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게으르고 운동 또한 싫어해서 걸어서 어디를 간다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산을 오르는 힘든 등산길이나 여행은 또 동경해마지 않는다. 참 많이 어긋나는 나의 성격탓으로 아직 여행다운 여행을 해보질 못한 것 같다. 생각은 여행을 마구 떠나고 싶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아나이 되도록 그렇게 많은 곳을 가보지도 못했고, 지금은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엄마...아니 이제 곧 있으면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버릴 처지에 놓이다보니 여행의 '여'자도 감히 꺼내어볼 수조차 없어진 지금이 나의 현시점이다.
그래서 결혼하고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고서부터는 주로 이런 여행서를 간접적으로나마 접하면서 마음을 달래보곤한다. 책을 다읽고 덮고나면 결혼전 젊었을적에 좀 많이 여행을 다녀볼껄! 라고 후회도 해보고, 나중에 아이가 자라면 아이와 신랑과 함께 가족끼리 꼭 이러한 곳에 여행을 다녀와봐야겠다라는 계획을 세워보면서 혼자서 흡족해한다. 그래서 여행안내문의 성격을 띤 책들은 읽고나면 앞으로의 시간들을 상상하면서 항상 마음이 즐거워지는 듯하다.
이책,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2> 무려 20자가 넘는 겁나게 제목이 긴 이책의 2권을 들고서 사뭇 흥분되었었다. 국내여행을 하면서 엮은 1권의 책 표지를 보면서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이건 바로 난데?'라는 생각에 읽어봐야겠다라고 생각했었다. 헌데 매번 생각만 있었지~ 아직 읽어보지 못한 탓에 2권을 받아들고 보니 1권을 먼저 읽어야 되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일었으나 책 표지의 사진 속 풍경은 이미 첫장을 넘기게 만들어버린다.
김남희라는 제목 그대로 조금은 소심하고도 까탈스러워 보이는 한 여자가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장장 8백 킬로미터를 혼자서 배낭 하나 달랑 메고서 성지순례의 길을 걷는다. 그녀의 한 달 보름 조금 못미치는 산티아고 순례의 길을 걸으며 그녀가 느낀 것과 본 것들 그리고 그녀가 사귄 친구들에게 내뱉은 말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녀는 결코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이라는 것이 사람을 많이 거듭나게 만드는 큰장점도 있겠지만 그녀는 이미 배낭을 짊어진 순간부터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눈을 크게 번쩍 뜨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번쩍 뜨여진 큰눈으로 그녀는 길을 걸으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읽는내내 그녀의 소중한 시간이 되었을 카미노 데 산티아고(산티아고로 가는 길)의 그시간들이 많이 부러웠다. 그리고 책 속의 중간 중간 나오는 그곳 풍경사진 속에서 나 또한 그녀처럼 발에 물집이 생기면서 무릎의 통증을 느끼며 그녀옆에서 같이 산티아고로 걷고 있는 듯한 착각속에 빠져들게 한다.
곳곳의 사진속에는 정작 주인공인 그녀는 없다. 오로지 그곳 풍경들과 길을 걸으면서 만나 친구가 된 동행인들의 모습만 보일뿐이다. 그래서 더욱더 읽고 있는 내가 제3자로서 바라보는 시선이 아닌 김남희의 시선으로 눈은 책의 글을 읽고 있지만 몸과 마음은 산티아고로 향하고 있는 듯하다.
아이를 다 키우고 어느정도 여유가 내게 찾아온다면 나 또한 그녀처럼 저렇게 아름다운 걸음을 걷고 싶은 충동이 인다. 그여유가 도대체 언제쯤 찾아올지 기약은 할 수 없으나 죽기전에 나도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걷고 싶어진다. 그래서 그녀처럼 많은 것을 마음속에 담아 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