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 김영사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시인 류시화는 기인으로 보인다. 몇달씩 인도를 여행하고 돌아오고, 그 속에서 희한한 사람들을 만나고, 별난 경험들을 하고, 많은 작품들을 번역하고 창작하고, 하여간에 매우 독특한 삶의 궤적을 보여주고 있다.

꽤 성공한 듯 보이고, 그러나 연연해하지 않는 것처럼도 보이고, 하여간 알 수는 없으나 평범해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인상으로 보면 '말끔'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나, 그가 사용하는 시적 언어는 맑고 순수하고 깨끗하다.

이 책 지구별 여행자는 표지부터가 깨끗함과 청순함으로 독자를 유혹한다. 여백의 미를 잘 살렸다고 할 수 있겠다.

저자가 인도를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 그들과의 에피소드, 그 속에서 깨달은 지혜와 철학 등등이 적혀 있는데, 그 이야기조차도 매우 신비롭다.

강도를 만났다가 시 한수 짓고 무사히 풀려났던 이야기하며, 전생을 믿는 어느 명상가와의 대화, 그가 찾던 스승과의 우연이면서 필연적인 만남 등등...

마치 영화속에서나 나올 법한 에피소드가, 그의 삶 속에서 일어났고, 다시금 글로 재현되어 독자를 만나는 것이다.

'인도'라고 하는 나라를 떠올리면 호기심이 승하기도 하지만, 여러모로 걱정되는 일들도 같이 떠오르곤 했는데, 이 책을 보고나서는 한 한달쯤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내 인생의 전환점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치가 생겼다.

뭐, 당장 인도에 가겠다!라는 결심을 할 수는 없지만, 긴 여행의 장소로, 인도가 단번에 꼽히는 것은 이 책의 영향이 클 것이다.

아마, 내가 간다면 류시화가 만났던 그 인도와, 그 인도인을 만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만난 인도와 인도인과의 영향으로 또 다른 지구를 여행하는 여행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 고운 이웃에게 추천하기에 안성맞춤인 책.

그래서 아끼는 후배에게 선물로 안겨주었던 책. 두고두고 여러 번 선물할 일이 또 생길 것 같다.

아낌없이 추천하리라. ^^ 함께 꿈꾸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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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제연구소 인사조직실에 근무하시는 분이 작성하신 거랍니다. 해봤더니 심하게 정확해서 쫌 놀랬습니다..
이 테스트를 통해서 앞으로 자신의 성향에 가장 적합한 행동모형을 만들어 가길 바랍니다^^


자신의 성향을 알아 보는 테스트
덧셈이 좀 까다롭긴 하지만, 매우 정확한 결과가 나오니까 이정도의 수고쯤은 감수해야겠죠?
한 문제씩 풀어나가면서, 답에 해당하는 점수를 더해나가면 돼요 ^^


A. 당신은 당신의 지갑을 주로 어느 쪽 주머니에 넣습니까?
가. 바지 오른쪽 뒷주머니 (+3.3)
나. 바지 왼쪽 뒷주머니 (+2.7)
다. 바지 오른쪽 앞주머니 (+1.2)
라. 바지 왼쪽 앞주머니 (-1.6)
마. 쟈켓 주머니 (+5.7)


B. 당신은 식사를 할 때 무엇부터 먹습니까?
가. 밥 (+2.4)
나. 반찬 (+3.5)
다. 국 (+5.6)


C. 당신은 잠을 잘 때 이불을 어느 부위까지 덮습니까?
가. 배 (-2.1)
나. 가슴 (-3.4)
다. 목 (+1.4)
라. 얼굴 (+1.5)


D. 당신은 옷을 갈아입을 때 어디부터 벗습니까?
가. 상의 (+3.2)
나. 하의 (-2.3)


E. 당신은 신발을 신을 때 어느 쪽부터 신습니까?
가. 오른쪽 (+3.6)
나. 왼쪽 (+1.7)



여기까지 합계가 10점 이상인 사람은 바로 H 문제로 이동하세요.



