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세스 26
한승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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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권 시작부터 3대에 걸친 비극이라고 작가는 얘기했었다.  1대, 2대의 이야기를 진행하고 3대의 등장인물 윤곽이 드러난 지금, 3대의 이야기로 넘어가기 위해서도 2대의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했고, 그들의 운명은 익히 짐작한 바 있음에도... 참으로 먹먹했다.  재고의 여지가 없는 끝을 다 보여주지 못하고 단행본이 마무리 되었지만, 27권에서 진행될 눈물 바람도 우리는 이미 보고 있다.

'사랑'이 이렇게 아프기만 한다면 어찌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사랑이 이렇게 아름답기도 한데, 이렇게 처연할 수도 있다니 이 숭고한 감정의 존재는 사람에게 필요악으로도 보인다.

표지를 보면 아픈 두 연인 비욘과 비이가 나란히 보인다.  두 사람이 '함께'여서 행복했던 순간은 참으로 짧았다. 그들은 함께 행복했던 기억보다 서로를 그리워하며 찾는 시간이 더 길었다.  포기할 수 없는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면서도 늘 같이 아파할 수밖에 없었다.

뿐이던가.  레오와 에스힐드는 어떻고... 간간히 등장하는 작가의 나래이션은 시를 써도 좋을 만큼 압축과 은유로 섬세한 눈물을 끌어내곤 했다.

한승원의 그림체를 그닥 좋아하지는 않지만, 드러날 수 있는 모든 단점을 다 합한다 하더라도, 작품이 주는 무게감과 감동의 크기를 채울 수는 없다.

국가와 국가 간의 비정한 세계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은원, 약속, 은애까지... 작품은 너무도 다양한 우리 세계 속 모습을 투영해주고 있다. 더 아름답게, 더 서럽게, 더 감동적으로...

이제 27권이 나올 때가 된 것 같은데 좀처럼 소식이 들리지 않아 애가 탄다.

이제 3대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때이니 작품의 전체 분량으로 본다면 2/3 좀 더 온 것이 아닐까.

처음 읽을 때에는 이 작품이 이렇게 대하극이 될 줄 몰랐는데, 이제는 오히려 기대감이 커서 장편을 더 지지하는 입장이 되었다.

부디 작가가 지금의 흐름과 감각을 잊지 않고 끝까지 균형을 잡아 이 재미와 감동을 유지시켜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승원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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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박정희 1
백무현 지음, 박순찬 그림, 민족문제연구소, 뉴스툰 기획 / 시대의창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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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참 떠들썩하게 인기를 끌 때보다 조금 조용해졌을 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읽는 순간, 왜 그렇게 이슈를 불러일으켰는지 공감하면서 보다 빨리 찾지 못한 게으름을 반성했다.

많은 부분들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는데도, 그림과 함께 적절한 연출을 가미하여 내용의 진실성과 중대성을 더 강조한 책으로 보게 되니, 나의 이해의 폭과 감정의 응축을 더 폭발적으로 만든 느낌이었다.

서둘러 작가의 다른 책들도 찾아 보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구할 수 있는 책이 없어서 많이 아쉬웠다.

현재까지도 현역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혹은 이미 죽었을 지언정 한 시대에 굵게 이름을 남긴 사람들을 보면서 아찔한 현기증마저 느꼈다. (며칠전 5.18 다음 날인 19일에 전두환은 골프를 쳤다지.ㅡ.ㅡ;;;;;)

이 책이 '만화'라는 장르를 선택하여 독자들을 찾아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은가 싶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나이를 불문하고 보다 가깝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다가서야 하는 이유 말이다.

너무도 분명하고 선명한 친일을 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모셨고, 장기집권 독재자였고, 그가 저지른 만행이 무수하며, 역사 앞에 씻을 수 없는 죄인인데, 아직도 그를 그리워하고 영웅으로 떠받드는 사람이 너무 많으며, 그의 따님(ㅡ.ㅡ;;;;)이라는 사람이 정치판에서 버젓이 활동을 하고 있고, 그때에 망가뜨린 입시 제도 등은 여전히 수험생을 괴롭히고 있고 기타 등등...

