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안삼환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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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너무 웃겼다. 처음에는. 교양소설이라니...
나는 아는 게 없어서, 그랬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교양소설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한다.
그냥 읽었다.
흥미롭게, 재미있게, 빌헬름이 하는 말들, 괴테가 대사를 읊조리는 듯한 느낌이다.
책 안에 있는 시들도 좋고, 사람이 세상과 사물을 대하면서 넘어지고, 울고, 또 깨닫고 하는 과정들이 흥미롭다.
 
사람은 사람을 만나면서 또 성장하고,
어딘가에 정착하고,
다시 모험을 떠나서 돌아오고 하겠지.
 
고전주의미학을 죽도록 가르치는 문예사조보다는,
역시 느리게 가더라도 각 사조의 글이나 그림이나 음악들을 접하게 하는 유연함이 필요하구나,라고 생각했다. 
 
 

빌헬름은 자라난다. 날마다 끊임없이 그래서 읽고 나면 뿌듯해진다.

한국의 성장소설이 교양소설의 어떤 계보를 잇는 것이 아닐까, 혹은 동일한 선상에 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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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잔치는 끝났다 창비시선 121
최영미 지음 / 창비 / 199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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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한달앞으로다가왔다.

무슨 전쟁을 선고하는 사람처럼 달력은 무섭게 버티고 있다.

한달 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텐데...라고 굳게 믿으면서도 나는 이 시집을 다시 펼쳤다.

제목때문이었나, 이 시집은 그 시절에 세상에 널리 퍼졌었다. 물론 나는 그 때 너무 어렸고 그냥 이 시인이 어딘가에 나와서 인터뷰하는 것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여성시니 뭐니 하는 말 싫어한다.

시면 시지, 무슨 굳이 여성시냐. 남성시는 남성시라고 안하면서...

나는 페미니스트니뭐니 그런것도 아니면서 이런 말만은 퍽이나 싫다.

이상하게 오늘은 문장이 왜 이렇게 착한척하게 써지는 걸까.

자기 자신에게 이 시집을 바치고 싶다는 말이 이상하게 아프게 느껴졌다.

여기저기 상처가 많은 사람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서른살이 아니라 언제 읽어도 그런 쓸쓸한 맛이 날게다.

최영미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

이 시인, 마흔에는 어떤 느낌이었을까가 궁금하다.

세상은 거칠고 메마르고 아픈 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가치들, 허무한 계절...아무리 살아봐도 살아봐도 모든 것은 끝나고 만다.

회색화면이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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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을 입었다.

이 표현이 맞는가...적어놓고 한참을 멍하니 화면을 보았다. 왜 화상은 입는거지...살이 타들어가니까 그런건가. 뭔가 몸에 착 달라붙는 듯한 느낌으로. 틀리면 어떠냐...혼나는 것도 아니고.

정말 깜짝 놀라서 펄쩍 뛰었다. 상당히 뜨거웠다. 반사적으로 화장실로 뛰어들어가서 찬물을 흘렸다. 별로 아프지 않은 것같았다. 그래도 곁에 있던 이들이 찬 물통을 챙겨주셔서 계속 바싹 대고 있기는 했지만 역시 아프지 않은 것같았다. 그런데 그 공간을 떠나 집에 가는 버스를 탄 순간부터는 줄곧 아프기 시작했다. 살이 어딘가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부끄럽지만 운동화와 양말을 벗고 물통을 댔다.

화상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가족들이 챙겨주는 연고를 바르고 또 냉찜질을 했다.

아프다.

아픈 거다.

물집이 잡혔고, 생채기가 생긴다.

화상은 아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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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집에서 꼼짝말고 있다.

어제밤, 너무 좋았다.

타자기로낙서도하고, 시도읽고, 소설도 읽고

마음껏 놀았다.

와인도 한잔마시고, 영화도하나보고,

이렇게 한가로운 새벽이 얼마만인가.

너무 좋아서 새벽다섯시가 되어서야 잠을 결심했다.

위에서내려다보니거리에은행잎이가득하다.

반짝거린다.

가을이었구나,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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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2006-11-23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 근처도 그렇고.. 도로변도 그렇고..
하루새 은행잎이 엄청나더군요..;
겨울이 다 왔다는 걸 느꼈다지요...;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랜덤 시선 16
김경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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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리뷰를 쓴다. 영광이라고 해야하나...솔직히 처음에 이 시집을 읽고 다시는 읽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다. 좀 혼란스러웠다. 지나치게 말이 많고, 어떤 사상을 강요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시를 멀리하는 무리들이 하나같이 지적하는 말은 '시는 어렵다'라는 것이다. 김경주의 시는 어렵다. 아무나 읽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무수히 많은 각주와 아무데서나 튀어나오는 철학자들과 서적들...이 시는 우리를 가르치고 있는 느낌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어려운데 헤겔이라니 현상학이라니, 잘 기억도 나지 않는 말들, 게다가 책의 뒷면에서는 한국시단에 이름을 남기게 될 대단한 시인이 될 것이라니...영화를 하고 카피를 만들고 우리는 이 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제목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책의 색깔도 마음에 든다. 일단은 그래서 다시 손에 들었다. 그리고 다시 읽겠다. 시를 내는 사람과 시를 읽는 사람은 동일하다. 사람이다. 사람의 글이라면 받아들여야한다. 시는 그렇게 쉽게 내버려둘 수 없는 정체이기에...

다시 읽고 다시 세상으로 나오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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