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 잘 알 수 없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알고 친하게 지내도, 그 사람이 보여주고 싶은 면을 볼 것이며 그 사람이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그저 짐작만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짐작이니만큼 틀릴 확률도 높다. 내 앞에선 널 사랑해 라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벗어나고 싶어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면과 그렇지 않은 면이 아주 다른 말을 할 수도 있고, 내 경험에 비추어 '저 행동은 저것을 의미할 것이다' 추측해본들, 다른 사람은 내가 아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나와 같다고 생각해서 혹은 나랑은 다르다고 생각해서 종종 실수를 한다. 애시당초 '이럴 것이다', '이러지 않을 것이다'라는 내 짐작 따위로 말을 하는 것은 별로 좋은 끝을 볼 수 없다. 다만 '어쩌면 이런 게 아닐까' 조심스레 접근할 수 있을 뿐.



사랑은 물론이고 모든 감정들이 바깥으로 말해져야 알 수 있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말하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 함부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사만 삼촌은 독재정부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잡혀가 감옥에 갇히고 거기에서 아주 유능한 기자를 만난다. 그런데 그 기자는 '어딘가 바보처럼' 매일 같은 만화방송을 본다. 저사람은 정상이 아닌가보다, 저 뛰어난 사람이 왜저러나, 생각했던 그에게, 그 기자는 만화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자신의 아내라고 말한다. 감옥에 갇혀있어서 떨어져있는 아내의 목소리를 이렇게 매일 듣는다는 것.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한심한 만화를 매일 보는거지? 설마 저 등장인물들 중의 한 명의 목소리가 아내의 것일까? 저 사람의 아내는 성우인 걸까?' 까지 어떻게 사고가 나아갈 수 있느냐 말이다. 아무도 거기까진 못갈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을 직접 경험해봤으므로 혹여 똑같은 상황이 생긴다면,



'아 저 사람이 매일 저 만화를 보는 데는 어떤 개인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야'


라고는 추측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내 편견에서 오는, 내 무지에서 오는 사고의 한계를 한 번 깼으니까.





목소리는 무엇일까.

목소리가 좋아서 사랑했는지 사랑했는데 목소리가 좋은건지, 어떤게 먼저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 사람의 목소리가 좋아 매일 듣고 지내던 날들에, 수시로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이렇게 목소리만 듣고 살아도 세상 행복하다'고.

그것은 목소리 자체가 준 행복일 수도 있지만, 그 목소리 안에 내가 사랑하는 감정과 나를 사랑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들어있다는 걸 내가 알기 때문에 온 평온과 안정일 수 있을 것이다.


저 기자는 감옥에서 내내 혼자 아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순수하게 아내를 생각했을 것이고, 또한, 아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자신에 대한 아내의 사랑과 아내에 대한 자신의 사랑, 사소한 말 한마디와 그것을 발음하던 입의 모양 같은 것들을 떠올리면서 과거의 그들에게로 그리고 현재의 그리움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목소리는 그저 목소리이기도 하지만, 그저 목소리라고 하기에는 더 큰, 더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라면. 목소리가 그리움을 불러내고 목소리가 행복을 느끼게 한다. 한 때 나는 목소리로 충만함과 충족함을 느꼈다. 별 거 아닌 말을 주고 받는 것 뿐이었지만, 내 목소리가 그에게 닿고 그의 목소리가 내게 닿는 그 순간들을, 순간과 순간이 이어져 하루가 되고 일 년이 되는 그 모든 과정들을 나는 사랑했다. 그래서,




환하고 따뜻한데도, 눈이 부실만큼 빛이 내리쬐는데도 아팠던 날이 떠올랐다.



