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더 저널리스트 : 카를 마르크스 더 저널리스트 3
카를 마르크스 지음, 김영진 엮음 / 한빛비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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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와 조지 오웰에 이어 나온 마르크스.

한빛비즈가 더 저널리스트 시리즈 세 번째로 마르크스를 소개했다. 편집자의 선택이 왜 마르크스였을까. 위험한 선택은 아니었을까 싶은 마음이 먼저 들었다. 왜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 지금은 생각하기 어렵지만 한때 보지 말아야 할 책, 혹은 보지 못하게 한 책이 마르크스에 관한 책이 아닌가. 숨어서 보고, 돌려서 보고 복사해서 본 책이 마르크스다.

시대가 바뀌고 금서였던 책들이 풀리는 시대를 맞이하며 마르크스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토의가 이어졌다. 2020년 지금, 자본 시장에 대한 마르크스의 생각과 노동에 대한 생각을 당시의 그가 쓴 글을 통해 직접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1818년에 태어난 그가 쓴 글, 1848년의 글을 지금 읽어도 다르지 않은 현실감에 놀랐다. 시장을 바라보는 눈과 당시의 노동 현장의 상황을 그의 목소리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책이 <더 저널리스트 카를 마르크스>다.

"노동 계급은 자연을 정복했습니다. 이제 인간을 정복할 차례입니다. 성공하는 데 거창한 힘은 필요치 않습니다. 평범한 노동자 개개인의 힘이 조직화되어 노동 계급이 전국적으로 단합해야 합니다. 노동자 회의가 궁극적으로 이루려는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목표가 바로 노동 계급의 조직화입니다."-102쪽, <카를 마르크스> 중에서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서 17편의 기사와 임금노동과 자본에 관한 내용으로 이뤄졌다. 중국과 영국 등에서 일어나는 노동문제에 대한 그의 시각을 만나보고 임금노동자와 임금과 자본의 관계에 대한 생각들을 통해 우리가 지금 접하고 있는 문제의 해결점을 연결해볼 수 있었다.

지금이야 참고할 자료도 많고 즉각적으로 정보를 구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당시의 상황은 어땠을까. 세상을 넓게 보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어렵게만 생각하거나 혹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마르크스지만 사실 아는 게 없다. 제한된 정보이기도 했고, 사실 일반인이 관심 갖고 들여다볼 만한 주제나 이야기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십 년 전의 이야기를 다시 들여다보고 이야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반적인 경기 변화에 따라 노동자와 고용주 간의 상대적 지위도 변하는 게 마땅하다. 변화가 급작스럽기는 했지만, 그 결과 수많은 파업이 시작됐고 더 많은 파업이 계획되어 있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파업은 계속될 예정이다. 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파업도 계속될 것이다. 임금을 올려줄 여력이 없다는 공장주의 주장에 대해 노동자들은 식량 구하기가 점점 저 어려워지고 있다고 답할 것이다. 양측의 주장 모두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이렇다. 경기 침체가 오래가게 되면 노동자들은 최악의 상황을 겪게 될 것이고, 인력 감축 앞에서 헛되이 저항하다가 이내 실패하고 말 것이다. 노동자들의 활동은 곧 정치 영역으로 이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파업을 통해 생성된 노동 조직들은 매우 가치 있는 자산이 될 것이다."-87쪽

한 사람이 남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그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획이 돋보인다. 당시 파업의 상황이 어떠했으며 어떻게 진행되었는가를 마르크스의 시각에서 볼 수 있다. 아티클을 찾아내고 그것을 다시 정리 편집한다는 것은 쉬운 듯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을 엮고 옮긴 이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책이라 생각하낟.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마르크스의 책이기도 하지만 편집자의 기획이 돋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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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코노미 - 돈도 벌고 세상도 바꾸는 밀레니얼 경제 공식
크레이그 킬버거.홀리 브랜슨.마크 킬버거 지음, 이영진 옮김 / 한빛비즈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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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그 길을 걸어오는 동안 많은 장애를 겪었다. 우리가 사회적 기업가로 보낸 지난 20년간 배운 것이 앞으로 평생 배울 교훈보다 더 많은 것 같다. 우리는 사람들이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고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에 필요한 청사진과 도구를 전해주고 싶어서 이 책을 쓰기로 한 것이다."-52쪽


