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론 - 리더는 일하는 사람이다
이한우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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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의 이해관계보다는 '멀리 있는' 공적인 이익을 앞에 세우면서 사리사욕에 나오는 것들을 제대로 물리칠 때 매사를 눈 밝게 보고 귀 밝게 들어 일을 바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155쪽

문화일보와 조선일보 기자를 거친 저자가 리더십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의 결과를 내놓았다. 그가 조선왕조실록과 논어 등을 읽고 해석하며 쓴 책들이 적지 않다. 그가 이번에 내놓은 책은 논어를 공부하고 논어를 강의하면서 찾아낸 군자의 도덕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문화일보나 조선일보에서 주로 학술 담당이나 출판 담당 기자로 일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우리 사회의 지식인, 특히 교수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그들이 말에 책임감이 수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째서일까? 대부분 현실감이 없고 무엇보다 자기주장만 강할 뿐 그것을 일로 추진할 경우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감각이 상당히 떨어졌기 때문이다."-136쪽

논어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것은 예의이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지켜야 할 도리가 무엇인가를 생각해하는 공자의 질문과 제자의 답이 오고 가며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길을 제시한다.

요즘 우리 정치와 사회를 보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게 무엇인가를 생각해본다. 결국 사람에 대한 존중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사람이면 마땅히 지켜야 할 예의가 있지만 무시하고 무시당한다. 직장에서는 어떤가. 다르지 않다. 사람이 존중받을 때 다른 사람을 존중할 수 있다. 직장 생활이 힘든 것은 결국 이러한 조직문화가 이루어지지 않은데 있다.

이 책 <군자론-리더는 일하는 사람이다>는 사람의 말을 잘 듣고 잘 보고 살라고 이야기한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도 그렇다. 사람과 일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한가가 일의 결과를 다르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본문 가운데 저자의 의견과 다소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삶의 태도 측면에서 담고 살아야 할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 있다. 꼭 리더가 아니어도 어른으로서 아랫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동료 간의 대화도 그렇다. 말을 하는 태도가 사람의 수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구차함이 없도록 말을 하는 것, 이것이 바로 공자가 우리에 가르쳐주는 '제대로 말하는 법'이다. 반드시 해야 할 말을 하지 않는 것도 구차함이고, 반드시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쓸 데 없이 추가하는 것도 구차함이다."-65쪽

아무 말이나 있는 대로 쏟아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잘 다듬어서 내놓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는 직접적인 말을 피하면서 돌려 말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좀 더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고 있을까. 어떤 말이 사람을 좀 더 안정적으로 상대의 말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할까. 마음의 안정이 없으면 말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은 결국 말도 불안하게 나간다.

"이처럼 풍자를 통해 알듯 모를 듯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깐깐한 선비들은 풍간을 교언영색으로 간하는 방법이라고 하여 폄하했지만, 실은 풍간이야말로 할 말은 하면서 일도 풀어내는 고도의 기술이었다. 비판의 강도로 보자면 정간, 장간, 강간, 휼간, 풍간 순이겠지만 설득의 기술이라는 면에서 보자면 오히려 풍간, 휼간, 강간, 장간, 정산 순이 아닐까?-82쪽

말하고 듣기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훈련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수업이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을까. 집에서 해야 할 일을 학교에 맡기고 학교가 해야 할 일을 가정에 맡긴다. 배워야 할 것은 정작 배우지 않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온다. 인격이라는 것은 태어나면서 갖고 나오지만 후천적으로도 다듬어가야 한다. 좋은 성품은 밝은 눈과 밝은 귀에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는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풀어내야 할 수많은 일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일 중심의 사회 윤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군자를 생각하게 된 것도 이 같은 일 중심의 사회 윤리를 각자 자기 것으로 만들어 행동하고 미래를 향한 비전을 고민하는 인간형이 필요하다고 본 때문이다."-264쪽

<군자론-리더는 일하는 사람이 다르다>는 3부 7강으로 구성됐다.

사람의 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말하고 듣는 일의 중요성과 제대로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을 잘한다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다양한 문헌 속의 이야기들이 한 가지 주제로 일관성 있게 표현하고 있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 나타난다. 한 글자 한 글자에 대한 분석은 집요하다. 희미한 이야기들을 뚜렷하게 드러나게 만든다. 저자의 오랜 연구의 결과물이어서 그런지 흩어진 이야기들이 잘 담겼다.

열린 귀로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군자, 리더와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고집과 오만으로 상대의 생각을 눌러버리는 리더가 아니라 배우는 자세로 상대를 바라보는 리더와 일하는 사람은 즐겁다.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 속 인물, 리더의 일을 살펴보고 리더의 자리에서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밝은 군주, 밝은 정치의 길을 찾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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