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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보트를 타고 상어 잡는 법 - 거대한 그린란드상어를 잡기 위해 1년간 북대서양을 표류한 두 남자 이야기
모르텐 스트뢰크스네스 지음, 배명자 옮김 / 북라이프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가끔 영상을 통해 심해의 환경을 보면 경탄감과 함께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낀다. 바다 깊은 곳, 그 광활하고 어둠의 세계를 대면하면 무언가 알 수 없는 거대한 세계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두려움을 느낀다. 나는 이런 두려움을 피하는 편이지만, 다른 사람의 경우 이런 두려움을 오히려 즐기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바다 깊은 곳으로 잠수를 하고, 미지의 생물들을 만나기 위해 탐사를 한다.
이런 원시의 바다에 대한 두려움과 동경은 오랜 동안 인류의 마음 속에 담겨져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리워야단같은 바다괴물을 이야기하고, 세계의 많은 나라의 전설 속에서도 바다에서 나오는 괴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미지의 바다생물에 대한 도전과 광활한 바다에 대한 탐험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노르웨이 사람이다. 어느날 그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인 '후고'에게서 그린란드 상어를 잡자는 제안을 받는다. 그래서 둘은 엉성한 준비(물론 그들은 나름대로 준비를 했지만)와 작은 고무보트를 타고 일년 가까이를 노르웨이 피오르해안을 곳곳을 상어를 잡기 위해 헤매인다. 이 책은 바로 엉뚱한 두 남자가 상어를 잡기 위해 노력한 허접한 여행기이다.
두 남자가 상어를 잡기 위해 계획하고 낚시를 하는 과정은 허접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인공이 글로 남기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 노르웨이의 지역이나 역사에 대한 이야기, 바다와 관련된 노르웨이의 전설 등은 절대로 허접하지 않다. 때로는 여행기나 탐험기라고 보기에는 심각한 인간의 존재와 세계에 대한 심오한 사색 등이 담겨져 있다.
어째서 저자는 무모하게 보이는 그린란드 상어를 잡자는 후고의 제안에 그렇게 빠져들었을까? 그것은 자신 안에 인류의 조상때부터 가지고 있던 바다의 미지에 생물에 대한 동경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그런 바다의 미지생물과 심해와 같이 인간의 영역에 벗어난 지역에 대한 동경이 담겨져 있다.
"육지의생활은가로로 펼쳐진다. 거의 모든 일이 땅에서 일어나고 높아봐야 나무 꼭대기 정도다. 새들은 높이 날지만 이들 역시 대부분의 시간을 땅에서 보낸다. 반면 바다는 세로로 이루어졌다. 평균 슈심이 3.700미터에 달하낟. 수면에서 밑바닥까지 매 층마다 온갖 생물들이 산다. 땅에 있는 모든 생활공간이 바다에도 있다. 바닷속 풍경과 비교하면 우림을 비롯한 다른 모든 풍경은 시시하다." (P51)
"상어는 인기투표에서 결코 이기지 못할 것이다. 판다, 고양이, 강아지, 돌고래, 새끼 침팬지가 상위에 있고, 상어는 맨 아래에 있다. 오늘날 사람들이 상어에게 공격을 받으면 우월한 과학기술로 세계를 정복하지 못했던 아주 오래전 메아리가 우리 안에 울려 퍼진다. 우리는 몇 초간 통제력을 잃는다. 순간 사냥꾼이 아니라 사냥감이 된다. 사실 사람이 상어에게 잡아먹힐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저기 차가운 심해에서 우글대는 생물에게 잡혀 살점을 모두 뜯어 먹힐까 겁낸다. 언젠가 우리는 사라질 것이다. 물고기와 수많은 기어 다니는 동물들이 기다리는 어두운 바다 밑바닥에서, 상상만으로 견디기 힘들 정도로 완전히 분해될 것이다." (P 302)
저자는 상어를 잡는 중간 중간에 노르웨이의 역사와 전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특히 바다괴물, 바다인간, 물개인간과 같은 다양한 전설이 언급되고, 이런 것들을 기록으로 남긴 위대한 노르웨이 학자인 올라우스 마구누스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올라우스 마구누스는 노르웨이 해안의 수심이 아주 깊기 때문에 특히 이곳에 괴물들이 자주 출몰한다고 썻다. 노르웨이 어부들은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먼 바다로 과감히 나갔다. 후고와 내가 상어를 잡는 곳에서 멀지 않은 로포텐의 남쪽 어딘가에 어쩌면 가장 기이한 괴물이 살지 모른다. 그것은 새빨간 바다뱀으로 길이가 최소한 60미터는 되는 거대한 괴물이다. 거대한 뱀이 큰 범선을 휘감고 남자 한 명을 입에 물고 있는 장면이 마그누수의 해양지도에 그려져 있다. (P170)"
이런 방대한 사색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인공과 후고의 1년 가까이 된 노력에도 그린란드 상어는 잡히지 않는다. 서서히 이들 사이에는 갈드이 생기고, 이 계획이 얼마나 무모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제야 깨달았다. 우리의 프로젝트에 어두운 면도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더 많은 것이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의 프로젝트는 구름이 반사되는 텅 빈 수면 위에서 진행된다. 물속에는 절벽과 암초가 있고 우리의 눈은 그곳을 볼 수 없다. 또한 괴물이라고 부르는 피조물이 바다 밑바닥 진흙에서 회오리를 일으킨다. - 중략 - 그러나 이 얼마나 어리석고 흉악한 프로젝트란 말인가! 호기심을 채우는 것이 혹은 두려움을 직면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할까? 가장 큰 사냥감을 잡으라고 부추기는 사냥 본능이 우리 안에 꿈틀대는 걸까? 넓은 바다에서, 야생에서 짜릿한 사냥을 즐기려는 걸까? 지금은 멸종되고 없는 매우삭 아직 인간을 잡아먹던 시절, 마타이로돈티네 호랑이가 실신한 인간을 동굴로 끌고 가 어둠 속에서 뜯어 먹던 시절, 그때의 괴물 신화가 우리 유전자 속에 잠복해 있는 걸까? 인간을 물속으로 낚아채 살점을 뜯어 먹는 악아와 싸우던 시절? 그러고 보니, 그린란드 상어의 회전 기술은 정말로 악어를 닮았다." (P 300)
결국 이 책 끝에서 주인공과 후고는 천신만고 끝에 그린란드 상어를 발견한다. 상어가 후고의 낚시에 걸린 것이다. 그러나 정말 그냥 걸렸을 뿐이다. 상어는 후고와 배를 끌고 가고, 위협을 느낀 후고는 결국 천신만고 끝에 온 기회를 칼로 끊는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그 후 이들이 다시 그린란드 상어를 잡으려고 시도했는지, 아니면 포기했는지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지금 이 시간에도 이 둘은 노르웨이의 추운 북쪽 바다에서 그린란드 상어를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매일 계속되는 전세폭등에, 월세나 활부, 직장상사나 주변 사람과의 사소한 다툼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우리에게 노르웨이 북쪽 해안에서 한가하게 상어를 잡고 있는 주인공과 후고의 이야기는 신선노름같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에 가슴이 뛰는 이유는 이런 미지의 세계와 생물에 대한 동경이 아직 우리 안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직접 상어를 잡으러 가지는 못하지만, 책을 통해서라도 답답한 마음에 조금의 위안을 얻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