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밤 당신에게 필요한 이야기
스탕쥔 엮음, 오하나 옮김 / 북플라자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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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밤 당신에게 필요한 이야기 / 스탕쥔 엮음


 

매일밤, 내게 필요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밤잠을 설치게 할 만큼 격동적이기 보다는 하루동안 소란스러웠던 마음을 진정시키고, 잠시라도 품었던 미움이나 원망 혹은 분노를 비워낼 수 있을 정도, 어쩌면 엄청난 이야기가 필요할 수도 있겠구나 싶다. 쉬운일은 아니지만 대략적으로 간추리자면 마음을 '따뜻하게'해줄 수 있는 이야기, 아픔이 있더라도 결국에는 '착한아이'가 복을 받는다는 조금은 지루하고 뻔한 이야기가 오히려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스탕쥔이 엮은 [매일밤 당신에게 필요한 이야기]가 그런 바람을 어느정도 충족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실제 이 글이 SNS올라온 시간 대가 21~23시로 '밤'의 시간대다. 개인적으로 감수성이 예민해질 무렵은 이보다 더 늦은 시간이지만 서두에 꺼내놓은 것처럼 내마음의 히터가 필요한 시간대는 딱 이 책의 실린 글들이 올라왔을 때다. 사랑이야기가 주로 많이 포함되어 있는 데 <배신자를 용서하는 법>이란 제목의 펑충쯔의 글은 읽다가 울컥 할 정도로 다소 과할만큼 내 마음에 들어왔다. 사랑을 하다보면 배신을 당하는 경우가 없을 수 없지만 마치 막장드라마처럼 복수를 다 한 뒤 용서하고 껴안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어첨 저렇게 바보같을 수 있을까 싶을만큼 사랑으로 배신을 감싸안는 모습에 울컥했던 것이다. 사랑은 사람을 어리석게 만들기 때문에 처음에 이 이야기도 그런 줄 알았다. 자신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려는 남자의 빚을 갚아주는 여자, 심지어 그 남자의 여자가 아프다고 하니 치료비를 그 어떤 서류하나 없이 냉큼 건내주는 모습도 놀라웠지만 그 뒤에 평생 그렇게 속만 썩이고 살 것 같던 배신남이 너무 고마워서, 면목이 없어서 그 여자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것과, 출소 후 월급의 90%에 가까운 돈을 매달 빚을 갚기위해 여자에게 보내고 있다는 것이 그야말로 용서가 사람을 구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런가하면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의 재력이나 외모등 외적인 부분이 아니라 그저 사람 그 자체로 존중해주고 웃으며 인사할 줄 아는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 룽룽의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우리들의 겨울>편도 가슴이 훈훈해졌다. 어쩌면 수록된 그 어떤 이야기보다 밤에 만났을 때 시린 마음을 노곤하게 해주는 진정으로 따뜻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온라인으로 매일 밤 15분씩 영어공부를 무료로 해준다고 할 때 너도나도 몰려드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나 역시 영어학원에서 연초 혹은 시즌마다 이벤트 형식으로 무료강의, 교재까지 무료로 제공한다고 할 때 서둘러 지원한 적이 참 많았다. 허나 일주일도 지나기 전에 역시 공부는 돈을 내야 책임감도 생기는구나 하며 포기한 적이 많았는데 이 청년은 그러질 않고 오히려 그 긴시간 빠짐없이 공부했을 뿐 아니라 다른 친구들까지 챙겨가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그 어떤 자기개발서보다 열정을 불러일으켜주었다.


지금 내게는 위의 두 이야기가 가장 맘에 와닿았지만 몸이 불편하거나 연인과 헤어진지 얼마되지 않았거나 혹은 첫사랑을 잊지못해 아직도 가슴아픈 밤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미처 언급하지 못한 다른 이야기들이 더 와닿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저마다 어떤 이야기에 공감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여러가지 이유로 매일 밤 마음이 시린 이들에게 각자 크게 공감하는 내용들이 존재할 것이다. 삶을 산다는 것은 또 그안에서 마음이 시리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비롯되기에 나눌 수 없을 때는 가만가만 듣는 것,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된다. 글을 전부 읽지 않고 본문에 수록된 일러스트를 한 장 한 장 넘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글로 혹은 그림으로 매일밤 당신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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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이동도서관
오드리 니페네거 글.그림, 권예리 옮김 / 이숲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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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사서와 도서관이 있다?!

