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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
다시 로크먼 지음, 정지호 옮김 / 푸른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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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 이야기를 꺼내며 불공평하다고 하면 으레 나오는 소리가 있다. "나는 돈을 벌잖아." (너는 돈을 안 벌잖아.) "나는 직장에 나가잖아." (너는 집에 있잖아.) "네가 나가서 돈을 벌어온다면 내가 살림을 도맡아 할게." (너는 어차피 지금 나가서 돈 못 벌잖아. 그러니 집에서 살림이나 해.)

이런 말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가 집에서 하는 일이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니는지, 만약 돈으로 환산이 된다면 얼마만큼일지, 환산금액을 들이민다 해도 식구들이 그걸 얼마나 피부에 와닿게 느낄지도 의문이다. 그보다는 매일 반복되는 머릿속의 기획들을 설명하고(언제까지?) 자잘한 일들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맡겨버리고(그걸 보아낼 자신은 있고?) 일정한 규칙을 정해 지키도록 만들고(어디까지 만들어야 하나?) 가끔은 파업도 선언하고(과연 아무것도 안 할 수 있을까) 그러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하다 보면 자꾸만 하찮은 일인 것 같은 그것들을 하찮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고,정,관,념!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려면 나부터 변해야 한다.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말고! 약해지지 말고!


나는 돈 벌잖아, 이런 말은 남편들만 하는 말은 아니다. 여자들 사이에서도 한다. 직장 다니는 여자와 전업주부, 기묘함이 흐른다. 밖에 나가 돈을 버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치는 사회의 모습이다. 오래 전 한국에 다니러 갔을 때 만난 친구가 밥값을 계산하면서 나에게 말했다. "나는 돈 벌잖아." 너는 돈을 안 버니 돈을 버는 내가 네 몫까지 살게. 너 돈 없잖아. 식당에서도 까페에서도 나는 계산을 할 수 없었다. 네가 밥을 샀으니 커피는 내가 살게 하면 어김없이 "나는 돈 벌잖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도 돈 벌어, 하면 "나는 직장에 다니잖아."가 나왔다. 처음엔 괜찮았으나 들을수록 기분이 나빠졌다. 지금 생각하니 집에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남편들의 말과 그 친구의 말이 비슷한 것이었네. 돈을 벌지 않는다는 '사실'에다가 너는 돈이 되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 너는 당연히 나에게 의존해야 하는 사람, 나는 네게 베푸는 사람, 너는 당연히 나를 존중해야 하는 사람, 돈이 되는 일을 하는 사람만이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 따라서 네가 하는 일은 그것이 무엇이든 내가 하는 일보다 가치 없는 것,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 너는 그런 사람, 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프레임.

그 친구가 악의는 없었다는 걸 잘 안다. 나를 위해주는 것이었다는 것도 안다. 하나밖에 없는 내 절친도 나를 만나면 절대 내가 밥에 돈을 쓰지 못하게 했다. 절친은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랬다. 그러니 '돈이 없을 나'를 완전 위해준 사람들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 친구의 말에 기분 나쁨을 느꼈으며 절친에게도 가끔 약간의 서운함 같은 애매모호한 느낌을 받았다. 


최근 옆지기가 그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일을 하잖아." 내가 집에서 하는 일이 별거 없어 보인대도 엄청나게 수고로운 일이라는 걸 그동안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너무 뜻밖의 말을 듣는다는 생각에 멍, 해졌다. 내가 집에서 하는 이 모든 일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다시 회의에 빠진다. 심지어 옆지기는 프랑스 생활을 시작한 이래 몇 년간은 학생이었다가 최근 몇 년 전까지 프리랜서였다. 아주 가끔의 출장을 제외하면 24시간 동거. 웃음이 나는 걸 어쩌면 좋지. 이것저것 일을 많이 한다고 생각하는 옆지기 입장에서는 엄청 기분나쁠 일이겠으나 나는 어이가 없다.

이런 생각의 차이를 어디에서부터 풀어나가야 할 지 때로는 갑갑하기도 하다. 나도 또한 고정관념의 틀에서 완벽하게 자유롭지는 못하고 말이다. 그래서 살림 분담과 관련된 내용의 책을 읽을 때면 신경을 곤두세운다. 누가 좋은 방법 좀 가르쳐줘요 자세로. 많이 읽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동안 읽은 페미니즘&성차별 책들에서는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방법이라기보다 방향이라고 해야 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찬찬히 생각했다. 내 방향을 찾는 것은 내 몫, 방향을 따라가다 방법을 만들어내는 것도 내 몫.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은 없다. 내가 찾아낼 수 있을 뿐이다.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나부터, 내가 갖고 있는 죄책감, 내가 해야만 한다는 의무감, 좋은 엄마상, 이런 거 다 내다버려야 한다. 잘 안 되는 게 현실이다. 그럴 수밖에, 그렇게 살아왔는데.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살 수 없다. 책을 읽으며 반짝 불이 켜지는 것처럼 깨닫게 된 것은 없었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을 만들어나갈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아직 살짝 위축은 된다. 여전히 "나는 일하러 가잖아."에 대응하는 문장을 찾기 어려운 상태에서 내가 얼마나 강한 주장을 할 수 있을까 싶어서다. (미셸 오바마도 결국 실패했다고 한다.ㅠㅠ) 

그러나, 그러니 읽자. 계속 읽자. 읽다 보면 방향은 뚜렷하게 보일 것이다. 방법도 떠오를 것이다. 그럴 것이다. 나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할 수 있어야 한다.


