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더 편한 사람들의 사랑법
미하엘 나스트 지음, 김현정 옮김 / 북하우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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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더 편한 사람들의 사랑법


책을 읽기 전에는 미혼이거나 혹은 결혼 생각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을거라 짐작했는데 읽다보니 혼자가 더 편한 사람들이 아니라 '혼자서 살아야 할 사람들'의 얘기가 줄곧 등장한다. 신기하게도 혼자 살아야 할 사람들이 끊임없이 연애를 하고 있다. 사람을 만날 때 초반에는 나와 다른 성질을 가진 사람들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을 수 있는데 그 환상이 너무 커서 혹은 길지 않아 결혼한 뒤 혹은 교제를 시작한 후에야 깨닫고 서로 상처를 입히고 상처를 받는다. 특히 진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은 제3자의 시선으로 볼 때는 명확하게 보이는 사실들이 정작 당사자들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양쪽 다 혹은 한 쪽의 경우 분명 누구와 함께 살 만한 인격 혹은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이 아닌데 지나치게 '사랑의 힘'을 믿고 있는 경우도 이에 속한다. 저자의 지인들의 이름이 하나 둘 등장할 때 마다 처음에는 내 주변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고 느끼게 되고 또 어떤 상황에서는 내가 지난 과거에 어떤 잘못을 혹은 어떤 착각과 환상에 빠져있었는지 깨닫게도 해주었다. 부모노릇도 마찬가지다. 내 탓이 아니고 부모 탓 으로 돌린다고 생각하는 사람 혹은 부모들도 있겠지만 이런 부분은 환경탓으로 자신의 무능을 탓하는 것과는 조금 별개다.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는 안타깝게도 결별조차 불가능하다. 오히려 완벽하게 결별했다고 보이는 관계가 있다면 그 관계는 회복도 가능한 관계라고 생각된다. 오히려 회복이 불가능한 관계는 부모나 자식 둘 중 서로의 잘못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결혼을 철 모를 때 해야하고 완벽한 결혼이라던가, 준비된 결혼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고 그런 결혼을 하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만이라고들 말한다. 마찬가지로 양육도 해당되는데 문제는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자체가 없을 때 그로인해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하게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근래 아들러 심리학에 상당히 공감하는 리뷰를 많이 적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탓'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환경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결국 혼자가 편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은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혼자가 더 편한 혹은 혼자서 살아야 할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삶의 오류를 주변상황에서 찾는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그랬다. 하지만 이것은 변명이다. 결국 원인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 84쪽

이번에 그는 식품영양학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역시 살이 하나도 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상황이 더 안좋아진 것 같았다. 그는 살이 더 쪘다. 158쪽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속으로만 이렇게 생각햇다. 매력과 관심, 지성은 출신 지역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167쪽

 


서두에 적은 것처럼 이 책은 사실 한창 연애중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저 딴 세상이야기로 느껴질 것 같다. 태풍의 중심에 들어 앉아있을 때 스스로 태풍에 속해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또 인지하더라도 그 안에 머물기를 택했다면 어느 누구도 그의 선택을 비판하거나 부정할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혼자가 더 편하다고 생각드는 사람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스스로 누구와 함께 있어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과거의 잘못된 연애는 상대방 혹은 상황이 문제였다고만 생각하는 이들은 꼭 읽어봐야 한다. 당신이 문제일 수도 있다. 문제란 말이 거슬린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그저 '혼자 살아야 할 사람들'에 속할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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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을 통해 진짜 중국을 만나다 - 13억의 리더 시진핑이 고전으로 말하는 중국의 현재와 미래
인민일보 평론부 지음, 김락준 옮김 / 가나출판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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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을 통해 리더, 관리, 국민이 가져야 할 진짜 덕목을 배우다


