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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ㅣ 허밍버드 클래식 7
진 웹스터 지음, 한유주 옮김 / 허밍버드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그리고 당신이 단 한 순간도 후회하지 않게 할 거랍니다."
허빙버드 클래식07 키다리 아저씨 진 웹스터 & 번역 한유주
우리에게는 '주디'로 더 친숙한 키다리 아저씨의 귀여운 여주 제루샤 애벗. 유년시절은 고아로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성장하지만 키다리 아저씨를 극적으로 만나게 되면서 그야말로 그녀의 삶이 180도 바뀌게 된다. 시작과 결말만 보면 그녀가 신데렐라처럼 어느 한 순간 한남자로 인해 인생일 달라진 것처럼, 그야말로 로또대박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그녀가 성장해온 과정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그녀가 쟁취한 '행복'이 결코 운이 전부였던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다. 열심히 공부했고 남을 미워하고 탓하기 전에 자신이 처한 상황과 주어진 것에 대해 충분히 감사할 줄 아는 '마음'마저 예쁜 여성이었다. 어린시절 보았던 만화속 목소리가 초록지붕의 앤과 몇몇 부분에서 상당히 유사하다. 고아였다는 점, 가족 혹은 자신의 미래를 지지해줄 소중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는 점, 무엇보다 진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즐기고 공상하는 것을 즐기며 어떤면에서는 상당히 조울증 환자였다는 점이랄까.
3월 26일 키다리 스미스 이사님께 中
전 선생님에 대해 아는 바가 전무합니다. 심지어는 성함조차 알지 못합니다.
실체가 없는 상대에게 편지를 쓴다는 건 의기소침해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의혹을 품지 않았지만 선생님께서는 분명 제 편지를 읽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던지시겠지요.
이제부터는 오직 학업에 대해서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71쪽
저런 편지를 보내고 난 다음주에 바로 주디는 키다리 아저씨에게 아파서 그랬다는 핑계와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점까지 들먹거리며 사과를 한다. 누군가에게 잘못했을 때 빠르게, 늦지않게 사과하는 것도 인간관계에 필요한 요소이긴 하다. 물론 시도때도 없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말로만 사과하는것과 같은 의미는 결코 아니다. 진정으로 잘못했을 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 자신의 잘못, 어쩌면 상대쪽에서는 크게 개의치 않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기에 상대의 마음을 언짢게 했다면 사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해당 편지와 함께 실린 주디의 일러스트는 그녀의 마음과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어 웃음이 났다.
전 한남자와 걷고, 대화하고, 차를 마셨답니다. 그것도 아주 멋진 분하고 말이죠.
바로 줄리아네 집안의 저비스 펜들턴 씨였어요. 87쪽
드디어 보는 이들은 다 알지만 정작 당사자는 어떻게 그리 모를 수 있을까 싶은 저비스 펜들턴씨와 주디의 만남이 등장한다. 주디는 자신이 그토록 설레여하며 만났던 남자가 키다리 아저씨 인 줄 모르고 설레였던 당시 상황을 편지로 보낸다. 자신과의 만남을 그토록 행복하게 기억하는 여자라면 없던 호감이 생겨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아마 이때부터 서로의 마음속에 조금씩 서로의 자리가 커졌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이런 상황속에서도 여전히 조울증 가득한 주디의 편지는 계속 된다. 방학 때 고아원에 가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고 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아, 정말 숨김이 없는 아이구나 싶다. 착한 아이인척 하지 않는 주디, 어쩌면 이런 성격 때문에 독자가 여자이긴 해도 한없이 그녀를 응원해 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진짜 착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꼭 나같은 모습. 싫은 건 싫고 좋은 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그녀의 성격이 부럽기도 했다. 그녀의 성격 혹은 성향 중 가장 부러운 것은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는 점이다. 학교 월간지에서 해마다 주최하는 단편소설 공모에 4학년도 아닌 2학년 제루샤, 주디가 당선되었을 때 쓴 편지를 보면 그녀가 얼마나 감사하는 마음을 잘 알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전 천국에 못 갈지도 몰라요.
이미 여기서 좋은 것들을 이렇게나 많이 누리는 제가 천국에서도 좋은 것들만 누리고 산다면 공정하지 않을 테니까요. 131쪽
글쓰는 일이 직업이 될 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들떠 기뻐하는 그녀, 분명 누구나 사는 동안 벅차게 기쁘고 감동적인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기쁨을 누릴 때 우린 얼마나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을까. 심지어 천국에 못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어릴 때는 저렇게 기뻐하고 들떠있는 주디의 모습이 그저 감정표현이 풍부한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른이 되어 느끼는 것은 더 주고 싶고, 없는 것 마저 만들어서 주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했다. 주디가 키다리 아저씨의 존재를 알게되고 두 사람의 관계가 '연인'으로 바뀌었을 때 처음으로 '연애편지'를 쓰면서 '그리고 당신이 단 한 순간도 후회하지 않게 할 거랍니다. 262쪽 '라고 적는다. 정말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사랑한다던가, 서로 잘해보자라던가, 영원히 사랑하자는 말보다 상대에게 단 한 순간도 후회를 느끼지 않게 하겠다는 자신감 있고 자존감 있는 주디의 사랑이 얼마나 멋진가. 결국 그녀는 남자 하나 잘만나서 행복해진 나약한 여자가 아니라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찾고 만들어갈 줄 아는 당당한 여성이었다. 주디에게 닮고 싶은 점 두가지. 감사할 줄 아는 마음과 자존감 있는 모습이다.
p.s 책과 함께 들어있던 키다리아저씨 허빙버드클래식모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