F. 지금 두 손을 깍지 껴보십시오. 어느쪽 엄지 손가락이 위로 올라옵니까?
가. 오른손 (+2)
나. 왼손 (+4)


G. 편하게 앉은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다리를 꼬아보십시오. 어느쪽 다리가 위로 올라 옵니까?
가. 오른쪽 (+1)
나. 왼쪽 (+3.4)


H. 당신은 어떤 종류의 음악을 좋아합니까?
가. 댄스 (-2.3)
나. 발라드 (+1)
다. 힙합 (-3.2)
라. 재즈, 블루스 (+5.1)
마. 클래식, 오페라 (+5.5)
바. 락 (-1.2)
사. 트로트 (-4)


I. 당신이 감동을 느낄 때는 언제입니까?
가. 애절한 로맨스 (+2.5)
나. 그림처럼 아름다운 자연 풍경 (+3.1)
다. 광활하게 펼쳐진 우주 (+5.7)


J. 당신은 아침에 일어나서 먼저 무엇을 합니까?
가. 소변 (-2.3)
나. 칫솔질 (+3.9)
다. 세수 (+2.1)
라. 목욕 (+4.3)



합계가 25점 이상인 사람은 바로 M으로 이동.



K. 만약 누군가 당신의 골수를 필요로 한다면, 당신은 모든 고통을 감수하고 골수를 제공할 생각이 있습니까?
가. 그렇다. (+5.7)
나. 아니다. (-1.1)


L. 윈도우 바탕화면의 배경은 어떤 것이 낫습니까?
가. 멋진 자연 풍경 사진 (+2.1)
나. 세련된 그래픽 (+1.2)
다. 특정 인물의 사진 (-0.3)
라. 애니메이션이나 기타 영화 등의 포스터, 혹은 일러스트 (-2.1)
마. 평범한 푸른색 바탕 (-3.3)


M. 손톱을 깍을 때는 길이를 어느 정도로 합니까?
가. 아주 짧게 (+1.2)
나. 짧게 (+2.3)
다. 적당히 (+0.4)


자.. 모두 다 더하기를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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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결과분석.

40 ~ 44 : 수고하셨습니다. s( ̄∇ ̄)/`
30 ~ 39 : 이것으로. (ㆆ∼ㆆ)a
20 ~ 29 : 오늘의 덧셈 공부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s(  ̄ 3 ̄)z
10 ~ 19 : 그럼 다음에 또 봅시다. s(  ̄∇ ̄)/

낚이셨나요? 
전 낚였어요.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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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6-05-27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_-;;;;;

허억~~..ㅡㅡ;;;;;;

-_-ㆀ 땀만 삐질....흐;;;

미워 할꺼야요~~..ㅠ;

마노아 2006-05-27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해요...T^T

비로그인 2007-03-20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지하게 문제를 읽은 나는............(털썩)

마노아 2007-03-20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오래 전에 작게작게님의 댓글도 있었군요^^
엘신님, 미안해요~ ^^;;;;
 

돌아온 백지영, 기분좋게 웃다

5집의 발라드 곡으로 재기 성공한 그 가수의 묵묵한 버티기…잊혀진 연예인을 인정하게 만든 건 춤도 끼도 웃음도 아닌 노래

▣ 이문혁 CJ미디어 기획특집팀 프로듀서

음악은 원래 독재자다. “감동을 얻으려면 나에게 너의 시간을 지불해”라는 원칙에서 한발의 물러섬이 없다. 예쁘지만 까탈스런 여자친구랄까. 이제는 지쳐서인지, 생일 케이크에 올라가는 초의 수가 점점 늘어날수록, 그림 보는 재미가 새롭다. 5분을 주면 5분만큼 얘기를 걸고, 1시간을 주면 그만큼 소곤대는 것이, 넉넉한 친구의 느낌이라서다. 그럼에도 여전히 온몸을 휘감는 전기의 떨림이 가끔 그리운 것은 그림을 보고 울었던 기억은 없기 때문이다. 음악만이 줄 수 있는 날벼락 같은 감동. 남의 말은커녕 자기 자신의 말도 안 들을 것 같은 짐 모리슨, 커트 코베인도 음악이 장악한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시어머니 앞의 새색시처럼 복종하고, 그 박자에, 놀랍게도 그 박자에 입을 연다. 그들이 인정한 유일한 복종의 대상이 음악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람들의 독한 외면에 사산아가 된 3,4집

