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4 - 교토의 명소, 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주말에 2박3일동안 짧은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일본 여행이라기 보다는 올레길 걷기라고 해야 더 맞겠다. 규슈에 있는 올레길을 가게 되면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규슈편을 다시 보려고 했지만, 책을 다시 읽을 시간이 부족해 아쉽게도 그냥 출발했다. 일본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배에서 시간이 날때 교토편 두 번째 편을 읽었더니 일본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 친숙했다. 흔히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지리적으로 가까운데 있지만,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많이 알지 못하는데서 나온 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일본은 우리와 역사를 같이 한 부분이 많지만, 정작 일본 역사에는 무지하다는 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우리에게 남아있는 피해의식만 크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총 4권으로 나뉜 일본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으면서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알았다. 우리에게서 건너간 문화유산도 자기들 식으로 발전시켜 새로운 일본 문화를 형성한 것도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아닐까 싶다.

 

 

유홍준 교수의『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은 그 첫 번째로 규수편을 엮었고, 두 번째가 아스카, 나라편이었다. 세 번째 편이 교토의 역사 였고 이번 네 번째 책이 교토의 명소를 다루었다.

 

 

일본편 네 번째 권인 이번 책에서는 교토의 명소 중에서도 주로 일본의 정원을 다루었다. 일본 정원의 모습을 일본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온 과정들을 알수 있었다. 일본에 관한 사진에서나 실제로 본 일본의 정원은 우리나라의 정원과는 좀 다른 느낌을 준다. 정원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일본 정원은 우리나라 정원과는 좀 다른 면을 보였다.

 

제1부는 일본 최초의 선종 사찰인 기온 지구의 건인사와 동시대의 정토종 사찰인 지은원을 답사했다. 제2부에서는 무로마치시대가 열리게 된 역사적 배경과 함께 상국사, 금각사, 은각사, 용안사, 남선사를 답사했다. 제3부는 다도의 본가인 우라 센케와 대덕사를 답사했고, 센노 리큐에 의해 일본의 다도가 완성되는 과정등을 답사했고, 제4부에서는 에도시대의 대표적인 별궁인 가쓰라 이궁 등의 일본 정원들을, 제5부에서는 느긋하게 교토 시내를 거닐면서 본 대로, 느낀 대로, 생각나는 대로 떠오르는 것들을 엮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늘 여행지에 관련 된 책을 읽거나 여행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달래려 여행기를 읽고는 하는데, 유홍준 교수의 답사기를 읽는 일은 우리의 문화 유산과 함께 역사를 알 수 있어서 더욱 유익한 책이다. 우리나라 답사기를 읽을 때는 우리의 역사를 알기 때문에 문화 유산을 더 애틋하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가졌다. 반면 일본편을 읽을 때는 생소한 일본의 역사를 접하면서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일본 역사를 알고 난후의 문화 유산은 더 이해하기 쉽고 일본에 대한 호기심이 더 생기게 된 계기가 되었다.

 

좌, 뒤를 돌아보는 불상 우, 수월관음도

 

대부분의 불상이 정면을 향하는데 반해, 위 왼쪽 사진의 불상은 뒤를 돌아보는 불상이다. 저자는 이 불상의 모습을 가르켜 아미타여래가 극락으로 돌아가면서 중생들이 잘 따라오나 걱정되어 뒤를 돌아보는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오른쪽의 사진은 고려불화인 「수월관음도」이다. 우리나라에 있었으면 국보 중의 국보가 되었을텐데, 일본의 중요문화재로 지정이 되어 있다 한다. 우리가 사진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수월관음도」의 사라를 시스루 패션이라고도 재미있는 표현을 했다. 대덕사의 「수월관음도」는 용왕과 용녀가 등장하는 스토리텔링이 있어 더욱 특별하다고 한다. 사진으로만 보아도 아름답다.

 

스토리텔링에 특별한 능력이 있는 일본은 은각사의 비와호 소수 수로를 따라 남선사까지 이어지는 길을 '철학의 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길은 일본 근대 철학자인 니시다 기타로가 즐겨 산책하던 곳이라 하여 이 이름을 붙였다 한다. '철학의 길'을 걸을 때는 왠지 사색하며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가쓰라 이궁의 연못 풍경

 

우리나라의 정원이나 일본의 정원이나 정원을 바라보거나 거닐면 마음이 편안해 짐을 느낀다. 자주가는 담양 소쇄원의 모습을 좋아하는 이유도 소쇄원을 밖에서 감싸고 있는 대나무들과 돌로 된 담벼락, 자연스럽게 흐르는 연못의 물과 고요하게 앉아있는 듯한 정자 때문인지도 모른다.

