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의 나라
김나영 지음 / 네오픽션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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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일확천금의 꿈이라는 달콤한 상상을 누구든 한번쯤은 해 보았을 것이다. 세상에 그런 일이 가능하기는 할까? 라는 물음을 가지고 있지만 어김없이 들려오는 행운의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마주할 때면 과연 그들은 어떻게 이 모든 것을 거머쥐게 되었을까, 라는 무한한 부러움 속에 나래를 펼치다가도 어느 새 현실 속의 나를 바라보고서는 그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니려니, 하고 돌아서게 된다. 이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며 아등바등하면서도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사는 평범한 이들의 현재이다.

 그러나 이 책 안에 등장하는 이들은 평범한 우리네 삶과는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도박의 세계를 배경으로 활활 불타오르고 있는 그 모습을 보노라면 일확천금이라는 그 달콤한 유혹의 늪에 빠진 이들의 삶이 실제는 진창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갈망하는 미래는 그 누군가에게 주어질 로또와 같은 한방의 인생역전이지만 어찌된 것이 그 안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그 주인공은 물론 주변 이들마저도 모두 아픔을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미장이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이용팔은 함께 일하던 영감의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고서 자신도 그와 같은 인생 역전을 꿈꾸며 불법 도박장으로 향하게 된다. 1000만원이 2000만원으로 변모하는 순간, 용팔은 이제 세상은 자신의 손안에 들어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런 걱정 없이 이 안에 살게 된다면 그에게는 끊이지 않는 돈의 샘물이 생기는 것이라 믿어왔지만 이 순간의 행복은 며칠 만에 그를 빈털터리로 만들어 버린다. 그나마 이 도박판에서 건진 것이 있다면 그의 돈을 쓸어가 버린 이정연을 얻은 것이고 이 인연은 그의 삶을 계속해서 도박판이라는 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굴레로 전락해 버린다.

그의 말에 따르면 도박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었고,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지옥 불구덩이였다. 하루는 선영이 포커를 가르쳐달라고 떼를 쓰다 씨알도 안 먹히자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인가요?”하고 쏘아붙일 날도 있었는데 그때 그는 한치의 미동도 없이 냉랭하게 대답했다.
꼬마야 난 호텔 카지노학과를 졸업했고, 곧 카지노 딜러로 취업할 거야. 하우스 도박장을 들락거린 건 현장 실습을 겸해서 호기심과 재미로 다녔을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조금도 없어. 하지만 넌 그렇지 않잖아. –본문

 도박판을 떠나 착실하게 살아보고자 했던 정연에게 드리운 삶의 무게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다시 도박판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문제는 그가 마주했던 상대가 도박판의 식인사자로 불리는 강사자이었고 자신의 돈을 떼어가는 이에게는 무조건 죽음으로 앙갚음을 했던 그의 방식은 정연을 싸늘한 주검으로 내몰아버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아내였던 은경마저 세상을 등지게 됨에 따라 정연의 아들이었던 재휘는 세상에 홀로 남겨지게 되고 호형호제의 뜻을 품었던 그의 아들을 용팔은 조용히 거둬들이게 된다.

아빠! 안 돼요!”
강 회장은 오사장의 눈앞에서 현찰 다발을 팔락팔락 넘겼다. 돈 냄새, 강렬한 돈 냄새! 그 돈이 이 가방에도, 저 가방에도 가득하다. 돈의 족쇄를 차고 생사의 갈림길에 선 그에게 이보다 달콤한 유혹이 있을까.
 
오 사장님은 딸을 거시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본문

그리고 또 하나의 장면 속의 주인공인 선영. 아버지인 오사장의 도박 때문에 가정이 파탄 나기까지 고작 2년 남짓의 시간이 지내온 그녀에게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 버리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그의 아버지는 당당히 대학에 합격한 딸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바른 삶을 살겠노라 맹세를 한다. 이것이 그들에게 열린 제 2의 인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사장의 눈 앞에 드러난 아내의 사망 보험금 1억은 다시금 그를 불법 도박장으로 향하게 하는 신호탄이 되었으며 인간의 탈을 쓴 짐슴처럼 도박판에 뛰어 든 그는 결국 자신의 딸인 선영마저 도박판의 재물로 올려 놓은 뒤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도박이라는 인간의 욕망이 들끓는 곳에서 가족을 잃어야만 했던 재휘와 선영은 그렇게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되지만 둘은 동상이몽을 꿈꾸고 있다. 그 모든 것을 덮은 채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 하는 재휘와 아버지의 복수를 꿈꾸고 있는 선영은 서로 바라보는 방향이 달랐기에 결국 헤어지게 되지만 그들의 마지막은 씁쓸하게 마무리 되지 않기에, 그들을 계속 바라보게 한다.

도박의 신에게 미움 받지 않으려면 욕심을 버려야 돼. 더 많이 갖겠다는 것도 잃은 것을 찾겠다는 것도 모두 욕심이야. 때때로 신은 우리 마음을 시험하기도 하지만 그걸 이겨낸 사람에게는 반드시 값진 선물을 주고 떠난단다. –본문

욕망이 가득한 이곳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다. 그 안에 사라져가는 인간만이 존재할 뿐 그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었다. 도박이라는 굴레 속에서 아픔을 안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이 안에 빠져드는 순간 모두가 먹이감으로 전락되어 버리는 안타까운 현실만이 존재하고 있는데 여전히 어디선가에 피어있을 이 야수의 나라가 점점 사그라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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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간 : 2015.03.17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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