* 이 책의 표지에 왜 비닐봉지가 있는 것일까. 단순한 나는 이유를 모르겠다.^^;; 



나는 신경과학자인 엘리엇에게 전화해 내가 조사하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 당장 생각나는 불가피하거나 선천적인 요소가 있는지 물었다. 그녀는 화가 머리끝까지 난 만화 주인공처럼 귀에서 연기를 막 뿜어낼 듯이 말했다. "핵심만 얘기할게요. 인간 행동 중에서 타고난 건 거의 없습니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행동은 의식적, 무의식적 경험으로 형성되죠. 성별 노동 분담이 ‘선천적‘이라는 주장은 권력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편리한 방편이에요." - P122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는 일은 인간의 문제라기보다는 여자의 문제로 인식된다. 2018년 소설가 로런 그로프는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남자 작가가 이 질문을 받을 때까지 정중히 답변을 거절하겠다"고 답했다(네티즌들은 그로브의 거절에 대해 갈채를 쏟아냈다)." 2014년 할리우드의 여성Women in Hollywood 행사 연설에서 배우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제니퍼 가너는 인터뷰를 할 때마다 일을 하며 아이들을 어떻게 돌보느냐는 질문을 받지만, 공연 사업에 종사하는 당시 남편은 그런 질문을 한 번도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P171

도이치는 연구 대상자 중 여성이 주양육자 역할을 맡는 불평등한 가족을 추려내고 이들 부부의 남편을 세 부류의 보조 양육자, 즉 도우미형, 나누미형, 태만형으로 나누었다. (중략) 전부 불평등한 가정을 연구하면서 도이치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사람들은 여자의 일정이 남자보다 자유롭다고 가정한다. 항상 엄마의 시간을 뺏는 게 더 수월하다. 엄마는 침해당하는 사람이다." - P185

사회과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간 아빠들의 육아 참여율이 느리게 변화하는 현상을 두고 평등을 이룬 결과로 오인해서는 안 되며, 그보다는 "대체로 성공적인 남자의 저항"의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변화가 왜 그렇게 느린지 묻지 말고, 대신 왜 남자가 저항하는지 물어라. "한마디로 그렇게 해야 남자한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콜트레인은 이렇게 썼다. 그 저항은 "남성적 이상을 뒷받침하는 성별 영역 분리를 강화하고, 여자보다 남자에게 특권을 주는 성 질서를 영속화한다." 파기되어가는 계약을 유지하려는 특권 계층의 철야 농성이고, 오늘날 벌어지는 비도덕적이고 냉혹한 일이다. 결혼 생활에서 이 저항이 성공하려면 남자들도 여자들의 노동을 할 능력이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거부하면서 이를 철석같이 지켜나가야 한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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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5-29 23: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급노동의 비참한 현실입니다. 집에서 살림하고 아이를 돌보는 것을 아내의 의무라 하고 가정은 사회와 달리 자본주의 지불방식이 존재하질 않으니까요. 뉴스에서 주부의 노동에 대해 월급여로 어느정도인지 계산해 준적이 있는데 마침 제 짝꿍과 같이 봤더랬죠. 그 계산대로 해보니 당시 결혼기간으로 측정해 1억이 넘었어요ㅋㅋㅋㅋ거기서 일단 논리가 형성됐고 <보이지않는 여자들>에서 읽은 사례들 중 일부를 한번씩 입력시키고 다른 여성학책들의 적당한 포인트로 주입... 저도 공부가되고 짝꿍도 놀라면서 이것저것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남자는 가장일꺼란 전제하에 여성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게되고 여성은 그만큼 상대적으로 덜받게되고요.
‘주부는 집에서 논다라는 것‘ 자체가 잘못된 전제인데(가사도우미 부름 얼만지 한번 알아보라고 해보세요ㅋ) 여성들도 그리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이래저래 자꾸 읽고 짝꿍 비롯 주변인들에게 제대로 된 인식을 끈기있게 퍼트리는것이 제 사명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반복에 장사 없더라구요. 세상은 못바꿔도 가까운 사람들 몇 명에겐 영향을 미칠 수 있잖아요.
난티나무님 파이팅~^^♡

난티나무 2021-05-29 23:40   좋아요 4 | URL
미미님~^^ 저도 일단은 그것이 목표예요. 내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 미치기! 같은 집에 사는 남자들은 확 변했으면 좋겠고요.ㅠㅠ 그런데 갈 길이 멉니다. 그래도 포기는 못 해요. 그러면 이제 제가 너무 힘들어요.ㅎㅎㅎ
미미님처럼 계속 반복! 주입! 퐈이팅!!! 페미니즘 책을 같이 읽는 부부가 되었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이기도 해요.ㅋ
댓글 감사합니다~~~~~^*^

희선 2021-05-30 0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없으면 집안이 엉망이 되고 먹을 것도 없을 텐데, 집안 일을 아무것도 아닌 걸로 생각하던 때가 있었지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있겠습니다 예전보다 바뀌었다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은 듯하네요 집안 일을 자기 집이 아닌 남의 집에서 하면 많은 돈을 받을 텐데, 그런 걸 생각해야 하는데... 바깥에서 일하는 걸 더 대단하게 여기는군요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해도 조금이라도 말해 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런 거 힘들 것 같지만...


