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의 러시아로 떠난 네 남자의 트래블로그 러시아 여행자 클럽
서양수.정준오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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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업무상 TSR에 대해서도 종종 다루긴 하면서도 그저 화물을 보내는 철도라고만 생각했다. 이것이 유럽과 시베리아를 연결해 주는 철도이면서도 러시아의 발전을 가져오게 한 주요한 철도였음에도 그저 나는 그것이 세상의 가장 긴 철도라고만 알고 있었을 뿐 그 어떠한 관심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특히나 여행에 대해 생각하는 때에도 우리나라 인근의 일본이나 중국, 대만, 홍콩 등 주변국들에 대해 한번씩 생각해 보았음에도 러시아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떠올려 본 적이 없다. 어찌보면 우리나라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도 않은 곳이지만 왜 나에게 있어서는 러시아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들보다도 멀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나에게는 그저 지구 상에 존재하는지도 별 관심 없던 이 곳을 왜 이 책 안의 4명의 남자들은 대담한 여행을 떠나게 했는지. 과연 이 안에는 어떠한 매력이 담겨 있길래 이들을 떠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알 수 없는 호기심에 책을 펼쳐보게 된다.


 

 사실 엉뚱한 4명의 남자라는 생각에 펼친 그들의 스펙을 보노라면 입이 절로 딱 벌어지게 된다. 방송사의 PD로 일을 하다 휴가만은 놓칠 수 없다며 떠난 이도 있고 2006년 대한민국 최초 우주 선발인에 도전했던 이도 있고 금융권 공기업에 안착했으나 이 모든 것을 두고서는 떠난 이도 있고 3억 가까운 비용을 지원 받아 공모전을 진두지휘한 이도 있고. 그야말로 이 네 남자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그들의 이 놀라운 조합은 러시아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지 궁금증이 일렁이다 못해 페이지를 빠른 속도로 넘기게 된다.


 나도 사실 러시아가 이렇게 좋아질 줄 몰랐다. 그런데 이걸 어째. 이미 그 맛을 알아버렸다. 한맏디로 꽂혔다. 상상하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한 상상 이상의 즐거움.
 
조금은 거칠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러시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에게 너무 알려져 있지 않은 은둔의 장소. 가치를 발견하는 이들에게만 그 농밀한 속살을 조금씩 내보일지니. 나 혼자 알고 있다가 죽기에는 도저히 입이 간지러워 못 참겠어, 대나무 숲에 소리 지르러 온 충신의 마음으로 키보드 앞에 앉았다. -본문
 

 평범하지 않은 이들의 조합이었지만 여행의 의도만큼은 너무도 평범했던, 아니 오히려 순수하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그저 러시아라는 새로운 곳을 알아보고자 하는 그 마음이 뭉쳐서 떠나게된 그들은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술을 도란도란 나눠마시며 그제서야 그들이 러시아에 들어서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까 그들 역시도 러시아에 대해 무언가를 다 알고 떠난 것이 아닌 그저 떠나보자, 라는 마음으로 이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러시아라는 이름보다도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 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 등의 거장들의 이름이 더 익숙하게 다가오는 이 모습을 보며 그들을 품고 있던 러시아는 과연 어디일까, 라는 물음을 갖게 한다. 러시아의 붉은 광장을 보면서 사실은 붉다라는 단어 안에 아름답다라는 뜻도 함께 있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붉은 광장은 아름다운 광장이라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배우기도 하고 아름다운이라는 형용사를 거침없이 붙이는 이 낯선 러시아의 매력을 조금씩 벗겨내어 전해주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러시아가 이런 곳이었구나, 를 새삼 느끼게 된다. 

 

 사람들은 넵스키 대로에 볼일이 있어서 오지만, 넵스키 대로에 들어선 순간 그 일을 잊고 만다. 그저 그 거리에 취해 거닐 뿐이다. -본문 

 

