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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세기
캐런 톰슨 워커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며칠전에 뉴스에서는 일본의 나가노현
온타케산의 화산 폭발로 인해 몇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화산폭발을 감지하지 못해 예보가 없었기에 그 사상자가 더욱 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인천에 지진이 있었다고도 했다. 최근의 기후를 보면 예전과 다르게 불안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 사계절이 있다고 하던 우리나라의
기후도 마찬가지이다. 해일이 생겨 도시가 잠기는 것도 그렇고, 미국의 남동부를 강타한 토네이도로 인해 많은 사상자가 생긴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것은 기후의 변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과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이 모든 이유가 지구의 환경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지구는 안전한가에
대한 불안감이나 의문이 생길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듯 의문을 가질수 밖에 없는
일이 자꾸 일어나고 있는데, 언젠가는 일어날수도 있는 미래의 일이 아닐까 하는 책을 만났다. 캐런 톰슨 워커의 『기적의 세기』라는 소설이다.
소설에서는 열한 살의 소녀 줄리아가 지구의 자전 속도에 변화가 생겨 하루가 사십 시간으로 늘어났던 일 년간의 일들을 이야기한다.
맨처음 그들의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하늘의 새들이 땅으로 떨어진 일이 발생했을때부터 였다. 하루의 시간이 6분 정도씩 늘어나는 현상을 그들은 '슬로잉'이라고 부르게 됐다.
어른들은 지구의 종말이 왔다며 물건을 사재기 하고, 지하실을 파는등 미래에 대해 불안해 했지만, 열한 살의 줄리아는 그저 자기에게 친구가 없다는
사실에 관심있을 뿐이었다. 단짝 친구인 해나의 부재가 불안했고, 학교에서 외톨이로 지내는 것에 대해 불안했다. 아직 밋밋한 가슴 때문에
브래지어를 할수 없다는 것과 관심있는 남자아이 세스가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것에 관심있을 뿐이었다.
하루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자
정부에서는 태양이 더 있는 시간이 길어져도 시계대로 생활하자는 '클락 타임'제를 실시하게 되었고, 학교나 직장을 시간 대로 움직이게 했다. 이에
반해 일부에서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행동하는 '리얼 타임'에 맞춰 생활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기후의 변화, 지구의 변화에 따라 줄리아의
가정에도 변화가 생겨났다. 엄마는 '슬로잉 증후군'에 시달렸고, 아빠는 이웃집 피아노 선생님을 만나는 것 같았다.
슬로잉이 시작된 후 사람들의
운명과 삶이 바뀌었다고 책 속의 줄리아는 말하고 있었다. 캘리포니아가 고향이 아닌 사람들은 캘리포니아를 떠난 사람이 많았고, 리얼 타임을
생활화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있는 사막으로의 이전도 생겨났다. 또한 슬로잉은 사람들의 외모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클락 타임으로 살아가는 마흔
살의 엄마가 갑자기 늙어버리는 모습과 이와 대조적으로 리얼 타임 생활을 하는 이웃집 실비아 선생님이 아름다운 외모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에도
변화가 생겨났던 것이다. 시계가 움직이는대로 살아가는 게 나을까, 아니면 태양의 움직임에 맞춰 태양이 뜨면 일상생활을 하고 태양이 지면 잠을
자는게 나을까. 이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수가 없다.
정말, 지구의 종말은 올까?
얼마의 시간이 지난후에 일어날 일일 수도 있는가. 사람은 기후의 변화에 따라 생체 리듬이 달라지는 것 같다. SF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우리에게
다가올 현실적인 이야기일수도 있다는 것에 소설이 마냥 재미있지만은 않았다. 지구의 자전 속도는 원래의 속도로 되돌아 올것인가, 아니면 계속
40여시간을 진행중에 있을까.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가 마지막 먹은 농산물이었음을 오랜 시간이 지난뒤에야 깨달았다. 줄리아의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이 많이 사라졌음에도 줄리아는 학교에 다니고,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지구의 종말이 다가와도 사람들은
나이를 먹을 것이며, 늙어가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일상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후의 줄리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라는
상상을 해보았다. 좋아했던 세스와도 연락이 끊기고, 칠판으로 햇볕을 차단한 오래전부터 살아왔던 집에서 줄리아는 누구와 함께 그 시간들을 견디고
있을까. 어두어질때만 밖을 내다보는 줄리아의 무표정한 모습이 그려진다. 아주 행복하지만은 않겠구나. 그럼에도 행복을 느끼는 존재가 줄리아의 곁에
머물고 있음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