수십번, 그 상황으로 나를 다시 돌려놓는다. 그 아팠던 날로. 생각만 해도 너무 아파 고개를 젓고 얼른 떨궈내려 하지만, 나는 어김없이 또 그 날로 돌아간다. 나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왜 그 때 내게 남은 선택지는 행복과 불행이 아니라, 그 쉬운 선택지가 아니라, '많이 아플지도 모르고', '더 많이 아플지도 모를' 그 두 가지의 선택지였나. 내가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왜 나는 '뭐가 더 아플까'를 생각해야 했을까. 옆에 있으면서 밀려나는 게 좋을까 아예 옆에 없는 게 좋을까. 왜 선택지는 고작 이 따위여야 했나. 결국 '이게 차라리 덜 아프지 않을까'를 선택했는데, 아직까지도 그것이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을까를 수시로 의심해야 한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건, 나는 세컨드가 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거였다. 언제나 김경미 시인의 시를 부르짖으며 그렇게 살겠다 했건만, 세상 모두에게 세컨드가 될 거라고 다짐에 다짐을 했는데, 그리고 그렇게 되는 것이 더 자유롭다고 생각해왔고 그래서 그렇게 살아왔는데, 그건 내가 세상을 세컨드로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세컨드라 생각하는 모든 것들에 있어서 나 역시 세컨드가 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내게 상처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면, 나는 결코 세컨드가 될 수 없었다. 그럴 때는 차라리 버려지는 게 나았다. 길가의 이름없는 돌맹이가 되는 편이 나았다. 세컨드가 될 바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겠어. 





나는야 세컨드 1


                                                           김경미


누구를 만나든 나는 그들의 세컨드다
,라고 생각하고자 한다
부모든 남편이든 친구든
봄날 드라이브 나가자던 자든 여자든
그러니까 나는 저들의 세컨드야, 다짐한다
아니, 강변의 모텔의 주차장 같은
숨겨놓은 우윳빛 살결의
세컨드,가 아니라 그냥 영어로 두번째,
첫번째가 아닌, 순수하게 수학적인
세컨드, 그러니까 이번, 이 아니라 늘 다음, 인
언제나 나중, 인 홍길동 같은 서자, 인 변방, 인
부적합, 인 그러니까 결국 꼴지,


그러니까 세컨드의 법칙을 아시는지
삶이 본처인 양 목 졸라도 결코 목숨 놓지 말 것
일상더러 자고 가라고 애원하지 말 것
적자생존을 믿지 말 것 세컨드, 속에서라야
정직함 비로소 처절하니
진실의 아름다움, 그리고 흡반, 생의 뇌관은,
가 있게 마련이다 더욱 그곳에
그러므로 자주 새끼손가락을 슬쩍슬쩍 올리며
조용히 웃곤 할 것 밀교인 듯


나는야 세상의 이거야 이거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은 몹시 아름다운 책이다. 이란에서 혁명을 이끌던 부모로부터 태어난 소녀가 프랑스로 망명을 가고, 어린 시절에 프랑스어를 배우며 그 문화에 적응해야 했던 당혹감과 아픔이 그대로 묻어난다. 모국을 놓지 않으려 했다가 모국어를 내팽개쳤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모국어를 끌어 안게 되는 과정이 조용하게 그려지는데, 프랑스의 자유와 이란의 압박 사이에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가를 갈등하는 매순간들이 안타까웠다. 성인이 되어 이란으로 돌아가서는 '다시는 프랑스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부르짖었지만 결국 프랑스로 돌아가고 그 후에 중국에서도 터키에서도 충동적으로 살아보게 되는 걸 보면서, 이 작가의 책에 쓰여지지 않은 삶에는 얼마나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싶었다.

이 책은 '소설'이지만, 등장인물의 삶에서 그대로 작가를 엿볼 수 있다. 그녀가 대학에서 비교문학을 전공하고 이란의 시를 논문의 대상으로 선택하게 되는 과정에서는 운명의 흐름이란 걸 느꼈다.



우리는 모두 방황했다.

우리는 모두 방황한다.

우리는 모두 방황할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짧게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길게 방황이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결국 우리는 어디가 우리의 자리인지, 어디가 우리의 '제자리'인지를 알게 되지 않을까. 나는 이 책속의 작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힘든 과정을 거쳐 결국은 제자리를 찾아갔다고 본다. 어쩌면 인생에 정해진 제자리는 없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있다면, 여기가 나의 제자리일 것이다. 언제나 내가 생각하고 말해왔던 것처럼, 시간은 우리가 있어야 할 곳으로 우리를 데려다 놓을 것이다. 그리고 가끔은 나의 제자리가 당신의 제자리와 맞닿기를 희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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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vis 2018-04-20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번 글이 너무 좋아서..
저도 이 시를 넘나 좋아해서..
눈물이 막 날라고 하네요

