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괜찮은 사람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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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1 강화길.

강화길의 소설을 처음 읽은 건 2017년 6월이라고 한다. 클라우드노트에 그렇게 적혀있다! 그해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처음 읽었고, 책 한 권에서 김금희, 최은영, 최은미, 백수린까지 다 처음 만났다. 와우. 새삼 놀랍네. 그게 벌써 4년 전이야. 한국문학 독서가 1980년대 이전 수능 출제(예상)작에만 멈춰 있던 나에게는 나름 신선한 충격이었다. 노트에는 지금처럼 재잘재잘대는 긴 평은 거의 없는데 기억나는 건 강화길 ‘호수’를 읽고 별로다, 했던 생각은 난다… 너무 노골적이라 세련되지 못하다고 여겼던 것 같다. 진짜 불안한 사람들은요. 그 불안에 관해 묘사할 힘도 없어요… 그냥 그 불안을 간접 체험 시키려는 시늉 같은 걸로 읽고 또 그렇게 등장 인물을 괴롭히고 물에 처박고 두들겨 맞고 죽음에 임박하게 두는 게 마냥 짜증이 났던 것 같다.
‘화이트 호스’는 진짜 어쩌다보니 읽었는데, 나쁘진 않지만 좋지도 않다, 강화길 역시 나랑 안 맞네 했었다. 그러다가 새 장편소설 읽다가 등장한 ‘니꼴라 유치원-귀한 사람’이 잘 써지지 않아서 고민하는 소설가의 모습을 보니 이상하게 또 그 소설이 무척 궁금해졌다. 그래서 ‘니꼴라 유치원’이 실린 ‘괜찮은 사람’을 읽기 시작했다.
소설집의 맨 첫번째 소설이 그 처음 읽고 별로라고 느낀 ‘호수’라서 이건 제일 나중에 읽기로 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소설이 화이트 호스랑 비슷한 불안의 정서인데도 희한하게 마음에 들었다. 장편의 씨앗쯤 되는 장면들도 느껴지고 문장도 간결하고 별 어려움 없이 읽혔다. 등단작인 ‘방’도 슬프고 구질구질한데도 괜찮았고, ‘벌레들’도 지긋지긋한데 또 내가 잘 못 그려내는 세 사람 사이의 긴장을 잘 표현했다 싶었다. 표제작 ‘괜찮은 사람’도 괜찮았다ㅋㅋㅋㅋ 호수랑 비슷한데 그것보다는 더 절제된 느낌이랄까. 하여간에 실컷 잘 읽고서 다시 처음의 ‘호수’로 돌아와 읽어보니…두 번째 읽어도 나는 달라진 것이 없고 소설도 달라진 것이 없고… 그렇죠 모든 게 다 좋을 수는 없는 것…
한동안 주식책과 과학책만 줄창 파고들다가 다시 소설의 계절이 온 건지 소설에 관심이 가고 잘 읽히는데 같은 작가 책을 같이 읽는 게 좋은 점도 있고(그러니까 장편을 읽기 전에 단편을 읽으며 적응?을 거치고 마음의 준비를 한달까…) 나쁜 점도 있는(이제 당분간은 좀 쉴게요 작가님…빠이…) 것 같다. 읽을 책이 너무 많아…그래서 행복하다…킬킬킬킬킬킬(이거 대불호텔의 유령에서 자꾸 나오는 웃음 소리…이상한 거만 배움…웃음 소리가 kill kill kill해….ㅋㅋㅋㅋㅋㅋ)

+밑줄 긋기
-그래서일 것이다. 안진에는 짓궂은 농담이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불행하다는 느낌이 들 때, 아무리 노력해도 나를 둘러싼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서 그저 답답하고 원망스러울 때. 사람들은 피곤한 얼굴로 이렇게 중얼거린다. 다 내가 니꼴라 유치원에 다니지 않아서 그래.
남편과 나도 가끔 그런 농담을 한다.
민우는 남자아이 후보 2번으로 접수되었다.
(‘니꼴라 유치원-귀한 사람’ 중)

-그건 정말로 실수였다. 정전이었다. 그 역시 당황했고, 나를 찾는다며 아무렇게나 팔을 뻗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을 많이 주고 있었다. 하필이면 그의 손이 닿는 곳에 내가 있었다. 그는 내가 그 앞에 서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괴로워했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그 역시 어둠 속에 있었으니까.
-나는 그저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남들이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생각하는지 늘 신경이 쓰였다. 누군가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실망하거나,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이 빈약하고 허름한 트랙에서조차 떨어져나갈 것 같은 불안이 밀려왔다. 그러나 나는 이런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불안은 순식간에 번지는 곰팡이 같아서 쉽게 눈에 띄었고, 그러면 공격의 대상이 되기 쉬웠다. 자신을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느끼는 것과 정말 함부로 대해도 상관없는 사람이 되는 건, 굉장한 차이였으니까.
-며칠 후 그는 내게 불안해하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좋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난 어느 날, 그는 내게 아름답다고 말했다.
(‘괜찮은 사람’ 중)

-뭐든 확인받아야만 하는 사람들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호의를 의심하고, 칭찬을 믿지 않으며 잘못한 일은 오래도록 기억한다고 했다. 나는 웃었다. 나를 가리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어, 그 말을 전한 이는 그들이 정말로 확인받고 싶어하는 것은 아주 단순한 것이라고 했다.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 지금 정말 잘하고 있다는 것. 나는 역시 또 웃었다. (‘당신을 닮은 노래’중)

-그때 한 남자가 슈퍼로 들어왔다. 그는 비듬이 심했다. 걸을 때마다 눈이 날리는 것처럼 하얀 비듬이 떨어져내렸다. 그는 슈퍼 안을 둘러보지 않았다. 라면 한 박스를 찾더니 계산을 마치고 곧장 나갔다. 그 남자가 걸어간 자리에 비늘처럼 희끗희끗한 조각들이 남아 반짝였다. 나는 야체 코너에서 오이와 상추를 집어들었다.
-복숭아 먹고 싶다.
나는 돌아가면 황도 한 박스를 사주겠다고 말했다. 그녀가 회색 입술을 벌려 웃었다. 그녀는 종일 복숭아만 먹자고 대꾸했다. 방에서 안 나갈 거야. 이어 그녀는 손을 들더니 복숭아를 쥔 자세를 취했다. 입을 벌리고 복숭아를 베어무는 시늉을 했다.
이때 즙이 흐르는 거야.
수연이 내 손을 잡았다. 수연은 내 손목을 주무르며 계속 복숭아에 대해 떠들었다. 우리는 곧 잠들었다.
(‘방’ 중)