새 책인데 벌써 너덜너덜 해졌다. 소설은 몰입해서 단시간내에 읽는 것을 즐겨 외출할 때 문고본을 제외하고는 가지고 다니지 않는데 이 책<시진핑을 통해 진짜 중국을 만나다>처럼 짤막하게 이야기가 나뉘어져 있는 책은 20분 내외의 길지 않은 여유시간에 읽기에도 좋아 빈번하게 가지고다닌 탓이었다. 그래서 책 사진에 엄청난 효과를 주어 너덜함을 좀 감춰보았으나 좌측에 뜯긴 부분은 어쩌지를 못했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첫 챕터는 '시진핑은 국민을 어떻게 보는가'편으로 시작부터 '국민을 섬기지 않는 사람은 관료가 될 자격이 없다'라는 의미가 담긴 명나라의 관료 우겸의 <영매탄>이란 시의 한 구절-단원창생구포난, 불사신고출산림-이 등장한다. 굳이 정치적인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지만 지금 나라상황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섬김다는 것이 무엇인가. 전직 대통령도 섬김의 정치를 하겠다고 하였고, 근래들어 정치인들의 연설을 들어보면 빠짐없이 '섬김'을 들먹거린다. 예전에는 섬김이란 단어가 종교적인 색채가 강했는데 최근에는 그야말로 상대를 존중하고 나를 낮추는 가장 적합한 단어로 쓰이는 것 같다. 우겸의 이 시는 국가를 위해 그리고 백성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국가주석으로서 이런 연설을 진심어리게 한다면 감동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말뿐이면 안되겟지만 말이다. 리더가 이렇게 말하고 또 실천에 옮긴다고 해도 국민이 우매하면 그 나라가 평화롭기는 어렵다. 그래서였을까. 시진핑은 국민들에게도 시인 정섭의 <죽석>시의 한 구절 -천마만격환견경 임이동서남북풍-인 민족이 부흥하려면 확고한 이상과 숭고한 신념이 있어야한다는 의미의 시를 베이징대학교 사제 좌담회 연설에서 인용하였다. 우매한 국민이라는 것은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타인의 의지 혹은 집단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데에 있을 경우를 말한다. 신념이라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흔들림없이, 좌절하지 않고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이다. 앞서 언급한것처럼 우매한 상태로 이리저리 흔들리거나 조금만 상황이 어려워져도 도망치는 것은 신념이 아니다. 시진핑이 국민들에게 이런 확고한 신념을 요구한 것처럼 관리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연설을 하였다.


禍莫大於不知足, 咎莫大於欲得

화대대어부지족, 구막대어욕득.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화는 없고, 탐욕을 부리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은 없다.

​<관료는 열심히 배우고, 진실한 사람이 되고, 투명하게 일해야 한다>라는 글에서, 본문 117쪽


나라의 관리들이 탐욕을 버리고, 부정부패에서 벗어난다면, 국민들이 신념을 갖는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지도자가 섬김의 마음, 언제고 백성을 나라를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그야말로 태평성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체념이 아니라 만족한다는 것은 비단 관리자 뿐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만족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매사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는 것과 같은 이치니까. 다른 좋은 연설도 많지만 내 생각에는 이 세가지가 가장 핵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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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근태의 독서일기 -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것들
한근태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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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려면 겸손해야 합니다. 책을 못내는 흔한 이유는 완벽한 책을 내겠다는 욕심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책은 없습니다. 136쪽

한 해 200여권을 읽고, 그 중 80%의 리뷰를 작성하며 때때로 독서지도도 하는 내게도 존경해마지 않는 '애서가'분들이 계시는데 다름아닌 독서를 통해 전공을 바꾸거나 이직에 성공하신 분들, 뿐만아니라 절망의 시기를 굳건하게 견뎌내고 다시금 삶을 되찾은 분들이시다. <한근태의 독서일기>의 저자도 이 중 한 사람이다. 독서를 통해 이미 어느정도 삶의 안정적인 선에 도달한 이후에도 결코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하고자 하는 일을 끊임없이 도전했기 때문이다. 이런경우 성공을 하든 말든, 타인의 인정을 받았던 아니었던 결과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삶의 주인은 '나'여야 하고 등떠밀리듯 변화에 적응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문을 열고 틀에서 뛰쳐나왔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5년동안 책을 통해 자기개발을 이뤘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자기개발서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 그야말로 1인1서 출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예전에는 저자나 성공한 사람들의 독서일기가 주였다면 이제는 쉽게 말해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김대리'나 한달 이상의 해외여행 중 만났던 책을 소재로 한 '학생 박모씨'의 책이 출간되고 있는 것이다. 이 분들을 폄하하고자 쓴 것이 아니라 이렇게나 활발해지고 방대하게 쏟아지는 독서기 중에서도 이 책이 맘에 쏙 들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살아가면서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별로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닙니다. 원한다고 다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하지만 어떨 때는 반대의 경험도 합니다. 어떻게 내게 이렇게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이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데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48쪽

