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을 포함한 3일간의 연휴를 여유롭게 마무리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연휴중에 장모님의 생신이 있었기에 처가집 주위를 돌며 연휴를 보냈다. 토요일 오전 태백에서 있었던 옆지기 고종사촌동생의 아기 돌잔치를 시작으로 많이도 돌아다녔다.
내륙의 따뜻한 기온과는 달리 태백준령으로 들어서니 영하의 기온으로 급강하를 한다. 따뜻한 바닥의 기온과 산정상의 기온이 만들어 내는 운무가 가히 장관이다. 수증기가 얼어붙어 만들어 낸 상고대는 바로 눈꽃 비경의 극치이자 자연의 마술이었다. 함백산 정상을 내려갈 때는 운무에 휩쌓여 1M의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가시거리가 없는 가운데 살짝 눈을 돌리니 소나무에 얼어붙은 눈꽃(상고대라고 한단다)은 자연의 신비로움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네식구 모두의 입에서 한결같이 쏟아지는 감탄사가 자연이 부린 마법의 풍경에 대한 대답으로 대신했다.
멋진 풍경을 뒤에 내려놓으며 도착한 청정 고원도시 태백에서는 돌집을 가기전 고산지대 청정지역에서 자란 한우를 점심으로 맛보기 위해 재래시장안에 위치한 실비집에 들러 입안가득 남기는 한우 육즙의 부드러움을 혀끝 가득히 음미했다.
저녁 늦게 강릉으로 이동, 처가 식구들과 오붓한 한때를 보냈다. 장모님께서 알뜰히 챙겨주시는 통에 뱃살 2인치, 몸무게 2키로는 족히 늘어난 듯 하다. ㅠㅠ 특히 그날 아침 집에서 검은 콩을 갈아 손수 만들어 주신 순두부와 손두부의 고소한 맛은 아직도 입가에 남아 맴돌고 있다. 바닷물을 직접 길어 간수로 사용했기에 그 맛이 더욱 좋았는 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할머니께서 만드시던 그 손맛을 몇년만에 처가에서 느끼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저녁을 먹고 생신케익 절단식을 한 후 두부와 볶음김치를 안주 삼아 처남, 동서들과 함께 마시는 강원도의 좁쌀막걸리가 입안에 달라 붙는다. 두부의 고소함과 막걸리의 부드러운 목넘김 만큼이나 온 가족이 들러앉아 나누는 시간은 밤새는 줄을 모른다.
서울로 오는 길에 강릉지역에 내리는 엄청난 폭설로 긴장하기도 했지만 자연이 만들어 낸 경이로운 풍경과의 또 다른 만남이 있어 흡족했다.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가득했다. 진눈깨비인지라 눈속에 묻혀 있는 듯 늘어진 나뭇가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호사스러움을 안겨 주었다. 대관령에 쌓인 20여 센티미터의 눈만큼이나 마음속에도 멋진 풍경이 함께 쌓였다. 온통 흰눈으로 덮인 세상과 운무의 물결이 함께 펼쳐내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황홀함 그 자체였다. 판타스틱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끝내줬다.
대관령을 오르는 길옆에 쌓인 눈내리는 풍경
함백산 정상에 어우러진 눈꽃(상고대)-출처:오마이뉴스
O2리조트 오르는 길옆의 상고대.
운무로 인해 1미터의 가시거리도 힘들었지만
산을 온통 뒤덮은 상고대의 풍경만큼은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