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보다 요리였어 - 신의 직장을 벗어나 주방에서 찾은 진정한 꿈과 행복
안주원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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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주변의 지인들을 보면 그들과 같은 재능이 있다면 혹은 그들이 몸담고 있는 직장이 있다면 부러울 것이 없겠다, 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그것이 10대였을때는 성적표였을 것이고 20대 초반에는 대학의 이름이었겠지만 30대가 된 지금은 직장이자 그들이 만들어가는 하나의 가족의 모습일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와는 다른,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가진 그들이지만 늘 무언가에 쫓기며 아등바등 하며 지내는 모습을 보면 왜 그들은 아직도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을까, 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 내가 이 책의 주인공인 저자를 만났더라면 똑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지금 있는 그 곳이 천국이니 그냥 그 곳에 있으라고 말이다. 누구나 부러워하고 있는, 심지어 어느 나라를 가든 입국 심사대에서 '구글'에 근무한다, 라는 말 한마디면 프리패스처럼 통과할 수 있는 그 곳에 있는 그녀는 돌연 자신이 있는 곳이 과연 맞는 것일까? 라는 의구심을 품게 된다.

 

 대리로 승진이 되었다. 당연히 좋았다. 당연히 신났다.
 
그런게 말이지. 무언가 찝찝했다. 무언가 허무했다
.
 
별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이 칭찬을 받으니, 죄책감과 함께 일에 대한 괴리감이 점점 커져갔다. 그러면서 입사 최종 면접에서 톰이 물어봤던 질문이 생각났다. 왜 구글에 입사하고 싶은지. 그리고 내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답을 하지 못했던 기억도 되살아났다. IT에 관심도 없는 주제에 있는 척하며 회사 이름과 복지만 보고 들어오려던 자에 대한 경고였던 걸까. -본문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사그라들게 되면서 그녀는 자신이 현재 놓여 있는 위치 속에서 일렁이게 된다. 이곳이 맞는 것일까? 라는 질문을 다시 하게 되던 그녀는 요리 학원에 등록하게 되면서 그 안에서는 그 어떠한 공통점도 없는 이들이 밀가루를 만지면서 그 안에서 요리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즐거움에 빠져 있게 된다. 문화 센터라는 작은 공간에서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듯이 세상의 모든 싱그러움을 담아 다시 태어나고 있는 듯한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에 나는 무슨 일에 이토록 빠져 해본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내일이면 이제 본격적으로 누나의 꿈을 향한 긴 여정의 첫발을 내딛는구나.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서 준비한 만큼 이번 여행이 누나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고 행복한 미래를 위한 방향성을 제시해줄 거라 생각해.
 
요새 누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몸에 꼭 맞는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 들어. 예전에 회사 다닐 때의 누난 바쁘고 화려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진정한 행복'을 찾지 못한 느낌이었거든. -본문

 

 그렇게 그녀는 모든 이들이 꿈꾸어 오던 구글을 벗어나 새로운 세상으로 도약하기 위해 발을 내딛고 있다. 너무도 안정적이면서도 탄탄대로였던 그 길을 뒤안길로 만들어 버리고 앞으로 어떠한 일이 펼쳐질지도 모를 그 길을 가려하는 그녀를 보면서 대단하다, 라는 생각과 함께 과연 나는 그녀처럼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던져보게 된다. 늘 입버릇 처럼 난 그렇게 할 수 있어, 라고 말하곤 했지만 실제 그 모습을 실행하는 이를 보며 나의 다짐이 진심이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그녀의 모습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다양한 도시를 돌며 그 곳의 먹거리를 맛보며 그녀는 이제 컴퓨터를 마주보던 모습이 아닌 조리복을 입고서는 주방에 서 있는 모습이 더욱 익숙한 모습으로 변모하게 된다. 요리를 할 때 가장 순수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말하며 웃는 그녀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이 안의 도전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었는지 새삼 느낄 수 있는데, 여전히 모니터 앞에서 종종 거리고 있는 나에게 하나의 카타르시스를 전해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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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시작 / 고도원저

 

 

 