이츠키 히로유키의 [타력]의 책을 소개하면서 시작한 저자의 이야기로 내게도 저런 경험이 물론 있다. 그냥 숨쉬는 지금 이순간을 떠올려도 아니, 내가 뭘 한 것도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아무런 통증없이 멀쩡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원초적인 생명력에서부터 뜻하지 않은 곳에서 내이름이 명시되어 있을 때라던가 하는 순간이다. '타력'을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한근태 저자의 이야기로 미루어 볼 때 론다 번의 <시크릿>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삶에 있어서 겸손한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 저자말처럼 '진인사대천명'이라는 것이다. 시크릿의 사람들이 열광할 때 부정한다기 보다는 어느정도 일리는 있다 싶었는데 <타력>은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의 중심이 '나'인 것이 아니라 이미 정해져있다는 운명과는 다른 '순응'하는 부분이 두드러져보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을 때, 그야말로 삶이 내맘같지 않을 때 이런 책을 통해 다시금 겸손해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약력만 봐서는 저자가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약력은 과정은 생략되고 시작과 결과만 있을뿐이니 말이다. 최근 접하는 종교서와 자기개발서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깊게 다가오는 키워드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유연함'이었다. 죽음을 두려워하면 일상에서도 그 두려움이 모든 것에 뿌리내려 최선을 다할 수도, 무모하게 보일만한 도전도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타인의 도전까지 부정적으로 보게 되는 안좋은 악순환을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저자는 최인호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란 작품을 언급하면서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작품은 출간 당시 바로 읽었지만 크게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그때만해도 죽음이라는 것이 내 생애 아직은 먼이야기, 낯선 이야기라고 오만하게 생각했던 탓이다. 이제 나이를 먹고, 위에 언급한것처럼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을 인식하게 되니 죽음이 바로 코앞에, 혹은 내옆에 바짝 붙어있다는 생각을 가진다. 하지만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내가 그저 숨만 쉬고 있다는 것, 이렇다할 통증이 없다는 그 사실을 느끼는 순간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죽음을 인생의 끝으로 보면 안 됩니다.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런 생각들이 확고해지면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68쪽

책과의 인연이 분명 존재한다고 믿는 내게  <한근태의 독서일기>는 내가 아주 작게나마 느끼고 있었던 부분, 혹은 놓치고 있었던 부분, 다시금 상기시켜가며 새겨야 하는 내용들을 다 담아놓았다. 어느정도 살면서 내 뜻대로 되는 것자체가 기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나이가 되어서 그럴수도 있다. 이 책이 당장은 대단하게, 큰 공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다음 해에 혹은 또 그 다음 해에 다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이렇듯 공감하는 나조차도 내년에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인생선배로서 어떤 책을 반드시 추천한다기 보다 책을 대할 때, 삶을 대할 때 어떤 자세를 가져야하는지를 그야말로 독서를 통해 깨달아간 저자의 안내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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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어때서 - 프로싱글러 언니의 솔직상쾌 공감 에세이
아가와 사와코 지음, 고고핑크 그림, 권영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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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평생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겠노라고 결심한 건 아니지만,