다락방 2018-04-23 10:37   좋아요 0 | URL
으으으 클래비스님, 좋다고 해주셔서, 클래비스님께 좋게 읽혀서 다행입니다.
눈물이 막 날라고 하면 눈물을 막 흘립시다.
저도 요즘 너무 눈물이 많아져서요 ㅠㅠ

clavis 2018-04-20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다면
저는 첫째로 목소리를 꼽습니다

인간의 목소리로 그의 지성과 인성과 그 외 많은 것을 가늠할 수 있다고 발성과 공명이라는 책에서 보았다고 아버지가 전에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런면에서 락방님 아카데미 1기 수료자인 저는 세상 좋았습니다 락방님 목소리가효~

다락방 2018-04-23 10:38   좋아요 1 | URL
저는 그간 목소리에 딱히 어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었는데요, 언젠가부터 목소리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더라고요. 목소리를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싫어할 수는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제 목소리를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클래비스님. 흙흙. 비오는 날인데 클래비스님의 댓글이 기쁨을 주는군교. 흙흙 ㅜㅜ

blanca 2018-04-21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고마워요. 이 책 꼭 읽어볼게요.

다락방 2018-04-23 10:38   좋아요 0 | URL
네, 블랑카님. 블랑카님이 정말 좋아하실 것 같은 그런 책이에요!
 
섹시함은 분만실에 두고 왔습니다
야마다 모모코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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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과 육아에 대한 공감을 우선 얻고 싶은 사람에게는 추천,
활자를 사랑해서 그것들을 ‘읽고‘ 싶었던 사람에게는 비추천.
딱 SNS용으로 적절해서 ‘읽는다‘는 말이 무색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솔직한 출산*육아일기를 보고 알기를 바라고 이 책은 거기에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내게는 맞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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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약속도 없고 일정도 없었던 날이라 얼른 집에 가서 쉬어야지, 했다. 며칠전부터 먹고 싶었던 알리오올리오를 만들고 싶었지만, 나란 사람, 간단한 요리를 해도 부엌 초토화에 시간만 오래 걸리는 사람, 그정도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은 날이라 패쓰하고, 그냥 간단하게 저녁을 먹자, 라고 생각했다. 떡볶이, 떡볶이를 먹자, 생각하다가 어? 며칠전에 남동생이 동네에 떡볶이집 새로 생겼다고 말했던 게 기억나는 거다. 나는 잽싸게 검색했는데, 맛집이라 소문난 곳이었다. 즉석떡볶이 재료를 포장해 팔기도 한다더라. 그래 좋다. 오늘은 이 재료를 그대로 사가서, 나란 사람, 떡볶이도 맛없게 만드는 사람이니, 주는대로 가져다 그냥 끓여먹자, 하고는 떡볶이 집으로 향했다. 체크카드로 계산해야지, 하고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려는데, 어라? 지갑이 안보인다?!


침착하자.


나는 역순으로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그래, 마지막에 프린터 밑에, 거기 뒀던 것 같아. 그리고 시간을 보았다. 모두가 퇴근했을 시간이었다. 그래, 사무실 문도 다 잠겼으니 지갑은 안전할거야. 지금 당장 급한 건 떡볶이값 계산인데, 그건 스마트폰 케이스에 있는 신용카드로 계산하면 돼. 지갑은 무사할거야. 하루쯤인데 뭐. 집에 들어가는 키는, 그냥 벨 눌러서 아빠한테 열어달라고 하 면 돼. 하루쯤인데, 사무실이 가장 안전한 장소야. 그래, 오늘 하루 보내는 건 문제 없어. 지하철이나 버스안에서 잃어버린 것도 아니고, 사무실에 있는 거 내가 알잖아. 안전할거야.



그렇게 나는 떡볶이를 포장해서 집으로 향했다. 향하면서,



자꾸 지갑 생각이 났다.



지금 다시 회사로 가서 가져올까? 아, 그렇지만... 왕복 세시간인데... 오늘 하룻밤을 그렇게 망칠 수 없어. 지치고 피곤한 날, 에너지도 딸리는 날인데 어떻게 그래. 그래, 하룻밤인데 뭐 어때, 지갑은 괜찮을거야. 만약 잃어버린다면? 음..카드 쓰면 문자 오니까 알 수 있을거야. 여권도 아니잖아. 여권이라면 당장 큰 문제지만 지갑이야 뭐....지갑 안에 뭐가 있지? 현금...없지.(응?) 카드는..쓰면 문자 올거고.... 그리고 사진....