독서 기간 : 201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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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들을래
민지형 지음, 조예강 그림 / 이답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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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들을래? 라는 제목을 보면서 책을 통해서 무엇을 들려주려는 것일까, 라는 궁금증이 인다. 그렇다고 설렘으로의 궁금증이 아닌 과연 이게 뭘까? 하는 물음표 가득한 호기심이 더 깊은 것이었는데 책을 펼치는 순간, 눈물이 핑 돌기도 하고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그 어디에도 흘러나오는 노래도 없었음에도 가슴이 따스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울림을 전해주기에, 발목만 담그려 들어갔던 물가에 어느 새 첨벙 빠져들어 물장구를 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늘 그녀가 그 말로 나를 할퀴려고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게 방어적으로 자신이 상처받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공연히 손톱을 세우는 신호 같은 것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내가 지겨워할 만큼 여러 번 그녀가 그 말을 끝내 입 밖으로 꺼내는 동안 그녀가 받았을 크고 작은 상처들을 생각하니 아득했다. –본문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전철 안에서 울컥하는 눈물을 몇 번이나 참았는지 모른다. 그렇게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은 누구에게나 있었을 법한 지나간 그 시절의 이야기에 대해서 담담하게 그리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는 풋풋한 20대의 모습을 안고 있기도 하거니와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이별을 그려내고 있기에 그 때의 내 모습이 떠올랐던 것 같다.   

 졸업 마지막 시즌을 남기고서 마주한 헤어진 두 연인은 졸업 이수를 위한 1학점을 위해 함께 왈츠를 추고 있으며 그 수업 기간 내내 그들의 이야기는 오버랩 되어 전해지고 그 이야기들은 언젠가의 내가 지나왔던 모습 같기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뭉클해지기도 했다. 

 그는 옷매무새를 다시 하고, 괜히 목청을 몇 번 가다듬는다. 그리고 천천히, 신중한 발걸음으로 계딴을 하나씩 올라간다. 무슨 말을 할까.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갈 수 있을까. 그는 오랜만에 자신의 심장 박동을 느낀다. (중략)
 
그리고 드디어, 그가 그녀의 앞에 선다. -본문
 

 영화 노팅힐의 한 장면과 같은 모습이 이 안에서도 다시금 펼쳐지게 된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낯선 곳에서 누군가를 계속 마주하게 되는 인연의 끝을 보면서 그들의 새로운 시작이 어떻게 이어져 나갈지,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없지만 그것만으로도 풍성한 이야기가 되어 따스하게 전해진다. 

 처음에는 과연 책으로 무엇을 들려주려는 것일까, 라고 생각했는데 읽는 내내 그저 마음이 따스해지며 조금씩 차오르는 느낌이다. 편안하게 무언가 헛헛할때 내 가슴이 여전히 뛰고 있다는 것을 알려줄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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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속에 종이 울린다 / 최돈선저

 

 

 

독서 기간 : 201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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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끝을 보여주지 않아 - 노래하는 여자의 여행 에세이
그네 지음 / 이담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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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일주일 남짓 인도에 시장 조사를 갔던 나는 처음 인도에 도착하자마자 엄습해 오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너무도 동그랗게 눈을 뜨고서는 우리 일행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그들이 마치 우리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어 갈 것만 같은 생각에 나는 그들을 외면하고서는 오히려 냉랭하게, 심지어는 날카롭게 그들을 대하곤 했었다. 이 팽팽한 긴장감이 풀어진 것도 이틀 정도가 지나서 그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것이 그저 순순한 호기심에서 발동하는 것이란 것을 알게 된 이후, 나는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그들의 따스함을 마주할 수 있었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드디어 인도에 도착.

'여긴 대체 어디지, 이 냄새의 정체는 뭘까?'
'
이 많은 사람들은 왜 이렇게 뚫어지게 나를 쳐다보는 걸까
?'

두려워하지 말자
.
그러 여기도 사람 사는 세상
.
그 일부일 뿐이니까. -본문


처음 이 이야기를 마주하고서는 그녀가 느꼈던 왠지 모를 깨름칙함을 똑같이 느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편안하게 다가오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누군가가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 느껴지는 친밀함. 그것은 이 책을 읽는 내내 전해져오는 끈질긴 인연의 끈처럼 전해졌다.


