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선물이에요 - 영화로 기억하는 여행의 순간
김서영 지음 / 꿈의지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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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선물이에요.'


표지도, 타이틀도 정말 예쁘다. 하지만 결코 친절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책이라고 한 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책을 다 읽은 뒤 에필로그를 읽고서야 이 책이 왜 그렇게 '불친절'한 상태로 출간되었는지 이해할 순 있었지만 에필로그 대신 프롤로그로 알려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마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주문 끝에 경고문이 나오는 것처럼 순서가 뒤바뀌지 않았나 싶다.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필름 카메라에 담았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들은 영화의 힘을 빌렸다.


책을 보며 떠오르는 사람들의 호중함을 잊지 않길 바란다. - 에필로그 중에서-



이 책은 저자가 소중한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담은 것이고, 독자는 그녀가 해주고 싶었던 말을 다시금 빌리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라던가 최소한 그 사진을 어느 도시에서 찍었는지를 궁금해 해서는 안되는 거였다. 영화속 대사를 누가 했는지도, 영화 원문에서는 어떻게 쓰여있었는지조차 알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 일상적인 말 대신, 좀 그럴듯하게 혹은 같이 보았던, 상대가 좋게 평가했던 영화라면 더할나위없이 완벽한 지원자가 되어줄 그런 책이었던 것을 책 표지에 '영화로 기억하는 여행의 순간'이라길래 여행의 순간이라면 그 장소에 대한 간략한 정보, 대략 사진 아래 도시이름이라도 적어주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나의 불평 자체가 민망한 노릇이었다. 이미 책은 다 읽은 뒤였고, 읽는 내내 '그래서 여기가 어디냐고!'를 연발했던 나는 정말 배려심 없는 독자가 되어버렸다.


어쨌든 친절하지 않아도 예쁜 책인 것은 분명하다. 책 속에 어딘지 몰라서 차마 따라갈 수 없는 그곳의 풍경이 멋졌고, 다소 영화 장면과 어울리지 않는 듯 하지만 어쨌든 작가가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큐레이션 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 장면을, 이 대사를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을 넓혀준 것도 사실이다. 사진을 찍은 후 영화의 힘을 빌렸다던 저자의 말처럼 약간의 어긋남이 매력이라면 매력인 것이다. 물론 오베라는 남자라는 영화 속 대사 '당신이 없으니까 모든 것이 엉망이야'와 함께 실린 공항에서 대기중인 한 남자가 담긴 사진을 보면, 당사자는 결코 '엉망'인 상태는 아니었을텐데 혼자 앉아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페이지에 실렸다는 사실을 안다면 조금 서운해하진 않을까 싶기도 하다. 또 '한여름의 판타지아'속 대사 '오래 사는 것보다 행복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와 함께 실린 사진은 백발의 부인과 반쯤 버리가 벗겨진 남자분이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 뒷모습을 담았다. 설마 그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오래사는 것 보다 행복하게 사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아니겠지 하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물론 이렇게 어긋남이 매력인 페이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 <배트맨 비긴즈>의 ' 우리가 넘어지는 이유는, 일어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한 거란다.'란 대사와 함께 실린 사진은 창을 통해 빛이 들어오는 어두운 구석에 앉아있는 청년 혹은 소년의 모습이 담겨있다. 지쳐앉아있는 듯 어두운 표정의 그에게, 혹은 그런 상황에 놓인 지인에게 전해주기 알맞은 대사와 사진이다. 영화 <국화꽃 향기>의 '나무는 한 번 자리를 정하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아요.'라는 대사와 함께 실린 사진은 일렬로 빽빽하게 자리잡은 나무들로 가득한 정원을 거니는 연인의 사진이 실려있다. 나무의 마음도, 연인을 향한 변함없는 사랑도 동시에 전해지는 사진이다.


