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창비시선 191
정호승 지음 / 창비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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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봤지만 실재 이렇게 시를 읽어보기는 오랜만인 듯 하다. 나머지 시들도 한번 열어 볼 일이다.

‘눈물이나면 기차를 타라’는 그가 펴낸 시집 중 99년에 나온 여섯 번째 시집이다. 앞에 나온 시를 읽어 보지 못하고 이 시집을 접해 본 지라, 그 앞 분위기나 흐름을 알 수는 없지만, 이번 시집을 통해서 느낀 부분이 있다면 슬픔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애증이라고 해야 하나. 지쳐있는 사람이라고해야 할 까. 그런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슬픔이 바닥까지 내려앉아 더 이상 갈 곳도 없는 그런 느낌. 그의 시 ‘꽃’이다


마음속에 박힌 못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심는다

마음속에 박힌 말뚝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심는다

꽃이 인간의 눈물이라면

인간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꽃이 인간의 꿈이라면

인간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시집에는 그의 친구인 나무, 풀, 꽃, 강, 섬, 들녘, 햇살, 모래, 바위, 파도, 사찰, 공원, 달, 이 모든 자연의 이웃들이 안고 살아가는 슬픔과 기쁨이 고스란이 모아져 있다.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존재, 사람도. 그리고 그 사람이 만들어 내는 사랑도 있다.


시는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 느껴보지 못한 것들과 가보지 못하고 들어보지 못한 세상의 것들을 보여주는 창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시인을 통해서 만나는 세상이다. 시인을 통해 보는 세상이지만, 그렇지만 내가 거를 수 있다. 소매물도가 그렇다. ‘소매물도에서 쓴 편지’는 그러한 곳을 더 가보고 싶게 만든다. 정호승 시인이 가보지 않은 곳이 어디일까. 산과 강, 섬 그리고 사람의 마음속까지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만큼은 눈물이 날 정도로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생각 뿐이다. 그리고 조금더 낮게 몸을 낮춰 살 일이다. 그가 세상을 향해 ‘경고’하는 것 같다. ‘감사하다’에 나오는 마지막 몇줄에 있는 내용이다.


내가 굳이 풀잎같이

작은 인간으로 만들어진 까닭을

그제서야 알고

감사하며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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