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문화답사기
다큐인포 지음 / 북이즈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다른 역사 관련 책을 보다가 저자가 작품을 쓰면서 인용한 책 제목에서 번쩍! 눈이 트였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문화답사기"

자랑스러운 문화 유산을 의미한 것이 아니라 부끄럽다고 명명했다. 대체 왜?

책을 열어보면 단숨에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될, 그러나 떠올리는 것이 늘 괴로운 일제 치하 식민지때의 유산들이 버젓이 한자리 차지하며 숨쉬고 있는 역사의 현장들을 적나라하게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진들은 모두 발로 뛰며 현장을 인터뷰하고 사진을 찍고 관계자들을 만나보았다. 그들은 없어져야 할 옛 잔재들의 일소를 위해 애썼고, 일의 경과를 지켜보고 끝없이 시정을 요구했다. 또 그들이 만난 뜻있는 사람들의 노력의 성과물도 의미있게 검토해 보고 서로 자료를 나누었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부끄러운 문화 유산을 보면서 이들은 더 철저히 연구하고 시정을 요구하고 바른 상태로 돌리기 위해 애를 쓰는데, 그 현장의 노력과 땀들이 모두 감탄스럽고 앉아서 책만 보는 입장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또 미처 알지 못했던 일제시절의 흔적들을 보며 더 많은 이들에게 이러한 사실들을 알려야겠다는 사명감마저 들었다.

아무래도 기행문이기에 형식은 딱딱하다. 또 자랑스러운 이야기들이 아니라 부끄러운 이야기들만 파헤치기 때문에 재밌게, 즐겁게 읽기도 어렵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반드시 우리가 알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들이며 또 진실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책은 두루두루 주변에 소개하고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출간되고 시정 작업이 이루어지고 다시 재출간되면서 더 많은 시정이 이루어졌을 거라고 짐작한다. 취재진들은 자신들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 나라의 부끄러운 유산들은 천천히라도 조금씩 줄어들 것이다. 그 과정을 기대하며, 응원하며 열심히 지켜봐야겠다. 더 많이 알리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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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세뇨르 4 - 완결
황미나 지음 / 팀매니아 / 1995년 12월
평점 :
절판


만화책들은 빨리 품절되고 쉽게 절판된다. 절판된 책을 만나기는 쉽지 않고, 헌책방을 이용하는 게 고작이다. 그래서 좋은 만화 작품들은 연재중일 때, 혹은 책이 출간된 그 즈음에 바로 사서 소장해 두어야 한다.

이 책을 초기에 소장해 놓은 나는, 그러니까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이다^^ㅎㅎㅎ

엘 세뇨르를 처음 만난 것은 초딩 5년 쯤이었을 것이다. 솔직히, 너무 어려워서 잘 이해가 안 갔다.

다만 황미나 작가를 무지 좋아했었기에 열심히 읽었을 뿐.

중학교 2학년 쯤에 다시 이 책을 읽었다. 전보다 이해가 잘 갔지만, 확실하게 머리 속에서 그려지지는 않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다시 읽었다. 뭔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단순히 슬픈 사랑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가브리엘이 이루고자 했던 세상과, 그가 실패했던 세상을 들여다 보는 것은 지극히 아플 따름이었다. 그건 아마도 열일곱 감성에도 알아차릴 수 있는 세상의 부조리함 같은 것?

당시 내가 친구들에게 자주 비교하곤 했던 설명이 있었다. 작가 신일숙은 '평등'을 이야기할 때, 평등은 애초에 없다. 고귀한 혈통을 가진 자의 우위를 인정한다!라고 했었다. (리니지를 보면 적나라하게 나오지 않던가.) 작가 김혜린의 작품을 보면, 혈통의 우수성이 있는 것이 아니고, 사람은 평등하다. 다만 평등하게 살기 위해서는 투쟁이 필요하고 실패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도전해야 한다!라고 했었다.(테르미도르를 보면 그런 느낌이 꽉 든다.)

헌데, 작가 황미나를 보면, 진정한 '평등'이란 꿈과 같은 것이고 이상에 불과할 따름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인간은 포기해서는 안 되고, 보다 가까운 평등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 라고 설명했다.(이 작품 엘 세뇨르가 그때의 보기였다.)

가브리엘은 카나리아와 독수리가 다른 존재라는 것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인다. 새장 안의 카나리아는 안전하지만 자유가 없고, 새장 밖으로 나가 자유를 찾은 카나리아는 곧 독수리의 먹이가 되어 생명을 잃는다. 다르다는 것... 인정하기 싫지만, 그 차이를 뼈아프게 인정하고 이해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가 이룩한 그 이상적인 해적들의 섬에 안헬리나를 닮은 여자가 들어서는 순간 붕괴되는 모습은 너무 적나라하면서도 섬뜩하리만치 현실적이다.  완벽이라고 믿어왔지만,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을 만큼 인간은 이기적이고 신뢰 또한 약했던 것이다.