희선

난티나무 2021-05-30 18:38   좋아요 2 | URL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어렵습니다. 저도 평생을 그런 줄 알고 살았으니까요. 알 수 없는 불만만 가득한 채로, 왜 그런지는 모른 채로. 여자인 저도 그런데 남자인 옆지기는 오죽할까요. 한번도 해보지 않았고 생각조차 할 필요 없었던 것을 어느 날 갑자기 생각해야 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은 누구라도 어려울 거예요. 그걸 아니까 늘 고민합니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가끔 싸우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계속 싸우게 될 것 같습니다.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그레이스 2021-05-30 0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동을 바라보는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을 버려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난티나무 2021-05-30 18:38   좋아요 1 | URL
옳습니다~!!!!!!!!!!!!

공쟝쟝 2021-05-31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가장 어려울 옆지기와의 어려운 조율 ㅠㅠ 진짜 많이 바뀌어야할텐데요.. ㅠㅠ 난티님 밥 잘 챙겨드시구 더 읽으세요! 분명히 어느지점에서 난티님만의 방법을 찾으실 거예요! 응원합니다!!

난티나무 2021-06-01 04:51   좋아요 1 | URL
매일 얼굴 보는 사람이 제일 어렵네요. 매일 봐서 어려운가 봐요. 하긴 가끔 만나는 부모나 동생도 만나고 좀 지나면 어려워지더라고요? 예전엔 몰랐는데 이젠 말 안 통하는 지점이 엄청 늘어남... 아 웃프다.ㅠㅠ
공쟝쟝님의 응원에 힘입어 밥도 열심히 잘 먹고 걷기도 좀 늘리고 으쌰으쌰 계속 더 읽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원래 눈물이 많다. 그런데 원래 그런 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툭 하면 눈물을 흘리도록 길러진 것이겠지. 나이가 들면 눈물이 는다고 한다. 아니다.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알게 되는 것이 많아서 그렇다. 느끼는 게 많아져서 그렇다. 일견 좋은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그저 눈물만 흘릴 뿐 큰소리를 내거나 욕을 하거나 싸우거나 해야 할 때는 바보가 된다. 이것 또한 '여자'로 길러져서 그렇다고 한다. 곰곰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늘 양보하고 참고 싸우지 말고 대들지 말고 응응 그런가 보다, 주눅 든 삶. 10살도 안 된 나이에 이미 주눅이 들어 있었던 것 같다. 


가끔 보는 다큐에 집 한 채를 11명(가족)이 공동 소유하며 오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집 하나를 매개로 알게 되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 장소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다. 좋은 생각이다, 하며 보는데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장면에서 눈물이 흐른다. 뜬금없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데 지역공동체가 나온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누군가가 간섭하는 걸 싫어해서 지나친 공동체 생활은 거부하겠다는 심정이었는데. 그 심정은 여전한데. 어느 지점인지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이건 슬픔인가 열망인가 헷갈린다. 


블로그 이웃들의 글을 타고 넘다가 우연히 어떤 글을 본다. 젊은 '엄마'들이 씩씩하게 자기 주장을 하며 일상에서 실천하는 페미니즘 이야기를 한다. 네 명이 나란히 앉아 있다. 눈물이 흐른다. 이건 또 뭐지. 


그래 가만 돌이켜보니 요 며칠 눈물은 '사람들'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사람이 주는 느낌, 따뜻함, 소박한 즐거움, 함께 이야기 나누는 안온함, 비슷한 방향을 생각하는 존재, 거기 있다는 안도감, 실천하는 용기. 


늘 옆에 있는 식구들/가족들에게서는 왜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는지, 이 또한 삶에 대한 불만과 환상 그 어디쯤에 불과한 것 아닌지, 거리 조정에 실패하고 있는 건 아닌지, 너는 뭘 얼마나 노력했니 어김없는 자아비판, 그럼에도 도대체 왜 하루에도 몇 번씩 문장을 마주하며 울컥 하는지,

를 생각한다. 


설마, 

외로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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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5-24 1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능력이 발달해서 그런것 아닐까요? 그런 지점마다 눈물 흘리신것 같아요. 눈물이 꼭 나쁜것도 아니구용ㅋㅋ울어야 할때 안울어서 문제지 울어서 문제인건 없죠. 건강하신거예요.^^*(눈물의 정화능력을 믿는 1인)

난티나무 2021-05-25 04:45   좋아요 1 | URL
공감을 너무 많이 해서...^^;;; 감정이입도 짱이고요.ㅠㅠ
눈물 흘리는 건 좋은 거라고 저도 생각하는데 요즘 자주 울컥 하다 보니 그런가 아닌가 생각해 봤어요. 미미님이 건강하다 말씀하시니 깊은 위로가 됩니다~^^

희선 2021-05-25 0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본래 가까이에 있는 사람보다 멀리에 있는 사람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들어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도 별거 아닌 거 보고 괜히 눈물 날 때 있는데... 어쩐지 저를 생각하고 우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 눈물은 별로 안 좋다고 하던데... 제가 그런 걸 어떻게 하나 싶기도 합니다

난티나무 님 울기보다 웃어요 감동해도 눈물이 나오지만...


희선

난티나무 2021-05-25 04:58   좋아요 2 | URL
희선님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가까운 걸 잘 못 보고 사는 게 사람이죠.ㅠㅠ
외로움을 잘 못 느끼고 산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외로운 건가, 나도 모르게, 싶어서요. 그렇다면 입 밖에 내어보는 것도 괜찮다 생각했어요.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우울해 질 수도 있으니까요.^^;;; 아닐 수도 있고요.ㅎ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syo 2021-05-25 1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외로울 때 외로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건 나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도 같아요. 너무 깊이 외로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기 전까지는 치열하게 외롭다가 새로운 난티나무님을 발견하시기를.