요즘 재기에 성공했다는 가수 백지영을 보면서 저 사람도 사로잡혔구나 싶었다. 오기로 버티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었기에, 국민 정서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음흉함이 너무 야비했기에, 포기의 유혹이 어느 정도 무게였을지 짐작됐기 때문이다. 음악이 아니더라도, 가수가 아니더라도 할 일은 세상에 많다는, 남이 혹은 자기 자신이 보내는 위로에 어떻게 솔깃하지 않았으랴.


△ 참으로 더디게 대중은 대답했다. 2집 뒤 황망히 떠났던 백지영은 긴 인내 끝에 5집으로 대중 가수의 이름을 되찾았다.

억울함이 화로 변한 다음에 오는 체념 그리고 미련, 이런 과정들 속에서 굳이 어려운 길을 가시 밟으며 가기보다는 안 갈 이유를 찾기가 더 쉬웠을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낙담의 시간 또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길지 않았다. 순간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녀에게는 음악이 있었다.

“백지영이 5집 앨범에서 발라드 가수로 변신, 재기에 성공했다”는 단순한 한 줄 속에는, 황망히 브라운관에서 사라졌던 것이 그녀의 2집 때였다는 사실이 흐릿하게 묻혀 있다. 그녀의 앨범 목록을 유심히 찾아본 이들은 알겠지만 그녀는 데뷔하고 지금까지 음악에서 벗어나서 있었던 적이 없었다. 그녀는 이제 다시 일어선 것이 아니라 계속 일어서 있었다는 말이다. 더 이상 그녀를 외면할 핑계가 없어진 사람들이 그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누워 있던 그녀를 이제야 슬쩍 일으킨 것뿐이다. 시험에 떨어진 것보다 더 절망적인 것은 시험을 볼 기회조차 박탈당했을 때다. 세 번째, 네 번째 앨범이 사산되었다는 사실보다 사람들의 독한 외면으로 죽었다는 것이 그녀를 더 절망하게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녀는 또 다른 출산의 고통과 두려움을 뚫고 나왔다. 음악에 사로잡힌 영혼으로 말이다.

시련이 주는 가장 큰 보상은 역시 성숙인 것. 요즘 오락 프로그램에 나온 그녀의 웃음 속에는 여유가 보인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느라 50곡을 녹음하고 고르고 고르던 노력이 주는 자신감인지, 노래를 이렇게 잘했나 하는 겸연쩍은 주위의 칭찬 덕인지 모르겠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던 시절을 슬쩍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인지, 자신감이 넘치던 그녀의 2집 시절 모습보다도 지금이 좋다. 오락 프로그램에 가수가 출연하는 것은 많은 경우 프로그램 말미에 뮤직비디오 30초를 트는 불공정 계약의 대가다. 텔레비전이라는 재판정에서 그녀가 기꺼이 자신의 피 맺힌 웃음 한 파운드를 잘라 바치며 돌파해나가는 모습을 볼 때 살짝 아리기도 하다. 예쁘지 않으면 웃기기라도 해야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줄 정도로 왜곡된 지금, 예쁜 그녀가 웃기려고까지 하는 것 또한 가수이기 때문이라고 믿어서다. 그런 그녀의 내던짐이 음악 포털 사이트 다운로드 1위라는 결과로 돌아왔을 때, 그래서 뜨겁고 진한 눈물을 흘릴 수 있었을 때, 사로잡힌 이의 행복을 경험하지 않았을까.

음악에 사로잡힌 이는 결국 음악으로 구원받는다. 잊혀진 연예인 백지영을 사람들에게 가수 백지영으로 인정하게 만든 것은, 그녀의 춤도 끼와 웃음도 아닌 그녀의 노래였다. 직업을 바꾸는 것보다 더 힘든 게 가수가 자신의 장르를 바꾸는 일이다. 그녀는 감수하고 도전했고 사람들은 그에 반응했다. 가수란 성대를 울려서 공기를 통한 진동을 매개로 울림과 감동을 전하는 직업이라는 기본에 충실했던 것이다. <사랑 안 해>라는 그녀의 노래에 대해서 어떤 이가 “이건 사랑을 안 한다는 게 아니라 너만 사랑한다는 뜻입니다”라고 댓글을 붙여놓았다. 그녀에게 다시는 안 하고 싶은, 그러나 그것만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건 음악이었고, 그 사랑에 대해서 음악은 참으로 더디게, 하지만 확실히 대답했다.