-돌아오는 길에 그들은 싸웠다. 그녀는 울면서 그에게 항의했다. “사랑 때문이야.” 나중에는 거의 소리쳤다. “아직도 사랑 때문에 사람이 죽어.” 얼마 후, 그들은 헤어졌다. 굴 말리크는 추방당했다. 그들은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굴 말리크가 그들에게 유품을 남겼다.
-왜일까요.
어째서 불안은 두 사람 중 꼭 한 명에게만 더 강하게 나타날까. 다른 한 명은 상대가 절대 떠나지 않을 거라 무작정 믿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누구였을까, 더 불안해한 쪽은. 타니 칸이었을까, 굴 말리크였을까. 어쨌든 싸움이 있었다. 너는 너무 겁이 많고, 용기가 없고, 모든 일을 피하려고만 한다는 비난들. 타니 칸이 굴 말리크에게, 굴 말리크가 타니 칸에게. 이전의 판단과 선택을 흔들어대는 말들. 확신을 짓누르는 의심. 역시 누구였을까. 모든 것은 끝났고, 지금은 단지 견디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걸 먼저 생각해낸 사람은. 말을 꺼내지 못한 건 아마 의무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서로의 목숨을 지켜주며 보듬었던 시간. 살아남았다는 위안과 결속. 도시를 찾아온 건 더 나아지기 위함이지 끝을 위해서가 아니었다는 미련. 지금까지 이룬 것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다는 욕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결단을 내렸다.
누구였을까. 다른 사람이 생긴 건.
아니, 다른 사람이 생겼다고 믿은 사람은.
감당할 수 없는 배신감과 수치심을 느낀 누군가가 밀고를 했다. 배신자들이 있습니다. 고향에 편지를 보냈다. 여기에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같이 걸려들 걸 알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누군가에게 떠나보낼 거라면, 차라리 함께 죽는 것이 나았다.
끔찍한 일이죠. 사랑했던 사람이 불행해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온다는 건. 그리고 그렇게 되도록 행동한다는 것도.
(‘굴 말리크가 기억하는 것’ 중)

-다른 친구들도 내게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그들은 말했다. 그는 무척 좋은 사람 같다고. 민영은 행복하다고. 나는 중얼거렸다.
“그건 모르는 거야.”
친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제발, 남자를 좀 믿으라고. 나는 아무 말도 더 할 수 없었다. 사실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나도 뭐가 뭔지 확신할 수 없는, 그저 느낌에 사로잡혀 있을 뿐이었으니까.
(‘호수-다른 사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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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1 1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1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21-08-22 1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호수 되게 좋아서 강화길에 주목하기 시작했는데 ㅋㅋㅋㅋㅋㅋ
반님도 까시지만 사람일 알 수 없는거다? 저 어제 제가 전에 쓴 글 읽다가 제가 금희 누나 <너무 한낮의 연애>에서 너무 한낮의 연애가 제일 별로였다는 댓글 달아놓은 거 보고 기함했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8-22 11:45   좋아요 1 | URL
그리고 몇 년 뒤 그 아이는 너무 한낮의 연애 티비문학 드라마까지 챙겨보고 권하며 금희누나 금희누나 하는 나돌이가 되었다고 한다… ㅋㅋㅋ 제가 강화길한테 이렇게 호의적인 리뷰 쓸 줄 정말 몰랐지만…호수는 안 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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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1 강화길.

바다에 가고 싶다는, 소금밭에 잔잔하게 들이친 얕은 물 위로 비친 붉은 노을과 분홍빛 구름을 보고 싶어하는 친구를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나에게 바다란 엄청나게 무거운 짠물을 한 곳에 몰아 담고 있는 환경, 지역, 지형지물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래도 네가 좋아하는 곳이라면, 이제부터 내게는 하나의 목표와 도착점이 되었다. 그러니까 거기가 어디야? 언제, 어떻게 갈 건데? 막연히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던 친구의 말문이 막혔다. 나는 그 대책 없고 계획 없고 그래서 실현되지 않을 꿈을 꾸는 모습에 진저리쳤다.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한 채 서로에게 긁힌 마음들은 오래도록 멀어져 버렸다.

얼마쯤 시간이 흐른 뒤 나는 자주 후회했다. 참 예쁘겠다, 나도 가보고 싶다, 맞장구치는 말을 하는 게 오히려 쉬운 일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그러자 서울에서부터 지하철 1호선 맨끝까지 달려가면 만날 수 있는 바다가 생각났다. 우리는 그곳에 갈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때는 그러지 못했고, 다른 선택을 했다. 미리 가 본 적이 있는 내가 그곳을 다시 찾았더라면 어떤 이야기들을 재잘거렸을까.

처음 갔던 때를 떠올리며 입을 뗐을 것이다.
십 년 전 여름, 인천 차이나타운에 놀러간 여자와 남자는 만 스물여섯, 스물아홉살이었어. 둘은 같이 산지 겨우 다섯 달째였고, 그 중 한 달 간 남자는 논산 훈련소에 다녀와야 했어. 한 달 후면 아기를 낳을 예정이던 여자가 마지막으로 가까운 곳에 여행을 갔다오자, 해서 그 더위 속에 인천역과 월미도 주변을 돌아다니게 된 거야. 그때 찍어 인화한 사진들이 앨범에 여러 장 남아 있어. 사진 속 여자는 인생에서 가장 많이 불어났던 몸집으로 어색한 웃음을 둥그런 얼굴에 남기고, 남자는 군대에서 박박 밀린 머리를 다시 기르느라 모자를 눌러쓴 채 지친 표정을 하고 있어. 둘은 원조 공화춘 손녀가 운영한다는 신송반점에서 자장면과 탕수육을 사 먹고, 월병을 사 먹고, 소룡포도 사 먹고, 닭강정은 줄이 너무 길어서 못 사먹고, 항아리에 붙여 굽는 옹기병은 왠지 끌리지 않아서 구경만 해. 개항박물관에서 제물포의 역사와 이민자의 역사를 둘러보고, 한중문화관에서 여자는 치파오를 빌려 입고 만삭 사진을 남겨. 자유공원에 올라가서 맥아더 장군 동상 주변과 장미꽃밭을 거닐어. 여자는 무거운 몸으로도 씩씩하게 움직이지만 남자는 피곤한지 내내 맥없이 걷고 여자가 카메라를 내밀면 기계적으로 셔터를 눌러.

여자는 행복한 동시에 불안했어. 이십대 후반으로 넘어가던 여자는 오래도록 외롭고, 슬프고, 자꾸만 창 밖으로 뛰어내리라는 목소리가 무서워서 약을 먹었어. 거기에다 성대결절이 생겨 약이 추가되고, 여자가 가장 좋아했던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되었어. 끝없이 깜깜한 밤 같은 날들 사이에 아기가 생겼어. 어디를 가든 언제나 누군가 가장 가까이 함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여자는 너무나 행복했어. 나 여기 있어요, 하고 발로 꾸욱 미는 힘이 안에서 느껴질 때마다 너무나 놀라웠어. 평생 거식증에 가깝던 여자의 식욕이 살아나서 무얼 먹어도 다 맛있다는 느낌을 처음 알게 되었어. 그렇지만 준비도, 계획도 없이 사람이 생겨난다는 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족이 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 남자는 여자를 위해 무거운 걸 대신 들어주고, 밤잠 자는 중에 놀라 벌떡 일어나 쥐가 나서 앓는 소리를 내는 여자의 다리를 눈도 뜨지 못한 채 열심히 주물러 줬어. 그런 중에도 여자는 생각했어. 내가 이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었는지도 몰라. 억지로 끌어다 내 옆에 주저앉혀 놓았어. 그러니까 내가 다 감당해야 해. 책임져야 해. 참아내야 해. 셋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끝없이 애를 써야 해.