.....무슨 자기계발서 같은 소리를 하고 말았군요 😒

난티나무 2021-05-25 20:12   좋아요 1 | URL
syo님은 어디서 왔어요? 그거시 알고싶따...
댓글도 자기계발서같지 않게 멋지게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새겨둘게요.
그리고... 가끔은 괜찮은 자기계발서도 있더랍니다.^^

공쟝쟝 2021-05-31 1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다는 건 상처받는 일일지도… 😫 (토닥토닥)
혼자를 부르짖는 저도 함께를 놓지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맨날 웁니다…

난티나무 2021-06-01 04:52   좋아요 0 | URL
윽 완전 그런 거 같아요.. 상처받음... 흑흑... 근데 아무도 몰라...

2021-06-01 0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01 0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01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02 0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02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행을 준비할 때 숙소와 식당을 알아보는 건 나다. 예약도 내가 한다. 짐도 내가 싼다.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는 여행이면 그것도 내가 한다. ㅠㅠ 기타등등 기타등등. 옆지기는 지도를 탐색하고 GPS를 체크한다. 그리고? 음 또 뭘 더 했으려나? 집에 있는 어항 물고기 밥 미리 주기?

옆지기가 광주에 간다고 나더러 호텔 예약을 해달란다. 한국에는 흔치 않은 홀리데이인이 광주에 있는데 IHG 회원이라 포인트가 있다. 포인트로 예약하려니 안 된단다. 앱 있잖아? 있는데 돈 내라는데? 그렇다, 옆지기는 호텔 예약 앱도 사용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순간 어휴 내가 해야지, 하다가 흠칫. 왜 내가? 앱을 띄워 검색해 본다. 포인트 예약 문제 없이 할 수 있다. 화면을 캡쳐해서 보내며 설명. 이번 한번이다, 속으로 중얼거렸다. 안 해봐서 모르는 거지 해보면 쉽다. (사실 이렇게 설명하는 것도 안 했어야 하는 건데. 찾아보면 할 수 있는 것을 또 설명하고 말았네. 친절도 하셔라. 이것이 반복되어 지금 이 지경 아닌가 말이다.) 

이렇게 얼렁뚱땅 내가 알아서 하는 일이 일상에서 얼마나 될런지 도대체가 가늠이 안 된다. 물론 옆지기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당연하지, 알아서 하는 일도 많다. 하지만 일단 자기가 하던 일이 아니고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거기에는 신경을 꺼버린다. 그게 여행에 있어서는 검색과 예약 등에 관련된 일이고 집에서는 '집안일'이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옆지기 입장에서는 반대로 내가 '바깥일'에 신경을 끄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다만 내가 옆지기와 다른 것은, '바깥일'과 관련된 서류나 예약 문제는 직접 하지 않지만 언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늘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별것 아닌 호텔 예약 하나에 정신이 번쩍 든다. 















사회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간 아빠들의 육아 참여율이 느리게 변화하는 현상을 두고 평등을 이룬 결과로 오인해서는 안 되며, 그보다는 "대체로 성공적인 남자의 저항"의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변화가 왜 그렇게 느린지 묻지 말고, 대신 왜 남자가 저항하는지 물어라. "한마디로 그렇게 해야 남자한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콜트레인은 이렇게 썼다. 그 저항은 "남성적 이상을 뒷받침하는 성별 영역 분리를 강화하고, 여자보다 남자에게 특권을 주는 성 질서를 영속화한다." 파기되어가는 계약을 유지하려는 특권 계층의 철야 농성이고, 오늘날 벌어지는 비도덕적이고 냉혹한 일이다. 결혼 생활에서 이 저항이 성공하려면 남자들도 여자들의 노동을 할 능력이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거부하면서 이를 철석같이 지켜나가야 한다. - P277

인류학자 새라 홀디는 이렇게 설명한다. "복종하는 역할에 오랫동안 사회화된 여자는 하나 이상의 관점, 즉 여자뿐 아니라 남자의 관점, 복종뿐 아니라 지배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경향이 더 많다. 그러나 가부장제의 특권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입장을 바꿔서 복종의 관점이나 여성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 별 쓸모 없을 때가 많다. (...) 도움과 별도의 노력 없이 자진해서 이런 시야를 갖는 남자는 거의 없다." - P288

나는 애써 다음 질문을 하지 않았다. 나 역시 남자와 함께 사는 여자니까.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레첸은 남편에게 닥친 어려움을 상상하고 그의 불편을 덜어주는 행동을 했다. 항상 이런 식이다. 이런 치킨 게임은 한쪽 방향으로 해결된다. 나도 항상 같은 게임을 하는데, 결국엔 부모(여기서 부모는 엄마를 뜻한다)들이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성가신 일을 남편에게서 덜어주는 쪽으로 탈출구를 찾는다. 결국 내가 감당해야 하는 일임을 행동을 통해 반복해서 주지시킨 셈이다. 남자의 특권 행사는 전적으로 남자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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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마리아, 마틸다 한국문화사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775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메리 셸리 지음, 이나경 옮김 / 한국문화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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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소설은 재미가 있어야 한단 말이다. 재미가 없는 소설은 재미없단 말이다. 읽는 맛이 있어야 한단 말이다. 그런데 나는 의식의 흐름 기법에는 완전 꽝이란 말이다. 연극 무대에서 읊조리는 것 같은 말투는 오글진단 말이다. 정말 미안하지만 훌륭하신 메리 언니들, 별 다섯은 무리란 말이지.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는 알겠다. 그러나 소설을 읽으면서, 음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좋은(?) 소설가가 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너무 짧은 생을 살다 가서 내가 다 억울하다. 그러니까 아이를 낳는 일은 세계를 만드는 일이라니까? 동시에 목숨을 거는 일이라니까? 이런 일을 등한시하면 안 된다. 어마무시하게 중요한 일이므로 지극히 정성스럽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임산부는 환자가 아니다. 환자 취급하지 말고 제대로 대접받아야 한다. 작가 메리가 딸 메리를 낳고 얼마 후 후유증으로 죽었으므로 이런 이야기를 해본다. 오래 살았더라면 얼마나 더 많은 작품들이 만들어졌을 것인가. 