 커피는 미국인이라는 재밌는 번역의 카페에서 한잔의 커피를 마시며 피의 사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이야기만 들어봤던 백야의 넵스키 대로를 그들과 함께 거닐면서 함박 웃음을 띄워보기도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줄을 알았지만 그 가치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던 러시아라는 보석의 대륙에 대해서 곁에 있지만 그 진중한 의미를 몰랐던 친구처럼 어느 새 따스하게 그 모습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이 유쾌발랄한 네 남자의 여정이 다시 시작되길 바라며 그들의 다음 행로는 어디로 향하게 될지 다시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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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길 1만 3000km를 달려간 취재기행 20여 도시의 풍물, 사랑과 열정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2014년 발효된 한러비자면제협정 덕분에 러시아 여행이 한결 쉬워졌다. 두나라 국민은 이제 비자 없이도 상대 국가를 60일 동안 자유로이 다녀올 수 있다. 한국을 찾는 러시아 사람, 러시아를 여행하는 한국인도 부쩍 늘고 있다. 이 책은 신문에 연재했던 내용을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다. 철길 따라 형성된 도시의 역사와 풍물, 그 속에 얽힌 러시아인과 한인들의 혼이 서린 발자취를 보고 느낀대로 소개한다. 신문 지면의 제약으로 미처 싣지 못했던 내용이나 사진들, 여행 정보를 추가로 보완했다. 이 책을 시베리아-몽골횡단철도로 여행하려는 분들께 추천한다.

[예스24 제공]

 

 

 

 

 

 

독서 기간 : 2015.06.05~06.06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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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소중한 하루 - 삶을 다시 사랑하게 하는 홍승찬 교수의 한 줄 지혜
홍승찬 지음 / 별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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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책을 읽는 것도 버겁던 즈음, 평상시에는 책이 없으면 불안하기만 했었으나 희한하게도 나름의 슬럼프에 빠진 것인지 책이 쌓여 있어도 손도 대고 싶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무엇을 위해 이토록 아등바등 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 이유도 모른 채 허덕이는 게 싫어서 멀리하기만 하던 그때, 그저 표지의 곰을 보면서 평온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다시 한번 읽어볼까? 라는 생각에 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내가 있어야 남이 있다는 생각도 잠시, 그들을 바라보는 눈을 쫓아 가다보니 어느 새 나는 사라지고 없었다. 나라는 존재가 없이 서 있는 나는 텅 비어버린 상태였고 그렇게 멀대처럼 서 있는 나는 이리저리 휘둘리고만 있는 듯 했다. 지금의 내가 이런 것은 나 조차도 혼자 서 있지 못하기 때문이구나, 라는 생각을 스쳐 해본다.
 


 
 
언젠가부터 나중에 나의 결혼식은 아무도 오지 않는 텅빈 객석만이 남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친근하게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을 하거나 안부를 묻지도, 그것이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늘 숨어 살다시피 하는 나로서는 점점 줄어드는 인간관계의 틀 안에서 고민에 빠지곤 했었다. 그러다 이 책의 이야기를 보고 나서 다시금 마음을 추스려 본다. 내 인생의 행복과 기쁨, 슬픔을 함께 나눌 사람의 숫자가 그 무에 그리 중요하겠냐고 말이다. 그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임에도 나는 여전히 수에만 연연하고 있었구나하며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모든 것이 변하기에 세상에 의미가 있음에도 나는 여전히 지금에만 머물러 하려했던 것은 아닐까. 마음은 저 멀리를 내다보며 몸은 여기에 뿌리를 내리고서는 아등바등하고만 있었으니 말이다.

 

 매 페이지마다 짧은 단락의 이야기들이 편안하게 전해지고 있다. 너무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바라봐야하는 것이 아닌 그저 스쳐지나가듯 흘러가는 이야기들이 편하게 전해지고 그래서 오랜만에 한번에 읽어내려갔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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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조용하다고 생각한 한 소녀가 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원래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한 소녀는 나중에야 자신만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텔레비전 소리 볼륨을 아무리 올려도 아무런 반응도 없는 소녀를 보고 엄마는 절망한다. 그제야 소녀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싶었던 소녀는 자신 대신 소리를 들어줄 귀가 큰 토끼 ‘베니’를 그리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자신이 만들어낸 토끼 ‘베니’와 함께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한 소녀에 대한 희망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가 잘할 수 있는 일은 그림을 그리는 일뿐이었다. 그녀는 들리지 않아도 그림은 그릴 수 있으니까 2008년부터 ‘싸이월드’에서 스킨작가로 자신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의 그림을 알리고 유명해지기도 한 그녀는 자신 대신 많은 일을 해주는 토끼 ‘베니’에게 감사해하며 유쾌하게 살아간다. 그렇지만 몇 년 전, 그녀는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유전적 병인 이 병은 점점 시야가 좁아지는 병으로 결국에는 아예 보이지 않게 되며 아직까지 치료법도 없다고 한다. 세상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조금씩 맺어가던 그녀는 이제 자신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사라지게 된다는 것에 슬퍼하지만 그 안에서 다시 희망을 찾는다.

