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 -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을 위한 힐링 에세이
박성혁 지음 / 다산3.0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르's Review

 

    

  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난 후 전국 수석의 인터뷰에서 빠지지 않던 멘트인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했어요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늘 코웃음을 치곤 했다. 교과서 만으로 어떻게 그게 가능하겠어, 라는 못난 심보에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이룬 그에 대한 동경과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자조가 섞인 비뚤어짐이겠지만 늘 그렇게 그들을 보는 내 모습은 어긋나 있기만 했다.

 공부해야지, 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어느 날엔가는 대체 왜 이런걸 하고 있는 것일까, 라는 어디로 향할지 모를 원망과 공부해서 대학가면 내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그 막연한 판타지에 다시 최면에 걸린 듯 책상에 앉아보지만 내 마음 속 근본에서부터 자리하지 않는 허황된 꿈은 곧 오래지 않아 무너지고 또 다시 공부에 대한 압박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쳇바퀴를 돌 듯 그렇게 매일이 반복되었던 학창시절은 의지와 상관없이 끝나버렸다. 그 곳만 벗어나면 모든 것이 행복할 것만 같았던 철 없던 그때를, 30대인 지금 돌이켜보면 왜 그토록 공부하는 것을 싫어만 했던 것일까, 라는 한숨만 인다. 그때는 아마도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흘러가는 대로 따라만 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알고 있습니다. 내가 늦었다는 것을요, 늦지 않은 사람은 자신이 늦었는지 늦지 않았는지 궁금해 하지도, 불안해하지도 않습니다. “너무 늦어버린 것 아닐까요?” 라는 질문 자체가 내가 늦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입니다. 나는 정말로 늦어버린 것, 맞습니다. (중략)

적당히 덕담이나 좀 던져주고 무책임하게 등 토닥거려주는 것. 저는 못하겠습니다. 거짓말하기 싫습니다. ‘점수 차이를 극복하려 해봐도 진도 차이 능력 차이가 발목을 잡을 겁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해보아도 잘 안 될 겁니다. 포기하세요. 미안하지만 늦었습니다. -본문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은 바로 대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평 불만만을 늘어놓는 이들을 위해서 그야말로 딱! 인 책이 아닐 수 없는데 물론 제목을 보는 순간 대체 공부가 그 무엇이라고 재미가 있다는 것이냐며 반감을 드러낼 수도 있겠지만 책을 펼치자 마자 드리우는 촌철살인을 보노라면 이 책을 그리 만만하게만 볼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이토록 냉정한 얼굴 뒤로 그는 그럼에도 아직 제대로 뛰어보지도 않은 채 포기하려 하는 우리를 다독이고 있다. 공부라는 것이, 우리가 익히 생각하는 문제를 맞추고 더 좋은 성적은 받는 것이 전부라 생각하는 우리에게 공부란 경쟁이 아닌 성장에 초점을 맞춰 바라봐야 하며 다른 사람을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어제의 나를 이기기 위해 매일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곤에 찌들었지만 내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제 그런 눈빛은 살면서 처음 보았어요. 약간의 자신감과 약간의 만족감, 약간의 당당함과 약간의 기대감이 뒤섞인 묘한 눈빛. 그럴 때면 제 자신에게 미안해졌습니다. ‘충분히 이렇게 할 수 있었는데, 왜 나는 너에게 기회도 줘보지 않고 내버려 두기만 했을까……’ 그렇게 가끔 감당할 수 없는 후회가 번져갈 때면 저는 제 자신에게 약속했습니다. 
 
다시는 널 내팽개쳐두지 않을게.’ -본문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았던 열 다섯 살의 자신을 보면서 이대로 계속 살아도 되는 것일까? 거울 속에 비친 아이의 모습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 두려워 그 동안 미뤄왔던 공부를 하기로 결심한다. 그 이후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을 가혹하게 밀어붙이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누군가의 요청이나 명령이 아닌 자의로 움직이는 것이기에 그는 이 시간들이 너무나 행복했노라고 고백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성적이 오를까에 대한 고민보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 것인지, 왜 공부를 하려 하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먼저 찾아봐야 한다는 그의 이야기를 가만 듣고 있다 보면 단 한번도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 그러한 시간들은 가져보지 않았던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저 하라고 하니 책상 안에서 시간을 때우고만 있었을 뿐 진정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던 셈이다.

 동일한 시간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왔던 모티베이터의 이야기를 넘어 공부가 하고 싶었지만 어린 나이에 이미 가장이 되어버린 한 소년의 이야기와 여자이기에 공부를 할 수조차 없었던 아이, 인간임에도 노예라는 속박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이와 전쟁의 그늘 속에 싸늘한 주검이 되어버려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보노라면 공부를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얼마나 귀한 것들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남들이 볼 때 나는 그저 그런 학생들 중 하나일지도 몰라요. 학교에서 나는 존재감이 별로 없을 수도 있어요. 그러다보면 나조차 나를 그렇게 생각해버릴지도 모르죠. 그러나 아버지에게만큼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나는 우리 아버지가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를 견디게 하는 힘입니다. 아버지를 하루하루 버티게 하는 에너지입니다. 아버지 가슴을 묵직하게 채우는 버팀목입니다. 나 때문에 등이 휠 것 같은 아버지는, 그렇지만 또 나 때문에 살아요. –본문

그저 평범한 나를 등불 삼아 사는 부모님의 모습을 넘어 진정 나를 위해서라도 어떻게 현재의 나를 다독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곱씹어 보게 된다. 이제는 책상과 멀어 진 때라고는 하지만 배워야 하는 것은 살아가는 동안에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기에 이 안의 이야기를 오랜 동안 간직하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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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 이시형저


 

 

독서 기간 : 2015.03.14~03.16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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