오락프로그램 버티기, 가수에 충실하기

필요 이상으로 성에 대한 묘사가 사실적이지 않느냐는 시비에 대해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럼 당신들은 집에서 당신 부인과 어떻게 부부생활을 하는데요? 그거에 비해서 제 주인공들이 심한가요?” ‘죄 없는 자 돌 던지라’는 말씀에 대한 표절의 의혹이 짙지만, 모난 군중의 가면을 자기를 비추는 거울로 바꾸는 재주만큼은 일품이라 느꼈다. 호통쳐주는 예수님의 도움도 없이, 그렇다고 하루키처럼 되받아 야유를 보내지도 않고, 백지영은 묵묵히 돌든 군중 사이에 홀로 버티고 서 있었다. 꽤 오랜 시간을. 그리고 지금 그녀에게 그 군중은 돌 들었던 손을 들어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이라는 그녀의 이번 앨범 제목처럼 그녀는 기분 좋게 ‘다시 웃고’ 있다. 가수 백·지·영으로 우뚝 서서.

**

한겨레신문에서 퍼왔어요. 공감가는 글과, 또 감탄스런 표현들에 혹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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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8
시오노 나나미 지음, 오정환 옮김 / 한길사 / 2001년 12월
평점 :
품절


시오노 나나미가 주목하는 역사적 인물들은 비슷한 매력을 갖고 있다. 하나같이 뱀같이 지혜롭고 용같은 카리스마를 지닌 것. 

마키아벨리란 이름도 '정치적'인 카리스마가 있는데, 그가 모델로 삼았다고 하는 인물이니 체사레 보르자가 어떤 성격을 가졌을 지란 이미 상상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데 캐릭터보다도 내게 매력을 주고 이 책을 보게 만든 것은 바로 '제목'이다. 우리나라 번역에서만 이렇게 지은 것인지, 혹은 시오노 나나미 그녀가 이렇게 지었는지 확실히 모르겠지만, 제목이 너무 근사하다. '체사레 보르자'와 '우아한 냉혹'은 대구를 이루고 있는데, 동일성격이 아님에도 둘은 같은 것이고 '우아한'과 '냉혹'도 동일 성격의 대구가 아닌데도, 동일인물을 묘사하면서 하나의 의미가 되어버렸다. 대체 우아하면서 냉혹하기까지 한 이 잔인한 전략가가 어떤 인물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작품은 마치 소설책처럼 읽혀진다. 난 이 책을 역사책으로 분류하곤 했지만, 막상 리뷰를 쓰자니 역사책으로 골라 놓기가 조금 망설여졌다. (알라딘 분류는 인물/평전이다.) 아무튼 이것도 시오노 나나미의 전형적인 특징인데, 너무 드라마틱하게 글을 써서 그것이 소설인지 역사책인지 모호하기까지 하다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어쨌든 내 입맛에는 그래서 더 맘에 들지만. ^^ (무조건 쉽고, 감동적인 글을 좋아한다.)

페이지가 짧은 편이 아니지만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보듯이 내용이 전개되기 때문에 책은 금방 읽을 수 있다. 읽으면서 체사레 보르자에게 어느덧 동화되어 마지막에 비참한 죽음에 이르는 장면에선 안타까움마저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나서는 뭔가 찜찜하다. 마치, 세뇌된 기분이 들었다.

그건 로마인 이야기를 읽고나서의 느낌과 조금 비슷한데, 몹시 매력적이고 몹시 탁월한 전략가이며 너무 뛰어나서 이런 사람은 죽으면 안 돼!!!하고 마구마구 외쳤던 카이사르가, 그래도 사실 독재자였던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라는 중얼거림과 비슷한 울림이다.