 

책에서 일본 정원은 자연을 재현한 인공적 공간으로 사람이 들어갈 수 없고, 한국 정원은 자연공간 안에 인공적인 건물이 배치되고 나무가 심어지고 화단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일본인들은 정원의 나무에 철저히 가위질을 하여 인공이 가미된 자연으로 경영하면서 어쩌다 잘생긴 소나무나 흐드러진 수양벚나무를 자연 그대로 맡겨둔다. 이에 비해 한국의 정원에서는 자연의 멋을 있는 그대로 살리면서 무성한 곳을 다듬거나 빈 공간에 멋진 나무 한 그루를 배치하면서 정원을 조성한다. (......) '돌 10개를 놓으면 일본 정원사는 9개를 반듯이 놓고 나서 1개를 약간 비스듬히 틀어놓으려고 궁리하는데, 한국 정원사는 9개는 아무렇게 놓고 나서 1개를 반듯이 놓으려고 애씁디다.' (243페이지)

 

마루야마 공원의 벚꽃

 

 

어떤 곳을 가게 되면 늘 처음 찾는게 박물관을 먼저 찾게 되는데, 유홍준 교수 또한 박물관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교토국립박물관은 주로 헤이안시대부터 에도시대까지 교토에서 생산된 문화재를 수집, 보관, 전시하고 있는데, 이곳은 특히 사찰의 소장품이 많다고 한다. 교토에 가게 되면 꼭 방문해서 보고 싶다. 벚꽃이 활짝 필때 가면 더욱 아름다운 공원이나 가모강변의 산책길도 추천했다. 평소에 걷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딱 좋을 산책길이기도 할 것 같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국내편은 우리나라에서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다시 일깨웠다. 일본편을 읽으면서 일본에 대해 무지했었다는 걸 알았고, 일본의 문화유산과 우리나라의 문화유산과의 연관성도 알게 되었다. 일본의 역사를 알고 난 뒤에 일본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일도, 그곳에 스며든 사연까지 알고 나면 더 가깝게 느껴졌다. 일본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바라보며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옥토버리스트 모중석 스릴러 클럽 37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최근 가을을 제대로 느끼면서 시집, 에세이집, 일반 순수문학 류의 책을 자주 읽었다. 이렇게 책을 읽다보면 추리소설이 몹시 읽고 싶어지는 감정을 갖게 된다. 추리소설에 대한 목마름이랄까. 같은 문학 종류 중에서도 골고루 읽기를 좋아하는데 추리소설이야말로 생활의 활력을 주기 때문인것 같다. 말랑말랑해진 마음을 단단히 쪼이게 만드는 역할 때문이겠다. 긴장으로 인해 온 신경이 예민해져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제프리 디버의 소설에 가장 강한 매력을 느낀 작품이 캐트린 댄스 시리즈인 『잠자는 인형』이었다. 사람의 동작을 보고 상대방의 심리를 파악하는 동작학 전문가인 캐트린 댄스의 활약에 굉장히 좋아하게 되어서이다. 제프리 디버의 신작 소식에 캐트린 댄스 시리즈이길 바란 점도 그 때문이었다. 작가의 이번 신작은 링컨 라임 시리즈도 캐트린 댄스 시리즈도 아닌 별도의 작품이었다.

 

제목과 함께 노란 바탕에 권총의 모습이 그려진 표지에서부터 굉장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살짝 짧은 책이었다. 내용 또한 역순으로 진행된다. 세라라는 딸을 유괴당한 가브리엘라가 자신을 보호하는 샘과 함께 몸을 숨기고 있다. 딸을 유괴하고 옥토버리스트와 함께 미화 50만달러를 내놓으라는 조셉이 찾아와 권총을 발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글의 순서를 볼까. 처음 시작한 부분이 순서의 맨 마지막이다. 내용이 전개될수록 뒷걸음치는 듯 뒤에서부터 앞부분으로 순서가 올라오고, 내용은 시간의 역순으로 진행된다. 결과가 있고, 사건이 있던 날로 돌아가는 형식이다.