작품이 한없이 '절망'만을 노래한 것은 아니다. 절망 속에서도 한줄기 피어나는 '희망'을 노래하지만, 그 희망은 너무 처연하고 아프고 서럽기만 하다. 4권이라고 하는 짧은 분량 안에서 작가 황미나는 자유와 평등과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이 작품이 출간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던 것을 감안한다면 그 시절 황미나는 혁명적으로 앞선 생각들을 하였던 것은 아닐까.

읽을 때마다 다르게 느껴지고 새롭게 깨달음을 준다. 그런데 이런 명작품이 절판되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다니 정말 두고두고 아까운 일이다. (그리고 내가 미리 구입해둔 것은 두고 두고 잘한 일이다^^ㅎㅎㅎ)

궁금하신 분들은 대여점과 헌책방을 이용하세요~ 대여점도 갖춘 곳이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되지만.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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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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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너무너무 좋은 책이란 소문을 두루 듣다가, 작년 말 생일 선물로 이 책을 받아 들었다.

읽고 있던 여러 책들에 밀려 조금 늦어졌지만 이 책을 제대로 읽게 되었고, 예상했던 대로 흠뻑 빠지고 말았다.

저자 장영희는 문학의 숲을 거닐었지만, 난 문학의 숲을 헤매다가 아예 길을 잃어버린 듯 하다.

장영희씨 본인이 부지런한 문학소녀였고, 또 현재 영문학 교수이기 때문에 이 책은 전문성을 두루두루 갖춘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선일보에 연재한 칼럼을 모은 것인데, 문학 에세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자신의 일상 소사와 문학작품의 내용을 절묘하게 조합 시켰다.

소개해준 내용에는 익히 알려진, 그래서 나 자신도 이미 읽어본  문학작품도 있고,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어리둥절한 책도 있고, 호기심만 있었지 미처 손대지 못한 책들도 있었다.

이 책을 보고 나니, 내가 이미 읽었던 책들도 다른 각도로 다시 접해보고 싶어졌고, 아직 보지 못한 책들은 빨리 챙겨 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게 바로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독서의 길로 독자를 이끄는 힘은 매력이지만, 자칫 '지름신'이 강림할 수가 있다ㅡ.ㅡ;;;;

이 책을 읽으면서 보고 싶은 책 목록을 적어보았는데, 죽 나열해 보니 꽤 되었다. 아마 같은 책을 읽더라도, 장영희식의 독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입맛에 맞는 독서가 될 테지만, 그것 역시 좋은 만남이 될 것이니 지극히 기대가 될 뿐이다.

책은 양장본으로 아주 고급스런 질감과 디자인을 자랑하는데, 내가 선물 받았을 때 그런 것처럼, 남에게 선물하기도 아주 '뽀대'난다. 게다가 할인율도 꽤 높다^^;;;;

여러모로 독서하고 선물하기 좋은 책으로 적극 추천한다~!

가끔은 이렇게 문학의 숲을 거닐고 또 헤매어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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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날이선물 2006-06-04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추천하고 갑니다.~!

마노아 2006-06-04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고맙습니다^^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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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처음 추천받았을 때 나는 중3 학생이었다.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정독 도서관에 다녔고, 매주 금요일에 열람실에 들려서 하루 3시간씩 읽고, 무려 3주에 걸친, 그래서 총 9시간에 걸쳐 일독을 해낸 책이 이 책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9시간이나 걸려 책을 읽었냐 보다, 어떻게 3주씩이나 참을 수 있었을까에 더 신기한 느낌이다.

그 후로도 줄곧 내게는 멋진, 좋은 책이 되었는데, 처음 만났을 때 "아이들이 심판한 세상"이었던 책은 이제 "앵무새 죽이기"로 이름이 바뀌어 있다.

돌이켜 보면, 앞의 제목보다 지금의 제목이 더 마음에 든다. 좀 더 은유적으로 작품의 주제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까.