 

  

연인과 다툼 이후 늦은 밤 거리로 나온 알렉산드라. 그녀 스스로 말한 것처럼 그 시간대에 여자 혼자 돌아다니는 것은 엄청 위험한 행동인데다 심지어 남자 홀로 있는 '차', 설사 그 차가 심야이동도서관이라 할 지라도 선뜻 차에 오른다는 것은 제정신이라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눈 앞에 심야이동도서관이 있고, 사서라는 직함이 적힌 명함을 내미는데 거부한다는 것은 애서가 혹은 평소에 호기심 가득한 이들이라면 불가능하다. 그렇게 들어간 도서관에는 처음에는 분류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당황스럽지만 보다보니 너무 익숙한 책들이다. 사서는 거리낌없이 도서관내에 진열된 모든 책이 다 알렉산드라가 읽은 책이라고 말해주며 심지어 그녀가 쓴 일기장까지 보인다. 새벽이 지나도록 알렉산드라는 자신이 읽었던 책들을 다시금 훑어본다. 읽다만 책들은 읽은 부분까지만 인쇄되어 있고 읽지 않은 나머지 부분은 지워져있다. 만약 요즘 속독법이라고 알려주는대로 발췌독서를 한 사람들이라면 책이 대부분 일부만 적혀있겠구나 생각하니 웃음이 나기도 했다. 알렉산드라는 그곳을 떠나고 싶지 않지만 사서는 강경하게 그녀에게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심지어 대출도 절대 안된다고 하며 그녀곁을 떠난다. 다시 만날 생각에 알렉산드라는 밤이면 심야이동도서관을 기다리지만 쉽게 만나지면 이 이야기가 재미있을리가 없다. 도서관과의 재회를 기다리며 그녀는 진짜 '사서'가 되고 그사이 연인과도 이별하고 열심히 책을 읽는다. 오랜 시간이 지나 우연처럼 심야이동도서관을 만났을 때 그 안에는 그동안 그녀가 엄청나게 읽었던 만큼 장서가 빼곡하게 쌓여있었다. 진지하게 그곳에 사서가 되고 싶다는 그녀에게 사서는 그럴 수 없다고 말한다.

 


사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이 책의 결말과는 사뭇다른 상상을 펼쳤는데 스포를 할 수 없으니 내가 예상한 결말을 적자면 심야이동도서관을 그녀가 차리는 줄 알았다. 그래서 아! 나의 로망이 이렇게 책으로 만나지는구나! 싶었는데 어멋, 어멋! 결말 보고 진짜 소스라치게 놀랐다. 심야이동도서관을 하고 싶었던 내 바람도 미련없이 내려놓았다. 흥미롭고 일정부분 낭만도 있고,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기위해 노력하는 부분도 나름 교훈적이지만 결말은 정말 의외였다. 그러나 정말 매력적인 책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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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6-12-08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척 몽환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읽는 내내 뭔가에 홀린 듯이

에디터D 2016-12-09 10:16   좋아요 1 | URL
심야이동도서관을 실제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몽환적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가능성을 차단한게 아닌가 싶어요. 스쿠루지 영감이나 폴라익스프레스와 같은 애니처럼 느낄 수 있었을 좋은 기회를 놓친 것 같기도 하고^^;; 책의 힘이란 놀랍지용^^
 
바리스타는 왜 그 카페에 갔을까 - 바리스타가 인정한 서울 도쿄 홍콩 카페 27
강가람 지음 / 지콜론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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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는 왜 그 카페에 갔을까 / 강가람 지음

 

무언가를 좋아하면 잘 알거나 혹은 잘 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묻겠지만 꼭 그런것만은 아니다. 안다는 것 또한 어떤 의미에서 따지고 들자면 과연 애매해지기도 한다. 커피맛도 그렇지 않을까? 자주 들르는 카페에 커피맛을 눈감고도 맞출정도로 잘 알지만 커피맛이 좋은지 나쁜지는 잘 모를수도 있다. 물론 기왕이면 해당분야의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카페가 단골집이면 금상첨화이긴 하다. 그래서 바리스타가 인정한 카페를 가기 위해 책 <바리스타는 왜 그카페에 갔을까>를 읽게 되었다. 서울, 도쿄, 홍콩 지역의 총 27곳의 카페가 등장하는 데 가장 가까운 서울 지역부터 살펴보다가 사진으로 봤을 때 가장 먼저 마시고 싶었던 카페 캄플렉스(실제 상호명은 컴플렉스)에 들렸다.



