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용도 (양장)
니콜라 부비에 지음, 티에리 베르네 그림, 이재형 옮김 / 소동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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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부비에의 [세상의 용도]를 읽는 내내 든 생각. 우리는 지금 과연 저자가 말해주고 있는 '세상의 용도'를 맘껏 쓸 수 있기는 한 걸까. 용도를 용도에 맞게 혹은 만큼 사용가능한 세상에 살고 있을까 싶은 안타까움이었다. 더더군다나 여자로 태어난 '죄'아닌 죄로 더더욱 그런 생각의 골이 깊어졌다. 사실 그들의 여행이 평탄하고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떠나지 못한 핑계를 어쩌면 이렇게 계속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가 싶은 자괴감도 들었다. 여행을 떠났다기 보다 그야말로 세상을 경험하러 다니는 두 사람의 모습은 그렇게 내게 아쉬움반, 반성하게 만드는 마음 반을 함께 느끼게 했다.


담배에 불을 붙이는 그의 손이 떨렸다. 틀림없이 프랑스에서 공부를 엄청 잘했을 그는, 신이나 본원에 대한 사랑으로 주어진 문제조차 제대로 이해 못하는 대학생들의 엉망진창인 논술 답안지를 고치느라 여기서 밤을 새우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 도시에 더 이상 환상 같은 걸 품고 있지 않았다. 211쪽


여행자에게 여행지란 '환상'을 품을 수 있는 장소 그 자체일 것이다. 그안에 살고 있는 사람이 만약 자신들과 같은 환상을 가지고 살고 있는 모습을 마주하게 되면 더없이 들뜨게 되고 여행의 목적과 상관없이 좋았던 장소로 추억할 수 있다. 하지만 왠지모를 서글픔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되면 무언가 이 여행의 의미자체를 다시 되새겨 보게 만들지도 모른다. 만화책으로 출발, 동명의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키노의 여행]의 에피소드들이 떠올랐다. 그 만화속에서는 하나같이 우울하고,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자체를 깨닫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도 등장한다. 가상의 픽션이었던 그 만화속으로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런 상황이 실제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에르베 수사와의 만남이 꼭 그런 느낌을 들게 했다.


세상의 용도는 니콜라 부비에가 여행 혹은 머물던 나라 이야기를 전부 담은 것은 아니었다. 이 책 이후에도 여러권의 책을 출판했고, 심지어 한국여행을 하기도 했다. 어쩌면 세상의 용도는 저자가 우리에게 말해주고 싶은 내용의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지도 모른다. 일부이면서도 어쩌면 전부가 될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여행에 대한, 세상에 대해 다른 시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색다른 관심을 불러일으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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