또한 사후에 소설들을 모아 출판한 것이 그의 남편 고드윈이라는 점, 난 이거 삐딱하게 보겠어. 첨삭이 없었다고 볼 수 있을까? 과연? 소설 중 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나오면 의심의 여지 없이 의심이 피어올라서 ^^;;;;; 


1. [메리]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선행과 신앙심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메리의 캐릭터는 어딘가 앞뒤가 안맞는 모양새다. 인간이 원래 그렇게 생겨먹기는 했다. 그래도 너무 들쑥날쑥 아닌가? 그리고 남을 위해 사는 삶이라니. 나는 어디 가고? 동정하는 마음이란 무엇인가 생각한다. 불쌍한 사람들을 보고 동정하는 것이 과연 마음으로부터의 동정인가, 가슴 아파하면서 그들을 도와주는 것으로는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 어느 책에선가 그것은 동정이 아니라는 말을 봤는데 정확히 기억나지 않네. 좀더 작가 메리의 생각을 소설 속에 풀어놓을 수 있지 않았을까? 결말에 이르러서는 왠지 급하게 끝을 맺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종종 보이는 이분법적 사고방식과 특권의식이 엿보이는 부분들.. 이래서 더 앞뒤가 안맞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러니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평생의 친구 찾기가 이토록 힘든 것이다. 어떤 이야기라도 서로 할 수 있고 내 마음을 헤아릴 줄 알고 위로할 줄 알며 보듬어 줄 수 있는 평생의 친구. 


"메리는 손을 내저으며, 견딜 수 없다는 듯 외쳤다. "앤이 없으면 살 수 없어요! 제게는 다른 친구가 없어요. 앤을 잃는다면, 제게 세상은 사막과도 같을 거예요." "친구가 없다니." 모두 함께 되물었다. "남편이 있잖아요?" 

메리는 뒤로 물러나더니 얼굴이 창백해졌다. 붉어지기를 반복했다. 메리는 부적절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대답을 말하지 않고 이성을 되찾았다." (p.50) 


친구가 없다니, 남편이 있잖아요? ㅠㅠ 결혼하면 남편이 평생의 친구가 될 줄 알았다.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온세상의 (거의) 모든 여자들이 알 것이다. 알아서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채 아는 사람도 있다. 남편을 평생의 친구로 만들려면? 일생을 노력해야 한다. 그러고도 안 될 확률 매우 높음. 친구란 무엇인가 의미를 따지는 일부터 생각이 다름. (아 물론 예외도 있을 것이다. 이 세상 어딘가에,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ㅠㅠ)



"모든 인간은 저마다의 독특한 시험을 받는다. 그리고 괴로움은 어떤 형태로든 모든 사람의 마음을 찾아간다. 감수성은 미덕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성이 통제하지 않는다면, 감수성은 미덕을 생각하는 와중에도 악덕에 다가갈 수 있게 한다. 

기독교만이 제멋대로 구는 감정과 마음의 충동을 다스리는 적절한 원칙을 제공할 수 있다. 아무리 선한 기질도 기독교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거칠어지고 만다. 하지만 삶의 모든 문제가 거기 달려있다고 알면서도 마음을 부지런히 다스리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하략)" (p.100)


소설 전체에 흐르는 기독교에 대한 믿음은 그렇다 치고 이 부분은 뭐지 싶다. 

이밖에도 걸리적거리는 부분들이 많지만 그 중 압권은 아래 구절이 아닐까 한다. 


" "저는 앤의 대리인이라 앤을 위해서 할 일이 있어요. 배를 타고 가는 동안에 생각해 두면 돼요. 이미 마음은 정했지만요." 

"너무 서둘지 말아요, 내 아기." 헨리가 말을 막았다. (하략) " (p.72) 


오마이갓. 내 아기라니.@@ 아기야, 가자!도 아니고 뜬금없이 저기서 내 아기가 왜 나온담? 아기라니. 어처구니가. 흐름상 마이 베이뷔 나올 상황이 아니란 말이다. (여담이지만 저 헨리라는 이름, 나만 그런가 모르겠다. 자꾸 티브이에 나오는 그 헨리가 생각나 이름 나올 때마다 죽는 줄 알았네.ㅋㅋ 왜 이럼.ㅠㅠ) 이런 단어나 구절을 만나면 이것이 과연 작가가 그냥 쓴 것일까, 일부러 쓴 것일까, 무슨 의도를 갖고 쓴 것일까 생각하게 된다. 그러고 나면 답을 모르겠는 상태가 된다. 허허. 