 


카페에 앉아 대표메뉴를 주문한 뒤 책을 꺼내 읽었다. 맛이 좋다. 아, 커피맛을 모르는 나지만 취향은 또 확실한 편인데 내 입에 좋았다. 혹시 의외로 커피맛을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저자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서 책의 프롤로그부터 읽기 시작했다.

 

힙한 혹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카페, 꼭 들러 봤으면 하는 카페들을 한 곳 한 곳 유람하며 커피를 마시고 눈으로 귀로 겪은 경험을 가지고 글을 썼다. 10쪽

 

지난 11월에 출간된 책이라 실제 저자가 커피맛을 음미하며 유람했을 당시에는 핫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쿄편의 경우 SNS에서 정말 자주보던 곳들이 대거 등장해 살짝 아쉽기는 했지만 오히려 어떤면에서는 다행스럽기도 했다. 인테리어가 예쁜 카페가 아니라 맛이 정말 좋아 여행 중 혹은 지인에게 원두를 부탁해서 사들여온다는 카페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서문에 밝힌 것처럼 내가 자주가는 카페에 관해 언급한 것처럼 입맛은 주관적이라 자신의 맛을 잘 알고 단골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에 조금 뿌듯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프렌차이즈 커피를 즐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신기하게도 요즘들어 내 입맛에 맞는 개인 카페를 찾고 있던터라 저자의 한 마디 한마디가 다정하게 들렸던 것 같다. 우선 저자가 소개해준 카페 중 한 곳은 이미 다녀온 것처럼 검증이 되었고, 홍콩 여행중에 가보고 싶은 곳이 두 군데가 있는데 바리스타 세계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는 'Kapo Chiu'가 오너 바리스타로 근무하는 '커핑 룸'이다. 내 입에 맛있는 커피를 마실 때 마다 종종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아, 이 커피를 바리스타가 마셔보고 진짜 맛있다고 해주었으면 좋겠다 하는 그런 생각. 반대로 커핑 룸 처럼 실력있는 바리스타가 내려준 커피를 마시면서 진심으로 맛있다라고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홍콩 여행을 언제 가게 될런지 계획은 없지만 만약 가게된다면 빼놓지 않고 이곳은 가볼 계획이다. 그리고 또 다른 곳은'브루 브로스'라는 곳인데 이곳은 직접 로스팅하는 것이 아니라 집주인이 호주에서 맛본 맛있는 커피를 그대로 공수해온다고 한다. 모두들 업주들이 자신있게 로스팅한 것을 내세우는 현실에 비교하자면 엄청 솔직하고 그 나름의 자신감이 묻어나서 가보고 싶다. 호주의 커피를 홍콩에서 마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자주 느꼈던 점은 저자가 맛도 맛이지만 '서비스'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저자랑 독자로서 나랑 궁합이 잘 맞는다고 생각한 것도 이부분이다. 아무리 맛집이고, 가격이 저렴해도 서비스가 좋지 않은 음식점은 재방문하지 않는게 내 나름의 철칙이다. 이제 겨우 소개된 카페 중 한 곳을 가본거지만 실패하지 않았다. 맛도 그렇지만 과하지 않은 친절, 빈(?)손으로 나오지 않게 해주는 작은 센스가 매력적이었던 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첫 단추가 중요하다고들 하지 않은가. 이제 남은 서울 지역의 카페와 도쿄 및 홍콩의 카페들도 조만간 가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때도 이 책을 들고가서 촌스러워보이더라도 인증샷을 남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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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6-12-09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입에 맞는 커피집은 갈 때마다 문닫혀 있고ㅎㅋ; 맛이 아니라 타이밍 정말 안 맞는 커피집ㅎ 처음 핸드드립 맛을 익힌 집이라 거기 말고 입에 맞는 커피집이 잘 없더라고요. 종류별로 찾아가는 커피집이 다른데, 갈 때마다 문닫힘을 자주 겪어 내가 뭔가 참 못 맞추나 합니다^^;;
 