사진...

사진.......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잃어버리고 싶지 않아 ㅠㅠ 나는 조금 다급해졌다. 그리고 지갑은? 지갑 자체를 다시 사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 지갑은.... '그' 지갑이잖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초조해졌다. 집에 거의 도착할 무렵,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면서 이제 나는 자책하는 모드로 바뀌었다.



어떻게 그 지갑을, 그렇게 소중하다고 하면서 까먹고 올 수가 있어? 어떻게 안 챙길 수가 있어? 말이돼? 이제 신경질이 났다. 어떻게 그래, 어떻게? 그거 잃어버리면 진짜 어떡할거냐고!!!!


하는 마음이 되어서는,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며, 수시로 초록불이 되었는지를 확인하며,



내가 .. 지갑을 놓고 올 사람이야?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하고는 가방을 다시 뒤졌는데, 거기에,



지갑이 있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갑자기 눈물이 핑- 고여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쓰다가 또 눈물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결국은 지갑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이야기.



휴.....




집에 와 떡볶이에 곁들어 맥주를 조금 홀짝이다가 설거지를 하고, 주말 여행에 필요한 짐을 약간 챙기고, 방 안으로 들어가 내 앞으로 온 책 택배상자를 풀었다. 책은 네 권밖에 들지 않았는데 5만원은 넘는 한 박스였다. 와인잔을 가장 먼저 꺼내 으음, 마음에 든다 생각하고 독서대를 꺼내서는 '역시 두 개 더 받아서 조카들 줘야지' 생각했다. 그리고 책들을 꺼냈는데.. 헐..하루키책, 넘나 너무하네요....


















구매하면서 64페이지라는 걸 보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64페이지에 13,000원... 책 뒷날개를 보니 '카트 멘시크'라는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가 삽화를 그린 모양인데 아마도 책값은 그래서 높아진 게 아닌가 싶다. 작가에게 인세도 줘야하고 카트 멘시크에게도 일러스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니까. 그래, 아는데, 그래도... 야, 이건 좀....


그렇지만 무릇 책이란 무엇인가. 책이란 그 내용으로 말하는 게 아니던가. 그리고 하루키가 누구던가. 내가 애정해마지않는 작가가 아니던가. 글이 좋다면 이 모든 걸 다 커버칠 수 있다! 나는 이 가벼운 책을 들고 침대에 가 앉았다. 정말로 순식간에 책을 다 읽고서는,



음.........................................



서점 가서 훑어보고 오라고, 그래도 된다고 말하고 싶지만, 전국의 책 관련 업무를 하는 분들에 대한 예의는 아니..겠지.... 음...... 너무..너무하네요......... 어쨌든.




이 책 속의 여자는 스무살 자신의 생일에 겪었던 조금은 특별한 일에 대해 상대에게 얘기한다. 자신이 근무하던 레스토랑의 사장에게 저녁을 차려 갖다 주었는데, '너는 참 친절하구나 소원이 뭐니? 소원을 들어줄게' 했다는 것.



"나로서는, 아가씨, 자네에게 뭔가 생일 선물을 주고 싶어. 스무 살 생일 같은 특별한 날에는 특별한 기념품이 필요하지, 뭐니 뭐니 해도."

그녀는 당황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신경 쓰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저는 윗사람이 하라고 해서 식사를 가져온 것뿐이니까요."

노인은 손바닥을 앞으로 향하고 두 손을 펼쳤다. "아니, 아니, 자네야말로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선물이라고 해도 형태가 있는 것이 아니야.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그게 말이지……." 그는 두 손을 책상 위에 놓으며 말했다. 그리고 한 차례 천천히 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그게 말이지, 나는 자네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은 것이라네, 귀여운 요정 아가씨. 자네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싶어. 무엇이든 좋아. 어떤 소원이라도 상관없어. 물론 자네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렇다는 얘기네만."