참, 두 사람은 대불호텔 터에 갔었어. 개항장거리를 걷다보면 한 번쯤은 들르게 되는 위치였어.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나 모르지만, 공터 주변에 공사장을 두르는 철판 같은 것으로 막아두고 오래 전 거기 있던 건물의 흑백 사진과 옛 상호를 담은 팻말을 붙여 놓았던 걸로 기억해. 정확하진 않아. 그냥 호텔 이름이 참 이상하네, 왜 이렇게 빈터로 방치하고 있을까, 궁금했던 기억이 나.

그랬던 내가 십 년만에 대불호텔에 관한 이야기를 소설로 만났어. 아직 거기에 벽과 천장과 계단이 있고, 사람이 드나들고, 음식을 먹고, 잠을 자던 시절에 대해, 지금은(적어도 내가 방문했을 때는) 폐허와 공터 사이의 뭔가로 남은 장소를 배경으로, 그곳을 거쳐간 사람과 그들에게 전해 들은 말들을 또다시 전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이야기가 펼쳐졌어.
책을 주문해 놓고 미리보기로 읽은 소설 첫머리에 ‘니꼴라 유치원’이 등장했어. 난 또 궁금함을 못 참고 책이 도착하기 전까지 <<괜찮은 사람>>단편집을 빌려 읽었어. 그곳에도 수많은 장소들이 등장해. 벽돌로 지은 오래된 유치원 건물이, 세 사람이 함께 사는 잠긴 방이 많은 삼층집이, 오염된 도시에 곰팡이가 잔뜩 핀 방이, 외딴 시골의 도축장과 연인이 사놓았다는 마음에 들지 않는 단독주택이. 그리고 무진, 척주, 미산, 고고리섬, 희령처럼, 소설가들이 구축해 놓은 크고 작은 도시와 촌락들 중에, 강화길에게는 안진이 있어. 자신만의 가상의 도시, 촌락을 가진 이들이 참 부러워. 그게 어쩌면 소설의 대단한 점 중에 하나야. 우리는 마음 먹으면 이야기로 방 하나, 집 한 채, 마을, 대도시, 어쩌면 나라와 새로운 세계까지 만들어낼 수 있어. 나도 언젠가 나만의 도시를 가질 수 있을까? 일단 방 하나부터 시도해 볼까.

대학 때 수강한 서양사 교양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마르틴 기어의 귀향이라는 영화를 보여줬어. 전쟁이 끝나고, 징병되었던 마르틴 기어가 마을로 돌아와서 오랜만이라 잠시 서먹했던 부인과도 다시 잘 지내고 열심히 일하며 평안한 날을 보내. 그런데 누군가가 돌아온 남자는 마르틴 기어가 아니라고 해서 결국 재판까지 열려. 이 소설 속에서는 문용 옹주에게, 또 지영현에게 그랬지. 사기라고. 가짜라고. 어쩌면 요즘 세상은 더더욱 그 사람이 실은 진짜 그 사람이 아니고요, 할 만한 자아들이 소셜 네트워크 상에 넘쳐나잖아. 그동안 글로 드러내던 삶과 달리 사실 나는 오십대 후반의 홀로 사는 남성이고, 결혼은 안 했고, 아이는 낳은 적이 없고, 현재 한국 땅이 아닌 다른 어디선가 겨우 살고 있고, 내가 올린 독후감은 읽지도 않은 책들을 남의 글을 검색해다 짜깁기하여 만든 것일지도 몰라요. 당신은 속고 계십니다. 이런 농담을 한 적이 있지. 물론 나를 실제로 만나본 친구들은 그것도 거짓말, 하고 웃겠지.
같은 수업 시간에 영화 라쇼몽도 보았어. 이제는 영화든 소설이든 제법 흔한 기법이 되었지만, 처음 봤을 때는 크게 충격을 받았어. 내가 틀릴 수도 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각자에게는 각자의 진실이 있을 수 있고 어느 것이 단일하고 객관적인 진리라고 말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은 슬프게도 모든 것을(심지어 나 자신조차) 믿지 못하고 끝없이 의심하는 나를 만들고 말았어.

소설을 제법 여러 권 읽기 시작하면서 소설이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고, 덜 해로우며, 제법 정교하고, 아름답기까지한 거짓말 모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 속는 걸 그렇게나 싫어하는 나인데도, 이렇게 머리를 짜내어 사람과 말과 장소와 시간을 이리저리 얽히고설키게 만들어 끝까지 나를 붙들어 앉히고 다 읽어내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는 게 신기했어. 나도 그 거짓말에 동참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 적이 있어. 아직은 그저 이미 짜놓은 이야기들 사이로 불쑥 끼어들어 끄덕거리거나 반박하거나 하는 독후감을 쓰는 게 전부이지만 말이야.

그건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어. 우리가 머문 장소를 먼저 지나친 이들, 유령처럼 원령처럼 남은 잔상들이 전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그러모아 그럴싸하게 엮어 전해주는 게 소설일지도 몰라. 그리고 이번에 전해들은 대불호텔 이야기는 큰 기대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그럴싸하다 못해 근사하고 재미있었어. 소설을 쓰지 못해 괴로워하던 소설가와, 고연주와, 지영현과, 박지운과, 뢰이한과, 엄마와 보애 이모와 진, 이청화, 도끼를 든 남자, 입이 싼 전 중화루 직원까지…모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모두가 틀리거나 거짓을 말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사실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 지금 여기의 나는, 우리는 그때 거기에 대불호텔이 있었다는 것 말고는 그 안에 담긴 자세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도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상상하고, 누군가 상상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맞장구치거나 말도 안 돼, 하고 고개를 젓는 수 밖에.