혹시나 그런 운명이 확실해진다면 내 처지를 한탄하기 보다 즐거운 일이 많이 생겼다고 생각하고 싶다. 18쪽

[혼자가 어때서]의 저자 약력을 책을 다 읽고서야 보고 흠칫 놀랐다. 53년생이시라니. 그런데 어쩜 저자가 30-40대 혼자서 사는 삶과 무려 30년 가까이 차이나는 지금의 내가 혼자살면서 느끼는 에피소드가 거의 흡사할 수 있을까. 다른점이 있다면 저의 아버지도 엄청 유명한 소설가이신데 놀랍게도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특히 딸을 혼내실 때 언급한 단어들을 웃으며 이야기하는 저자가 정말 성인처럼 느껴질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우리 부모님의 부모님 세대니까 그당시 부모의 역할이 지금처럼 어마무시하지 않고 먹는 것을 해결해주면 기본, 거기에 공부까지 시켜주면 최고의 부모라고 여겨지던 시대라서 그런가 싶다. 유일하게 공감할 수 없었던 부분이었는데 저자의 생년을 보고 단박에 납득할 수 있었던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말한 것처럼 우리 엄마세대의 분이신데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고 그때나 지금이나 혼자 산다는 것은 책<선택하지 않을 자유>리뷰에서도 강조했던 것처럼 결혼을 안해서 느끼는 외로움이나 불편함을 본인이 아니라 지인들과 가족들이 안겨주는 것 같다. 정작 본인은 편안하고 좋은데 말이다. 저자가 언급한 혼자라서 좋은 이유 열 가지에는 그다지 공감하지 않지만 아마 저마다 혼자 인사람들은 이점이 서너가지 정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매 끼니 밥을 안해서 좋다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매 끼니를 걱정한다. 혼자서도 잘 먹어야 하니까 요리도 내가 직접하지 않으면 누가 해주질 않으니 걱정아닌 걱정을 할 수 밖에. 그런가하면 혼자사는 것과 별개로 엄청 웃었던, 사실 유사한 경험이 있어서 웃을 수만은 없지만 그래도 웃고야 말았던 술 먹은 후에 속이 좋지 않아 벌어진 일들도 재밌다. 왠만해서는 그렇게 무방비상태로 마시진 않는데 정말 일이 벌어질려고 하면 멀쩡하다가 갑자기 확 일어나기도 하는 것 같다. 역시 술은 즐길 때 가장 좋다는 생각이 든다. 술과 겨뤄보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버려야한다. 저자의 직업이 에세이를 쓰고 컬럼을 쓰는 업이라 언어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자주 등장한다. 말줄임이 한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심각한 것처럼 '버카충'과 같은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면서 어릴 적 추억이 담긴 말줄임 단어는 또 자주 사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나 당황스러운 것은 저자도 나도, 괜히 젊은 친구들을 이해한다고 어설프게 단어를 줄여서 말했다가는 오히려 망신만 당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 혼자 자주 쓰는 말줄임 단어중에는 '스카충'이 있는데 버카충에서 확장된 것으로 '스타벅스 카드 충천'을 줄여서 스카충이라고 한다. 스타벅스를 애용하는 사람들은 공감해줄까 싶어서 겸사겸사 리뷰에 슬쩍 적어본다. 혼자사는 이야기다 보니 당연히 등장하는 '이성'에 관련된 에피소드도 웃으면서, 그리고 참 서글퍼하면서 읽었다. 남자들만 젊은 여자들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여자들도 나이들수록 건강하고 젊은 '청년'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예전에 중년여성들이 청년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보고 불쾌하게 생각했었는데 낼모레 중년이 되고보니 그 마음이 이해되고도 남았다. 특히 저자의 지인이 말한 것처럼 그들과 무엇을 해보겠다는 생각자체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거라는 말에는 뜨끔하기도 했다. TV연예인들과 마찬가지로 이제 청년들은 내게는 그저 '활동사진' 속 인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재미있지만 씁쓸해지는 이야기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저자가 꺼내놓은 '혼자사는 이야기'는 매 에피소피마다 코멘트를 다 달고 싶을 만큼 공감도 되고, 남들보다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도, 결혼에 목숨을 건 것은 아니지만 결코 혼자살게 될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사실들도 남얘기가 아니라 꼭 내 얘기였다. 내가 혼자사는 것에 대해서 글을 써도 이런 내용으로밖에 적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글발이 약해서 이정도로 공감을 끌어내진 못할테지만 누구도 혼자이고 싶어서 혼자가 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에는 비단 혼자사는 것 뿐 아니라 나이들어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해서, 내가 살고 있는 도시, 나라에 대해서, 그리고 친구와 직업에 대한 고민의 흔적들도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으로 쓰여있었다. 결국 사람이 산다는 것은 홀로 가정을 꾸리든, 누구와 함께 꾸리든 나이들며 가지는 공통적인 고민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혼자'인 사람들에게 '넌 왜 혼자니?'하고 묻지말아달라. 살다보니 혼자가 편하고, 살다보니 혼자가 되었으니 그 상태를 기왕이면 기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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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독 :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 자서전
필 나이트 지음, 안세민 옮김 / 사회평론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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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독 /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 자서전