여행 드로잉 수업 나의 첫 어반 스케치 - 여행의 감동을 선명하게 남기는 방법 스케치로 기록하는 나의 여행기
마크 타로 홈스 지음 / EJONG(이종문화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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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드로잉 수업 나의 첫 어반 스케치 / 마트 타로 홈스 지음


 

 

유럽을 떠올렸을 때 랜드마크 장소나 건물등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곳곳에 이젤을 두고, 혹은 한팔을 지지대삼아 스케치북을 올려두고 크로키를 빠르게 담아내는 사람들도 함께 떠오르곤 한다. 지난 해 런던여행 중에는 모처럼 그들을 흉내내볼까 부끄러움도 불사하고 끄적여보긴 했다. 만약 이 책을 먼저 읽고 갔더라면 부끄러운 마음을 떨쳐내고 당당하게 순간순간 노트를 꺼내들었을텐데, 진정한 실력이란 그림을 잘그리느냐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어반스케치'에서는 얼마나 그렸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만 알았더라도 하고 아쉬웠다.

 

하지만 유럽에서만 어반스케치를 할 필요는 없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물론 여행 드로잉을 주제로 삼았지만 정물부터, 인물 그리고 우리가 늘상 다니는 동네나 도심이라면 어디든 모두 모델이 되어주기에 손색이 없다. 특히 저자가 해준 말중에 드로잉도 마라톤처럼 미리미리 준비해야된다고 조언해주는데 가령 오전10시부터 시작해서 저녁7시까지 계속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다. 그렇게 훈련이 되어야만 여행중에도 쉼없이 원하는 피사체를 마주했을 때 망설임없이 스케치북을 꺼낼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른 크로키 뿐 아니라 펜화나 드로잉처럼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때 안그래도 여행중에는 체력이 부족한데 그림까지 그리려면 드로잉 마라톤 훈련이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백 번을 생각해봐도 옳은 말씀이다. 여행 떠나기 전 체력을 키워야 할 이유가 또 한가지 늘어난 것이다. 그런가하면 그림을 그릴 때 펜을 들고 대략적인 사물의 크기를 재보는 행위가 화가인 것 처럼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진짜 거리를 재보기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하는 작업이라는 것도 알았다. 정물화를 그릴 때에도 샤프나 펜으로 사물과의 간격을 측정할 수도 있고, 스케치북에 축소시킬 때 그 비율을 맞춰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여행 드로잉인만큼 건물을 그려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기울기'를 확인한다고 표현했다. 대략적인 스케치 단계를 지나 펜으로 드로잉을 할 때 연필선을 따라 그린다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조언도 해주며 무엇보다 한 번에 끝내는 그림도 있지만 보통 세단계로 나누어 명암을 조절하는 것이 좋고 특히 수채화처럼 물감으로 색을 입힐 때 그 농도에 따라 차, 우유, 꿀의 농도로 칠할 때의 느낌이 각각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상세하게 보여준다. 그림이 완성되어지는 모습을 단계별로 보여주는 것도 좋았고,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이 기본이기는 하지만 있는 그대로 따라 그릴려고 하기 보다는 '자기만의 디자인'화 해야한다고도 거듭강조했다.


 

열심히 그리면, 저자의 말처럼 한 달에 한 권의 스케치북을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면 언젠가는 정말 잘그리게 되겠지 하고 의욕에 불타오를만큼 책의 구성이 정말 좋았다. 물론 그러다가 책의 맨 뒷페이지에 실린 저자 약력을 보면, 그야말로 저자는 '드로잉신'이었구나 하는 알수없는 허탈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그럴때마다 #어반스케치 로 검색해서 동료(?)들의 그림과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용기를 얻으면 될 것 같다. 어찌되었든 잘그리는게 아니라 자주그리는게 실력이라는 저자의 말만큼 위로가 되는 말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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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나의 증오를 갖지 못할 것이다
앙투안 레이리스 지음, 양영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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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나의 증오를 갖지 못할 것이다 / 앙투안 레이리스 지음, 양영란 역


우리는 절대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결코 그자들에 대한 반감 위에 우리의 새로운 삶을 쌓아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39쪽