처음 찾은 때로부터 3년이 지나 다시 차이나타운에 갔다. 이번에는 하얀 챙모자를 쓰고 엘사 드레스를 입은, 자기는 삼년 살았지만 네 살인 걸 안다고 말하는 작고 영리한 아이도 함께했다. 월미도 놀이공원에서 회전목마를 타며 아이는 해처럼 환하게 웃었다. 나는 불안 대신 안온, 평안, 안정 같은 말들을 건네주는 사람들 앞에서 정말 그래야겠다, 하며 그런 단어가 감싸주는 삶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다시 또 7년이 지나 지금의 내 삶 속에는 새로이 자라난 나의 이야기가, 수많은 거짓말이, 그동안 읽은 소설과 함께 몇 배는 더 불어나 이리저리 엉키고 들러붙어 있다. 언젠가는 한가닥씩 뽑아 차곡차곡 이어붙이고 묶고 감고 꼬아 그럴싸한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다. 왜 쓰나요, 하는 물음에는 글쎄요, 저도 모르겠어요, 그건 누군가에게는 원한, 악의 때문일 수도 있고, 불안, 후회, 자책, 우울, 슬픔, 외로움, 억울함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무엇이 시작이든 이걸 쓰고 나면 조금은 나아져있길 바라는 마음은 같을 거예요. 그런 편안함을 바라는, 행복을 포기하지 못한 사람들은 아마도 계속 쓰지 않을까요.
그리고 또 언젠가는, 다시 인천 나들이를 할 생각이다. 개항장거리를 걷고 바다를 내려다 보며 이 바다를 그리던 마음을 조금은 헤아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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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1-08-21 12:4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뭐죠 이 아름다움은? 도대체 이 책은 무슨 책이기에 사람들 반응이 이렇게 갈린단 말입니까.....

강화길 저도 참 조아하는데요, 제가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1-08-21 12:44   좋아요 5 | URL
감히 일등을 미리 바칩니다…내 맘대로 ㅋㅋㅋ아름다운 리뷰 최강자님께 리스펙트ㅋㅋㅋㅋ

scott 2021-08-21 12:46   좋아요 6 | URL
그러게 말입니다 대불 호텔 몇페이지 읽고 집어던졌는데 열반인님 리뷰에 땡튜를 날리게 만들다니 ㅎ

반유행열반인 2021-08-21 12:54   좋아요 5 | URL
후반부까지 읽다보면 구성이 괜찮게 잘 쓴 소설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구요 ㅎㅎㅎ

페넬로페 2021-08-21 12:5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는데 글 속의 인물들이 실제와 허구가 적절히 섞여 있는것 같아요^^
정말 이 책의 평가가 극명하게 나뉘네요.
그래서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8-21 12:54   좋아요 7 | URL
제가 화이트 호스 읽고 강화길 소설가를 아주 좋아하지는 않았었는데 괜찮은 사람이랑 이 책 읽고나니 의견이 좀 많이 바뀌었어요 ㅎㅎㅎ

페넬로페 2021-08-21 13:02   좋아요 5 | URL
열반인님!
제 글로 표현을 충분히 못했네요.
실제와 허구(소설 속 내용)가 적절히 섞여있어 글을 무척 잘 쓰셨고 잘 읽었다는 소감입니다.
책은 사람마다 느끼는것이 다 다르니까요^^

반유행열반인 2021-08-21 13:10   좋아요 4 | URL
좋게 읽어주시고 그 마음까지 댓글로 전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소설이라는 장르 자체도 그렇게 실제와 허구가 뒤범벅이라 재미난 게 아닌가 싶고 이 소설도 그래서 저에게는 즐겁게 읽혔던 것 같습니다 ㅎㅎㅎ

Yeagene 2021-08-21 13: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멋진 독후감이네요..
강화길 이 책 막 읽고 싶어집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8-21 13:30   좋아요 4 | URL
악평이 많아서 읽기 전에 조금 쮸글… 했는데 제가 읽었던 강화길 소설 중에는 제일 흥미롭게 읽었네요. 돈 안 아까워서 다행이다… 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8-21 14:0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난 페이퍼에서도 말했지만, 멋집니다 멋져요~~
반열님의 소설 기대할거예요!

반유행열반인 2021-08-21 14:26   좋아요 5 | URL
당분간은 독후감으로 만족해주시길 양해 말씀 올립니다 ㅋㅋㅋ소설못써요 병에 걸린 지 어언 한 해가 다 되어간대요…

파이버 2021-08-21 14: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대불호텔이 실제로 있던 호텔이었군요… 리뷰도 한편의 소설이자 산문시 같아요
이번 강화길 작가님 이번 책 넘기려고 했는데 또 궁금해집니다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8-21 14:55   좋아요 4 | URL
본의 아니게 판매 촉진 위원 자진 위촉 되었습니다 ㅋㅋㅋ안 그래도 궁금해서 리뷰 다 쓰고 검색해보니 그 터에 재현관으로 새로 지어놓았다네요!!! 다음에 인천 가게 되면 구경가려고요ㅎㅎㅎㅎ

구단씨 2021-08-27 17: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찾아보니 평이 갈리더라고요. 그래서 좀 놀랐어요.
저는 재밌게 읽었거든요 .^^ (어렵긴 하더라고요.)
강화길 단편 두 작품 읽은 게 전부여서 장편이 어떨까 싶었는데,
이 책 읽고 나니 미뤄두었던 <다른 사람>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8-27 19:28   좋아요 0 | URL
좋게 읽으신 서재이웃 분을 오랜만에(?) 만나니 반갑네요 ㅎㅎ저는 강화길 작가에게 큰 기대가 없는 상태로 읽어서 더 후하게 읽힌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ㅎㅎㅎ

공쟝쟝 2021-08-28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악성 배토밴과 같은 별호를 가진 악성 독후가미스트 반님는 한국 소설 독후감 맛집이여라…

반유행열반인 2021-08-28 19:21   좋아요 1 | URL
에이 저는 쪼렙인데… 그래도 이 소설은 자기가 까일 거까지 다 예상하고 쓴 점에서 점수 더 주고 갑니다….맛집 아니어도 종종 들러주셔요. 기다립니다 단골이시여…
 

리뷰대회 나가려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어 가지고 강화길 다시 보게 되었다 ㅋㅋㅋ나랑 안 맞아, 했는데 이 소설은 생각보다 흥미진진했어…다른 서재이웃분들은 에밀리브론테, 하는 부분에서 이게 뭐야 코미디야 하고 비웃었댔는데 나는 그 부분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ㅋㅋㅋ일단 소설이 만족스러워서 리뷰대회 까여도 별로 화가 안 날 것 같다…원고지 10매 이내라 그랬는데 인용구 다 빼도 25매 넘어..어쩌지…어쩌겠어. 이런 팔자지. 이런 팔자야. ㅋㅋㅋㅋㅋ

같이 읽던 ‘괜찮은 사람’도 아직 다 보지는 못했는데 단편 속 장면장면이 장편에서 오버랩 되는 부분이 있어서 (그니까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집안에 혹은 주변에 뭔가가 있거나, 막연하지만 사실은 실체가 있지만 외면하고 싶은 불안에 떨거나, 물을 마시거나, 한 방에 두 사람이 함께 지내거나 하는…) 그런 부분을 겹쳐가며 보는 재미도 있었다.