 
너무도 다른 풍경 속에 우리와는 너무도 다른 그들의 삶. 그러나 그들은 너무도 평안하게 오늘을 보내고 있다. 나 혼자만 이방인이 되어 버린 그 그림 속에서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종종 거리고 있던 그녀에게 인도의 엄마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서는 두려워하지 말고 즐겁게 여행하라며 환한 웃음을 전해주고 있다. 어디서든 엄마의 따스함은 우리의 마음을 녹이듯, 타지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들고 있던 그 순간을 설렘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엄마의 왼손 약지에는 반지가 없다. 15년을 넘게 그저 자식만 보고 사셨다.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자신을 가꾸는 것에 신경쓰지 않고 산 그녀는 언제나 당신 자신보다 오빠와 내가 먼저였다. 마르고 작은 왜소한 몸이지만 보기보다 훨씬 강한 분이다. 그녀가 울고 웃을 때 그 눈동자 속에는 항상 내가 있었다.
때때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았을까. 외로움에 몸서리쳐지는 날들은 또 얼마나 되었을까. 그 마음을 이해하려면 부모가 돼야 할까? -본문


여행을 통해서 그 동안에는 자신 안에 있는 줄도 몰랐던 먹먹함을 마주하기도 하고 시끌벅적한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뒤를 지키고 있던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세상의 더 넓고 다양한 것을 만나면 만날 수록 그녀는 자신 안에 담겨 있던 케케묵은 것들을 하나씩 꺼내어 드러내고 있었고 이것이야 말로 자기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바라보게 하는 진정한 여행의 모습이듯, 그녀는 그녀 안에 있는 것들을 인도에서 새삼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태연히 새로운 공간을 향해 내딛었지만 그녀 안에는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넘어 그녀가 이 땅을 내딛었을 때 비로소 그녀의 삶을 물론이거니와 이전에는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새로운 인연도 만나게 된다. 인도에서 돌아온 지금도 이전처럼 막막하고 두려운 날들이 다가오기는 하지만 이전처럼 외면하고 숨기만 하지 않는다고 당당히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이 여행이 그녀를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저 그녀의 길을 동행한 것만으로도 이토록 위안이 되는 것을 보면 그녀의 발걸음걸음이 얼마나 당당했던 것인지를 알려주는 것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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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인도 / 이상혁저

 

 

 

독서 기간 : 2015.06.0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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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하루 - 소소하게 사랑하기 좋은 하루
김영주 글.그림 / 42미디어콘텐츠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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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남녀의 소소한 연애 이야기를 담아 놓은 책이다. 제목과 같이 그들의 평범한 일상 속에 녹아 있는 연애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소소라는 남자와 하루라는 여자의 이야기이기도 한 셈이다.

 
 

귀여운 그림체의 에세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번의 계절을 넘기면서 그들의 일상을 전해주고 있는데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피식 웃음이 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전해지는 것은 초록이 가득한 봄날의 설렘과 같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그런 느낌이 난다 


 
  

  연인과 함께 있을 때면 시간의 절대량이 줄어든 것 같은 착각에 늘 빠지기에 헤어질 때면 아쉬움을 밀려든다. 언젠가는 함께, 같은 집으로 들어갔으면 하는 이 알콩 달콩한 바람을 연인들이라면 한번쯤은 꿈꾸었을 것이다.

