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자결권 - 자유롭게 충만하게 내 시간을 쓸 권리
칼 오너리 지음, 박웅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매일 86400원의 돈이 입금이 되고 있다. 하루가 지나가면 사라져 버리는 이 돈을 누구는 알뜰하게 사용하고 누구는 손도 대지 못한 채 그저 막연하게 흘러 보내버린다. 매일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24시간, 86400분의 시간을 잘 사용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위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위에 사는 이들이라면 늘 빨리빨리!’ 라는 주문에 주어진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보내고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처럼 남들보다 부지런히, 남들보다 빠르게 움직여야만 성공의 가도를 달릴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믿음은 어느 새 시간 위를 걷는 것이 아닌 시간의 노예로 변모해버리고 남들과 똑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어찌해서 늘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게 되는지, 뒤를 돌아볼 틈도 없이 계속해서 앞만 바라보게 된다. 과연 현재의 이 모습이 괜찮은 걸까?  

 자유롭게 충만하게 내 시간을 쓸 권리라는 부제를 안고 있는 이 <시간자결권>을 보노라면 과연 나에게 주어졌던 수 많은 시간들을 진정 나의 것으로 쓰고 있었는지에 대해 반문하게 된다.

1876 10 26일에 쓴 편지에서 자기가 베토벤의 106번 하머클라비어 소나타를 연주하면서 ‘거의 1시간 presque une heure’이 걸렸다고 했다. 그로부터 50년 뒤, 아르투르 슈나벨 은 단 4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오늘날 일부 피아니스트들은 이 작품을 30분 만에 해치운다.
초기 작곡가들은 연주자들이 조급증이라는 병원균에 감염되었다고 비판했다. 모차르트도 연주속도에 강한 불만을 표한 바 있다. 1778, 그는 당대의 대표적인 연주가 아베 포글러가 어느 야회에서 자신의 소나타 C장조 KV330을 함부로 연주하는 것을 듣고 급히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연주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아버지는 상황이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을 쉽게 상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 사람에게 편지를 써서 ‘너무 빠르다’고 말해주고 싶은 심정을 억누를 길이 없습니다. 본문

 언제 어디서나 남들보다 빠르게, 만을 외치고 있는 우리의 조급증은 각종 스트레스를 넘어 병마를 불러들이는 주범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빨라진 흐름 속에서 그것을 늦출 브레이크도 없이 내달리는 전차와 같은 우리의 오늘은 자신을 돌볼 틈도 없이 계속해서 재촉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위기의 속도 속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저자는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 천천히 템포를 낮추고 나에게 맞는 시간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삶의 속도를 늦추는 것을 제안하고 있는데 과속 운전을 삼가하고 음식부터 생각, 성관계, 일터는 물론 학교에서까지 모든 것의 템포를 늦춰 천천히, 그 안에서 전해지는 시간들을 충분히 내 것으로 만들며 음미할 수 있도록 나를 다스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모두가 쉴 새 없이 뛰어다니고 사람들 사이의 진정한 인간관계를 찾아보기 어려운 세계에서는 약간의 애정 어린 보살핌만으로도 치료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 이런 보살핌은 신체 내의 치유 매커니즘을 가동시킬 수 있다. 영국의 심리상담사 잉그리드 코린스는 환자들에게 시간과 관심을 기울이면 그들 스스로 이완되어 병이 나을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한다. –본문

 OECD가입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주당 근로시간이 긴 우리나라의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반 정도의 사람들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남들보다 더 많이, 더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음에도 시간적 여유는 오히려 더 없다고 느껴지는 이 상대적 박탈감에 대해서 더 빨리! 를 주문하는 대신 잠시 쉼표를 권해봐야 할 시간이 아닐까. 병마저도 완쾌될 수 있는 기적과 같은 시간의 주인이 내가 되길 바라며, 이 책이 전해주는 느림의 시간을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실천해봐야겠다.

 

아르's 추천목록

 

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 / 피에르 쌍소저


 

 

독서 기간 : 2015.03.02~03.04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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