리뷰 분량 넘치는 바람에 어차피 망했지만 밑줄 긋기는 페이퍼로 따로 올리기로 함ㅋㅋㅋㅋ

+밑줄 긋기
-그러나 몇 년 전, ‘니꼴라 유치원’이라는 소설을 쓸 때의 일이다. (9)

-물론 이런 일은 흔하다. 사실 소설을 시작할 때 나는 매우 감정적인 상태다. 엄청난 소재를 발견했다는 착각에 흥분해 있다. 하지만 감정과 소재가 뭉쳐진 덩어리를 자르고 다듬는 과정에서 내가 진짜 다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주하게 된다. 질문하게 된다. 나는 무엇을 쓰려 했던가. 무엇을 써야 하는가. 그에 답하며 더듬더듬 걸어나가다보면 어떤 실루엣이 조금씩 보인다. 결국 소설은 언제나 의도와 다른 작품이 된다. 그래서 나는 소설을 완성하고 나면 작품이 처음 쥐고 있었던 감정과 소재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졌는지를 확인해보곤 한다. 안심하기 위해서다. 시작할 때의 마음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당시 목도한 어떤 상황에 대한 나의 감정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내가 소설을 썼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완전히 다른 소설을 쓴 건 난생처음이었다.(17)

-한 달? 두 달? 결국 어느 날 나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더는 이렇게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고 말이다. 속으로 중얼거렸다. 한 글자라도 쓰자. 그래, 일단 쓰자. 써야 계속 쓸 수 있어. 하지만 이제 와 돌이켜보면 그런 생각도 든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쓰고자 했을까. 대체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왜 그렇게 끝까지 포기하지 못했을까? 왜?(19)

-그 소식을 듣고 나는 슬펐다. 그 사람을 기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아니, 거짓말이다. 나는 그렇게 착한 아이가 아니었다. 엄마는 거짓말쟁이나 이기적인 사람이 되면 안 된다고 했지만, 나는 이미 그런 애였다. 모르겠다. 그렇게 살지 않는 게 가능하긴 한가. 이렇게 묻는 건 비도덕적인가. 쓰레기 같은 짓인가. 그래? 그때 나는 쓰레기 같은 짓을 했다. 그곳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고독한 여인이 말라죽어간 허름한 집을 말이다. 그 비극의 장소는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신비로운 분위기로 가득차 있겠지. 보고 싶다. 그걸 느끼고 싶다. 아니, 이것도 진실은 아니다. 솔직히 모르겠다. 대체 그때 나는 왜 그랬을까. 왜 그 집에 들어갔을까. (46)

-선생님은 내게 감정을 떠내려 보내라고 했다.
“그러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그 감정을 쏟아붓게 돼요.”

원한.

누군가에게 쏟아붓기 위해 만들어진 마음. (56)

-이제 나는 진실에 관심이 없었다. 애초, 진실에 누가 관심을 갖는가? 중요한 것은 이야기일 뿐이다. 그 이야기가 진실을 말한다고 믿을 뿐이다. 의미를 부여할 뿐이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니까. 읽고 싶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으니까. 나는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기로 했다. 나의 소설 속에서 그녀를 되살려내기로 결정했다. 그래, 안진으로 데려오자. 그리하여 그것들에게 똑같이 말해줄 것이다. 너희는 내게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어. 그 무엇도 아니니까. 그런 생각을 하자 희열이 느껴지면서 손끝이 저릿저릿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래. 나도 되갚아주리라.

그렇게 악에 받쳐 분노를 머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악의가 나를 잡아먹은 것일까, 아니면 원래부터 내가 악의를 품고 있었던 것일까.

나는 첫 줄을 썼다.

“악의만이 전부이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58-59)

-거기에는 내가 있어. 길게 옆으로 누워서 눈을 뜨고 있는 내가 있어.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어가는, 죽어가는 내가 있어. 나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나를 흔들어. 나는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나를 쳐다봐. 아직 죽지 않은 거야. 하지만 너무 고통스러워하고 있어. 몸이 떨리고 입에서는 침과 피가 흐르고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나는 손을 뻗어 내 눈을 감기는데, 잘 안 돼. 눈꺼풀이 자꾸만 다시 위로 올라가. 내리면 다시 올라가고, 내리면 다시 올라가고. 결국 나는 손으로 내 눈꺼풀 위를 덮고 있어. 아주 오래도록. 그래서 나는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해. 나는 나의 숨을 막고 울어. 제발 끝내주세요. 이런 마음을 그만 느끼고 싶어요. 너무 지쳤어요. 제발 중단하게 해주세요. 이 삶을, 이 마음을, 이 고통을……하지만 입에서는 계속 진흙맛이 나. 나는 살아 있어. (128-129)

-당신들은 모두 웃고 싶어해요. 행복하기를 원해요. 하지만 서로를 믿지 못해요. 믿을 생각이 없어요. 믿으면 배신당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래서 자기 자신조차 믿지 못하니까요. 그게 당신들의 삶이었으니까요. 아, 그건 나의 삶이기도 해요. 네, 그래요. 왜 이토록 어려울까요. 불안함으로만 가득할까요. 누군가에게는 쉬운 일이 우리에게는 왜 이토록 고통스러울까요. 우리에게 사랑이란 덧없는 기억이고, 불행은 오래 남는 이야기죠.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나는 이야기를 왜 하는 걸까. 이야기라는 걸 굳이 왜 하고 싶어하는 걸까. 누군가가 들어주기를 바라서? 왜? 잘 모르겠어요.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러니까 이해받는 거요. 온전히 이해받고, 사랑받고, 그래서 편안한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 아닐까요. 아아, 그래서 옆에 있는 가까운 사람에게 집착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 내 마음을 알아줄 것 같은, 실체를 가진 사람이니까요. 그 실체를 계속 느끼고 싶으니까요. (207)

-그때, 셜리가 내게 무슨 말을 했다. 나는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자 마음이 한없이 바닥으로 꺼지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의 말을 알아듣는 것이 왜 이토록 힘든 일인가. 어려운 일인가. 그리고 나는 왜 나의 이야기를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걸까.
안심.
나는 다시 한번 그 단어를 떠올렸다. 내가 원하는 건 오직 그것 뿐이었다. 왜 그 마음을 갖는 게 이토록 어려울까. 뢰이한은 계획을 세우라고 했지만……내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아둔 돈도, 나를 환영할 친척도, 그 무엇도 없었다. 이제는 연주도 나를 미워했다. 나는 무엇을 기대하며 살아야 할까. 목소리? 이 건물의 악의? 하. 그래. 그것만이라도 나를 찾아와준다면.
에밀리 브론테, 대체,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222)

-“맞아. 이건 우리 이야기야. 나한테 아주 소중하고, 너한테도 소중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294)

-계속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자 누군가 대답한다.

응,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또 누군가 대답한다.

아마 그렇게 될 거야.