"소원?" 그녀는 메마른 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소원. 아가씨, 자네가 원하는 것 말이야. 만일 그런 소원이 있다면 한 가지만 이루어지게 해주겠네. 그것이 내가 줄 수 있는 생일 선물이야. 하지만 딱 한 가지니까 신중하게 잘 생각하는 게 좋아." 노인은 공중에 손가락 하나를 치켜들었다. "딱 한 가지야.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도 도로 물릴 수는 없다네." (p.38-41)




와- 이것은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왔던 것이 아닌가. 누가 나타나서 내 소원을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 하는 것 말이다. 어릴 때 <모래요정 바람돌이>란 만화를 재미있게 봤던 기억도 떠올랐다. 하루에 한 가지 바람돌이 선물, 한가지의 소원만 들어주는 것. 나는 이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 기적같아서, 그리고 이 순간의 신비한 힘은 정말로 실현될 것 같아서, 신중하게 소원을 말하고 싶어졌다. 책 속의 여주인공이 무엇을 바라는지와는 별개로, 순수하게 내가 되어버린 거다.



자, 나는 무슨 소원을 빌지?




사랑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같이 있고 싶은 사람과 같이 있게 되는 것.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게 해주는 것. 이런 소원이라면 어떨까? 그렇다면, 내 인생이 조금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 거다. 그러자 이내, '니콜 키드먼'주연의 영화 《그녀는 요술쟁이 Bewitched, 2005》 가 생각났다. 마녀인 니콜 키드먼이 사랑하는 남자가 있는데, 또다른 마녀인 엄마에게 그 얘기를 하자 엄마가 '그가 너를 사랑하도록 해줄게' 하고 마법을 부리는 거다. 그러자 그 남자가 정말로 니콜 키드먼에게 아주 달콤한, 사랑을 퍼부어주는 남자가 된다. 그러나 니콜 키드먼의 행복은 잠시, 이것은 아니다, 라는 생각이 그녀를 사로잡게 된다. 그래서 엄마에게 찾아가, 마법 전으로 그를 돌려놓으라고 말한다. 그가 내게 사랑을 속삭이는 건 너무 달콤해서 이 순간을 깨고 싶지는 않지만 그러나 이건 진짜가 아니라고, 나는 진짜가 아닌 사랑을 받고 싶지 않다고. 그래서 엄마는 그에게 걸었던 마법을 푼다.

















이 영화 생각이 나면서 나는 그 때의 니콜 키드먼을 백프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누군가가 내 소원을 들어줄 수 있고, 그 신비한 힘으로 '그가 나를 사랑하게 해준다'면, 내가 마냥 그 사랑에 기뻐할 수 있을까? 내가 행복할까? 나는 몇 번을 되물어도 '아니'라는 답을 하게 되는 거다. 그것은 리얼 럽, 트루 럽이 아니잖아. 그가 사랑하는 건 내가 아니라, 단순히 그는 누군가의 힘에 좌우되는 것 뿐이잖아. 노. 싫어. 나는 그런식으로, 휘둘리는 사랑속에 나를 놓고 싶지 않아. 차라리 혼자인 나를 택하겠어. 억지로 그렇게 되어서 나를 사랑하는 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네. 아니, 나는 차라리 혼자를 택하겠다. 그래, 이럴 때 누군가 들어주겠다는 소원에 '그가 나를 사랑하게 해주세요' 같은 건 바라지 말자.









그러자 다음에는 '돈' 생각이 났다. '부자가 되게 해주세요!'는 어때? 이건 좋을까?

그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돈이 내 돈이 아니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할 것 같은 거다. 내가 노동을 해서 벌게된 돈이라면 '이 돈은 내돈이다' 라고 할 수 있지만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돈이라면, 나는 신나서 쓸 수 있을까? 나는 내게 물었는데, 아니라고 답했다. 그런 식으로 부자가 되고 싶진 않다. 물론 내가 로또를 사서 당첨이 된다면, 그건 다른 문제다. 갑자기 눈앞의 노인이 내게 돈을 준다? 나는 너무 찝찝할 것 같아. 라고 쓰지만 막상 돈 주면 덥썩- 받아버릴지도 모르지만... 그래, 돈도 안되겠다. 돈도 바라지 말자. 들어주겠다는 소원에 돈을 얘기하진 말자.



