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자전거여행 - 전2권 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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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보다는 소설을 더 좋아하지만, 내가 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작가에게 더 가까이 가고자 함이다. 작가의 마음속 깊은 심연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일이기에. 좋아하는 작가의 에세이가 나오면 대부분 구입해서 읽고는 한다. 그동안 김훈 작가는 나에게 어려운 작가, 꼼꼼하고도 날카로운 필치로 글을 쓰는 작가로 남아 있었다. 어느 날 『자전거 여행』이라는 에세이집을 알게 되었다. 책은 품절이었다. 아마도 출판사 '생각의 나무'의 사정이 생겨 품절이 되었는지 알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문학동네에서 새로운 편집으로 거듭났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물론 자전거를 타지도 못하겠지만, 멀리 하는 여행에서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기란 너무 힘든 일이 될 것이므로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김훈 작가의 『자전거 여행』은 쉽게 책장을 넘기며 읽을 수 없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문장을 몇 번이고 곱씹는다. 짧은 문장들이 이어지는 그의 문장들에 눈을 뗄 수 없었다.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문장 속 깊은 의미를 파악하느라 나는 김훈의 책을 아주 천천히 읽었다. 천천히 읽어도 책을 읽는 기쁨이 컸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을 보라. 너무 아름다운 문장에 나는 이 문장들을 몇 번이고 되뇌었다.

 

자전거를 저어서 나아갈 때 풍경은 흘러와 마음에 스민다. 스미는 풍경은 머무르지 않고 닥치고 스쳐서 불려가는데, 그때 풍경을 받아내는 것이 몸인지 마음인지 구별되지 않는다. 풍경은 바람과도 같다. 방한복을 벗어버리고 반바지와 티셔츠로 봄의 산하를 달릴 때 몸은 바람 속으로 넓어지고 마음은 풍경 속으로 건너간다. 나는 몸과 마음의 풍경이 만나고 또 갈라서는 그 언저리에서 나의 모국어가 돋아나기를 바란다. (2권, 12페이지)

 

 

 

저어기, 전남 여수의 돌산도에서부터 강원도 고성에 이르기까지 그의 자전거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그 곳의 역사를 알 수 있다. 마치 그의 육성으로 듣는 듯, 그가 설명하는 역사에 우리는 귀를 기울이듯 그의 문장들을 읽는다. 위의 글에서처럼 그의 아름다운 문장들과 함께 그 곳의 풍경이 마음속에 깊이 스며듬을 느끼는 것이다. 스미다, 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데, 김훈 작가도 자전거 여행을 하며 가슴속에 스미는 풍경들을 느꼈던 듯 하다.

 

양수리의 두물머리 물가에서 태어났던 다산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매부 등의 숨결이 묻혀있는 곳의 이야기를 할때 우리는 저절로 김훈 작가가 쓴 작품 『흑산』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다산의 치욕은 침묵 속에 잠겨 있다.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은 치욕이 아니라 그가 한평생 간직했던 침묵이다. 치욕은 생애의 중요한 부분이고, 침묵은 역사의 일부다. (1권, 172페이지)

 

전북 군산 옥구 염전에서 소금을 대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그가 소금에 대해 말하는 문장을 보면, 햇볕과 바다의 정수가 소금 알 속에서 고요해야 한다. 대체로 알이 굵은 소금이 고요한 소금이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염전의 물이 흔들리는 날에는 좋은 소금을 거둘 수가 없다. 소금의 안정이 흔들려서 소금 알이 잘아지고 쓴맛이 완전히 빠져나가지 않는다. (1권, 213페이지) 염전 근처에 여행을 가면 30킬로그램 소금을 한 포대씩 구매해 오곤 하는데, 소금 알이 굵은게 좋은 소금인줄 몰랐다. 소금은 크기와 상관없이 다 좋은 소금인줄 알았지.

 

 

 

남도의 여행지중 내가 방문 했던 부분을 읽을때는 반가움이 앞섰고, 내가 미처 가보지 못했던 부분을 읽을때는 메모를 해 가면서 읽었다. 책은 새로운 곳으로의 안내자다. 여행서적은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동경을, 여행을 계획하려고 하는 이들에게는 계획서가 된다. 전부터 가고 싶었던 지역을 다시 꼽았다. 메모지에 메모해놓고 책 맨 앞장에 붙여놓았다. 메모해 놓은, 내가 올 겨울에 가고 싶은 여행지는 안동 하회마을, 도산서원, 병산서원, 부석사 무량수전 등이다. 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이지만, 거리가 멀기도 하고 일정이 맞지 않아 늘 미뤄두었던 곳인데 올해에는 꼭 가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파주부분에서는 오랜만에 이승복 동상을 보고는 감회에 젖었다. 초등학교 다닐때 어느 초등학교난 이승복 동상이 운동장 쪽에 있어서 북한의 잔혹성에 대한 반공교육을 일깨우곤 했었다. 요즘엔 북한과의 사이가 좋아져 이승복 동상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 또한 아픈 과거이리라.

 

『자전거 여행』은 김훈 작가와 사진작가 이강빈이 함께 자전거로 여행한 곳이다. 아름다운 문장으로 된 글은 김훈 작가가 썼지만, 책 속의 풍경 사진은 이강빈 사진작가의 솜씨이다. 산악 자전거를 끌고 피곤함을 무릅쓰고서 자전거로 달렸을 그 거리에서 수많은 땀을 흘렸을 것이다. 그의 땀내 물씬 나는 글을 읽었다. 그의 땀방울이 여러 문장으로 되어 우리에게 책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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