야 정당성을 부여받는데 더 유리하고 떳떳할 것이다. 초중고생이나 유모차 부대의 참여의 의미를 부각하기 위해 정치 행동의 진의를 가리거나 희석할 필요가 없다. 어린이들이나 학생의 참여는 그 성격의 범위 내에 합당한 해석과 의미를 부여하면 된다. 촛불집회의 스포츠화나 축제화가 행동의 부분적 위법성을 정당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목적적이고 정치적인 행동일 때 촛불집회는 계속 의의를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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