2. [마리아]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이 소설은 제대로 다듬어지기만 했다면 훨씬 완성도가 높은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역시 아쉽다. 더군다나 미완성. 뒷부분에 나오는 제미마의 파란만장한 삶도 또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래도 원치 않는 결혼에서 빠져나온 건 용감했다. 용감했으나 또한 방법이 어리석었다. 내가 이렇게 용감했다 어리석었다 해봐야 아무 소용 없는 일이지만. (돈이 없었다면 그마저도 어려웠을 테지. 결국 숙부의 존재가 그를 살린 거나 마찬가지네. 음. 숙부가 없었다면 남편이 결혼하려 하지 않았을 테니 그건 또 어땠을까 싶다. 어렵다 어려워. 남편 나쁜 놈!


마지막 마리아의 변호 편지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어서 그래, 이렇게 써야 어울리지 하는 얼토당토 않은 생각을 했다.^^;; 사상을 이야기에 녹여내는 일이란 얼마나 어려운가 새삼 느낀다. 


"아들들은 집안에서 문이 없는 기둥으로 간주되긴 하지만, 딸들이야말로 유일하게 위로가 되는 존재이니까. 딸들은 병든 부모를 간호하느라 자기 건강과 기력을 낭비하기 일쑤이지. 그래 봐야 부모는 딸들에게 비교적 적은 유산을 남기지만 말이다. 효심을 다해 아버지의 눈을 감긴 뒤, 딸들은 무의미한 가족의 성을 후손에 전달하는 큰아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기 위해 아버지의 집에서 쫓겨나잖니. ..." (p.216~217) 


"... 세상에서 여자들이 높은 지위를 얻을 유일한 길이 남자들의 방탕을 조장하는 것밖에 없으니 사회는 여자들을 괴물로 만들고, 그들의 비열한 악덕을 지력이 열등하다는 증거로 내세운단다.(p.219) 


"... 어째서 여인은 남자보다 더 참을성 있게 처신을 제대로 못하는 남자를 견뎌야 하며, 넓은 마음으로 자신을 잘 다스려야 하는지, 나는 모르겠다. 여성이 존중받고자 하는 것이 교만으로 간주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여러 가지 상황에서 사랑한다는 약속을 한 뒤에는 그것이 우리의 의무라는 말을 듣기 때문에 정중한 부탁을 받기가 쉽지 않다.... " (p.228~229) 


"남자들이 만든 부당한 법이 그렇단다. 재산의 소유에서 비롯하는 편안함이라는 문제 속에서 여성의 종속적인 입지만을 강조하다 보니, 남자가 아내의 애정을 잃을 때보다 여자가 남편의 애정을 잃을 때 훨씬 큰 피해를 당하게 되니까." (p.241) 


" "권력을 남용하여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시신에 묶어놓는 폭군들도 영원히 낙인찍히지 않는가? 하지만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사람의 마음을 철석의 족쇄로 묶어놓는 법이 훨씬 더 비인간적이다! 애정을 죽이거나, 오명을 마주하는 것 이외에는 그 어떤 대안도 없는 비참한 상태와 견줄 것이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 (p.255) 



3. [마틸다] - 메리 셸리 


메리 셸리, 아 <프랑켄슈타인> 읽어야 하는데 솔직히 자신이 없다. (한글책도 없다.ㅎ) 시작하기가 두렵다. 왜냐하면... [마틸다]에서처럼 끝없는 감정 묘사의 향연이 펼쳐질 것 같아서.ㅎㅎㅎ 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뭐라 할 말이 없으나 마틸다의 감정을 따라가고 이해하기가 조금은 힘들었음을 시인한다. 너무나 시니컬한 태도를 취하고 보니 꼭 그랬어야만 했니 싶은 마음이 스물스물 드는 게... 아아 어렵도다. 이 문제는 특히 더 어렵다. 그러나 근친상간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일 정도는 아니지 않나, 그러면 안 되지 않나 싶기는 하다. 


"우리는 이 드넓은 세상이 무슨 의미인지 모릅니다. 선과 악이 이상하게 뒤섞여 있는 까닭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 태어났고, 살면서 희망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희망해야 하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너머 어딘가에 우리가 찾아야 하는 선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땅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입니다. 불운이 닥치더라도 우리는 싸워야 합니다. 우리는 불운을 옆으로 치워두고, 우리의 본질이 바라게끔 하는 것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이와 같이 미래에는 선을 구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또 다른 존재에 대한 준비인지, 저는 모릅니다. 혹은, 그것이 그저, 우리가, 신의 포도밭에서 일하는 청지기로서 후손들의 길을 닦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 그리고 후세를 위해 일하지 않는 사람들은, 저의 경우처럼 지금 그러지 않고 있는 사람들은, 후세가 알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제 말 믿어주세요. 그들에게도 나름의 의무가 있습니다. 당신은 불행하기 때문에 슬퍼합니다. 당신이 구하는 것은 행복이지만, 그것을 얻는 것에 절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타인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면, 단 한 사람에게 단 한 시간의 행복을 줄 수 있다면, 그러기 위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누구나 그럴 능력은 갖추고 있습니다. (하략)" (p.422) 


소설 말미 우드빌의 말이다. 인용 앞부분은 작가가 모두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다만 우드빌은 "제 말 믿으세요"라는 문장을 반복하는데 사실 그렇게 말하는 사람 치고...(이하 생략.) 

뒷부분은 또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대목인데... 남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면 살아야 한다, 그럴 수 있다면 나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일까? 이 부분을 마틸다가 아니라 우드빌이 말했는데, 작가의 생각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을까 아닐까?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일이다. 더군다나 자살. 많은 화두를 던지는 소설이다. 