기업의 역할은 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을 판 대가로 돈을 버는 데 있다. 그리고 사회 공헌을 통해 소비자들이 구매한 제품에 대한 이익을 다시 환원하는 것도 새로 추가되고 있는 기업의 활동이다.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이런 흐름으로 넘어가고 있다. 다만 활동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떤 기업은 직원들의 동아리 차원에서 진행하기도 하지만 기업이 아예 계열사를 만들어 사회봉사와 사회적 경제활동 지원을 해나가고 있다. 무엇을 하든 하지 않는 기업보다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 10년 안에 새로운 기업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출범시키는 데 있어 ‘목적’은 ‘브랜드’나 ‘사람’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될 것이다.-111쪽


단지 물건을 팔기 위해 광고를 하는 것이 마케팅의 역할이었지만 지금은 그것만으로 기업의 브랜드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넓히는 것이 사회 공헌활동이다.


"버진은 이제 막 출발점에 섰다. 우리는 이제껏 가장 시급한 사회 환경적 현안으로 여겨지는 분야에 영향력과 재정적 기회를 창출할 비즈니스에 투자하는 일에 주력해왔다. 버진은 전문성과 대중적 인지도로 이익을 가져다줄 조직들에 투자를 고려해왔다. 그동안 우리는 신출내기 기업가들이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도왔다. 또 사회적 양심을 가진 새로운 사업체들을 위해 자금과 인력을 지원해왔다. 우리는 버진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이나 투자자들을 경유한 경우에도 가능하다면 지원하려 한다. 특히 젊은 기업가들이 새로운 회사를 일구는 것을 도울 때 우리는 신이 난다. 결국 그들이 내일의 리더다."-213쪽, < 위코노미> 중에서


의도적으로 좋은 뉴스를 내보내 나쁜 이미지를 감쇄하고 덮어버리기도 한다. 기업 오너의 부도덕한 경영에 관한 이미지가 있을 때 사회봉사 활동과 같은 뉴스를 만들어 낸다. 기업 홍보 마케팅팀의 역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일의 위도를 눈치 못 챌 만큼 어리석지 않다. 한두 번이면 모를까. 그렇게 반복적으로 한다면 누가 믿어줄 수 있을까.


이렇게 앞뒤로 이익을 따지지 않으며 순수한 목적으로 활동할 수는 없을까. 기업이 돈을 버는 데 그 목적을 두지 않고 인류의 행복과 가치를 추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을 한다면 기업의 브랜드를 소비자는 어떻게 인식을 할까. 일시적인 홍보가 아니라,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기업 브랜드는 상승한다.


기업가들은 항상 신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찾으려고 애쓴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마사이족을 통해 우리는 통념에서 벗어난 사고에서 최고의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화이트보드나 비싼 컨설팅 그룹은 필요하지 않다. 지금 나는 신제품을 창출하거나 사업 솔루션을 내기 위해 케냐로 날아가라고 제안하는 게 아니다. 다만 위코노미 혁신가들은 자신의 안전지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141쪽


기업의 활동과 브랜드 마케팅 활동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사례들을 선보이며 새로운 경영 현장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사실상 두 제품의 품질과 가격이 유사하다면 브랜드의 사회적 목적이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는 가장 큰 동기로 작용하게 된다. 이제 음료 캔을 쥐고 있는 브리트니는 더 이상 소비자들의 구매를 이끄는 요인이 아니다. 에델만의 연구에 따르면 2008년 이후부터 사회적 목적이 다른 구매 요인들을 꾸준하게 앞질러왔다. 지금은 심지어 디자인이나 브랜드 충성도보다 사회적 목적이 우선시되고 있다. 나는 이런 현상을 우리의 협력사들에게서 목격해왔다.”-176쪽


