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치지 않는다.

비는 두려움의 존재다.

발 아래까지 바싹 다가선 물길을 보면서,

아프다

뉴스특보를 보면서 언니가 그렇게 말했다.

작년에도 또 작년에도 계속해서 저런 식의 뉴스를 보는데 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지.

자연 앞에서 인간이란 늘 무기력한 난쟁이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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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102 문학과지성 시인선 176
원재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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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해 환상을 품으면 鄙陋해진다...는 한마디에 나는 이 시집이 좋아지고 말았다.

그리움을 아는 사람은,

내내 아픈 웃음을 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사람에 대한 환상으로 구차하게라도

살아가게 마련이다.

기다림이 넘어지면 또 다른 기다림이 나를 일으켜세우게 마련이다.

그렇지, 그렇게 흘러가기다. 삶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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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시
이성선 지음, 김양수 그림 / 큰나(시와시학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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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을 보면서 거의 눈물을 흘릴 듯하던 사람, 이성선선생

살아 있는 사람이 시인이 될 수밖에 없는 사람일 수 있었던 사람을 만나서 행복했다.

서점에서 선생님 책을 만날 때마다 차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시를 사랑하는 시인이다.

온 세상, 우주를 사랑하느라 온 힘을 쏟는, 그래서 버거운 그런 시인이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안겨주고 싶은 좋은 책, 좋은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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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 김유정 단편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14
김유정 지음, 유인순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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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춘선열차에는 김유정역이 있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춘천을 가다가 그 역을 봐도 그냥 지나치기 쉽다. 그리고 묻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 그 김유정이 그 김유정이야? 그 김유정인데...

강촌역 다음, 김유정 역...

김유정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우리는 서슴지 않고, 동백꽃을 든다. 교과서에도 나오고, 점순이라는 캐릭터는 얼마나 생생한가. 점순이를 흠모하는 남성들도 많은 것같다. 적어도 내 주변에는.

그의 작품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가 겪은 현실들을 반영한 인물들인지는 모르지만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우리는 늘 그 가파른 삶이 자연스럽다.

문지에서 나온 이 책은 일단 책 자체도 이쁘고, 그의 여러 단편들을 담고 있다는 면에서 가치가 있다. 좋은 작품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다시 만들어지고 다시 소개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김유정은 이상과 더불어 폐병(?)으로 죽었다고 한다. 그도 천재인가? 천재가 뭔데...

그의 언어다루는 능력을 보면 그에게는 특별한 감각이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굳이 천재니 아니니 하는 말로 나누어야 하나. 동백꽃이 아닌 다른 모든 작품들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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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이야기 비룡소 걸작선 29
미하엘 엔데 지음, 로즈비타 콰드플리크 그림, 허수경 옮김 / 비룡소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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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모모를 읽으면서 (나는 로멩가리의 '자기앞의 생'의 모모와 착각했었다) 나는 이 작가가 이야기를 하는 데에 있어서 타고난 감각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 사람은 아주 쉽게 아주 흥미롭게 많은 사물들과 생명들을 이야기하면서 거대한 상징을 역시 이야기거미줄 안에 촘촘하게 섞어 놓고 있다. 두꺼운 합본호를 사놓고 한동안은 차마 열지 못하고 그냥 쳐다만 보았다. 뿌듯해서...책장을 열지 못하고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그냥 아령처럼 들어보는 재미도 가끔.. 좋다.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다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람들이 이야기를 거부할 수 있는 순간이 올까. 그러한 가정은 역시 또 하나의 SF에서나 가능한 것이 아닐까.

나는 문득 브레히트였던가...반기를 들어버렸다. 이야기에게 빠져드는 아주 일차적인 독서, 감상적인 독서에 과감하게 투신하며 이 책을 단숨에 읽어 버렸다.

그래서 소설을 쓰고 싶어지는 것이 아닐까. 이야기를 만들어서 누구 이야기였나...함께 분노하고 기뻐하고 즐겁게 책장을 닫고, 이야기는 이야기다워야, 그래야...

독서를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든 과감하게 집어들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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