그렇다면 뭐가 좋을까? 곰곰 생각해보니, '바랄 게 없다'는 답이 나왔다. 원하는 게 없어서가 아니라, 그런 식으로 뭔가를 바라고 이루어지는 것은 온당하지 못한 것 같아서. 그러니까 만약 내 앞의 노인이 '좋아 그걸 들어줄게' 해서 내 소원을 들어줘버리면, 우주의 어떤 룰, 어떤 흐름이 깨져버릴 것 같은 거다. 사랑이든 돈이든 또 그게 뭐든, 지금의 내 상황을 지금과 달라져버리게 만든다면, 내가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이상,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 혹은 먼 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어떻게든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었던 거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그렇다면 거기엔 누군가가 덩달아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가 맞닥뜨리지 않아도 좋을 나쁜 일을 만나게 되는 건 아닐까 싶은거지. 사람이 살다보면 좋은 일도 또 나쁜 일도 만날 수 있지만, 그것은 우주의 흐름에서 생길 수 있는 어떤 일들이라면, 거기에 내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고 싶지 않은 거다. 사랑을 쟁취하고 싶다면 내가 그에게 다정해지고, 돈을 벌고 싶다면 내가 노동을 하면 된다, 이런식으로 누군가의 마법이 인생에 등장하지는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나의 친절함에 당신이 보답하고 싶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 것이라면, 내게 받은 친절을 다른 사람에게 베푸세요.



내가 바라는 건 그게 전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앞에 놓일 운명에 내가 당당하게 걸어 들어가는거지. 운명을 피할 수 없다면 그대여 그 운명에 당당하게 맞서라! 내가 사랑하고 내가 노동을 하겠어!








어제 집에 가는 길 엄마랑 통화를 하는데(우리 놀러갈 때 와인을 여기서 사가는 게 낫지 않겠니?, 어 그럴거야) 옆에서 조카들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 아무나 좀 바꿔줘봐, 했더니 아홉살 조카가 전화를 받았어.


"이모"

"악 타미야~~~~~~~~~"

"이모, 나 어제 할머니랑 받아쓰기 연습했거든."

"응!"

"네 번 했는데 세 번은 구십점 받고 한 번은 백점 받았어."

"우와 잘했네!"

"오늘도 받아쓰기 연습 했거든."

"응!"

"백 점 받았어."

"우와 우리 타미 너무 잘한다!"



진짜 아무것도 아닌 얘기, 받아쓰기 연습 했다는 얘긴데, 나는 뭐가 이렇게 얘가 귀엽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귀여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완전 사랑해 귀여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냥 말만 해도 귀엽고, 말을 안해도 귀엽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존재 자체가 그냥 귀염귀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존재 자체만으로 귀여워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그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무한애정,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애정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경이로운가. 그리고 얼마나 큰 복인가! 살면서 그런 사람을 단 한 명이라도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 가족이라고 그게 당연한 것이 아닌데, 내게는 이런 대상이 있다. 어쩌면 그래서 나는 노인의 '너의 소원은 뭐니?'에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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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8-04-18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스러운 다락방님과 타미^^ 맞아요. 단지 가족이라고 무한사랑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데, 저역시 그런 존재가 있어서 참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귀염둥이들ㅠㅠ;;

그런데 저는 다락방님과 달리 꽤 음침한 분위기로-_- 소원은 됐어요 라고 대답할 것 같아요. (소근-_-;)왜 그 있잖습니까. 원숭이 손 이야기. 무섭ㅠㅠ;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생각에-_-

지갑이 가방안에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얼마나 애가 쓰이셨을까 토닥~♡

다락방 2018-04-19 07:56   좋아요 0 | URL
그렇죠, 문나잇님. 가족이라고 무한사랑의 대상이 되진 않는데, 이토록 무한사랑을 뿜뿜할 수 있는 존재가 세상에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축복받은 삶이란 생각이 들어요. 사랑을 받는 것도 기쁘지만 사랑을 주는 것 역시 큰 기쁨이니까요. 저는 조카들이 뭐 먹을 때 너무 좋아서 미치겠더라고요. 더 맛있는 것 더 좋은 것 계속 먹이고 싶고 그래요. 먹는 거 보고 이쁠 때는 ‘아 내가 얘네들을 정말 사랑하는구나‘ 싶어요. 맛있는 거 사주고 싶은 게 사랑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소원을 들어주는 것은 말씀하신 것처럼 음침한 기운도 좀 있긴 한 것 같아요. 대체 당신은 어떤 힘을 가진 존재이길래 내 소원을 이루어줄 수 있단 말인가..단순히 내 친절에 대한 보답이라기엔 너무 큰 게 아닌가. 분명 무언가를 더 가져갈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지요. 그럴 수도 있을것 같아요. 역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쪽이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는 길인 것 같습니다.

