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라는 질문을 하지 말라고 한다.

이유는 누구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냥 이대로 가만히 천천히 가라앉고 있는 현상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오늘은 겨울이 가득히 내린다.

찬바람이 와 닿으면, 차다고 중얼거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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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그림자들 마지막 왕국 시리즈 1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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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무엇이될것인가.

소설은어떻게될것인가.

에 대해서나의스승님께서는그렇게 말씀하셨다.

서사와 감동과 아포리즘이 남을 것이라고...물론 아무리 세상이 뒤집어져도 서사에 대한 욕망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다양한 것처럼 보이지만 구조적으로는 동일한 이야기들이 범람한다.

그래서 요즘 소설은 재미가 없다. 요즘 소설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

이 책은 시같기도 하고, 산문집같기도 하고, 성경같기도 하다.

키냐르의 책을 모두 사야겠다. 언젠가는 있었던 것같은데 왜 한권만 남은 건지...시집같은 성격이 있기에 이 책은 모두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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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길을걸어나가서

나아닌누군가를볼수있을까

그럴수없을까봐서...아무리가도길이까만색뿐이라면,

슬퍼질까봐두려워서

나는여기에갇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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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 이성복 아포리즘
이성복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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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은 좋은 시인이다. 나는 그의 '여름의 끝'이라는 시집에서 '다시는 편지 드리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자를 읽고 울었다.

그래, 누군가가 나에게 그 시집을 주면서 앞장에 그 구절을 적어서 주었다.

그 말이 왜 그렇게 슬펐을까. 이 사람이 아픔이 있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타인의 아픔에 우리는 민감할 수 없다. 타산지석,이라는 말은 거짓이다. 분명. 그리고 이성복의 78년 사진을 보았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는 사람, 선이 참 고운 사람이라는 생각, 그의 성별은 분명히 남성이지만 굳이 그 사실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포리즘은 매우 짧은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사랑이 아프고 사람이 아프고, 시간이 흘러가고 있는 사실이 아픈 사람들이 읽으면 울지도 모른다. 시를 쓰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시를 쓸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넘어져서 울고 있는 사람이 읽으면 다시 일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추측이다. 당연하다. 타산지석은 거짓이니까...나의 돌이 되기 전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내가 그를 부르면 나에게 와서 나의 돌이 될까.

요즘 가방에 그냥이라도 넣어두고 다니는 책이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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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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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산뜻한 문장과 관찰하는 소녀의 시점에서의 튼튼한 전개가 아름다웠다.

이런 구성을 지닌 책의 특성상, 인물군상이 출현하고, 불운을 겪는 이들, 어른스런 아이이야기는 당연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 작품이 쓰여진 지가 꽤 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그래도...또 생각했다.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겠지.

내가 정말로 특이한 이야기라고 다들 깜짝 놀랄 것이라고 생각해도

큰 틀에서 구조적으로 생각해보면 모두 있어왔던 이야기들이다.

 

문지에서 나온 이 책에는 누구누구하는 평론가들의 글이 없다.

깔끔하게 시작하고 또 그렇게 새가 되고 싶었던 아이 우일이의 아픔과 함께 끝이 난다.

그냥 어쩐지 나는 이름있는 평론가들의 글이 책의 앞이나 뒤에 떡 버티고 있는 게 슬픈 느낌이다.

차라리 아주 친한 사람이 너 책 낸 거 축하한다는 글이 낫다.

그네들의 이름이 작품을 위해서 뭔가를 한다는 듯한 그 느낌이 싫은 것같다.

 

오정희선생의 팔짱을 한번 끼어본 적이 있다.

강연회에 왔을 때, 찻길까지 걸어가면서 아주 작고 여려 보이는 그녀...

춘천의 안개와 새벽과 바람이 이 작은 사람의 몸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들을 만들어내나보다고 생각했다.

 

 
아름답다.

새의 심장을 가지고 날개가 없다면, 그런 아이의 꿈이 스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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