지난 해 11월 13일, 파리 곳곳에서 테러가 발발했다. 그리고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 소중한 삶을, 미래를 잃었다. 책<당신들은 나의 증오를 갖지 못할 것이다>의 저자 앙투안 레이리스도 그날 아내를 잃었다. 너무 소중하고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이미 죽어 차가워진 아내를 만났을 때 조차 재회를 할 수 있었던 '행복'한 날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앙투안 뿐 아니라 17개월 된 아들 멜빌도 엄마를 잃었다. 보통 길어야 반나절이면 다시 얼굴을 보이고 자신을 씻겨주고 놀아주던 엄마가 더 이상 올 수 없다는 것을 멜빌도 깨달은 날 앙투안과 멜빌은 한참을 울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 때 울먹임이 결코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고, 아내 엘렌을 평생 사랑할 뿐 아니라 늘 함께 할거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앙투안에게는 분노와 증오대신 살아갈 힘이 생겼다. 왜냐면 엘렌은 결코 그들을 떠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를 테러의 희생자로 만들었던 그들은 그저 그녀가 먼저 세상을 떠날 수 밖에 없도록 신이 보낸 도구에 불과할 뿐이니 그들에게 어떤 증오를 품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단어 하나하나를 골라 그것들을 결합시켰다가 때로는 갈라놓는 뚜쟁이 노릇을 몇 분쯤 한 끝에 하나의 편지가 탄생한다.

"당신들은 나의 증오를 갖지 못할 것이다." 58쪽

상대에게 증오를 품는다는 것은 그들이 '살아있는'존재라는 가정일 경우 가능하다. 생명이없는 사물에게 정을 주고, 마음을 내어주어 나름의 생명을 불어넣어 줄 순 있지만 '증오'를 가질수는 없으니 테러범은 이미 앙투안에게는 죽은 존재나 다름없었다. 반면 아들 멜빌과 자신, 그리고 그 두 사람에게 있어 늘 곁에서 사랑을 주는 엘렌은 몸은 죽었지만 분명 살아 숨쉬는 존재였다. 그렇기 때문에 살 수 있었다. 앙투안의 편지가 인터넷에 공개된 이후 안면도 없는 세계 곳곳의 사람들로 부터 편지와 선물을 받게되고 멜빌이 다니는 어린이집 엄마들은 앙투안부자의 처지가 걱정되어 자발적으로 수프며 과일 젤리등을 만들어서 보내준다. 그들에게 앙투안은 늘 멜빌이 잘먹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실제 음식물은 개수대에 그대로 버려졌지만 엄마들이 보내준 그 사랑, 엘렌이 곁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로부터 정성어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멜빌과 앙투안은 충분히 섭취했기 때문에 앙투안의 그 대답은 스스로 말한 것처럼 조금의 악의나 위선도 느껴지지 않았다. 문제는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들에게 주변사람들이 해줄 수 있는 말은 '용기를 내'라는 말 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용기를 내"는 최종 판결처럼 들린다. 92쪽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당사자는 어쩔 수 없다. 그말은 그들에게 더이상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는 말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당신의 그 괴로움에 잠식당하고 싶지 않다는 변명처름 들렸을지 모른다. 이 문장을 읽을 때 에픽하이 노래중 '헤픈엔딩'가사가 떠올랐다. 그 노래에도 유사한 내용이 나온다.


'돈 내'란 말 보다 싫은 말이 '힘내'.  에픽하이 - 헤픈엔딩(신발장) 중에서


그렇다고 상처입은 사람들에게 곁에 있는 사람들이 달리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을 것 같다. 그저 지켜보는 것, 조금씩 조금씩 일상으로 되돌아오도록 기다려주고, 아주 조그마한 요청에도 머뭇거림없이 손내밀어주는 것 정도가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잃은다는 것은,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면 헤어짐의 방식이 무엇이었더라도 결코 잊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앙투안과 멜빌은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정작 아무일 없이 살아가던 우리가 필리프처럼, 그리고 역자의 말처럼 앙투안에게서 용기를 얻는 것도 그때문일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남탓을 하고, 심지어 견디기 힘든 분노로 스스로 상처입힌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러니 앙투안씨, 지금처럼 그렇게 살아주세요.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도 말고 지금처럼, 한통의 편지로, 그리고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길.

당신이 그렇게 바라던 행복에 가득찬 그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직은 무너질 때가 아닙니다. 앙투안 L.씨. 버텨주셔야 해요.

우리, 같이 버텨요. 역자후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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