크레이그 킬버그, 홀리 브랜스, 마크 킬버그가 함께 쓴 위코노미는 기존의 전통적인 마케팅이 보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돈도 벌 수 있게 하는 위코노미 개념을 도입, 설명하면서 독자의 참여를 촉구한다. 사회적 대의를 도모해야 한다는 개념인 위코노미가 지금과 같은 시대에 필요한 이유와 실행 방법을 세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비즈니스에 적합한 사회적 사명을 찾아서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게임들은 게임을 개발, 보급함으로 해서 회사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회적 사명을 다해야 한다. 기업이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들이 있다.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해소할 수 있는 길은 있는 걸까. 사람에게서 찾아봐야 한다.


다양한 ‘위’를 통해 사회적 사명을 다할 수 있는 방법으로 오늘 하루의 삶을 재점검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보자. 세 명의 저자가 번갈아가며 공동 집필한 이 책은 각자의 경험들이 한 곳으로 집중된다. 지역사회가 경제적 자급이 가능한 집단으로 만드는 길을 찾아간다. 많이 버는 게 아니라 함께 사는 길을 찾는 게 모두가 가야 할 길이다. 지역적 빈부의 차가 점점 커지는 요즘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 많다.


본문 중 각 영역별 다양한 수치와 그래픽은 일목요연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직장인들의 행복이 결국 경영과 연결되고 있음을 느끼는 대목도 있다. 경영책임을 쥐고 있는 리더들이 눈여겨볼 부분이다. 직원의 행복이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린다.


우물 안에 갇혀 지내서는 세상을 볼 수 없다. 안에서 놀지 말고 좀 더 큰 물에서 노는 것은 생각의 차이에서 온다. 결과의 차이를 이끄는 것은 실행력이다. 그냥 이뤄지는 게 없다. 이 책이 증명을 한다.


“당신도 우리처럼 할 것을 강력하게 제안한다. 사업체의 입장에서 밖으로 나가 ‘당신을 완성해 줄’ 고리들을 찾으라고 말이다. 이미 지식과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서 청년들의 발전을 도와줄 수 사람들을 활용하라.”-3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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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바침 - 결코 소멸되지 않을 자명한 사물에 바치는 헌사
부르크하르트 슈피넨 지음, 리네 호벤 그림,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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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여만 가는 책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점점 커지고 있다. 


보지 않는 책들이 더 많다. 기억도 나지 않는 책들이 더 많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구하게 된 책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책들도 더 늘어났다. 빌린 책도 있다. 언젠가 보면 줘야지 했던 책이 있었는데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겠다. 신문지로 책 커버를 만들어 보던 책도 있다. 남들이 책 제목을 보면 안될 것 같아 지하철에서 보던 책이다. 


드러내고 읽고 싶은 책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은 책도 있다. 광고를 보고 사서 후회한 책도 있다. 누군가의 소개로 구입한 책인데 너무 잘 샀다고 생각한 책도 있다. 내가 읽고 남에게 준 책도 있다. 한 권을 사서 읽고 같은 책을 사서 준 책도 있다. 제목만으로 구입한 책도 있고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다가 아예 구입을 한 책도 있다. 


나도 이런저런 사연을 들어 이야기할 만한 것들이 많은데 나는 왜 이런 책 이야기를 뭐하는거야. 내가 쓴 책이 아직 없어서 그런걸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독서의 길은 끝이 없다. 끝날 것 같으면 전혀 가보지 않은 길이 있다. 책은 그렇게 다 왔다가 생각한 목적지를 계속 해서 변경하게 한다. 아니 그게 아니라 처음부터 목적지는 없었는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으면 종착역을 계속 더 뒤로 미루는 그 누군가의 계략인지도 모를 일이다. 수직으로 올라가다가 다시 수평으로 가면 끝이 없다. 책은 인류 문명의 발달을 이끌었다. 읽고 쓰는 일을 재촉했다. 


그렇게 오늘의 삶 속에 책은 깊이 스며들고 있지만 스마트폰으로 그 자리를 내주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삶의 여유를 갖게 하는 게 또 책이다. 간접적인 체험을 하게 하고 가보지 않은 세상,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느라 바쁘다. 바쁘지 않은 게 인간이다. 바쁜 척하고 살 뿐이다. 


