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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 hahah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연애할때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야 말로 나의 특기다.
그러나 심장이 오그라들만큼 누구에게 빠져드는 재능은 그닥이다.
그저 사랑하는 여인 연기에 꽤나 심취하는 편이다.
잘난 척은 즐겁다.
어려운 단어나 어려운 사람을 들먹이며 하는 잘난 척은 더더더더 즐겁다.
그러나 그 어려운 사람이 긴 세월 들여가며 말한 그 어려운 내용의 정수를 이해했느냐
그대로 인식할 능력이 있느냐 흠 그거 잘 모르겠다.
이 인간사에 현미경을 들이밀고 관찰하는 감독은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영화제목인 '잘 알지도 못하면서'(홍대앞에 동일한 이름을 단 술집이 생긴 걸 보고 꼭 가보리라 마음을 먹기도 했다) 그냥 지 꼴리는대로 찌질한 욕망에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괜히 심각한척 순해 보이는 놈 한테 짜증부려 가며 사는 모습을 잘도 그린다.
영화 곳곳에 빼곡히 담긴 우리의 전형적인 대화및 행동패턴이 우습다.
발군의 연기력을 보이는 배우들의 전형적인 대화에 극장 여기저기서 박장대소가 터진다.
통영 회상씬의 생생함과 반대로 선배와 술을 마시는 현재의 장면은 흑백사진이 교차된다. 직장동료들과 점심시간에 나누는 대화처럼, 수년만에 만난 한때 친했던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처럼 '즐거운 것'만 말하는 대화의 허망함.
섹스를 너무 잘하는 잘 모르는 그에게 느닷없이 날리는 '사랑한다'는 뻐꾸기의 황당함.
결혼의 뜻없는 남자에게 여자가 말하는 '나 자기한테 바라는 것 없잖아'
유부남이 불륜녀에게 말하는 '지금은' 세상에서 니가 제일 예뻐
이 감독이 아니면 누가 이렇게 가벼우면서도 정확한 인간 관찰기를 써내겠는가.
이 영화 강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