책을 읽을 때 저자에 대한 애정으로 무조건 좋게 볼 때도 있고, 아쉬운 부분 혹은 오탈자만 신경쓰다가 내용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보시다시피 이 책은 안타깝게도 후자에 속한다. 공감하는 대사, 찍어서 SNS에 공유하고 싶은 사진도 더러 있었지만 애초에 '여행'과 '영화'라는 키워드를 들고 나와서 이토록 답답한 마음을 들게 했다는 점이 내내 머릿속에서 버려지지 않았다. 저자의 말을 읽고 이해는 했지만 역시나 후련하지 못했던 맘, 미련맞게 페이지를 순서대로 읽느라 미처 에필로그를 먼저 읽을 생각을 못했던 나의 어리석음 때문이다. 저자의 다음 작품은 좀 더 친절하길,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다음 책을 읽어볼 생각이다. 칭찬해주고픈 마음을 가득 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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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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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손과 발도 편의점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자, 유리창 속의 내가 비로소 의미 있는 생물로 여겨졌다. 191쪽



읽는 데 1시간 30분도 안걸렸다. 경기도에 있는 영화관에 가기위해 급하게 나오면서 가벼워보이는 책을 들고 나온다는 게 [편의점 인간]이었다. 걷는시간, 줄서서 기다리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내내 책을 읽었는데 합쳐봐야 80분 남짓이다. 확인해보니 본문만 보면 190페이지도 안된다. 400여페이지가 4시간 남짓 걸린다고 계산하면 적당한 시간이긴 하다. 그런데 체감하기에는 제대로 '몰입'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두가 길다. 한 줄 결론 이 책은 재미있다. 퇴근시간 그 정신없는 지하철속에서 한 시도 눈을 떼지 않을 수 있을만큼 재미있었다는 말을 이렇게 길게 늘여썼다.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치고는 성적묘사나 잔인한 장면도 없다. 어쩌면 그래서 이제까지의 수상작과는 다르다고 평가받는지도 모른다. 아주 긍정적인 의미에서.


시계를 보니 오후 세 시였다. 이제 슬슬 계산대의 정산이 끝나고, 은행에서 돈 바꾸는 일도 끝나고, 빵과 도시락이 트럭으로 배달되어 진열되기 시작할 무렵이다. 50쪽



학생이었거나 회사원 신분이었던 경험이 있다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어쩌다 학교를 안가게 되는 날, 연차를 사용한 날, 시계를 보며 지금 무엇을 할 시간인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짐작할 수 있는 것, 아주 가볍게 머릿속에 착착착 진행이 이뤄지는 것. 편의점 안에 속해있을 때는 그런 상상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 털어버려야 할 까닭도 없다. 오히려 그런 생각과 함께 좀 더 제대로 지금 상황을 즐겨보자고 다짐도 하는 촉발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삶'속에서 떨어져 나왔을 때 그것을 떠올리는 것은 불쾌하고 털어버려야만 하는 지난 추억이다. 물론 편의점 인간인 후루쿠라에게는 이런 감정이 없다. 그렇다고 감정이 전혀 없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 혹은 남의 눈치를 봐야하는 이타적인 감정이 없는 그녀도 가족들이 자신때문에 곤란해지는 것이 싫어 어떻게든 사회성 있는 인간이 되려고 노력한다. 편의점 인간이 된 까닭도 매뉴얼만 지키면 어엿한 '사회인'처럼 보여진다는 이유에서였다. 학교에서 선생님과 교칙을 따르듯 그렇게 정해진 매뉴얼이 있으면 후루쿠라는 견딜만 했다. 하지만 서른 여섯이 된 이후 편의점 매뉴얼만으로는 사회인 인척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회에서는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30대 후반이라면 사회적으로 안정된 직장을 가져야 하고, 결혼을 해야 하고, 결혼을 했으면 아이를 낳아야했다. 동생의 도움으로 조금씩 거짓말로 위기를 넘기던 후루쿠라지만 조금씩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다. 그무렵 편의점에 외적으로는 후루쿠라와 거의 흡사한 시라하가 들어온다.