언제나 유쾌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는 매일매일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행복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많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한다. 빛이 완전히 사라져도 그녀는 계속 그림을 그릴 것이다.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그녀는 그림을 그려나갈 것이다.

[알라딘 제공]

 

 

 

 

 

 

독서 기간 : 2015.05.3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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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푸어 - 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을 위한 일 가사 휴식 균형 잡기
브리짓 슐트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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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점점 늘어나고 그에 따라서 이른바 워킹맘의 시대가 너무 익숙해져 버린 지금, 과연 우리의 생각만큼이나 일하는 여성들이 체감하는 그녀들의 삶은 working mom 사이에서 완벽하게 존립하고 있을까? 주변 지인들을 둘러봐도, 아니 멀리 가지 않고 나의 엄마만 바라보아도 항상 쫓기듯이 움직여야만 하는 그들을 볼 때 여자에게 있어 일과 가정은 늘 버거운 존재임은 틀림없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생활시간 조사 결과 자료만 보아도 성인 남성이 가사 노동에 할애하는 시간은 50여분 남짓인 것에 반해 여성의 평균 가사 노동은 3시간 30분 정도라는 것을 보면 여성이 월등히 많은 시간을 가사에 쏟아 붓고 있다.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으로 팽배해 있는 문제로서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여자들이라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시간은 돈이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시간에 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는 시간이 돈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 시간은 권력이었다.
 
시간에 쫒길 때, 나의 시간을 결정하는 힘을 예측하지도 통제하지도 못 할 때, 쫒기는 삶에 대한 해결책은 고사하고 왜 내가 시간에 쫓기는지 생각할 겨를조차 없을 때 나는 무력해진다. 시간일지를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 나는 나 역시 그런 상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조각난 시간의 근원을 이해하고 평온한 삶의 비밀을 발견하기 위한 이 여정은 나의 권력을 돌려받기 위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본문

하이힐을 신고서 바쁘게 뛰어다니면서도 그녀의 어깨 위에는 일과 동시에 가정의 일들까지 더해져 버겁게만 느껴진다. 쉴 틈 없이 움직이면서도 늘 부족한 것만 같고, 회사에 있으면서도 가정에 일들이 마음에 걸리는 그녀들은 가정에 들어서는 순간 하루의 고단함을 풀 세도 없이 이어지는 노동에 하루 24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알 수가 없다. 고단한 스케줄 안에서 무엇을 제대로 하고 있는 지도 모른 채 자책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저자는 쫓기는 삶이 주는 무력함을 넘어서 나에게 있는 여유시간들을 찾아가며 그 시간 안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빠가 육아를 잘하려면 결혼생활의 방식이 변해야 하고 부부가 새로운 걸 계속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남자들은 소통의 기술을 배워야 합니다. -–본문

초반이 여성들에게 저자가 이야기하는 자신 안에 있는 시간을 인지하고 그 안의 조각들을 모아가는 이야기라면 중반을 넘어서서는 여성이 홀로 해왔던 일들을 남편과 함께 나누어 하는 방안을 전해주고 있다. 탄력 근무제도가 있지만 그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여성이 신청하는 것은 어느 정도 용납하지만 남자들의 경우에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전히 사회 안에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두고 있으면서도 동등하다, 라는 것을 전제로 평등하게 하고 있다고 말을 하는 것이다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게 된다.