이를테면, 인기 드라마에 등장하는 '멋진 악역'을 보면, 그 사람이 그렇게 악독해진 데에는 이유가 있고, (더군다나 잘 생기기까지 한) 그래서 일종의 '모성애'를 자극하며, 그의 악행에 면죄부를 주고 싶어지는 마음 같은 것. 체사레 보르자가 카리스마 빵빵한 냉혹한 우아함을 마구 발산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좋은 놈은 확실히 아니었고, 그 죽음에 있어서는 인과응보적 성격도 있는 것인데,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고 그저 죽음만이 안타깝게 느껴지니, 읽고나서도 나의 편애에 내가 혼란스러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냉정해지기로 했다. 이 책의 수확은 황미나 作 '불새의 늪'의 '쥬델'같은 캐릭터 체사레 보르자의 우아한 매력을 느낀 것이 아니라, 그 시절 이탈리아의 분위기를 눈치챈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어쩐지 부끄러워지니까..;;;;

덧글, 그래도 나는 시오노 나나미의 이런 글쓰기가 좋다. 그녀의 에세이들은 사실 공감도 별로 안 되고 너무 딱딱해서 오히려 역사물을 쓸 때보다 더 건조하기 이를 데 없으니 내 취향은 절대 아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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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람구두 > 요즘 고민거리 중 하나...

태초에 가장 먼저 있었던 것은 말씀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시비 걸 분들도 많을 줄로 알지만... 어쨌거나 인식이 우선이란 점만 놓고 보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우리 시대는 다시 주체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 시위 현장에 나가보면 "동지는 간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대는 현실이다. 깃발은 종류별로 다양해졌으나 이들을 한데 묶어주는 주체의 호명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거나 산개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들 잘난 척하며 사상을 말하고, 철학을 말하며 조금 더 세련되게 말하는 이들은 한국적 현실을 무시하고 타국의 철학 담론을 끌어들이는 것을 비판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한통속과 다름없음을 드러낸다. 서구의 사상사를 들여다보면 그들의 어떤 담론도 현실로부터 나오지 않은 것이 없다. 우리들의 현실과 역사적 맥락에서 비롯되지 않은 담론은 레게와 힙합이 상업적인 팝이 되어 수입되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다.

현재 우리 사회는 모든 것이 위기다.

모든 것이 위기이지만 아무도 긴장하지 않고, 아무도 위협받지 않는다.
아니, 아무도는 아니다. 사실은 모두가 긴장하고, 모두가 위협받고 있으나 그 목소리를 담아낼 그릇이 없고, 그 목소리를 묶어내줄 이론이 없다. 과거 현장에서 불온한 이론을 유포하던 이들은 이제 모두 대학 강단으로 소집되어 들어갔고, 현장은 지식과, 지식은 현장과 분리되어 양쪽에서 상해가고 있다. 한 때 불온했으나 이제 안전해진 그들은 강단에서 기능적 지식인으로 전락해 한때의 경력을 밑천삼아 살아간다. 이제 말과 글은 더이상 무기가 아니다. 말과 글이 무기가 아니므로 지식인들은 더이상 전사가 아니다. 더이상 사회를 긴장시키지 못하는 말과 글을 토해내는 것은 단순히 생계와 명성자본 축적의 도구일 뿐이다. 현실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현실을 작동시키지 못하는 이론과 사상은 지적 허영을 위한 노리개에 불과하다.

행(行)을 추구하는 이는 과부족인데, 관(觀)을 추구하는 이들만 넘쳐난다. 더이상 속지않기 위해 멈추어 있겠다는 냉소만이 넘쳐난다. 스스로도 믿지 못하는 데 누구에게 그것을 보여주고 함께 하자고 말할 수 있는가? 삶과 공부가 다른 것이어서는 공부에 의미가 없다. 개입하라! 현장에서, 현장의 감각으로, 현장의 시선으로... 그런데 현장은 어디에 있는가? 지금 당신의 일상이 바로 그 현장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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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써놓고 혼자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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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5-26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탄하며 고개 끄덕이며 읽고는 왠지 부끄러워졌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