영원히. (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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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인지도 모르겠지만, 서재 분들 포스팅을 보다가 이런 게 있는 걸 알고 해 봤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에서
나와 닮은 캐릭터 찾기!

https://munhakdongne.netlify.app

딱 봐도 책을 팔고 싶읍니다…이지만 그래도 저런 책이 있구나, 하고 재미있었다. 이웃님은 어떤 책과 매칭되셨나요? (나는 유디트랑 매칭되면 더 좋았을 거 같아…목 자르고 막… ㅋㅋㅋㅋ아직 다 안 읽은 책이 너무 많은데 언제 다 읽죠…)

문학동네에서 리뷰대회 하는 강화길의 장편소설을 오늘 아침 받았다! 열심히 읽어보자!!! 읽고 쓰든가 말든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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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8-20 15: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카산드라 유형도 멋지군요. 지적 욕구가 강한 점, 이 제일 맘에 드네요.

강화길 작가의 단편을 읽었었는데 좋았던 걸로 기억해요. 단편 제목을 모르겠네염.ㅋ
즐거운 독서가 되시길 바랍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1-08-20 15:38   좋아요 5 | URL
넵 저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단편집도 읽는 중이에요 ㅎㅎㅎ 페크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새파랑 2021-08-20 15: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두번해도 앨리자베스 세번해도 똑같을 듯합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1-08-20 15:41   좋아요 4 | URL
으아닛 전부 인물 이름인데 다 제가 모르는 소설이에요 ㅠㅠ캡쳐로 함 올려주시죠!!!(설마…올리신 걸 제가 놓쳤으면 죄송합니다ㅠㅠ)

새파랑 2021-08-20 15:46   좋아요 4 | URL
저 <오만과 편견> 베넷가의 딸 ˝엘리자베스˝요 ㅋ 댓글에 첨부파일이 들어가면 좋을텐데 ㅜㅜ (알라딘 개선 바람~!!)

scott 2021-08-20 15:46   좋아요 4 | URL
혹쉬 제인오스틴의 엘리자베스?

반유행열반인 2021-08-20 15:49   좋아요 5 | URL
이렇게 제가 오만과 편견 포함 제인 오스틴을 전혀 읽지 않은 게 들통나고 맙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08-20 15:53   좋아요 4 | URL
맞습니다~!!!! 제인오스틴 완전 💕

공쟝쟝 2021-08-20 15: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개츠비!!! 뚜둥!! (그래도 읽은 거 나와서 다행)

반유행열반인 2021-08-20 15:56   좋아요 5 | URL
오오 더 그레이트 공쟝쟝!!!!!!!

잠자냥 2021-08-20 16:3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ㅠㅠ 전 계속 해봐도 <동물농장>의 그 돼지새끼... ㅠㅠ 나폴레옹 나왔어요. ㅠ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8-20 16:39   좋아요 5 | URL
으아니 야심차고 실제로 권력까지 누린 그 실세!!!! 돼지라서 유감이지만 뭔가 강려크한 느낌이 파장이 맞는다고 하면…실례인 거쥬? ㅠㅠ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8-20 16:41   좋아요 5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탈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8-20 16:53   좋아요 5 | URL
역시나 실례가 많았습니다 ㅠㅠ ㅠㅠㅠㅠ

공쟝쟝 2021-08-20 18:14   좋아요 4 | URL
공자냥!!!의 본색이 드러나는 순간🤭

잠자냥 2021-08-20 18:27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눈 밖에 나면 안된답니다. 공자는 무슨 나는 스탈린이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8-20 18:32   좋아요 3 | URL
공산당 붙이신 거 같은데요…그쵸 눈 밖에 나면 저 시베리아에서 귤까러 유형 가는 거쥬…

잠자냥 2021-08-20 18:43   좋아요 4 | URL
ㅋㅋㅋ 전에 무슨 테스트에서 저랑 공쟝쟝님이 둘 다 “공자”가 나온 적이 있거든요. 그때부터 서로 공자쟝 공자냥 뭐 일케 불렀는데 공자는 무슨 알고 보니 스탈린인겁니다.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8-20 18:43   좋아요 3 | URL
반님 시베리아에서 귤을 왜까? 나 진짜 몰라서 그러는데 그런 형벌이 있어? 시베리아에 귤이 나? ㅋㅋㅋ 아 심각해졌네? 제 말은 시베리아에서 귤까는 거 재밌어요 (개그코드 저격)

반유행열반인 2021-08-20 19:05   좋아요 3 | URL
시*** *까 여기에 별표에 들어가는 말 유사답안이 시베리아 귤까 라서 그런 거로 알고 있는데…젊은이라 다 알 줄 알았지요 재미있다니 심각하게 기쁘네요 ㅋㅋ

미미 2021-08-20 17: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보자마자 눌러 했어요~♡ 이런 테스트 너무 재밌음😆

반유행열반인 2021-08-20 17:07   좋아요 5 | URL
선장님!!!!! 오마이 캡틴!!!!!!

scott 2021-08-20 17: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테스트 재밌지만
제가 문동 테스트 3년전 부터 해봤는데
잘 안팔리지는 작품 목록을 뽑아 놓은담에
질문 사항을 교묘하게 구성하는 것 같습니다 ㅎㅎ

하지만 이런 테스트는 항상 솔깃 해서 클릭을 👆👆

반유행열반인 2021-08-20 18:26   좋아요 5 | URL
그래서 뭔지 알려주고 가셔야죠 scott님!!!! 문동이 무슨 재고를 떠맡기려 했는지요!!!!! ㅋㅋㅋ

scott 2021-08-20 22:12   좋아요 4 | URL
열반인님 별다방 주식 매입 할까여? ㅎㅎ
모비딕
스타벅! 입니다 ^0^

반유행열반인 2021-08-20 22:19   좋아요 3 | URL
우아 scott님도 스타벅 선장님이시군요 ㅋㅋ 저 오늘 주식 물탄다고 더 사고 그거 다 제가 산 거보다 더 떨어져서 망했어요 ㅋㅋㅋ이제 주식 얘기 안 하기로 해요 책 얘기해요 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ollC 2021-08-20 20: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지적 욕구가 강한...!‘ 시작부터 열반인님과 너무 찰떡아닌가요^^
저는 개츠비가 나왔어요. 와우, 치얼스~🍸

반유행열반인 2021-08-20 20:54   좋아요 5 | URL
제가 그래 보이는 군요 사실 식욕 수면욕 빼고 다 강한 욕구입니다 ㅋㅋㅋㅋ지적 욕구 이상 노는 욕구… 데이지 나오는 사람도 있을까 문득 궁금해집니다. (거의 욕 수준일 거 같아서…)

붕붕툐툐 2021-08-21 00:05   좋아요 1 | URL
으악!!! 데이지 여기 있습니다.. 완전 욕 맞습니다...ㅠㅠ
아니 데이지는 돈이나 많고 백치미라도 미가 뛰어나기라도 하지.. 저는 돈도 없고 미도 없어서 백치만 남음.. 흐엉흐엉