* 덧붙임 : 책의 만듦새에 대해 불만이 있다. 아마 없을 수 없을 것이다.ㅠㅠ 글자 크기가 커서 책이 덩달아 커진 것은 장단점이 있겠으나 굳이 하드커버의 큰 책으로 엮을 필요가 있었나 싶다. 글자 크기 더 줄여도 잘 보이는데 말이다. 종이도 절약하고 일석이조 아닌가. 

무엇보다도 맞춤법 틀린 부분이 너무 많다. 앞뒤가 안맞는 부분도. 처음 오타나 띄어쓰기 발견할 때는 일일이 적어야지 했는데 너무 많아 못 적겠다. 플래그 붙인 모양만 사진으로 남긴다. 슬슬 대충 읽은 부분들도 있어서 저것이 다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교정 안 보시나요. 좀 심하네요. 아 맞다. 내 책은 인쇄도 불량이었지. 그새 까먹을 뻔. 페이지들이 뒤죽박죽 섞여서 인쇄되어 있다. 교환신청 안 했음. 빠진 페이지는 (다행히도) 없어서 그냥 왔다갔다 하면서 정신없이 읽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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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5-18 06: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난티나무님 완독하셨네요.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인쇄 불량에 오타 작렬이라니.. ㅠㅠ 게다가 재미도 없었다니.. ㅠㅠ 6월 책은 훨씬 나은 책이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제 막 시작한 터라 부지런히 따라갈게요. 근데 저 메리 너무 답답해서.. 하하핫

난티나무 2021-05-19 05:03   좋아요 1 | URL
답답하죠?^^;;; 생각보다 더해서 오히려 깜놀 했지 뭐예요.ㅎㅎㅎㅎ
오타 나중에는 음 여기도 틀렸네 음 또 나왔네 이러고 봤어요.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5-18 1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완독 축하드려요!!!! 아무래도 마틸다에 관심이 가네요. 저도 진즉 시작했는데 ㅎㅎ 이제 막 달립니다^^

난티나무 2021-05-19 05:04   좋아요 1 | URL
마틸다 기대했는데 음음... 저는 어쩌면 프랑켄슈타인도 음음 하게 되지 않을까 겁부터 나지 말입니다.ㅋㅋㅋㅋ 달려요~

미미 2021-05-18 1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때 페이지 뒤죽박죽이라고 올리신것 봤는데 교환 안하셨군요ㅠㅇㅠ하긴...에고 보느라 몇 배는 고생하셨겠어요. 대단👍
‘믿으세요 하는 사람치고‘..ㅋㅋㅋ너무 재밌어요!! 저도 ‘좋은 사람들‘ ‘착한 사람들‘이런 브렌드나 간판 도대체 왜 그렇게 쓰는지 모르겠어요. 본인이 진짜 좋은 사람이면...(이하 생략ㅋㅋ)
완독 수고하셨어용~^^♡

난티나무 2021-05-19 05:09   좋아요 1 | URL
넵 미미님, 감솨합니다~
그냥 봤어요. 귀찮..... 원래는 책을 돌려보내야 하더라고요. 새 책 다시 받고. 너무 멀어 원 왔다갔다 할 수 없다고 판단했어요. 다시 받아도 오타는 그대로일 것 아닙니꽈! 흑흑. ㅋㅋㅋㅋㅋ
때로는 좋지 못한 사람도 됩시다, 착하기만 한 사람은 되지 말아요, 우리~ㅎㅎㅎㅎ

공쟝쟝 2021-05-31 15: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편있잖아요... ㅋㅋㅋ˝ (저도 여기서 뽱터짐.)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반전처럼 다음 페이지에 저 문장이 딱 등장하는 데, 200년전 울스턴크래프트 여사님 뭔가 귀여워 ㅋㅋ 전 <메리>가 제일 재밌었는 데 풍자 소설처럼 읽었던 것 같아요. 만약 해설대로 자전적인 소설이라면 자기가 자기자신을 풍자한 것일지도?
저는 이 책 재밌게 읽어보려고 프랑켄슈타인 먼저 읽었는데요, 솔직히 이거 세권 다 합쳐도 프랑켄슈타인은 못이겨요(!!!) 윌리엄 고드윈(아빠), 퍼시 셸리(남편), 바이런(칭구) 영국의 사상가 대문호 다 데려와도 메리 셸리가 짱임!! 메리 셸리 만세! 문득 댓글쓰다 보니 울스턴크래프트가 메리가 크는 걸 못본 게 너무 슬프네요.. 모녀 모두에게 정말 크나 큰 손실이야.🥲

난티나무 2021-06-01 04:43   좋아요 1 | URL
아아 프랑켄슈타인도 읽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아직 안 읽었어도 이 세 이야기 합쳐도 못 이긴다는 거 완전 믿어요~!!!! ㅎㅎㅎ
남편 있잖아요, 이거는 책 읽기 전에 어느 분의 서평에서 본 적이 있어요. 어딘지는 기억 안 남...^^;;; 다시 봐도 진짜...ㅎㅎㅎ
그러게 말입니다. 일찍 죽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만 해도 벅차요. 크나큰 손실 맞고요.ㅠㅠ

초딩 2021-06-05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난티나무 2021-06-06 01:05   좋아요 0 | URL
초딩님 감사합니다.^^;;
 




한국 시간 새벽에 페이퍼를 쓰고 나니 서재 옆 숫자가 눈에 들어와서 캡쳐. (전혀 자랑 아님. 뭐래 이게 더 이상)

옛날엔 이런 숫자로 이벤트도 하고 댓글놀이도 하고 그랬었는데. 추억 몽글몽글. 