 

가브리엘라의 딸을 유괴한 조셉이 권총을 발사해 누가 죽었는지, 가브리엘라의 딸 세라는 어떻게 되었는지 우리가 알수는 없다. 하지만 시간이 역순으로 진행되면서 어떻게 가브리엘라가 경찰의 추적을 받고, 가브리엘라를 도우는 대니얼 리어든과 대니얼의 동료 앤드류나 샘의 정체는 과연 어떻게 된건지 책의 뒷장으로 갈수록 우리는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책을 읽다보면, 가브리엘라의 정체가 궁금할 수 밖에 없다. 그를 도우는 대니얼이나 그의 동료들의 정체도 수상하고,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지만, 경찰의 추적을 간단하게 해결해버리는 가브리엘라의 정체가 제일 궁금했다. 무엇보다 아이를 잃은 엄마답지 않은 점이 수상했다. 아이를 잃은 엄마라면 이렇게 행동할 수 없을텐데라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던 것이다.

 

 

책의 뒷부분, 즉 사건의 시작을 향해 갈수록 이들의 정체를 더 알수 없었다. 책의 뒷장으로 갈수록 반전의 반전이 전개되는 통에 머릿속으로 사건을 점검해보고, 메모지에 나의 의문점들을 적어가며 책을 읽게 되었다. 일반적인 추리소설의 특성이 유괴범을 추적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긴장감을 주고, 왜 유괴를 저질렀는지, 왜 살인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게 일반적이다. 그에 반해 『옥토버리스트』는 왜 이런 사건이 생겼는지 사건의 처음으로 어서 돌아가고 싶은 마음때문에 조바심이 생길 정도였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메멘토」를 보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아마 영화로 제작되면 더 흥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아, 책의 제1부 첫장에 가까워올수록 드러나는 가브리엘라의 정체라니. 새로운 시리즈 가브리엘라의 탄생일수도 있겠다. 책의 앞장에서부터 다 읽고나면, 거꾸로 된 순서 때문에라도 책의 뒷장에서부터 앞장으로 다시 읽어야만 한다. 그래야 사건의 진실이 제대로 드러나게 되므로.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런 식의 제프리 디버의 소설도 참 좋구나 하고 느꼈다. 자, 다시 책의 맨 뒷장부터 읽기 시작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자전거여행 - 전2권 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에세이보다는 소설을 더 좋아하지만, 내가 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작가에게 더 가까이 가고자 함이다. 작가의 마음속 깊은 심연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일이기에. 좋아하는 작가의 에세이가 나오면 대부분 구입해서 읽고는 한다. 그동안 김훈 작가는 나에게 어려운 작가, 꼼꼼하고도 날카로운 필치로 글을 쓰는 작가로 남아 있었다. 어느 날 『자전거 여행』이라는 에세이집을 알게 되었다. 책은 품절이었다. 아마도 출판사 '생각의 나무'의 사정이 생겨 품절이 되었는지 알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문학동네에서 새로운 편집으로 거듭났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물론 자전거를 타지도 못하겠지만, 멀리 하는 여행에서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기란 너무 힘든 일이 될 것이므로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김훈 작가의 『자전거 여행』은 쉽게 책장을 넘기며 읽을 수 없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문장을 몇 번이고 곱씹는다. 짧은 문장들이 이어지는 그의 문장들에 눈을 뗄 수 없었다.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문장 속 깊은 의미를 파악하느라 나는 김훈의 책을 아주 천천히 읽었다. 천천히 읽어도 책을 읽는 기쁨이 컸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을 보라. 너무 아름다운 문장에 나는 이 문장들을 몇 번이고 되뇌었다.