종이책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큰 저자의 책 이야기다. 충분히 공감하는 저자의 독서력과 책에 대한 애정과 애착은 나의 독서 경험을 돌아보게 만든다. 사람에게는 첫 인상이 있듯 책도 그렇다. 처음 책을 만져보고 그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어떠했는가를 생각할 수 있을까. 


저자는 그 기분을 아주 생생하게 느낀다. 처음부터 남과 다른 존재라는 인식을 불러일으킨다. 도대체 이 사람 누군가. 1956년 독일태생의 저자, 못하는 게 없다. 직접 글을 쓰고 소설을 썼다. 문학상도 받았다. 


“읽힌 책은 그것을 읽은 독자가 살아온 삶의 일부이다. 심지어는 아주 중요한 장의 특별한 한 단락이 삶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독자가 가장 머물러 있고 싶어 했던 부분, 가장 편안함을 느낀 부분이었다면 언제나 그렇다. 모든 텍스트는 언어로 이루어진 세계이다. 이와 동시에 독자에게는 그 세계를 여행한 기록이다. 그러므로 이따금씩 그 여행을 회상하귀 위해서라도 읽힌 책은 여행 기록처럼 보관될 필요가 있다. 여행 기록들이 다 그렇듯이 기억을 생생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163쪽


을지로에 새로 생긴 서점이 하나 있다. 어느 날 방문을 했는데 책 한쪽 벽면을 파란색 커버의 책들로만 진열을 했다. 파란 색 계열인데 다양하다. 소설, 그림책, 경영서 등. 그렇게 책 표지의 색으로만 책을 진열하니 인상이 강렬하다. 그렇게 책을 표지의 컬러로 구분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자신에게 다가온 책들의 다양한 인상으로 나눠 분석을 한 사람도 있다. 후자의 경우가 저자가 쓴 <책에 바침>이다. 


“여기저기 책을 찾아다니다 보면 쉽게 병적인 욕망에 사로잡히기 마련이다. 어쨌거나 나도 그런 욕망을 느꼈고, 그 욕망은 끊임없이 나를 가난의 늪으로 빠트리려 했다. 나는 그로 인해 병들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부정했다. 그러나 체력이 벽에 부딪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71쪽.


이런 책에 대한 병적인 집착에 대한 이야기들이 목마른 날의 땀과 목마름을 비켜가게 하는 생수 한 통처럼 다가온다. 책 자체, 그 몸통에 대한 이야기, 책의 다양한 형태, 책 출생의 비밀, 그리고 책이 소비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각각 책장에 꽂혀 있는 책 한 권처럼 독자의 눈을 기다린다.


‘분실한 책’, ‘빌린 책’, ‘아름다운 책’, ‘훼손된 책’, ‘불완전한 책’, ‘주석을 붙인 책’ 등등 저자에게 책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책이다. 텍스트의 집, 책에 대한 저자의 진지하고도 여유로운 접근이 지루한 오후 햇살 속에서 잠들지 않게 만든다. 


“나는 개인적으로 부적절한 책을 알맞은 책으로 만드는 좋은 방법이 있다고 믿는다. 특히 앞에서 말한 것처럼 외딴 섬에 갇힐 경우에는 부적절한 책을 읽어야 한다. 어쩌면 그것은 실체를 숨긴 알맞은 책이었을 수도 있고, 또는 알맞은 책인데 미처 알아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정말 부적절한 책이라고 증명될지언정 기회가 없었다면 결코 읽지 않았을 책을 어쨌든 읽지 않았는가. 이런 경험은 자신의 취향을 여러 번 확인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보람된 일일지도 모른다.”-63쪽


<책에 바침>은 작지만 강한 책이다. 그냥 종이 쓰레기로 묵혀 두는 게 아니라 반짝반짝 빛나는 보물이 되도록 닦아주는 일은 끊임없는 독서력에 있다. 