리뷰를 더 쓰도록 해보자. 리뷰라는 걸 어떻게 쓰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리뷰 쓰는 법, 이런 책 봐야 하나. 


즐겨찾기등록, 음. 예전 알라딘은 그냥 팔로우만 하면 되었는데 이제는 친구신청이 생겨서 그걸 눌러야 팔로우가 된다. 그런데 친구는 그러니까 말하자면 맞팔이다. 상대방이 신청을 받을 수도 안 받을 수도 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나요? 계속 궁금했는데 이 기회를 빌어.ㅎㅎㅎ 친구 신청 다 누르면 북플에 어마어마하게 글들이 뜨잖아요? 그래도 다 눌러주시는 건가요? 그냥 팔로우만 하고 싶은데 친구 신청이라고 떠서 난처한 적은요? 아님 신청 중에 친구하기 싫은 사람이 있을 땐 어떻게 하나요? ㅋㅋㅋ 별 게 다 궁금. 아직 이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건지 극히 수동적인 성격의 발현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는 이 친구신청 시스템이 어색합니다. 어쩔 수 없는 인터넷 세상이라고요? 맞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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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1-05-15 08: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그거 항상 궁금했어요.
그냥 팔로우만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친구신청으로 되니 팔로우 하는 것도 주저되고 누가 나를 팔로우 할 때도 다 받아줘야 하나 고민되고...
goodreads 는 팔로우도 있고 친구도 있는데 북플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ㅜㅜ

난티나무 2021-05-15 21:57   좋아요 0 | URL
완전 공감합니다. 팔로우 없어져서 너무 당황했었어요.ㅠㅠ
북플이 좀 불편한 것도 많은데 친구 기능도 그 중 하나입니다.^^;;;

다락방 2021-05-15 10: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처음에 북플 친구 그거 너무 별로여서 ㅋㅋㅋ 싫다고 페이퍼 쓰고 그랫는데, 그게 뭐라고 그렇게 신경쓰냐 막 이런 반응도 있고 그랫어요. 저는 예전 서재의 즐찾을 좋아했거든요. 몰래 즐찾하고 누가 나 몰래 즐찾한 거 알게 되면 막 수줍게 기뻐하고 그러던 거 너무 좋았어요. ㅎㅎㅎ 저 이제는 걍 친구 걸어오는 사람들 그래 하면서 다 친구 같이 걸어주기는 하는데, 저는 사실 이 ‘친구‘라는 단어가 너무 싫어요. 팔로우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친구는 무슨 친구야.. ㅠㅠ

난티나무 2021-05-15 21:58   좋아요 0 | URL
저는 막 중간에 몇 년씩 안 오다가 오고 그래서 북플도 작년에 알았잖아요.ㅎㅎㅎ 언제부텀 바뀌었는지도 몰라요.^^;;; 그게 뭐라고...ㅠㅠ 신경이 쓰이던데.ㅋㅋㅋㅋ 저도 즐찾 좋아했어요. 이젠 흔적만 남아....ㅎㅎㅎㅎ

공쟝쟝 2021-05-31 18:31   좋아요 0 | URL
저는 심지어 다락방님 서재만 즐겨찾기가 안되요 ㅋㅋㅋ (알라딘의 복수인가?) 따로 돌아서 링크타서 들어와야함. 북플 방식은 진짜 피로해서 저도 잘 안쓰게 되더라는 ㅠㅠ

난티나무 2021-06-01 04:58   좋아요 1 | URL
악!!! 뭐죠?ㅎㅎㅎ 왜 다락방님 서재만????@@

다락방 2021-06-01 06:26   좋아요 1 | URL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

잠자냥 2021-06-01 09:35   좋아요 1 | URL
공쟝쟝님/ 다 부장님이 쟝님만 블록 처리한 거 아직 모르시는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6-01 09:50   좋아요 1 | URL
앗, 잠자냥 님. 그걸 말씀하시면 어떡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6-01 09:55   좋아요 0 | URL
지독한 짝사랑이여… ;_;

잠자냥 2021-05-15 1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친구라면 적어도 취향이 비슷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 신청하신 분들 중 책 취향 비슷한 분만 받았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내가 뭐라고 사람 차별(?)하나 싶어서 요즘은 웬만하면 다 받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북플을 잘 보지 않게 되더라고요. 원하지 않는 정보도 너무 많아져서요.... 암튼 제게 친구 신청하신 분 중 전 한 200분은 그냥 뒀습니다... 팔로우 개념으로 걍 보시든가 그게 마음에 안들면 끊으라고..;

난티나무 2021-05-15 22:02   좋아요 2 | URL
그쵸, 그게 참, 다 친구 하자니 그렇고, 또 안 하자니 그렇고... 글을 많이 쓰시는 분도 취향이 안 맞거나 취향은 맞는데 가치관이 조금 다르다거나 뭐 이런 게 다들 걸리지 않으시나 모르곘어요. 저는 솔직히 글을 읽다가 어 이건 아니다 싶은 부분을 만나면 좋아요도 누르기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친구 사이가 되면 그런 은근한 압박도 있는 것 같고 말이죠. 헤헤. 그래서 막 다 내 친구! 이렇게는 안 되는 거 같아요. 엄청 소극적이죠.^^;;; (숫자 어마무시 @@)

다락방 2021-06-01 06:28   좋아요 2 | URL
난티나무 님, 저는 친구든 아니든 좋지 않으면 좋아요 안눌러요. 뭔가 친구 많아 좋아요 많은 건 좀 제 성향과 안맞아요 ㅎㅎ

2021-05-15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15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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