너무 많아 열거를 다 할 수도 없는데, 그런 일들이 이곳 대한민국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기막히고 또 서러울 지경이다.

실미도나 효자동 이발사, 그때 그 사람들 등등... 여러 영화들이 제작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환경이 바뀌고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증명하지만, 그 영화들에서 보여주는 시각도 온전히 자유롭지 않은 것을 보면 우리가 가야할 길은 멀고도 멀었다.

이 책이 베스트 셀러로 늘 유지되기를 바라지만, 또 모두가 이런 책이 필요 없을 만큼 진실을 꿰뚫고 있어 더 이상 이런 '고발서'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책을 읽다가 버릴 곳이 없어서 전부 형광펜으로 도배가 되고 말았다. 요약해서 정리해야지 생각만 하고 실천에 옮기지를 못했다. 반성반성..ㅠ..ㅠ

어린 학생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당장에 이해가 안 가도 좀 더 성장하면 머리로 가슴으로 다 이해가 될 것이다.  그리고 민족의 이름으로 각인되지 않을까.

무분별한 증오심을 키우게 하고 싶지 않지만, 타당한(?) 증오/치죄는 아직도 반드시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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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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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고등학교 시절, 문학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책이었다. 당시 그분이 읽은 책은 "작은 나무야, 작은 나무야"라는 제목이었는데, 내가 다시 그 책을 찾아서 읽을 때에는 제목이 바뀌어 있었다.

작품 속 주인공의 이름 작은 나무야 대신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라고 지은 것을 보고는, 문학적 운율은 좀 떨어지지만, 내용을 생각해 볼 때, 보다 구체적인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소중한 친구에게 선물했고, 고마운 지인에게도 선물하고, 나도 소장해버렸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사도 질리지 않고 뿌듯함을 채워주는 신기한 '맛'과 '멋'을 지닌 책이다.

'인디언'을 떠올리면 신비한 느낌과 함께 막연한 안쓰러움을 느낀다. 고향에서 쫓겨난 그들의 서글픈 운명과 그럼에도 자신들의 고유성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서는 장인 정신마저도 느껴진다.

자연을 벗하여 사는 그들의 지혜가 책 곳곳에 묻어 있고, 사람을 대하는 기본 정서가 얼마나 깊고 따스한 지 내 마음이 더불어 따스해짐을 자주 느낄 수 있었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어른의 눈으로 견주어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학생을 쫓아낸 그 나아쁜!(강조!) 선생님을 마구 욕하며^^;;;; 작은 나무가 할머니의 품으로 돌아갔을 때는 박수를 쳐주고픈 마음이었다.

그러고 보면 인디언이 등장하는 글들은 매번 좋은 기억을 남겼다. 박희정의 "호텔 아프리카"에서 지요가 그랬고, "위대한 영혼의 주술사"에서도 인디언 여자(앗, 이름이 갑자기 기억 안남..ㅠ.ㅠ)도 그랬으니...

최근 십년도 더 전에 출간된 "작은 나무야 작은 나무야" 제목의 이 책을 헌책방에서 구입했는데, 당시 판매가가 현재 알라딘에서 할인 판매하는 금액과 비등하다.^^;;; (표지는 엄청 촌스럽다.ㅡ.ㅡ;;;;)

이 책은 절대! 새 책 구입하라고 추천한다.

다시 한 번 이 책을 떠올려 보니 또 다시 미소가 지어진다. 구매해 두었다가 생각날 때 좋은 지인들에게 다시 선물해야겠다.  이런 책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고 축복이다. 내 영혼이 같이 부자가 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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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장수 야곱 - 복잡한 세상을 사는 소박한 지혜
노아 벤샤 지음, 공경희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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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야곱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지만 내게는 두번째로 찾게 된 책이다. 처음 읽은 책은 야곱의 사다리였다.

