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눈물이 많다. 그런데 원래 그런 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툭 하면 눈물을 흘리도록 길러진 것이겠지. 나이가 들면 눈물이 는다고 한다. 아니다.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알게 되는 것이 많아서 그렇다. 느끼는 게 많아져서 그렇다. 일견 좋은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그저 눈물만 흘릴 뿐 큰소리를 내거나 욕을 하거나 싸우거나 해야 할 때는 바보가 된다. 이것 또한 '여자'로 길러져서 그렇다고 한다. 곰곰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늘 양보하고 참고 싸우지 말고 대들지 말고 응응 그런가 보다, 주눅 든 삶. 10살도 안 된 나이에 이미 주눅이 들어 있었던 것 같다. 


가끔 보는 다큐에 집 한 채를 11명(가족)이 공동 소유하며 오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집 하나를 매개로 알게 되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 장소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다. 좋은 생각이다, 하며 보는데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장면에서 눈물이 흐른다. 뜬금없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데 지역공동체가 나온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누군가가 간섭하는 걸 싫어해서 지나친 공동체 생활은 거부하겠다는 심정이었는데. 그 심정은 여전한데. 어느 지점인지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이건 슬픔인가 열망인가 헷갈린다. 


블로그 이웃들의 글을 타고 넘다가 우연히 어떤 글을 본다. 젊은 '엄마'들이 씩씩하게 자기 주장을 하며 일상에서 실천하는 페미니즘 이야기를 한다. 네 명이 나란히 앉아 있다. 눈물이 흐른다. 이건 또 뭐지. 


그래 가만 돌이켜보니 요 며칠 눈물은 '사람들'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사람이 주는 느낌, 따뜻함, 소박한 즐거움, 함께 이야기 나누는 안온함, 비슷한 방향을 생각하는 존재, 거기 있다는 안도감, 실천하는 용기. 


늘 옆에 있는 식구들/가족들에게서는 왜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는지, 이 또한 삶에 대한 불만과 환상 그 어디쯤에 불과한 것 아닌지, 거리 조정에 실패하고 있는 건 아닌지, 너는 뭘 얼마나 노력했니 어김없는 자아비판, 그럼에도 도대체 왜 하루에도 몇 번씩 문장을 마주하며 울컥 하는지,

를 생각한다. 


설마, 

외로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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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5-24 1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능력이 발달해서 그런것 아닐까요? 그런 지점마다 눈물 흘리신것 같아요. 눈물이 꼭 나쁜것도 아니구용ㅋㅋ울어야 할때 안울어서 문제지 울어서 문제인건 없죠. 건강하신거예요.^^*(눈물의 정화능력을 믿는 1인)

난티나무 2021-05-25 04:45   좋아요 1 | URL
공감을 너무 많이 해서...^^;;; 감정이입도 짱이고요.ㅠㅠ
눈물 흘리는 건 좋은 거라고 저도 생각하는데 요즘 자주 울컥 하다 보니 그런가 아닌가 생각해 봤어요. 미미님이 건강하다 말씀하시니 깊은 위로가 됩니다~^^

희선 2021-05-25 0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본래 가까이에 있는 사람보다 멀리에 있는 사람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들어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도 별거 아닌 거 보고 괜히 눈물 날 때 있는데... 어쩐지 저를 생각하고 우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 눈물은 별로 안 좋다고 하던데... 제가 그런 걸 어떻게 하나 싶기도 합니다

난티나무 님 울기보다 웃어요 감동해도 눈물이 나오지만...


희선

난티나무 2021-05-25 04:58   좋아요 2 | URL
희선님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가까운 걸 잘 못 보고 사는 게 사람이죠.ㅠㅠ
외로움을 잘 못 느끼고 산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외로운 건가, 나도 모르게, 싶어서요. 그렇다면 입 밖에 내어보는 것도 괜찮다 생각했어요.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우울해 질 수도 있으니까요.^^;;; 아닐 수도 있고요.ㅎ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syo 2021-05-25 1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외로울 때 외로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건 나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도 같아요. 너무 깊이 외로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기 전까지는 치열하게 외롭다가 새로운 난티나무님을 발견하시기를.

.....무슨 자기계발서 같은 소리를 하고 말았군요 😒

난티나무 2021-05-25 20:12   좋아요 1 | URL
syo님은 어디서 왔어요? 그거시 알고싶따...
댓글도 자기계발서같지 않게 멋지게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새겨둘게요.
그리고... 가끔은 괜찮은 자기계발서도 있더랍니다.^^

- 2021-05-31 1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다는 건 상처받는 일일지도… 😫 (토닥토닥)
혼자를 부르짖는 저도 함께를 놓지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맨날 웁니다…

난티나무 2021-06-01 04:52   좋아요 0 | URL
윽 완전 그런 거 같아요.. 상처받음... 흑흑... 근데 아무도 몰라...

2021-06-01 0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01 0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01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02 0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02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