 

자전거를 저어서 나아갈 때 풍경은 흘러와 마음에 스민다. 스미는 풍경은 머무르지 않고 닥치고 스쳐서 불려가는데, 그때 풍경을 받아내는 것이 몸인지 마음인지 구별되지 않는다. 풍경은 바람과도 같다. 방한복을 벗어버리고 반바지와 티셔츠로 봄의 산하를 달릴 때 몸은 바람 속으로 넓어지고 마음은 풍경 속으로 건너간다. 나는 몸과 마음의 풍경이 만나고 또 갈라서는 그 언저리에서 나의 모국어가 돋아나기를 바란다. (2권, 12페이지)

 

 

 

저어기, 전남 여수의 돌산도에서부터 강원도 고성에 이르기까지 그의 자전거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그 곳의 역사를 알 수 있다. 마치 그의 육성으로 듣는 듯, 그가 설명하는 역사에 우리는 귀를 기울이듯 그의 문장들을 읽는다. 위의 글에서처럼 그의 아름다운 문장들과 함께 그 곳의 풍경이 마음속에 깊이 스며듬을 느끼는 것이다. 스미다, 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데, 김훈 작가도 자전거 여행을 하며 가슴속에 스미는 풍경들을 느꼈던 듯 하다.

 

양수리의 두물머리 물가에서 태어났던 다산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매부 등의 숨결이 묻혀있는 곳의 이야기를 할때 우리는 저절로 김훈 작가가 쓴 작품 『흑산』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다산의 치욕은 침묵 속에 잠겨 있다.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은 치욕이 아니라 그가 한평생 간직했던 침묵이다. 치욕은 생애의 중요한 부분이고, 침묵은 역사의 일부다. (1권, 172페이지)

 

전북 군산 옥구 염전에서 소금을 대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그가 소금에 대해 말하는 문장을 보면, 햇볕과 바다의 정수가 소금 알 속에서 고요해야 한다. 대체로 알이 굵은 소금이 고요한 소금이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염전의 물이 흔들리는 날에는 좋은 소금을 거둘 수가 없다. 소금의 안정이 흔들려서 소금 알이 잘아지고 쓴맛이 완전히 빠져나가지 않는다. (1권, 213페이지) 염전 근처에 여행을 가면 30킬로그램 소금을 한 포대씩 구매해 오곤 하는데, 소금 알이 굵은게 좋은 소금인줄 몰랐다. 소금은 크기와 상관없이 다 좋은 소금인줄 알았지.

 

 

 

남도의 여행지중 내가 방문 했던 부분을 읽을때는 반가움이 앞섰고, 내가 미처 가보지 못했던 부분을 읽을때는 메모를 해 가면서 읽었다. 책은 새로운 곳으로의 안내자다. 여행서적은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동경을, 여행을 계획하려고 하는 이들에게는 계획서가 된다. 전부터 가고 싶었던 지역을 다시 꼽았다. 메모지에 메모해놓고 책 맨 앞장에 붙여놓았다. 메모해 놓은, 내가 올 겨울에 가고 싶은 여행지는 안동 하회마을, 도산서원, 병산서원, 부석사 무량수전 등이다. 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이지만, 거리가 멀기도 하고 일정이 맞지 않아 늘 미뤄두었던 곳인데 올해에는 꼭 가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파주부분에서는 오랜만에 이승복 동상을 보고는 감회에 젖었다. 초등학교 다닐때 어느 초등학교난 이승복 동상이 운동장 쪽에 있어서 북한의 잔혹성에 대한 반공교육을 일깨우곤 했었다. 요즘엔 북한과의 사이가 좋아져 이승복 동상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 또한 아픈 과거이리라.

 

『자전거 여행』은 김훈 작가와 사진작가 이강빈이 함께 자전거로 여행한 곳이다. 아름다운 문장으로 된 글은 김훈 작가가 썼지만, 책 속의 풍경 사진은 이강빈 사진작가의 솜씨이다. 산악 자전거를 끌고 피곤함을 무릅쓰고서 자전거로 달렸을 그 거리에서 수많은 땀을 흘렸을 것이다. 그의 땀내 물씬 나는 글을 읽었다. 그의 땀방울이 여러 문장으로 되어 우리에게 책으로 다가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해줘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이에게 상처를 받을까 두려워 사랑하지 않는 이는 없다. 그 사랑이 상처가 되는 줄 알면서도 사랑속으로 빠져드는게 사랑이 아닐까. 그게 남녀간의 사랑이든,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이든. 어쩌면 사람들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가는 운명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우리 부모에게 상처받았던 것, 그것을 다 이해할 수는 없고, 그 상처를 표출할 수는 없었지만 현재까지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걸 상처라고 말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우리 부모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면서 은연중에 자식들에게 주었을수도 있었을 것이다. 상처는 상처로 대물림 되는 것인가.