반유행열반인 2021-08-21 06:09   좋아요 1 | URL
그렇지만 누군가 멀리서 마냥 바라는 불빛 같은 아름다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어쩜 데이지 피츠제럴드가 그따위로 그려서 그렇지 의외로 생명력 강하고 흔들리지 않는 인간일지도!!! 개츠비 부자되서 왔는데도 바로 환승 안 하는 거 보면욧 ㅋㅋㅋ

Yeagene 2021-08-20 22: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도 이거 했었는데,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전쟁과 평화의 로스토프 백작이 나오네요..위랑 미미님 글도 봤는데 로스토프 백작 나오신 다른 분은 없는 것 같아요^^;;;;

scott 2021-08-20 22:51   좋아요 5 | URL
예진님 저, 작년 로스토프 백작 .🖐 올해는 별다방 스타벅 ^ㅅ^

반유행열반인 2021-08-20 22:56   좋아요 5 | URL
읽은 게 너무 없어서 다 초면인 분들이네요…안녕하세요 백작님 선장님 ㅋㅋㅋㅋㅋㅋ

Yeagene 2021-08-20 22: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앗 스콧님 반갑습니다.전 저만 나온 줄 알고;;;
(위에 댓글이 안달려요;;;;)

붕붕툐툐 2021-08-21 00: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카산드라 반님과 매우 잘 어울리는 느낌? 지적 욕구 강하다가 눈에 꽂히네요~ 이런말 하긴 싫었지만.. 쫌 멋진데?ㅎㅎ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8-21 06:10   좋아요 2 | URL
아니 그런데 비참하게 죽습니다 카산드라....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8-21 09:4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개츠비두 ㅋㅋㅋㅋ 죽네..!.?

반유행열반인 2021-08-21 11:49   좋아요 2 | URL
나 보부아르 책 딱 한 권 사 놨는데 제목이…’모든 인간은 죽는다’ 더라구요…보부아르 언니가 그렇대 ㅋㅋㅋㅋ죽기 전에 읽어보려고요 ㅋㅋㅋ

link123q34 2021-08-21 07: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충격..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나올줄은 몰랐어요ㅋㅋㅋㅋㅋ 잘맞긴 잘맞네요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8-21 11:50   좋아요 2 | URL
되게 다양하네요 ㅋㅋ그래도 프랭켄슈타인 박사 나온 거보다는 크리에이쳐 나온 게 덜 억울한 기분인데요 ㅋㅋㅋㅋ저만 그럴까요 ㅋㅋㅋ죄송합니다. 잘맞는다 하시니 (그렇게 말씀하시다니!!!)또 생각보다 정확도가 높은 테스트인가 싶습니다 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8-21 11:58   좋아요 2 | URL
악!!! 프랑텐슈타인 괴물이라닛!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명이 매우 궁금합니다!!ㅋㅋㅋㅋㅋㅋ

link123q34 2021-08-21 14: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확해요! 박사가 나왔다면 정말 억울했을듯요ㅋㅋㅋ
이런 내용이네요?ㅋㅋ 결과가 진짜 다양해서 신기하고 재밌어요ㅋㅋㅋㅋㅋ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자신의 성격과 태도에 대해 끊임 없는 고찰 하는 당신은 그 어떤 유형보다도 내면의 세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돈과 권력같은 세속적인 부귀영화에는 큰 관심이 없는 편이고, 인간 세상에 환멸을 자주 느끼곤 합니다. 다른 유형에 비해 인간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당신. 이런 당신에게 어울리는 캐릭터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입니다. 물리학자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여러 번의 실험을 통해 탄생시킨 괴물은 인간 세상에 환멸을 느끼지만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철저히 고민하거든요.

반유행열반인 2021-08-21 14:25   좋아요 2 | URL
멋있는데 칭찬으로도 욕으로도 들을 말이 마구 섞여 있네요 ㅋㅋㅋㅋ저도 한끗 차이면 이 피조물이 나왔을 수도 있겠어요!

붕붕툐툐 2021-08-21 18:37   좋아요 2 | URL
오~ 내용 좋은데요? 자기 자신에 대해 철저히 고민하는 인간상이시군요!ㅎㅎ
 
[eBook] 1984 펭귄클래식 48
조지 오웰 지음, 이기한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1년 12월
평점 :
판매중지


-20210815 조지 오웰.

나이를 묻는 이들에게 조지 오웰의 소설 제목의 해에 태어났다고 소개할 때가 종종 있었다. 내가 고등학생 일 때 1984의 지문 일부를 포함한 논술문제가 대입 시험에 출제되곤 해서, 아니 그렇다면 1984년에 태어난 고딩이 이걸 안 읽으면 안 되겠군, 하고 고등학생 때 이 책을 처음 읽었다.
감시 사회와 빅브라더라는 용어는 지겹게 들었던 터인데, 절반 조금 못 미치게 읽었을 때 급전개되는 연애의 장면과 성애 장면에 충격을 받았다. 그래 이거야. 권장 도서, 고전 명작 타령만 할 뿐 왜 아무도 이렇게 바람직하고 야한 소설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은 건가!!! 비슷한 이유로 입시 준비를 빙자해 한국 근현대문학의 남녀상열지사를 섭렵하며 김승옥 소설을 가장 좋아하던 내게 1984는 최애 소설이 되었다. 아마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기 전까지는 그랬고… 밀란 쿤데라도 수능이나 논술에 낼 만하지 않나? 그런데 그만큼까지 참신하고 과감한 출제자는 없었나 보다.

그러니까 제대로 이 소설을 완독해 본 사람이면 빅 브라더 타령은 안 할 것 같다. 나에게는 읽은 것 중 손에 꼽히는 슬픈 연애 소설이었다. 고등학생 때 읽은 건 청목사라는 곳에서 나온 책이었는데, 알라딘에서 언젠가 이벤트로 민음사 판 전자책을 공짜로 줘서 쟁여뒀고, 또 펭귄 클래식 세트 10년 대여에도 있어서 이번에는 펭귄판으로 읽었다. 거의 20년 만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20대까지(그러니까 첫애 태교 음악으로 들을 정도로), 그리고 최근 에반 레이첼 우드의 그루밍 폭로가 있기 전까지 마릴린 맨슨의 팬이었다. 내한 공연도 두 번이나 갔다. 역시나 고딩 때 나온 Holy wood앨범에 Disposable teens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거기 가사에 ‘a rebel from the waist down’ 하는 부분이 있다. 혁명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은 줄리아에게 윈스턴이 당신은 허리 아래에서만 반역자로군, 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걸 노래에서 발견하고는 꺄악 맨슨도 1984 읽었어, 나도 저 부분 좋아하는데! 이러고 신나했던 철없는 시절도 있었다. 아아… 얼마전에는 SF소설을 준비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영화 채피 에 대해 설명하다가, 거기 나온 힙합 듀오 부부 얘기를 하다가 맞다, 걔들 뮤비에 맨슨이 나왔어, 하고 찾아 보니 벌써 7년 전 나온 노래였다. 그 때는 맨슨 덕에 남아프리카공화국 힙합을 다 듣네, 하고 신기해했던 Die antwoord의 Ugly boy 뮤비를 생각난 김에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아이고 오글거려…내 취향 무엇…이제 진짜로 늙어버렸다 나는 호호 하고 오글거리는 걸 참으면서 꾸역꾸역 뮤비를 보았다.