현대사회라는 건 환상이고, 우리는 조몬시대와 별로 다르지 않은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요. 85쪽


시라하라는 인물은 위의 저 문장으로 충분하다. 그와의 대화속에는 아니, 그가 늘어놓는 사회와 여자에 대한 불만속에는 빠짐없이 '조몬시대'가 등장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시라하의 말이 틀린것 같진 않다. 돈 혹은 능력이 있는 남자가 예쁜 여자와 결혼을 하고, 남자는 능력인것처럼 여자는 예쁜 외모만이 그들의 삶을 평화롭게 해주고 그것을 무기로 사회속에서 진정한 '인간'대접을 받을 수 있다. 흙수저니 어쩌니 해도 결국 사회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문제있는 '문제아', '사회부적응자'가 되어 사람들에게는 위로를 구할 수 없고, 국가나 사회에게서 대책이나 복지를 기대할 수도 없다는 점은 조몬시대와 지금사회가 꼭 같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동거를 시작하자 후루쿠라의 친구들도, 그녀의 동생도 안심한다. 설사 그 상대가 백수일지라도 '연애'를 한다는 것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비혼이 기사회되고 특집이 될 수 있는 것 역시 보통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혼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고만 해야 하는 사회보다 그다지 적응하고 싶지 않은 '편의점 인간'들이 마치 적응하고 싶어 안달나있는 사람 취급하는 것이 더 큰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오늘 날짜를 본다. 오늘은 화요일, 신상품이 들어오는 날이다. 184쪽


또다시 후루쿠라에게 '편의점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지금 후루쿠라는 편의점에 '속'하지 않았다. 지금 그녀는 손님으로 편의점에 와있다. 하지만 편의점에 속해있던 아니던 그녀에게는 끊임없이 '편의점 소리'가 들려오고 그것이 환청이나 여명처럼 그녀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구원의 소리'로 여겨진다. 그런 그녀가 선택하게 될 미래는 무엇일까. 가족을 포함한 타인의 눈에 '평범한 인간'이 될 것인가, 아니면 '편의점 인간'이 될 것인가. 시라하와 후루쿠라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시라하는 평범한 인간이 되길 원한다. 조몬시대를 언급하며 끊임없이 현실을 부정하고 남의탓만 하면서도 사회속으로 자신을 누구라도 끌어들여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후루쿠라는 아니다. 그녀에게 사회적 인간, 평범한 보통인간이란 애초에 없었다. 그녀야말로 진정한 '인간'으로 이 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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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허밍버드 클래식 7
진 웹스터 지음, 한유주 옮김 / 허밍버드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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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당신이 단 한 순간도 후회하지 않게 할 거랍니다."

 

 

 

허빙버드 클래식07 키다리 아저씨 진 웹스터 & 번역 한유주


우리에게는 '주디'로 더 친숙한 키다리 아저씨의 귀여운 여주 제루샤 애벗. 유년시절은 고아로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성장하지만 키다리 아저씨를 극적으로 만나게 되면서 그야말로 그녀의 삶이 180도 바뀌게 된다. 시작과 결말만 보면 그녀가 신데렐라처럼 어느 한 순간 한남자로 인해 인생일 달라진 것처럼, 그야말로 로또대박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그녀가 성장해온 과정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그녀가 쟁취한 '행복'이 결코 운이 전부였던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다. 열심히 공부했고 남을 미워하고 탓하기 전에 자신이  처한 상황과 주어진 것에 대해 충분히 감사할 줄 아는 '마음'마저 예쁜 여성이었다. 어린시절 보았던 만화속 목소리가 초록지붕의 앤과 몇몇 부분에서 상당히 유사하다. 고아였다는 점, 가족 혹은 자신의 미래를 지지해줄 소중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는 점, 무엇보다 진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즐기고 공상하는 것을 즐기며 어떤면에서는 상당히 조울증 환자였다는 점이랄까.

 

 



3월 26일 키다리 스미스 이사님께 中
전 선생님에 대해 아는 바가 전무합니다. 심지어는 성함조차 알지 못합니다.
실체가 없는 상대에게 편지를 쓴다는 건 의기소침해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의혹을 품지 않았지만 선생님께서는 분명 제 편지를 읽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던지시겠지요.
이제부터는 오직 학업에 대해서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71쪽

 

 

 

 

 


 

 

 

 

 


​저런 편지를 보내고 난 다음주에 바로 주디는 키다리 아저씨에게 아파서 그랬다는 핑계와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점까지 들먹거리며 사과를 한다. 누군가에게 잘못했을 때 빠르게, 늦지않게 사과하는 것도 인간관계에 필요한 요소이긴 하다. 물론 시도때도 없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말로만 사과하는것과 같은 의미는 결코 아니다. 진정으로 잘못했을 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 자신의 잘못, 어쩌면 상대쪽에서는 크게 개의치 않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기에 상대의 마음을 언짢게 했다면 사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해당 편지와 함께 실린 주디의 일러스트는 그녀의 마음과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어 웃음이 났다.

