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아시아축구대회에서 대한민국은 중국과의 경기에서 스코어상으로 3:0으로 패했다. 불행중 다행인 것은 완벽한 실점상태에서 이운재의 선방으로 인해 두골의 실점을 피할 수 있었다. 결국 수비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음을 인정할 경우 대한민국은 5:0의 스코어로 참패를 당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아나운서가 "경기전에 어찌 이런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라는 멘트로 국민들을 위로하였지만 사실 우연일 지는 몰라도 중국전에서 필패할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1:0정도로의 패배였지 5:0까지는 상상도 못했고 중계를 보면서 내 직감이 빗나가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하지만 결과는 전술적인면, 기량적인 면, 조직력의 허점 등 총체적인 면에서 변명이 필요없는 완벽한 패배였고 중국의 젊은 선수들에게 철저하게 농락당한 경기였음을 인정해야 했다.
일본과 중국이 1차전에서 맞붙는 경기를 중계를 통해 보았다. 경기결과는 0:0무승부였지만 분명 그 경기는 일본이 패한 경기였다. 일본은 그들이 자랑하는 톱니바퀴와 같은 조직력이 흔들리거나 짧은 패스에 의한 빠른 템포의 경기운영,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떨어지거나 못해서가 아니라 중국 축구가 비약적으로 발전했기에 비긴 경기였다. 오히려 중국이 패널티킥을 실축하지 않았거나 골키퍼와의 완벽한 득점찬스를 골로 연결했더라면 2:0정도로 이긴 경기였다. 그만큼 경기내용 면에서도 흠잡을 데가 없었고 그들이 전술 및 선수 개개인의 기술적인 면, 조직력, 투지 등이 발전된 전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던 경기이기도 했다.
중국팀은 2014년 월드컵을 겨냥해서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를 단행했고, 체격적인 조건, 기술적인 면 , 선수 개인의 기량, 투지 등이 과거의 그들이 아니었다. 팀이 구성되고 독일과 치러진 친선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할 만큼 성숙해 있었다.
일본이 중국과 무승부를 하던 날 우리나라의 언론들은 일본축구를 조롱하는 데 기사 대부분을 할애했을 뿐 중국축구가 성장한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항상 그랬듯이 32년간 또는 37년간 공한증에 대해서만 언급하면서 당연히 중국은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을 거라 호들갑만 떨었다. 그러는 사이 중국은 이미 대한민국을 넘어서고 있었던 것이다. 스포츠는 결과로 말을 할 뿐이다. 오늘 패배를 보면서 우리 언론의 저열함과 호들갑에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선수들까지 부화뇌동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까지 드는 이유이다.

2010남아공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16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결코 만만한 목표가 아니며, 지금 현재의 수준을 볼 때 우리에게는 요원한 목표가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최근 유럽원정과 동아시아대회를 관전하면서 대한민국 축구에 대한 몇가지 문제점과 개선할 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전술적인 면에서 축구의 빠른 템포이다. 세계적으로 최고의 축구를 한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경기를 보면 잠시도 쉴 틈없이 전개되는 반박자 빠른 원터치 패스에 열광하게 된다. 그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공을 너무 끄는 고질적인 병패가 있다. 좀 더 빠른 패스를 통해 다이나믹한 경기흐름을 펼칠 필요가 있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각국의 선수들은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리그에서 경기하며, 빠른 템포가 몸에 익은 검증된 선수들이다.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한박자 빠른 템포의 볼터치와 조직력이 필요한 것은 기본인 것이다.
둘째, 선수들의 기량면에 있어서 짧고 간결한 부드러운 첫 볼 터치이다. 볼을 잡았을 때 발 앞에 짧게 놓고 드리블할 수 있어야만 두번째 동작을 빠르게 전개하거나 상대선수에게 볼을 빼앗길 염려가 없음이다. 이청용이 박지성보다 짧은 기간에 EPL에서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부드럽고 간결한 첫 볼 터치였음을 간과할 수 없다. 우리 선수들은 첫 볼 터치가 길거나 투박하기 때문에 세컨 동작이 느릴 수 밖에 없고 전체적인 경기흐름이 둔탁하고 한 템포 느려지는 문제점이 있다. 결국 짧고 간결한 드리블에 의한 패스가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젊은 피의 수혈, 경력이 풍부한 선수들을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지만 전성기가 지난 선수들을 포기할 줄 아는 과감성이 필요하다. 경기경험이 풍부한 선수가 중요한 순간에 한방 터뜨려 줄 수 있는 조커역할을 위해 필요한 선수는 한두명이면 족하다. 그런데 허정무호는 전성기가 지난 선수에 대한 미련이 지나치다. 노병준, 이동국 선수에게는 섭섭할 지 모르겠지만 이제 그들을 포기할 때가 되었다. 유럽원정, 동아시아대회를 관전하면서 이들은 더 이상 상대팀에게 위협을 줄 수 있는 선수가 아니란 것이 입증되었다. 이들보다는 외국에서 그곳의 선수들과 몸으로 부딪히면서 산전수전 다 겪어본 안정환, 설기현을 택하는 것이 빠른 길인 것 같다. 두 선수는 월드컵에서 한방을 기대해도 좋을 만큼 풍부하고 폭넓은 경기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을 통해 기량을 점검한 후 선수기용에 대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넷째, 수비에 대한 조직력 강화이다. 공격 못지않게 수비 또한 중요하다. 그리스가 유럽축구를 평정했던 때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최상의 공격이 최고의 공격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두가지 모두 조직력이 뒷받침될 때 가능한 이야기이다. 현재 대표팀의 수비는 너무 허술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영표, 차두리 등 해외파가 합류할 경우 나아질 수도 있겠지만 이들이 없을 때를 대비한 대체자원은 필수적이다. 더군다나 유기적인 움직임과 말을 하지 않고도 통할 수 있는 선수간의 호흡은 실점을 방어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축구전문가들의 시각에서는 웃음거리가 될 지 모르겠지만 내 나름의 수준에서 축구에 대한 짧은 식견을 피력했다. 오늘의 중국전 패배가 남아공월드컵에서 쓰디쓴 약이 될 것을 기대하며 중국전에 대한 촌평을 정리했다. 해외파가 빠졌기 때문에 패배할 수도 있었다라고 스스로 위로하고자 한다면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는 없다. 국내와 일본리그에 진출한 최고의 선수들이었음에도 기량면에서 완패를 당했다는 자성이 병행될 때 대한민국 축구는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일본과의 3차전에서 어떤 전술로 변화된 모습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의 대표팀의 상태를 볼 때 패하지 않길 바라지만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