그러니까 당신이 대학 입시를 앞둔 청소년이라면, 또는 고전 문학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은 있지만 왠지 재미 없을 거라는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면, 믿으십시오. 참고 읽으면 보석 같은(!!!) 구절을 얻는 소설이 세상에 아주아주아주 많습니다. 1984도 그중 하나입니다. 1984년에 태어난 제가 보증합니다. 솔직히 중간에 몰래 금서 읽는 부분의 책 본문은 안 읽고 건너뛰어도 무방합니다. 신어 사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건 소설 구성에서도 조지 오웰이 애초부터 빼버렸어도 전혀 문제가 안 되었을 것 같다.

그리고 윈스턴이 폭격 현장에서 토막 사체를 발로 걷어차는 부분이 있는데, 앞에서는 석고상 같던 손토막이던게 회상할 때는 양배추 같은 머리통으로 바뀐다. 나는 이것조차 실수일까, 아니아니지 조지 오웰이라면 의도적으로 기억과 과거의 불완전성 따윌 암시하려고 일부러 다르게 썼을 거야, 하는 생각마저 해버렸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다른 친구에게 말하고 또 쓰고 보니 이 내용, 사실 서문에 나왔을지도…아님 다른 어디선가 오래 전에 비평으로 읽은 걸 주워온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좀 흐르고 나서는 민음사 판으로도 다시 한 번 읽어 봐야겠다.

Marilyn Manson-Disposable Teens(혐주의…맨슨, 난 당신을 배신했어요.)
https://youtu.be/GKkiCFOE-Ic

DIE ANTWOORD - UGLY BOY(역시나 약혐주의…)
https://youtu.be/uMK0prafzw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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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1-08-15 17: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1984>읽었는데...왜 야한 부분같은 거 전혀 생각이 안나죠?
고딩때 읽어서 그런가...;;;;아무래도 다시 읽어야겠어요! _

반유행열반인 2021-08-15 17:11   좋아요 5 | URL
음…제가 원래 그런 거만 잘 찾아내서(자체 음란필터 장착…걸러내기용 아니고 집중 탐색형)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1-08-15 22:07   좋아요 1 | URL
ㅋㅋ 저도 1984 연극보다 깜놀했었던 기억이^^ 이런 장면이 있었던가 하고 다시 책 봤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8-16 02:25   좋아요 0 | URL
햇살님 1984가 연극도 있었군요 ㅋㅋ안 그래도 이거 영화도 있지 않을까 있더라도 안 유명한 거 보면 잘 못 만들었네 싶고 ㅋㅋㅋ

얄라알라 2021-08-15 18: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에 자주 오르는 이름 중 한 큰 이름이 조지 오웰인데, 저는 여태 <동물 농장> 재독, 삼독에 머무를 뿐 <1984>는 차일피일했습니다용. 특수필터 장착하신(? 열반인님께서 맨슨과 연결해 옮기신 대사를 보니, 급땡기는 마음. ^^

<조지오웰> 그래픽노블은 도서관 퇴짜 여러번 맞고, 아직 내돈내산 안하고 안 읽었는데 <1984> 읽기 전 <조지 오웰>부터 볼까 행복한 고민이 되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8-15 18:06   좋아요 4 | URL
소설 먼저 읽고 조지 오웰 에세이 넘어가면 거기도 막 연표 실려 있어서 사실 마음 가는대로 읽으셔도 관계 없겠어요 ㅋㅋㅋ동물농장은 중딩 때 읽었는데 그것도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ㅎㅎㅎㅎ

새파랑 2021-08-15 2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984년에 태어나신 분들 부럽더라구요. 그럼 자연스럽게 이책과 1Q84 까지 1984년생을 대표하는 책이 될거 같아서요. 저는 동물농장보다 1984가 더 좋음 ^^
오랜만에 보는 마릴린 맨슨은 역시 좋으나 Ugly boy는 좀....😅 넓은 스팩트럼의 음악 취항 이시군요~!!

반유행열반인 2021-08-16 02:21   좋아요 1 | URL
ugly boy 뮤비 비쥬얼이 1984 3부 애정부 장면(감금 고문 등등..)과 생각보다 씽크가 맞습니다ㅎㅎ 그 뮤비에 맨슨 전부인 디타 본티즈 (옷 많이 안 입으신 분) 나오는 거 보고 크 양놈들 쿨한 거 보소 하고 감탄했네요 ㅋㅋㅋ맨슨은 너무 좋아했던 나머지 방구석에서 앨범(테이프) 틀어놓고 you say you wanna revolution!!! 하고 전부 큰소리로 따라 부르던 흑과거도 떠오르네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8-16 02:22   좋아요 2 | URL
그리고 하루키는 안 좋아해서 그1984는 아직 안 읽어봤지만 말씀 들으니 언젠가는 읽을 거 같아요 ㅋㅋㅋ

scott 2021-08-15 2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84년생 2021년 대박 운세!!

반유행열반인 2021-08-16 02:22   좋아요 2 | URL
본의 아니게 조지오웰만 보면 열반이 생년!!!하고 연관지어 버린 거 같아 송구하네요 ㅋㅋㅋㅋ

페크pek0501 2021-08-16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주 인상적으로 읽은 명작입니다. 끝에 펼쳐지는 반전도 멋지고... 조지 오웰의 저력을 봤다고 할 수 있죠.
이렇게 내가 읽은 책을 만나면 괜히 반갑다는... 그래서 댓글을 쓰지 않을 수 없다는... ^^**

반유행열반인 2021-08-16 17:02   좋아요 1 | URL
같은 책 읽으신 이웃 분을 보면 저도 정말 반갑습니다 ㅎㅎㅎ

공쟝쟝 2021-08-20 1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리 추천 하시오면… (꾸역꾸역) 저의 뇌회로는 1984 1Q84 아큐정전 (물론 세권 다 안읽었다) 그 리 고 이젠 누군가의 해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8-20 16:06   좋아요 1 | URL
나의 해 ㅋㅋㅋ 아큐정전은 중딩 때 읽었다!!!! 이상하게 하루키 안 끌려요…제가 좀 핵인싸 보면 나까지 좋아할 필요 없잖아? 하고 피하는 경향이 있는 반골이어서….

공쟝쟝 2021-08-20 16:12   좋아요 1 | URL
반골 반반 치킨 반반 저도 하루키 놀숲 한권 봄… (전 반골아니고 그냥 소설 못읽러..?)

반유행열반인 2021-08-20 16:17   좋아요 1 | URL
난 반딧불이도 봤다!!! 버닝 보려고요. 그런데 결국 아직도 버닝 안 봄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