이 책이 출간된 지 무척 오래 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놀랐다.  그리고 기뻤다.  그 사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큰 깨달음과 더 큰 위로를 받았을 것 같아서 말이다.

지은이 노아 벤샤는 야곱의 다른 이름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그가 독자들에게 해주는 말들이 야곱의 입을 빌려서 나올 뿐이다.  그래서 너무 감탄스러웠다.

세상에 재밌고 독특한, 뛰어난 책들이 많지만 상상력의 기발함과는 또 다른 차원의 감격이랄까.  작가 자신이 희대의 철학자, 명상가, 성인... 뭐 그런 의미로 느껴지니 말이다.

느리게 느리게... 천천히... 그런 느낌을 받았다.  야곱처럼 욕심부리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자족하며,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고 그들의 상처를 위로해 주고, 그들의 문제에 누구도 해주지 못할 지혜로운 답을 주는 일.... 너무 놀랍고 이상적이어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들리는데, 이런 글이 쓰여졌다는 것을 보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테지.

그래서, 만약 내 주변에 이런 야곱같은 사람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보았다.

기꺼이 찾아가 야곱에게 내 고민을, 나의 문제를 털어놓을 용기는 있는가...

야곱과 같은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지만, 야곱의 이웃과도 같은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들의 깊은 깨달음과 동조, 그리고 변화까지, 내가 뿌듯하고 또 내가 더 부러운 기분이었다.

야곱의 지혜보다도 그의 겸손이 더 배울 점이 많았다.  그의 탁월함과 우수함보다 그의 따스함이 더 대단해 보였다.

신을 향한 그의 믿음이, 신념이, 기도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베푸는 선함이, 끊임없이 진리를 추구하는 부지런함이 모두 놀랍고 부러워 부끄러운 마음도 가득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 야곱, 내 주위에도 야곱과 같은 사람이 분명 있을 진대...

그리고 야곱과 같은 이를 찾기만 할 게 아니라, 나 자신도 야곱과 같은 사람을 닮아가야 하는데...

너무 큰 일이라 엄두도 안 나고 '감히'라는 말 밖에 안 나온다.

그럼에도. 어쩐지 미소가 지어진다.

마음을 넓혀주고 공허함을 사랑으로 채워주는 고마운 책이다. 

나는 오늘, 아름다운 사람 야곱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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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장수 야곱 - 복잡한 세상을 사는 소박한 지혜
노아 벤샤 지음, 공경희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3년 4월
절판


어떻게 하면 더 많이 가질 수 있을까요?
야곱이 대답했다.
"숨을 들이쉬는 유일한 방법은 숨을 내쉬는 것입니다. 더 크게 되려면 기꺼이 작아져야 합니다."-39쪽

모름지기 내 집이라 하면, 내 자신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리고는 내 자신을 스스로 들여다볼 수 있는 창문이 있어야겠지요?

집과 무덤의 차이는 그러한 문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뿐이랍니다. 집과 무덤의 차이는 말이죠.-78쪽

남에게 베풀기를 몹시 주저하는 어떤 부자가 있었다.
그 동네의 가난한 사람들은 그 사람을 절도 혐의로 고소하려고 하였다.
몹시 추운 어느날 아침, 부자는 야곱을 찾아왔다.

"제가 무엇을 훔쳤단 말입니까?"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가난한 이들의 존엄성입니다."
야곱이 말했다.
"제가 어떻게 그들의 존엄성을 훔쳤단 말입니까?"

야곱이 나직이 말했다.
"오직 구걸하는 이에게만 베풀었기 때문입니다."-92쪽

행동이 없는 의식은 고아와 같다.

거짓말의 열매는 그것이 익기도 전에 썩어버린다.

부자는 가난한 사람에게 담 너머로 동전을 던져주지만, 그 담을 허물기 위해 돈을 쓰지는 않는다.

우리가 쓰지 않는 시간은 쌓여지지 않고 흘러가 버린다.-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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