​전 한남자와 걷고, 대화하고, 차를 마셨답니다. 그것도 아주 멋진 분하고 말이죠.
바로 줄리아네 집안의 저비스 펜들턴 씨였어요. 87쪽


드디어 보는 이들은 다 알지만 정작 당사자는 어떻게 그리 모를 수 있을까 싶은 저비스 펜들턴씨와 주디의 만남이 등장한다. 주디는 자신이 그토록 설레여하며 만났던 남자가 키다리 아저씨 인 줄 모르고 설레였던 당시 상황을 편지로 보낸다. 자신과의 만남을 그토록 행복하게 기억하는 여자라면 없던 호감이 생겨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아마 이때부터 서로의 마음속에 조금씩 서로의 자리가 커졌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이런 상황속에서도 여전히 조울증 가득한 주디의 편지는 계속 된다. 방학 때 고아원에 가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고 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아, 정말 숨김이 없는 아이구나 싶다. 착한 아이인척 하지 않는 주디, 어쩌면 이런 성격 때문에 독자가 여자이긴 해도 한없이 그녀를 응원해 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진짜 착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꼭 나같은 모습. 싫은 건 싫고 좋은 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그녀의 성격이 부럽기도 했다. 그녀의 성격 혹은 성향 중 가장 부러운 것은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는 점이다. 학교 월간지에서 해마다 주최하는 단편소설 공모에 4학년도 아닌 2학년 제루샤, 주디가 당선되었을 때 쓴 편지를 보면 그녀가 얼마나 감사하는 마음을 잘 알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전 천국에 못 갈지도 몰라요.
이미 여기서 좋은 것들을 이렇게나 많이 누리는 제가 천국에서도 좋은 것들만 누리고 산다면 공정하지 않을 테니까요. 131쪽

글쓰는 일이 직업이 될 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들떠 기뻐하는 그녀, 분명 누구나 사는 동안 벅차게 기쁘고 감동적인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기쁨을 누릴 때 우린 얼마나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을까. 심지어 천국에 못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어릴 때는 저렇게 기뻐하고 들떠있는 주디의 모습이 그저 감정표현이 풍부한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른이 되어 느끼는 것은 더 주고 싶고, 없는 것 마저 만들어서 주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했다. 주디가 키다리 아저씨의 존재를 알게되고 두 사람의 관계가 '연인'으로 바뀌었을 때 처음으로 '연애편지'를 쓰면서  '그리고 당신이 단 한 순간도 후회하지 않게 할 거랍니다. 262쪽 '라고 적는다. 정말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사랑한다던가, 서로 잘해보자라던가, 영원히 사랑하자는 말보다 상대에게 단 한 순간도 후회를 느끼지 않게 하겠다는 자신감 있고 자존감 있는 주디의 사랑이 얼마나 멋진가. 결국 그녀는 남자 하나 잘만나서 행복해진 나약한 여자가 아니라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찾고 만들어갈 줄 아는 당당한 여성이었다. 주디에게 닮고 싶은 점 두가지. 감사할 줄 아는 마음과 자존감 있는 모습이다.
 

