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존감 없는 사랑에 대하여 - 더 이상 사랑에 휘둘리고 싶지 않은 여자들을 위한 자아성장의 심리학
비벌리 엔젤 지음, 김희정 옮김 / 생각속의집 / 201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자존감 없는 사랑에 대하여] 여자 심리 전문가가 알려주는 자존감 높이는 법 배우기
이 책은 수백만 여성들이 고통을 겪는 문제의 해답을 내놓는 것에 더해, 변화를 위한 효과적인 전략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최초의 시도다.
-프롤로그 중에서-
그동안 연애를 할 때 남자들의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에 대해서만 신경쓴 적이 많았을 것이다. 남녀간의 문화적 차이와 생물학적 차이를 열심히 공부하면서도 정작 여자들도 잘 모르는 여자 심리 그리고 자존감 등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여성들이라면 이 책의 시작부터가 확 끌릴 것이다. 스스로는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생각하지만 주변사람들은 혹 너무 끌려다니는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자존감이 낮은 이유가 혹시 경제활동이나 외모 혹은 사회적 명성과 관련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100% 그런것만은 아니다. 미술작품을 잘 모르더라도 워낙 삶 자체가 한 편의 영화이자 소설처럼 다가오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연애를 봐도 알 수 있다. 그녀의 남편이자 역시나 그녀 못지 않은 작품활동으로 잘 알려진 디에고는 그야말로 '나쁜남자'의 전형이다. 심지어 프리다 칼로의 동생과도 불륜을 저질렀을 정도며 안타까운 것은 이 모든 사실을 알고서도 프리다는 그에게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그녀의 작품을 보면 상당히 선굵고 강인한 내면의 소유자 같지만 디에고 앞에서는 그녀도 그저 자존감 낮은 사랑을 하는 여인과 다르지 않았다.
결코 내 것이었던 적 없고 앞으로도 내 것일 수 없는 사람.
그는 그저 자신일 뿐. 27쪽
프리다 칼로가 디에고를 떠올리며 일기에 쓴 내용이다. '그는 그저 자신일 뿐'이란 표현은 원망보다는 부러움을 담고 있다. 디에고는 나쁜 남자일지는 몰라도 분명 완벽하고 성숙한 인간인 것은 분명하다. 연애를 할 때 결코 상대를 위해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지 않을 사람이기 때문이다. 만약 프리다 칼로가 사랑하기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물론 한 권의 책을 통해 갑자기 자존감이 확 높아지진 않았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사랑이 그다지 현명한 방법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자존감 없는 사랑에 대하여]는 그야말로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사랑에 빠지기 전, 사랑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인 셈이다. 프리다 칼로의 경우는 부모에게 적절한 사랑과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 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소아마비에 걸려 허약해진 신체적 불편들도 그녀를 자존감 낮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쉽게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도 역시나 경계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단순히 성적인 문란함 때문이 아니라 너무 쉽게 빠져들고 만남의 횟수가 초기에 너무 잦게 되면 이성 뿐아니라 동성들과의 친분관계도 그다지 원만하게 흐르지 못한다. 흔히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표현하는데 저자는 좀 더 이부분을 강조한다. '반드시 천천히 만나라'라는 것이다. 너무 빨리 빠져들고 있다면 그 자체가 경고가 되는 것이다. 이럴때는 첫 눈에 반해서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종결시키지 말고 왜그렇게 자신이, 혹은 상대방이 만남과 진행을 서두르는지 분석해봐야한다.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빠진 여성들도 있다. 심지어 사귀는 사이가 아닌데도 스스로 만들어낸 환상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여성이다. 프리다 칼로의 경우는 다소 극단적인 상황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음의 내용을 읽고 뜨끔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짝사랑이라고 부르는 사랑중에 이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 사랑이 집착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요인이 있다. 연인이나 혹은 연인이 되길 바라는 상대에게 모든 관심을 쏟아 붓는 태도다. 이런 식의 몰두는 고통스럽다. 상대 남성에 대한 환상에 빠져들수록 그를 더욱 원하게 되기 때문이다. 135쪽
개인적인 경험을 비추자면 30대 중반이후에 여성들일수록 저런 환상에 자주 사로잡힌다는 사실이다. 그녀들은 왠만한 조건에 쉽게 넘어가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극단적이고 어려운 상황에 놓일수록 로맨틱하고 진짜 사랑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진짜 사랑을 원하기 때문에 보통 여성들처럼 결혼할 수 없다라는 이상한 자부심을 갖고 있기도 하다. 자존감을 완벽하게 상실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도 못하고 말이다. 만약 당신이 그 사람외에 절대 다른 사람이 안된다고 생각하거나, 그 사람없이는 아예 살 수조차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거나 그것이 진짜 사랑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는 여성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연애를 하면서 친구들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는 여성들도 상당히 많다. 우디앨런과 연애하는 동안 미아 페로도 마찬가지였더. 그녀의 자서전 <사라진 것들>의 일부 내용을 책에서 언급하는데 요약하자면 미아가 단순히 우디에게 의지했다던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녀의 전부, 그러니까 일을 한다는 행위도 자기 자신이 아닌 우디를 위해 했다는데 있다. 이런 이유로 미아는 정서적인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자립이 어려웠던 것이다. 결혼한 이후 경제활동을 그만두길 원하는 여성들이 많다. 오히려 맞벌이를 강요하는 남자들은 무능력하게 보이거나 이기적으로 보인다고 말하는 주변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가보면 일을 안하는 댓가로 그녀들은 자신의 경제력과 자유를 남자에게 넘겨줘버린 것이다. 그런가하면 <내부로부터의 혁명>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글로리아 스타이넘과 같은 경우의 상황도 잦은 편이다.
바로 자신이 남자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믿음, 나와 함께라면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140쪽
위의 경우는 심각해지면 가정폭력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한 상태가 된다. 남자의 잘못된 사고방식이나 비이성적인 태도를 묵인하고 일방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방식이 상대를 점점 더 나쁘고 이기적인 상태로 끌고 가기 때문이다.
프리다 칼로, 미아 페로 그리고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물론 다른 여러 사례들을 통해 자존감이 낮은 여성들이 얼마나 위험하고 안타까운 연애를 하게 되는지, 또 단순히 연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생 전체를 망가뜨리고 파괴시킬 수 있는지를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저자가 다른 책과의 차별성으로 내세운 '실질적인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각 항목으로 나뉘어진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어느 누구에게도 사랑한다는 이유로 '자기를 상실하는 여성(Disappearing Woman)'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과거에 머물며 누군가의 자리를 대체하기 위해 사랑을 해서도 안되고, 자신이 가질 수 없는 대리만족감을 위해 연애를 해서도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면한 문제를 회피하지 않는 생각 정지 훈련이 필요하며 가장 중요한 훈련, '혼자 있기' 통과의례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자존감이 낮은 경향이 남자보다 여자에게 두드러지는 이유도 아마 '혼자 있기'훈련이 덜 되어있기 때문일거라는 저자의 의견에 적극 동조한다. 자존감 높이는 법 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무엇보다 잘못된 사랑에 빠지기 전에 이 책을 읽어주길, 태풍의 '눈'안에 있을 때는 자신이 갇혀있는 것을 모르는 법이다. 그러니 연애가 태풍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날라갈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적당히 포근하고 상쾌한 바람이길 바란다면 [자존감 없는 사랑에 대하여] 부터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