우리야 조금은 감상적으로 접근하기 마련이지만, 미국 사회에서 인종차별문제는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오늘도 어떤 강의를 듣다가 나온 이야기인데, 대놓고 흑인을 차별할 수가 없으니, 흑인이 근처에 이사오면 그 마을 사람들이 통째로 이사가기도 한다는 이야기, 21세기에도 흑인을 차별하는 일은 여전히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물론, 많이 나아졌을 테지만, 웨슬리 스나입스 같은 유명 배우도 호텔 앞에서 택시를 잡을 수가 없었더라는 서글픈 현실은 여전히 진행형인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이 쓰여졌을 무렵의 미국 사회는 오죽했을까. 너무도 명백한 무죄이고, 또 유죄이거늘, 흑인이라는 이유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백인은 백인이기 때문에 배심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 기막힌 사실 앞에 어린 아이들의 눈으로 본 그 재판장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은 끔찍한 현실의 악몽이었을 것이다.

백인 변호사 아버지는 흑인 이웃의 무죄를 위해 애썼지만, 결국 억울한 누명을 쓴 이 흑인은 죽을 것을 알고도 탈옥을 감행했고, 결국 담장을 넘지 못하고 총살 당했다. 그가 뛰어 넘고 싶었던 것은 단순히 높다란 담장이 아니라, 그를 죄인이라 손가락질한 그 사회와 사람들의 비양심과 편견, 그리고 불평등함이었을 것이다.  읽는 동안의 내 마음은 작품 속 어린 아이들의 눈처럼 그 부조리함에 어찌할 바를 모를 불안함에 잔뜩 움츠러져 있어야 했다.

그런데 이 작품이 시종일관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닌 것이 바로 '부'의 존재이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도깨비다 귀신이다, 자신들이 두려워하는 어떤 실체로 지정해 놓았지만, 그는 그저 그들과 똑같은 한사람이었을 뿐이다.

재판에서 변호를 한 것 때문에 아버지는 표적이 되었고, 그 화살은 어린 남매에게 돌아갔다. 위기에 처한 꼬마 숙녀를 도와준 것은, 그들이 무서워 했고 두려워 했던 바로 부 아저씨였다. 소녀가 자신을 도와준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보는 장면을 나는 이 책의 백미라고 꼽고 싶다. 아이의 시선은 아무래도 키가 작으니 낮을 수밖에 없다.  발 끝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시선은 하얗게 빛을 못 본 자신만큼 놀란 얼굴을 한 남자의 눈동자에까지 미친다. 소녀는 미소를 지으며 생긋 웃는다. 그리고 손을 흔든다. "안녕, 부"

세상과 단절된 사내에게 소녀가 제일 먼저 열어준 말은 지극히 평범한 인사, "안녕"이었다. 나는 그 한마디가 그토록 감동적으로 들릴 수가 없었다. 아이이기에 해줄 수 있는 반응, 그리고 선물이 아니었을까. 목숨을 구해주어서 고맙다는 여러 인사보다, 소통이 필요했던 한 사람에게 소녀가 다리를 놓아준 그 인사말이 사내에게는 더 큰 감사의 인사가 되었을 것이다.

아픈 현실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지만 작품은 줄곧 따스한 시선을 유지시켜 주었고, 희망을 각인시켜 주었고, 더 나은 미래를 전망해 주었다.  이 책이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그런 요소들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이 영화로도 제작되었는지 모르겠다. 된다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좋은 이웃과 친구에게 두루두루 추천할만한 책, 그리고 선물하고 더 뿌듯할 책으로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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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y 2006-08-19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로 제작되었답니다. 그레고리 펙 나오는 흑백영화로 EBS에서 봤던 기억이 있군요.

마노아 2006-08-19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곡, 그랬군요. 근데 그레고리 펙이라면... 영화가 만들어진 지 꽤 되었겠어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화면이 아래에서 잡아 당기는 것처럼 길게 늘어지더니 마구 흔들리고 밝아졌다가 흐려졌다를 반복한다.

그러기를 한참, 다시 또 멀쩡해진다.

안심하고 쓰다 보면 20분 쯤 뒤에 다시 또 같은 현상을 반복한다.

현재 그렇게 세차례 바뀌는 모습들을 보았다.ㅡ.ㅡ;;;;

구입한지 5월 9일에 구입했으니 3주가 채 안됐건만..ㅡ.ㅡ+++++

엘지서비스 센터에 접수하려니 홈페이지에 에러가 나서 접수도 안 된다.

젠장. 버럭버럭, 버럭, 그 사이 또 길게 늘어졌다. 이 글 올라가려나 모르겠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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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6-05-28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그래서 무상교환했었어요. 그나마 마노아님은 구입하신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전 무상기간도 지났는데 고장나서 새로 살 뻔했던 ㅠ_ㅠ 빨리 as 받으세요!

마노아 2006-05-28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야겠어요. 내일은 접수가 되려나.. 게다가 일요일이라 전화도 안 받을 텐데... 어흑, 대략 난감이에요. 지금은 또 잠시 진정된 상태..(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