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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 현대문학북스의 시 1
안도현 지음 / 현대문학북스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이 시집을 손에 넣은 것은 안도현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 이유도 이유지만, 제목에서 일단 와 닿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집착하고, 매달리고 하는 나의 일상을 돌아보니, 그러한 제목을 외면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것, 그것은 그러나 우리가 하잖게 지나치는 것들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담겨있는 그러한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에 담겨 있는 시들은 우리가 무시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우리의 이웃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글들이 담겨있다.
자연과 그 생명에 대한 깊은 생각과 느낌이 잔잔하고 서정적으로 담겨있는 이 시를 읽는 동안 잠깐이나마 콘크리트 바닥을 떠나 자연의 흙을 밝고 서 있는 나의 모습을 생각하며, 빠져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본다.
‘대설’에 나오는
‘꽃대가 뿌리 속에 숨어서 쌔근쌔근 숨쉬는 소리’
가 그러하다.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에 소개되는 다음의 내용은 어떤가.
저 내래는 헛것 같은 눈, 아무것도 아닌 저것도/
눈송이 하나 하나는/
제각기 상처 덩어리다, 야물게 움켜쥔 주먹이거나/
그리고 슬픔이 담겨 있다.
“네 몸속에 처음 손을 넣어보던 날도 그랬다(도둑들)”, “목 빼고 빗줄기처럼 우는 날이 많았으나(빗소리 듣는 동안)”, “제 발자국을 찍으며 서럽게 뛰어갈 것이다(사냥)”,
또한 기쁨의 순간과 슬픔의 눈물이 담겨있는 말들이 곳곳에서 표현된다. 덜렁덜렁, 오도독오도독, 구불텅구불텅, 싸묵싸묵, 자글자글, 철벅철벅, 아리아리와 같은 말들이 있다.
‘아무것도 아닌것에 대하여’는 이렇듯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나무와 한가로운 집안의 풍경과 사람으로 인하여 시끄럽고도 조용하게 세상과 통하는 길을 엿볼 수 있는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