 

『기억해줘』는 임경선의 첫번째 장편소설이다. 저자의 작품이 꽤 나온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는 이 소설로 임경선 작가를 처음 만났다. 첫느낌을 말하자면, 뭐랄까, 사랑은 처음부터 꼭 같이 해야지 사랑은 아니라는 것. 가족으로 묶이는 것과 가족으로 묶이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 사랑은 다른 사랑을 보듬을 수도 있다는 것. 내 사랑법과 맞지는 않지만, 이것은 한 나라에 머물러 있지 않은, 먼 시간을 거쳐와도 사랑했던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바라볼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달까.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 순간을 위해 사랑하는 것도 사랑의 한 방법이라는 것을 조금은 이해했다고 해야겠다.

 

내가 하는 사랑법이 다 옳지는 않다. 아무리 완벽한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자신의 성격대로 완벽한 사랑을 할 수는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구속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자신의 상처를 내보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을까봐 무서워 상처를 받지 않은 척, 사랑에 쿨한 척 하겠다는 것이다. 책 속의 주인공인 해인도 그랬다. 사랑하는 유진이 자신의 화실에서 나갔다 다시 들어와도 아무런 말없이 가는 걸 지켜봤고, 훌쩍 시간이 지난 뒤 들어와도 막지 않았다. 이야기는 한 연인이 헤어지는 것부터 시작한다. 여자가 다른 사람에게 열정을 품은 사실을 알아버렸다. 짐을 싸서 나갔고, 해인은 뉴욕행 비행기에 오른다.

 

사족을 밝히자면, 많은 소설에서 해인이라는 이름은 여자로 인식되어졌다. 해인과 유진이라는 두 이름 중에서 나는 해인이 여자, 유진이 남자일거라 생각하고 책을 읽었다. 이름에 갖는 편견이었다. 자세히 집중해서 읽다보니 해인이 남자, 유진이 여자였다. 유진이 떠나간 뒤 해인은 가족일 때문에 미국의 뉴욕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자신의 첫사랑, 아픈 사춘기를 보냈던 그 시간 속으로 젖어든다. 사랑해마지 않았던 안나와의 만남이었다. 백인들이 거의 거주하는 곳에서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안나와 해인은 서로 의지하며 그 시절을 함께 보냈다.

 

 

기다림은 기쁨이다. 누군가 나를 만나러 온다는 것도 기쁘지만, 내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부터가 이미 그 사람과 함께 있는 것만 같았다. 안나는 약속 시간 전에 미리 도착해 책을 읽으면서 기다리는 것을 순수하게 기쁨으로 느꼈다. 그런가 하면 뛰어가는게 기쁨인 남자아이도 있었다. 약속 시간에 늦은 것도 아닌데 항상 저만치부터 해인은 참 열심히도, 온 힘을 다해 뛰어왔다. 기다려준 사람에게 성의를 다하려는 것처럼. (81페이지)

 

 

뉴욕에서 자신이 머물렀던 거리를 걷고 있다가 해인은 안나를 우연히 다시 만났다. 십칠 년 만이었다. 빼빼 말랐고 까만색 눈망울이 유난히 컸던 안나는 이제 예전 안나 엄마의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왔고, 며칠을 같이 보내곤 했던 엄마의 모습을 때론 이해할 수 없었고, 어느 때는 인정하기도 했던 안나였다. 늘 엄마때문에 자신히 피해본다고 생각했지만, 그 시간들을 꿋꿋하게 이기려 했던 안나의 모습을 생각한 해인은 안나가 반가웠다. 해인 또한 사랑하는 엄마를 위해 상처를 받았음에도 그 상처를 가슴에 안고 있었을 뿐이었다.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가까워졌던 두 사람은 상처때문에 멀어지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는 것을 소설에서는 보여주고 있었다.