 

 


p.s 책과 함께 들어있던 키다리아저씨 허빙버드클래식모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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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읽는다 세계 5대 종교 역사도감 지도로 읽는다
라이프사이언스 지음, 노경아 옮김 / 이다미디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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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제한되어 있는데 느닷없이 역사와 종교서가 너무 재미있어진 요즘, 한꺼번에 두 가지를 다 접할 수 있는 책을 발견, 바로 라이프사이언스에서 펴낸 [세계 5대 종교 역사도감 지도로 읽는다]란 책이다. 5대 종교라 하면,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유대교 그리고 힌두교를 말한다. 기독교라고 이야기하면 개신교와 천주교를 다 포함한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아마도 개신교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기독교는 구약성서의 모세율법까지만 보면 유대교와 거의 흡사하다. 가장 큰 차이를 말하자면 예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닌가 싶다. 각 종교의 핵심내용은 1장에서 구체적으로 다루는데 불교와 기독교를 제외하고는 기본적인 내용을 잘 알지 못해서 좀 더 부연설명을 덧붙인다. 소개되는 내용은 1장의 기본교리와 5장에 나오는 종교상식의 내용을 포함한 것이다. 우선 이슬람 교리는 '알라'신을 믿는 종교라고 하면 이해가 빠르다. 기독교와 유사한 점은 마찬가지로 '최후의 심판'이란 절차를 통해 사후에 천국과 지옥으로 나뉘어 진다는 내용이 그러하다. 그런 반면 기독교와 가장 큰 차이점은 예배를 반드시 '교회'에 모여서 드리는 것이 아니라 장소와 상관없이 큰 천을 깔고 메카를 향해 기도를 하루 다섯 번 드리면 된다고 한다. 이슬람교의 또 대표적인 교리 중 하나는 단식과 철저하게 금주, 즉 국가에서 관광객을 포함 외국인들을 제외하고는 아예 술 판매자체가 금지된 곳도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유대교같은 경우에는 종교로서가 아닌 '유대인'이란 단어로 더 친숙한 편인데 유대인들의 교육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교육열이 높은 부모들의 주요관심사 중 하나다. 노벨상을 수상자의 비율이 높은 이유도 있지만 그것 외에도 종교적 탄압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종교인들보다 훨씬 더 철저하게 교육을 시켰을거라는 학설까지 있을 정도로 교육과 유대교인들의 이야기는 상당히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다. 덕분에 종교교리서에 해당하는 <탈무드>를 마치 올바른 태도를 갖추기 위한 필수서적처럼 전세계인들이 어릴 때 혹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거부감 없이 읽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잠깐 언급한것처럼 유대교는 모세의 '십계명'을 철저하게 지킨다. 기독교의 경우 언제든지 회개하고 예수를 믿으면 천국에 들어갈 수 있지만 유대교리로 보자면 계율을 어긴자는 결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힌두교의 경우는 명확한 교리가 없는 반면 엄격한 계급제도가 존재하는 종교이다. 다소 억울하게 느껴지는 이 제도는 불교에서는 흔히 '업'이라고 말하는 전세가 현세에서까지 이어진다고 믿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불교는 현세에서 열심히 업을 닦는 것, 즉 선하게 살아가면 다음 생에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다고 이야기 하는 반면 힌두교에서는 이미 전세에서 현세의 운명이 결정되어 태어난다. 다른 종교의 교리서는 제법 알려져있는 편인데 힌두교의 베다 경전을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경전은 바라문교의 경전이었던 것이 기원전 11세기 이후부터 700년을 걸쳐 서서히 힌두교 경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들 종교는 크게 하나의 신만을 섬기는 일신교와 힌두교처럼 여러신을 믿는 다신교로 나눌 수도 있다.

진짜 흥미로운 이야기이자 이 책의 핵심인 지도로 보는 종교이야기는 2장에서 등장한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의 종교는 무엇이었을까? 개신교가 거의 대부분이며 가톨릭 교도는 35대 케네디 대통령이 유일했다고 한다. 참고로  현 대통령이 오바마를 포함 대부분의 대통령들의 종교는 개신교이다. 기독교가 아닐 경우 대통령 당선이 어려워보이는 것은 물론 터키의 경우는 이슬람 문화권에 속해있는 까닭에 EU가입도 오리무중인 상태이다. 표면적으로는 사회경제적 불안정이라고 말하는데 종교적인 부분이 크다고 이야기한다. 이외에도 각 종교별로 대표라 불리는 교황, 달라이라마와 관련된 이야기도 등장하는 등 읽다보면 객관적인 시선으로 종교에 관한 정보를 전해주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 어떤 주제보다 더 민감하다고 볼 수 있는 종교를 다루다보니 객관적인 시각에서 집필하는 것을 가장 신경쓰지 않았을까 싶다. 신앙적인 의미에서보자면 교리를 깊게 파고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아쉬울 순 있어도 확실한 것 이 책의 타이틀처럼 지도를 통해 5대 메이져 종교과 관련된 국가, 사회적 영향력을 공부하기 위한 입문서로 알맞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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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11-13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굉장히 좋은 책이네요. 역사와 종교를 동시에 접할 수 있다니 구미가 당깁니다. 감사합니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여행산문집
이병률 지음 / 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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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에 갈까요."

