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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 - 엄마와 딸, 그림 대화
조혜덕 지음 / 하나의책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
그림이 우리에게 건 마법
모네에서 고흐까지 인상파 화가에게 가는 길
책을 읽는 순서랄까, 혹은 버릇이라 말해야 할 지 정확하진 않지만 지난 봄부터 책을 읽을 때 저자서문, 프롤로그를 꼭 읽는다. 그래서 리뷰 서두에도 저자의 글에서 발췌한 내용을 자주 가져왔는데 이 책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또한 저자서문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에게는 그림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면서 엄마에게는 그런 적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사회에서는 큐레이터, 아트 컨설턴트 등 전문가로 일하면서 정작 엄마에게는 그림이 주는 감동과 힘을 전달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엄마에게 그림을 보여주며 설명을 해드려야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5-6쪽
위의 글을 읽는 데 시작부터 가슴이 먹먹했다. 나도 업으로는 독서지도를, 봉사활동으로 도슨트 활동을 하면서 책을 권하거나 전시회를 함께 다닌 적은 있어도 제대로 설명을 해드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타이틀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은 그야말로 저자가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들이었다. 그 마음으로, 나도 저자가 소개해준 그림들 중에서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을 또 선별하는 마음으로, 혹은 소개되지 못했지만 함께 보여드리면 좋을 것 같은 다른 시대, 다른 작가의 작품들을 체크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특히 저자서문 뒤에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과 엄마, 즉 실버 세대가 원하는 그림이 반드시 같지 않다는 사실도 유념할 수 있었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음성과 어머니의 음성이 실제로 들리는 것 같고, 그것이 반드시 차분하고 고상한 분위기라기 보다는 우리가 흔히 보았던, 혹은 우리의 엄마와 나누던 그 다정하면서도 어느 순간 쨍하게 당겨진 고무줄처럼 팽팽한 기운도 감돌았다. 왜 그 작품이 좋았는지, 혹은 그림이 어떤 말을 걸어오는지를 물어보고 답변하는 모녀의 대화가 현실적이어서 좋았다.
"왜요?"
"왜 자꾸 물어! 그냥 남자가 보이니까."
"엄마, 저 남자 마음에 안 들죠?
"응, 여자를 보호하는 느낌이 아니라 삐딱하게 앉은 게 별로야. 오페라를 좋아해서 온 것 같지는 않아." 89-90쪽
위 대화는 르누아르의 [특별 관람석]이란 1874년도 작품을 보며 저자모녀가 나눈 대화다. 어떤가. 그야말로 리얼 그자체 아닌가. 엄마에게 자꾸 묻는 딸과 시선에 바로 들어온 것을 말하고, 남자의 표정을 통해 간접적으로 여인의 처지를 동정하는 듯한 나이든 여인의 마음씀이 전해져온다. 정확하진 않지만 어디선가 들었던 말 중에 불행한 여자를 만날 때 딸들은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하면서도 내심 그여자의 무능을 탓하고, 딸 가진 엄마들은 그 여자도 딸처럼 느껴지고, 또 내 딸이 저렇게 될까 걱정스러운 마음을 가진다고 했다.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이라는 타이틀이, 또 그 목적이 너무 뚜렷하고 한결같아서 딸이 없거나 혹은 아들로 태어난 사람들은 이 책이 살짝 부담스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들로 태어났어도 결국 당신이 만나 한 평생 살아야 할 사람도 누군가의 이고, 당신을 낳은 그 사람이 다름 아닌 '엄마'이기에 누군가의 자녀로, 혹은 누군가의 '엄마'로 태어난 우리 모두에게 이 책은 살갑고 다분히 '교양'을 겸비한 책이기에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