일년이라는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간다. 이들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알 수 없겠지만 그들이 마주보고 있는 이 시간 동안만큼은 변함 없이 서로만을 바라보고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소소한 하루처럼 나의 연애도 달달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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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줄짜리 러브레터』 / 김재식저

 

 

 

독서 기간 : 201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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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이방인
이창래 지음, 정영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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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계 미국 작가이며 언제부터인가 노벨문학상 후보로 늘 거론되는 이창래 작가의 이름을 익히 들어왔으며 그의 책을 읽어봐야지, 라는 생각을 했으면서도 책장에 하나 둘 사 모아놓기만 했지 실제 그의 작품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것도 없었지만 한국계 미국작가라는 그가 늘 내어놓는 이야기가 우리의 지난 역사를 기반으로 하여 작품에 녹아있다는 것을 보면서, 나는 이 나라에 살고 있으면서도 그다지 관심도 가지지 않고 흘러보내기만 하는 지난 기억들에 대해서 그는 무엇을 그리 이야기하고 싶었기에 늘 한국의 틀을 벗어나지 않고서는 작품속에 담아내는 것인지 그것이 궁금했었다. 

 이번 <영원한 이방인>이라는 책의 내용 역시 헨리 파크라는 한 남자의 뿌리에서 시작된다. 사설 탐정소에 근무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아내인 릴리아에게마저도 철저한 비밀로 부치고 있다. 그녀는 헨리가 어떠한 일을 하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어찌되었건 자신에게 숨기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이 문제를 시작으로 '낯선사람, 스파이, 반역자, 불법외인' 등의 목록을 남겨둔 종이만이 덩그러니 남겨진 채 헨리는 혼자가 되고 만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그곳에서 대학까지 나와 번듯한 직장을 다니고서 미국인 아내를 맞이하여 미국 시민권자로 평범하게 살고 있는 그를 보았다면 나는 그를 '미국인'이라고 너무도 당연히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 그는 미국인이다. 그의 외형은 아시아계의 모습이지만 그는 미국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릴리아는 물론이거니와 헨리 스스로도 자신이 서 있는 이 곳에서 자신이 철저히 미국인이라는 생각보다도 이 곳에 서있는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멍해지곤 한다. 

 어머니 같으면 그 상처받고 침략당한 한국적 방식으로 그를 믿지 말라고, 이 영리한 일본인을 믿지 말라고 충고했을 것이다. 하긴 어머니는 릴리아와 결혼하는 것도 반대했을 것이다. 그 기다란 영국 국교의 여신 같은 여자는 네가 자는 동안 쉴 새 없이 네 몸의 치수를 재고, 계속 둘 사이의 엄청난 차이를 살피고, 그렇게 차이가 나는 면들을 하나하나 꼽을 거라면서. –본문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갔던 이들이 헨리를 보았다면 너무도 완벽하게 뿌리내린 그의 모습이 대견스러우면서도 부럽게만 느껴졌을 것이다. 이미 그들의 삶 안에 속해있고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라며 그를 바라볼 것이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가 그러했듯 그 역시 남들이 보기에는 이미 동화되어 버린 그 안에서 자꾸만 자신의 이질적인 면을 찾아나가게 한다. 그것은 그가 자랐던 유년시절의 가정의 모습도 녹아 있었고 그가 평소 관심을 보이던 시의원 존 강을 조사하면 할 수록, 그와 비슷한 자신은 과연 누구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반문을 하게 되는 것이다. 

 대중은 주류의 경험과 문화 이외의 모든 것을 위협적이거나 위험한 것으로 보게 될 수 있거든. 지금 폐쇄적 태도가 생겨나고 있네, 헨리. 느리지만 꾸준하게. 누가 여기에 살 권리가 있느냐, 누구를 여기 사는 사람으로 쳐 줄 거냐 하는 범위를 좁혀 가는 거지. –본문 

 그들 안에 살고 있으면서 거리에 들려오는 수 많은 언어 중 그가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다. 그 안에 속하든지 아니면 빠져 나와 꺼져 버리든지. 헨리의 상념을 파고들면 들 수록 이 안에 담겨 있는 타인의 얼굴을 하고서 그들 틈에 살을 비집고 살고 있는 이민자들의 삶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존재하면서도 투명인간처럼 느껴지는 그들의 삶에 대해서 나는 왜 무조건적인 동경만을 해왔던 것인지. 헨리 파크로 살아가기 위해 박병호가 감내해야 했던 아린 나날들을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다시 읽어보며 곰곰히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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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픈 열도 / 김충식저

 

 

 

독서 기간 : 2015.06.25~06.3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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