책에 대해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 속에서 나의 책에 대한 애정은 어디쯤에 있는가를 점검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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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론 - 리더는 일하는 사람이다
이한우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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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의 이해관계보다는 '멀리 있는' 공적인 이익을 앞에 세우면서 사리사욕에 나오는 것들을 제대로 물리칠 때 매사를 눈 밝게 보고 귀 밝게 들어 일을 바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155쪽

문화일보와 조선일보 기자를 거친 저자가 리더십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의 결과를 내놓았다. 그가 조선왕조실록과 논어 등을 읽고 해석하며 쓴 책들이 적지 않다. 그가 이번에 내놓은 책은 논어를 공부하고 논어를 강의하면서 찾아낸 군자의 도덕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문화일보나 조선일보에서 주로 학술 담당이나 출판 담당 기자로 일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우리 사회의 지식인, 특히 교수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그들이 말에 책임감이 수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째서일까? 대부분 현실감이 없고 무엇보다 자기주장만 강할 뿐 그것을 일로 추진할 경우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감각이 상당히 떨어졌기 때문이다."-136쪽

논어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것은 예의이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지켜야 할 도리가 무엇인가를 생각해하는 공자의 질문과 제자의 답이 오고 가며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길을 제시한다.

요즘 우리 정치와 사회를 보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게 무엇인가를 생각해본다. 결국 사람에 대한 존중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사람이면 마땅히 지켜야 할 예의가 있지만 무시하고 무시당한다. 직장에서는 어떤가. 다르지 않다. 사람이 존중받을 때 다른 사람을 존중할 수 있다. 직장 생활이 힘든 것은 결국 이러한 조직문화가 이루어지지 않은데 있다.

이 책 <군자론-리더는 일하는 사람이다>는 사람의 말을 잘 듣고 잘 보고 살라고 이야기한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도 그렇다. 사람과 일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한가가 일의 결과를 다르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본문 가운데 저자의 의견과 다소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삶의 태도 측면에서 담고 살아야 할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 있다. 꼭 리더가 아니어도 어른으로서 아랫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동료 간의 대화도 그렇다. 말을 하는 태도가 사람의 수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구차함이 없도록 말을 하는 것, 이것이 바로 공자가 우리에 가르쳐주는 '제대로 말하는 법'이다. 반드시 해야 할 말을 하지 않는 것도 구차함이고, 반드시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쓸 데 없이 추가하는 것도 구차함이다."-65쪽

아무 말이나 있는 대로 쏟아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잘 다듬어서 내놓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는 직접적인 말을 피하면서 돌려 말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좀 더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고 있을까. 어떤 말이 사람을 좀 더 안정적으로 상대의 말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할까. 마음의 안정이 없으면 말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은 결국 말도 불안하게 나간다.

"이처럼 풍자를 통해 알듯 모를 듯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깐깐한 선비들은 풍간을 교언영색으로 간하는 방법이라고 하여 폄하했지만, 실은 풍간이야말로 할 말은 하면서 일도 풀어내는 고도의 기술이었다. 비판의 강도로 보자면 정간, 장간, 강간, 휼간, 풍간 순이겠지만 설득의 기술이라는 면에서 보자면 오히려 풍간, 휼간, 강간, 장간, 정산 순이 아닐까?-82쪽

말하고 듣기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훈련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수업이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을까. 집에서 해야 할 일을 학교에 맡기고 학교가 해야 할 일을 가정에 맡긴다. 배워야 할 것은 정작 배우지 않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온다. 인격이라는 것은 태어나면서 갖고 나오지만 후천적으로도 다듬어가야 한다. 좋은 성품은 밝은 눈과 밝은 귀에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는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풀어내야 할 수많은 일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일 중심의 사회 윤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군자를 생각하게 된 것도 이 같은 일 중심의 사회 윤리를 각자 자기 것으로 만들어 행동하고 미래를 향한 비전을 고민하는 인간형이 필요하다고 본 때문이다."-264쪽

<군자론-리더는 일하는 사람이 다르다>는 3부 7강으로 구성됐다.