 

어쩌면 사람들은 가장 사랑하는사람에게 상처 주는 운명을 떠안고 살아가는지도 몰라. (205페이지)

 

 

소설 속 주인공 해인과 해인의 엄마 혜진, 안나와 안나의 엄마 정인은 모두 사랑을 갈구했지만 자신이 받은 상처를 고스란히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밖에 없는 이들이었다. 그럼에도 그 사랑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은 건 그들만의 사랑법이기 때문이다. 사랑 때문에 아파했지만, 자신이 살아가는 방법,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에 대해 자신만의 방법을 깨우쳤기 때문일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나코 - 2014 제3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공간 3부작
김기창 지음 / 민음사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밤에 느끼는 가을 바람이 제법 차갑다. 옷깃을 여미고 움츠려드는 건 어쩔수 없다. 나이가 들수록 가을 바람이 더 차갑게 느껴지고, 스산한 바람이 부는때면, 내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나 뒤돌아보곤 한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지나고보면 그때 좀더 열심히 살걸 하는 후회가 드는 건 어쩔수 없다. 다시 젊어질수도 없고,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젊음이 부러운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감정이 들더라. 이런 느낌은 비단 나 뿐만 아닐것이다.

 

가을 바람처럼 스산한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을 만났다. 민음사의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해 등단한 작가 김기창의 『모나코』란 작품이다. 가질만큼 재산도 가지고 있고, 넓은 집에서 여유롭게 살고 있는 노인이 있다. 노인에게는 청소도 해주고 음식도 해주며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동생처럼, 딸처럼 살갑게 챙기는 덕이라는 여자가 있다. 오랜 시간을 함께 돌보며 지내온 탓인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기도 하다. 노인은 어느 날 산책중에 한 여자를 보았다. 미혼모로 수녀들이 머물고 있는 곳에 있는 진이라는 여자였다.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알수 없는 노인은 생애 마지막 사랑에 빠진 듯 하다. 진을 위해 저녁을 준비하고 진을 애타게 기다리는 노인의 모습은 이십대의 마음 못지않다.

 

노인이 되면 저절로 죽음을 준비하게 될까? 다가오는 죽음을 향해 비웃음을 날리지는 않을까.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재산을 뚝 떼어 아들들에게 나눠주었지만, 아들들의 얼굴도 마주할 수 없다. 가사 도우미를 하는 덕이와 진을 애타게 바라보는 노인의 모습은 스산한 가을바람과도 같다. 흔히 혼자 고독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고독사'라고 한다. 노인의 고독사는 사회문제로 번지기까지 했다. 오늘 저녁에 죽을지도 모르는 노인, 어쩌면 내일까지 숨을 쉬며 살아있는게 행복일수도 있는 일임을 매일 깨닫는 일은 슬픔이기도 하다. 진에게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진을 바라보는 그 마음 하나로도 행복임을 알게 된 노인의 마음이 아프다.

 

 

 

가진 게 많은 노인답게 노인은 시니컬하다. 자신의 죽음에 대처하는 방법도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던듯 하다. 나는 아무것도 강요 안 할 거야. 약속도 할 수 없어. 너는 미혼모에 예의도 없고 바보 같아도 나는 지금이 늘 최대치고 한계야. (111페이지) 삶의 마지막에서야 살아갈 이유를 깨닫지만, 노인이 진이 원하는 것을 다 줄 수는 없었다. 얼마나 더 살 수 있느냐는 진의 질문에 내일 죽을거야 라는 말을 할수 밖에 없었다. 진과 함께 있는 오늘이 생의 가장 큰 기쁨이었음을. 진이 떠나고 난뒤 진을 잃어버렸음을 알고 목숨을 놓은 건 아니었는지.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모나코』는 그가 가고 싶었던 모나코의 한 카지노였다. 모든 돈을 잃어버릴수도 있는 곳이지만, 그곳에서 노인이 베팅한 것은 돈이 아니라 수명임을 상상했다. 쓸쓸히 죽어가는 노인은 책 속에서 이름도 없다. 나이도 확실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이웃의 노인들처럼 그저 한낱 이름없는 노인일 뿐이었다.

 

 

쓸쓸했다. 그럼에도 노인이 진과 혹은 덕이와 혹은 캐리어 할머니에게 말하는 모습은 과히 나쁘지 않았다. 시니컬하게 내뱉는 말투에서 우리는 슬며시 입가를 늘이기도 한다. 그에게 무언가를 주기보다는 받으려고만 했던 사람들의 이중적인 모습은 어쩌면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했다. 쓸쓸해진 마음때문에 마지막 책장을 덮어놓지 못했던 책이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