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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떠나보거라 - 山寺와 도시를 오가며 들여다본 마음 풍경
혜안 글.그림 / 열린박물관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이 종교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할말이 없다.
특정한 종교에 마음을 부지런히 담고 있는 것이 아닌지라 무교에 가깝겠으나 그렇다고 딱히 잘라서 무교라고 치부해버리기엔 종교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는 편이다.
어떤 특별한 종교를 내것으로 취하지도 않으면서 그냥 내맘 편한대로 여기 갔다, 저기 갔다 하면서 마음의 고요를 얻는 메뚜기 인생같다.
어린시절에는 교회를 줄곧 다니면서 기독교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쏟아붓기도 했었다. 그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 교회를 다니는 것 또한 졸업을 해버렸다. 대학을 다니면서 전공과목의 레포트 때문에 절간을 기웃거리다 그만 그분위기에 압도되어 현재까지 일 년에 몇 번씩 가까운 사찰을 다녀오곤 한다. 불교를 종교로 삼아야겠다는 어떤 절실한 목표의식없이 그냥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좋아 그리고 대웅전에서 풍겨지는 향불냄새가 좋아서 발길 닿는대로 정해진 사찰도 없이 기분내키는대로 다녀오게 되었다.
나의 종교의식은 그야말로 절실한 신자들이 듣는다면 참 욕먹을 행동이겠다는 생각도 여러번 하곤 한다.
허나, 일단 내맘이 땡기고, 내맘이 편하면 그게 진정 종교가 아닌가! 라는 터무니없는 가설을 세워놓고서 그냥 이렇게 세월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현재까지는 지대하다.
절실한 불교신자도 아니면서 얼렁뚱땅 사찰을 다니는 것을 즐기면서 가끔씩 또 얼렁뚱땅 이러한 책도 나름대로 읽으면서 마음의 안식을 얻고자 한다. 어느때부터인가? 스님들의 에세이집 읽으면서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아마도 법정스님의 '무소유'라는 책을 읽으면서 그리 되지 않았나? 싶은데...스님들의 책은 또 하나의 사찰에 들어서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책은 혜안 스님이 직접 쓰신 에세이집으로 혜안스님은 불교미술계의 대가이시다. 20여년동안 서각과 목판화를 만드셨다. "중은 모름지기 세 가지 기본적인 일(염불, 참선, 법문)뿐만 아니라 생산적인 일 한 가지씩은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듣고 서각공부를 시작하셨다고 한다.
기본적인 일 뿐만 아니라 생산적인 일을 한 가지씩 해야한다! 이말씀을 듣고 몇 십 년을 한결같이 실천하고 있는 것도 대단하지만, 또 불교계에서 이러한 가르침이 있다는 것 또한 귀가 번쩍 뜨일정도로 가슴에 새겨진다.
사람이 기본적인 일만 하고 살아가는 것 또한 힘든 일인데 생산적인 일 한 가지씩을 더불어 실행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괜스레 나자신은 얼마만큼의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살아왔는지?....그것보다도 가장 기본적인 일(불교계에서 말하는 염불,참선,법문이 아닌 인간사에서의 기본적인 일)이라도 제대로 하고 살아왔는지? 뒤돌아보게 된다.
책의 단락을 나누길 1편은 '마음 버리기' 이고, 2편은 '마음 다스리기' 이며, 3편은 '마음 찾기'의 제목으로 나뉘어져 있다. 자신의 마음의 평정을 바라면서 읽기에 제목의 순서가 마음에 든다고 생각한다. 복잡한 마음을 다 버린후에 고요한 마음만 남았으면 그마음을 잘 다스려 올바른 마음을 찾아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보인다. 또한 간간히 혜안스님의 작품이 곳곳에 곁들여 있어 짧은 문장과 그림속에서 자신만의 안식과 가르침을 배울 수 있다.
이 복잡한 세상....잠깐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고 마음을 비우고 진정한 자기자신을 채우고 싶다면 주저없이 이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