전통적인 성 역할에 목매고 있는 사회에 따끔한 일침과 함께 모든 것이 변한 현대 사회 안에서 왜 성 역할만은 늘 그 자리에 있길 바라는지 반문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 역시도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무조건 옳은 것이었을까, 라는 생각에 빠져보기도 한다. 한 가정 안의 주인이 되어 또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 갈 여성과 남성이 함께 읽어 보며 앞으로의 나날을 그려 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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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릴 샌드버그가 들려주는 여성과 일, 그리고 리더십의 모든 것!
『린인』은 구글과 페이스북의 폭발적 성장을 이루어낸 실리콘밸리의 아이콘 셰릴 샌드버그가 TED강연에서 못다 풀어낸 ‘여성과 일, 리더십’에 대한 다양한 조언과 자신의 경험을 고스란히 담아낸 책이다. 여성들이 경력을 추구할 때 맞닥뜨리는 장애물과 그 원인을 자신의 경험을 물론, 사회학적 연구 및 세계 조사 통계라는 객관적 데이터를 근거로 들여다본다.
저자는 여성들이 다양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필요한 현실적인 해답은 무엇인지, 일과 사생활에서 잠재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무엇인지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더불어 임금 협상, 회의 자리, 멘토링, 이직과 승진 등 직장 여성들이 불리한 조건에 놓이기 쉬운 상황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유용한 팁도 수록하였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독서 기간 : 2015.06.15~06.17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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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심연 - 뇌과학자, 자신의 머릿속 사이코패스를 발견하다
제임스 팰런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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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반사회적 인격장애인 사이코패스의 존재가 있었겠지만 지금처럼 이들이 존재에 대해 익숙할 정도로 많이 들어본 적도 없는 듯 하다. 끔찍한 뉴스의 일면에 전해지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닌 범죄자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어느 새 영화나 드라마, 소설 속에서 쉬이 만날 수 있는 그들은 마주칠까 두려운 것이 사실인데, 어찌되었건 그들의 존재는 일반인들과는 명확하게 다른 어떠한 성향을 지니고 있을 것이며 그 성향을 우리네 평이한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는 것이 그들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전부다.

정신의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이코패스라 지칭하는 사람들을 정의하는 특성 하나가 ‘대인 공감의 부재’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감정의 운동장이 평평하다고나 할까. 우리는 대부분 사랑하고 사랑 받기를 원하지만 사이코패스는 그런 욕구가 별로 없을 것이다. 사이코패스는 대개 사람을 능숙하게 조종하고, 둘째가라면 서러운 거짓말쟁이에다, 말재주가 상당하고 상대가 경계심을 풀 만큼 매력적일 수 있다. 사람들 대부분과 달리 결과를 두려워 않고, 거짓말이나 폭력적인 행위를 하는 동안은 누구나 그렇듯 붙잡힐까 봐 긴장도 할 수 있지만, 사이코패스 중 일부는 냉정하게 침착함을 유지한다. 가장 위험한 사이코패스라도 때로는 명랑하고 근심 걱정 없고 사교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조만간 뚜렷한 거리감, 소리 없는 냉담함, 타인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낼 것이다. –본문

코를 푼 휴지를 보고서 어떠한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이 없듯이 사이코패스에게 있어서 범죄, 이를테면 살인의 대상이 되는 이들에게는 그 피해자는 한 인간이자 생명이 아닌 그저 코를 풀고 버려지는 휴지와 같은 존재로 취급 된다는 어느 프로파일러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 막연하게만 생각했다.

아마 저자 역시도 그런 점에서 사이코패스와 일반인, 그러니까 사이코패스가 아닌 다분히 일반적인 삶을 보내고 있는 자신은 사이코패스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생각했다. 그것은 보통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당연한 상식과 같은 것일 텐데 저자는 아주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뇌 스캔 사진이 사이코패스와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서 평범한 이들이 가지고 있던 상식에 대한 반전을 맛보게 된 것이다. 대체 그의 뇌 스캔이 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가 사이코패스가 될 수 있는 유전적 정보가 가득하다는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왜 그는 현재 사이코패스가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현재 살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 이 책의 탄생 비화가 되는 셈이다.

레베카는 1892년에 친부와 계모를 도끼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리지 보든 의 직계 조상이기도 했다. 보든은 나의 사촌뻘 이었다. 책은 1673년과 1892년 사이에 우리 부계에서 살인을 저질렀거나 살인 혐의를 받은 사람이 그 밖에도 몇 명 더 있다고 기록하고 있었다. 모두 다 가까운 가족을 살해한 것으로 의심되거나 판결받았다. 레베카의 후손 앨빈 코넬 은 1843년 아내 해나를 쇠로 된 삽자루로 가격한 다음 면도칼로 목을 그어 살해했다. 나는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일족을 살해하는 코넬가의 살인 취향은 우리 가문의 빌어먹을 내력이었다. –본문