사람의 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말하고 듣는 일의 중요성과 제대로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을 잘한다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다양한 문헌 속의 이야기들이 한 가지 주제로 일관성 있게 표현하고 있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 나타난다. 한 글자 한 글자에 대한 분석은 집요하다. 희미한 이야기들을 뚜렷하게 드러나게 만든다. 저자의 오랜 연구의 결과물이어서 그런지 흩어진 이야기들이 잘 담겼다.

열린 귀로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군자, 리더와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고집과 오만으로 상대의 생각을 눌러버리는 리더가 아니라 배우는 자세로 상대를 바라보는 리더와 일하는 사람은 즐겁다.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 속 인물, 리더의 일을 살펴보고 리더의 자리에서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밝은 군주, 밝은 정치의 길을 찾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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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불꽃의 불꽃 튀는 성인식 - 성(性) 상식 없는 새끼들 때문에 열 뻗쳐서 쓴
김불꽃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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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배워야 할 것들은 어떻게 보면 사회에 나와서 한 인간으로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것들이 먼저가 아닌가. 그렇지만 우리가 배우는 것들은 문제를 푸는 기계적인 공부다. 공식과 문법을 통해서 정확한 답을 찾고 분석하는데 집중한다. 정작 배워야 할 몸과 마음에 대해서는 공부하지 않은채 몸은 성장하고 마음은 억눌린 채 시간을 벗어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전과 다르게 학생들의 의식수준도 그렇고 사회가 받아들이는 수준도 달라졌다.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웠으면 하는 것들은  금융지식과 철학, 그리고 인간의 신체와 정신에 대한 것을 좀 더 가르쳐고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돈은 버는 것보다는 쓰는 방법에 대해서 인간의 몸은 해부학적인 측면보다는 육체활동을 위한 몸 훈련이다. 명상과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다. 그 중에서 성과 신체의 변화에 대한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도 대놓고 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한 때 아이들의 성과 어른들의 성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던 강사가 있었다. 그후 우리 사회는 얼마나 변했는가. 


이제 서서히 대놓고 성을 이야기하자고 시도를 한다. 한빛비즈도 빨간책을 냈다. 과감하고 까칠하다. 수구리거나 구석으로 숨지 말고 대놓고 이야기하자고 말하는 느낌이다.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 청소년과 여성 등 분야별로 소개를 한다. 자신의 성뿐만아니라 상대의 성과 신체구조에 대해서 함께 알아보자고 말한다. 


그림 삽화가 다소 은밀한 것들을 편안하게 꺼내놓고 보도록 한다. 그래도 어렵기는 하다. 


청학동 에미넴이라는 별명으로 활동하는 김불꽃의 불꽃튀는 성인식은 청소년들이 있는 가정에서 책장 한 권에 꽂아두고 편안하게 보도록 해주면 좋겠다. 같이 보고 이야기하기 어렵다면. 


친구들한테 배우고 스스로 체득하는 일들이 있지만 함께 이야기하고 풀어야 할들이 있다. 성범죄에 관한 내용도 담고 있다. 무엇이 죄가 되고 아닌지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저자는 청소년들이 궁금해할 것들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했다. 자녀의 성교육이 필요한데 마땅히 볼만한 책이 없었다면 김불꽃의 이야기로 한 번 궁리를 해보는 게 좋겠다. 한 권의 책 속에 다양한 독자대상에 맞춘 글이 세심하다. 


"아무 원인 없이 나쁜 아이는 없습니다. 댁에서 그런 행동을 해도 괜찮다고 했기 때문에, 성적인 것에 지나치게 노출시켰기 때문에, 성폭력을 저지르고도 적반한장인 모습을 보여주었거나 들키지 않게 성폭력(가해)하는 법 따위를 보여줬기 때문에 그렇습니다."-78쪽


부모로서 이 책을 접한 독자들에게 예절바른 문장으로 어떻게 자녀들을 대하고 교육해야하는지 하나 하나 설명해준다.


그동안 알고 있었던 것들과 차이가 있는 부분은 있는지 한 번 짚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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