이 말은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이병률 작가의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읽기 전까지 내게 있어 '바람이 분다'라는 구절은 폴 발레리의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오게 만드는 문장이었다. 수십년을 그렇게 바람이 불면 살아야하고, 살기 위해 먹어야 하고 잠을 자야했던 내게 느닷없이 바람분다고 달달한 연애감정이 반가울리 없었다. 살아야만 하는 것과 누군가를 애틋하게 그리워하는 것은 공존할 수 없다고 어리석게 생각해왔었는지도 모른다. 2016년 10월. 그나마도 며칠 남지 않고서 이병률 작가의 작품을 읽었다는 것은 이런 내막을 바탕으로 보자면 이제사 내게도 '사랑'에게 곁을 내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났다고 믿고 싶다. 비단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사랑이 이성간의 사랑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한 번 더 강조하고픈 마음도 숨기지 않겠다.



11#

이야기할 사람이 없으면 술을 마시지 말라고 몸이 말을 걸어옵니다.

그럼요, 술은 정말 정말 좋은 사람이랑 같이 하지 않으면 그냥 물이지요. 수돗물.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수돗물을 마시고 살아온 것일까. 주체를 우리로 하지 말고 그냥 '나'라고만 해도 밥벌이와 상관없이도 수돗물을 마셔야 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좋은 사람과는 진짜 수돗물이라도 기분좋게 취했을지도 모른다. 어느 주류 광고문구처럼 좋은 사람과 함께 마시는 그 술이 참 그리운 가을이기도 하다. 저자는 바람이 불어서 당신이 좋다고 했지만 11월과 12월 사이를 좋아한다 말하면서도 이 말이 다름아닌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이라 했고, 삿포로에 갈까요 하고 묻는 것 역시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이라고 했다. 읽다보니 저자와 내가 닮은 구석이 있었는데 '눈'을 엄청 좋아한다는 것, 그이유로 '삿뽀로'를 좋아하는 사람과 꼭 가보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부럽게도 좋아하는 이와 삿포로를 다녀온듯 한데 나는 아직 그러질 못했다. 함께 가고 싶었던 사람이 없어서 가지 못한 것이 아니기에 마음이 스산했다.



35# 어쩌면 이토록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지


정말로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었는지를,

어쩌면 그토록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지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버둥거립니다.



사랑이 지나고 나면 그 사랑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내 머릿속, 기억속에서만 증명할 수 있다. 당사자가 부인하기라도 하면 둘 사이에 있었던 그 좋았던 감정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린다. 어쩌면 진짜 그토록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지 서글프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서두에 이병률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삶의 여유가 생겨 이제 사랑을 말하는 이토록 간질간질한 마음도 비집고 들어오는가부다 하고 짐짓 허세를 떨었으나 결코 그렇지 않았다. 이 책을 무심코 펼쳤다가 바로 이 문장 때문에 앞에서부터 차근차근 읽어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이토록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이 마음까지 다다를 수 있었는지 읽지 않고서는 견딜수가 없었다. 차례차례 읽어오면서 아, 이 책을, 이작가의 글을 지금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양파를 볶다가 무작정 짐을 꾸려 떠나본 적이 있는 나라서 다행이었고, 그 언젠가 내가 참 초라하고 작았을 때 나를 덮어주는 사람이 있었던 것을 깨달은 지금이라서 정말 다행이었다. 경험이 많다는 것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없는 사람보다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나라서 다행이었다. 이제부터 '바람이 분다'라는 구절을 떠올리면 '당신이 좋다'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살아야겠다'하는 무언가 처절함과 의무감 대신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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