성장기를 다루는 소설이 흥미진진한 것처럼 한 브랜드가 탄생하고 번성하기까지의 과정도 재미있다. <슈독>은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가 첫 회사 블루리본을 창업하면서 부터 오니쓰카와 결별 한 후 드디어 나이키의 문을 여는 과정이 담겨져있다. 물론 한 기업가의 창업과 영업의 과정이 핵심이겠지만 '자서전'이 갖는 성장소설 특유의 스토리에 더 관심이 갔다. 우선 벅의 아내인 페니가 큰 아이 매튜와 둘째 트래비스를 낳을 때 상황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들었다. 본인이 느낀 것처럼 처음 매튜가 태어났을 때 그의 모습은 새로운 세계를 만났고, 사업의 번성과는 차원이 다른 감동을 얻은 것처럼 묘사하고 있었다. 급한 사정으로 일본 오니쓰카에 가야할 때 조차 아내와 아들을 두고 가는 것을 내키지 않아했던 그가 둘째 트래비스가 태어나던 날 이미 머릿속에 아내와 아이에 대한 생각은 없이 '한 켤레'라고 표현할 만큼 일에 빠져있었다. 

나는 두 팔로 아기를 감싸 안았다. 아기는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중략-

그 순간, 경이로운 기분이 들었다. 이런 기분은 비록 익숙하기는 했지만,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220쪽

나는 속으로 아들 두 명, 아들 한 켤레라고 생각했다. 머릿속이 온통 켤레수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338쪽​

상대적으로 전혀 다른 그의 심리상태가 그저 안타깝기만 했다. 트래비스가 태어날 무렵 오니쓰카와의 법적 문제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저자의 시선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특정인물들의 인성이 그렇게 긍정적으로만 보여지지 않는 다는 점도 정말 과감한 오리건 출신이구나를 느껴지게 했다. 그런가하면 시대적 배경이 1970년대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일들이 50여년전 일인 것처럼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더불어 '싹'부터 다른 것인지 아니면 출신나라가 주는 분위기가 창업을 유도하거나 실패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없이 모든 것을 '경험'의 한자락으로 받아들이게 해서인지는 몰라도 처음 블루리본의 창업기를 보면 마이크로소프트사, 애플, 페이스북과 별반 다른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엄청난 숫자의 자기개발서가 출간되고 있고, 도전해라, 실행하라 하는 식의 행동을 촉구하는 내용이 많은 것을 보면 그곳에서도 도전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은 분명 존재하는 것 같다. 물론 지금 내가 나열한 사람들은 모두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것도 자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그들의 이름을 알 정도라는 점을 보면 반대로 실패하는 케이스도 많을 것이다. 

11월 부터 4월까지 한창 바쁠 때는 쉴 틈이 없었다. 하루에 12시간, 일주일에 6일을 일해야 했다. 64쪽​

서랍을 닫으려다가 우연히 안을 봤는데, 거기에는 수표가 여러 장 쌓여 있었다. 모두 내가 월급으로 준 수표였다. 팍스는 수표를 현금으로 교환하지 않았다. 팍스가 돈을 목적으로 블루 리본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혹시 나 때문인가? 180-181쪽​

리뷰의 첫 시작을 필 나이트의 두 아들 탄생이야기를 꺼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가정에 소홀히하는 것이 성공의 요인으로 꼽는 이들도 있지만 어떤 이들은 실패의 요인으로 보는 것도 맞다. 결국 사업의 성공하는 것은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성실하게 사업을 하고 다소 무모하게 보일정도의 용기 그리고 어떤 경우에라도 그를 믿어주는 동료등은 기본이라는 것이다. [안나 까레리나] 소설의 첫 문장을 빗대어 이 책을 요약하자면 "성공한 기업은 모두 비슷하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제각각 다른 이유로 실패하게 된다."  이 책을 읽다보면 반드시 성공하는 방법을 얻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어떻게하면 실패하게 된다는 것은 확실하게 깨닫게 된다. 더불어 일부러 드라마틱한 부분만을 꺼내온 것은 나이키를 좋아하지 않아도, 사업에 크게 관심이 없어도 이 책은 충분히 재미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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