저자는 자신의 뇌 스캔이 사이코패스와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에서 시작으로 자신에게 담겨 있는 유전자 정보에 대해서 추적해 나가게 되고 그의 집안에서는 이른바 사이코패스 유전자라 불릴 수 있는 각종 범죄자들의 이력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자신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행동은 유전자에 의해서 정해진다고 믿고 있었음에도 자신에게서 이러한 유전적 특질이 나타나지 않게 되는 것은 자신의 유전자를 넘어선 양육이 있었기 때문이라 말하고 있다. 이른바 후성유전체가 유전체를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사이코패스는 모두 범죄자라는 등식의 성립이 당연한 것으로 알고만 있던 나에게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새로운 것일 수 밖에 없었다. 비극적인 순간에도 울지 않고 늘 담담하게 바라보며 여자아이의 죽음보다도 드레스에 눈길을 먼저 주는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섬뜩함이 밀려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사이코패스의 필요성에 대해서 후반에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그의 주장에 대해서 무조건 동의한다, 라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사이코패스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심도 있게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그들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은 조금 사그라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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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의 격려 - 열등감이 당신에게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W. 베란 울프 지음, 박광순 옮김 / 생각정거장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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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동안 엄친아, 엄친딸이라는 말이 주변을 맴돌고 있을 즈음, 동창회에 나갔다 오신 부모님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깔리면 왠지 모를 불안이 엄습하곤 했다. 무어라 다그치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 친구의 아들이나 딸은 무엇이 되었더라, 의 이야기는 지금의 나는 왜 이 자리에 맴돌고 있는 것인가, 라는 상념에 빠져들게 한다. 

 두 명 이상만 모이면 우리는 내 옆에 서 있는 타인과 비교를 하게 된다. 혼자였더라면 전혀 몰랐을 나의 모든 것들이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아닌 그의 모습과 비교되어 드러나게 되고 나는 가지지 못했으나 그는 가지고 있는 것들이 점점 크게 다가오게 된다. 그러니까 나에게 있는 것들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만 더 큰 허영과 갈망을 느끼게 되는 열등감은 우리는 잠식시키고 본래의 나를 더 작게 만들어 버리는데, 저자는 이 허영심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자연은 식물이든 동물이든 인간이든 모두 항상 높은 수준의 생활력을 지니도록 배려하고 있고 또 어떤 결함이든 상쇄시키려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 좀 더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자연이 골절과 같은 구조상의 결함이나 심장 판막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든가 하는 기능상의 결함을 보상할 때, 단순히 해당 결함을 벌충하는 수준을 넘어 그 이상의 일도 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연은 마이너스부분을 발견하면 두 배의 플러스를 만들어 내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치유된 뼈가 전보다 더 강해지고, 판막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던 심장도 때때로 근육 세포의 비정상적인 성장에 의해 보통 심장 이상의 크고 좋은 펌프처럼 되어 버린다. –본문
 

 나에게 부족할 것만 같은 것들을 인지하는 순간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그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그것은 자연 안에 속해 있는 모든 것이 그러한대 부족한 부분을 알고 있기에 더 탄탄하게 해서 이전보다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연 속의 광활한 진리가 그러할 진대 왜 인간은 부족한 것을 더 강하게 만들기는 커녕 그 안으로 잠식해 가려고만 하는 것인지. 그 나약함은 자신의 모습을 좀먹게 하는 열등감이 되어 인간에게는 점점 더 초라하게 만들고 아들러의 심리학은 이렇게 늘 작아져버린 자신을 바라보며 아등바등하고 있는 이들에게 우리가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 실제의 나는 훨씬 더 크고 강하다는 것을 인지 할 수 있도록 조언을 전해주고 있다. 

 각 파트별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지나왔던 나의 모습 속에 녹아있는 다양한 형태의 열등감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질투를 느끼는 것은 기본이고 타인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하는 등 그저 흘러가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들여다보면 그 안의 비뚤어진 나를 보여주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괜시리 작아지기만 하는 나를 바라보며 서글픔만을 느끼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던 나에게 잔잔하지만 그 안에서 또 힘을 전해주는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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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에게 인간관계를 묻다 / 기시미 이치로저

 

 

 

독서 기간 : 2015.06.2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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