네, 지갑이 가방 안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우엉 ㅠㅠ (안도의 울음)

비연 2018-04-18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재 자체만으로 귀여워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백퍼 동감.
저도 제 조카 (이젠 중학생이라 징그럽게 커버렸지만 ㅎㅎ)가 있어서 넘 좋답니다..^^

다락방 2018-04-19 07:57   좋아요 0 | URL
저는 근데 첫조카 세 살 때가 아직도 계속 생각나요. 지금도 예쁘고 사랑스럽고 너무나 좋지만 세살 때가 진짜 환상의 존재였단 생각이 지금도 들어서 ㅋㅋㅋ 세살 때를 저 혼자 막 그리워하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사랑을 알게 해준 고마운 대상이에요, 조카들은!

세실 2018-04-18 2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갑이 가방에 들어 있다니ㅎ
은근 덜렁쟁이 다락방님. 인간적인 매력이 퐁퐁 납니다.
저는 얼마전에 굉장히 아끼는 지갑을 잃어버린 거예요. 어찌나 속상한지... 다행스럽게 꿈이었어용. 생생해서 한동안 망연자실ㅎ

제 소원은 많은데...
퍼팩트하신 다락방님^^

다락방 2018-04-19 07:58   좋아요 0 | URL
지갑을 잃어버리면 되게 많은 것들이 번거로워지잖아요. 카드 분실신고에 신분증 다시 신청해야 하고... 그런데 저는 지갑 자체에 의미도 있어서 그걸 잃어버린다는 생각에 너무 끔찍했어요. 다행히도 가방 안에 있었고, 세실님 역시 다행히도 꿈이었네요. 어휴...

회사 직원에게 저 책 내용 얘기해주고 너는 무슨 소원을 빌겠니? 물었더니 대뜸 로또당첨 이라고 하더라고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2019-09-07 0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kjh7506 2019-09-07 0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까지 로또를 하면서 로또1등이 한번도된적도없었습니다 로또를 한번이라도 되어서 저희 아들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남들한테 제가가난하다고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살기싫습니다 로또가빨리 1등이 되어서 좋은 아파트에서 이사를 가서 남들한테 손가락질 받지않고 큰소리 펑펑 치면서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로또1등이 되어서 저희아들 여행도 가고 좋은 음식 먹고싶고 또 우리아들이 돈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버스데이 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카트 멘쉬크 그림,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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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로도 소프트웨어로도 너무 너무함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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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8-04-18 0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ㅠㅠ 결국엔 사게 되겠지만 미리 실망ㅠㅠ;

2018-04-18 0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18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4-18 11:51   좋아요 0 | URL
네네 저도 와인잔 추천드려요. 와인잔 괜찮더라고요. 하핫. 와인잔에 만족합니다. 책은 불만족이지만 ^^;;

비연 2018-04-18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왠지 그럴 것 같아 안 사고 있었던 1人 ㅜ

다락방 2018-04-18 17:49   좋아요 0 | URL
와인잔을 사고 책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1인 입니다.....

비연 2018-04-19 00:00   좋아요 0 | URL
아하........
 

너무나 일하기 싫은 오후에는 책 수다를 좀 떨어보자.
















최근에 미모미모미모미모미모미모미모만 주야장천 삶의 진리인 줄 아는 사람과 계속 대화를 했더니 '그게 아니야!'를 부르짖고 싶어졌다. 그러나 삶의 중심과 기준이 미모라면 거기에 내가 무슨말을 덧댈 수 있을까 싶어, 나는 가만,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다.

마침 그동안 갖고 싶었던 독서대가 굿즈로 나왔어! 그러니 책을 사세, 책을 사!!


라지만, 오늘 집에 가면 이미 독서대가 포함된 책이 한 박스가 와있을 것이고!


사랑..뭘까?

독서대 예뻐서 조카들 하나씩 주고 싶고, 그러면 15만원어치의 책을 사야해....인생....Orz


아, 물론 전자책 3만원이어도 독서대는 주는 것. 나는 왜 예쁘고 좋은 게 있으면 꼭 조카들 것까지 받고 싶은 걸까. 왜죠? 이런 게 사랑인거죠..


사랑이죠..

사랑입니다...




그래서!

전자책은 무엇이 있나! 보다가, 여러분, 이런 게 있다?

















아니, 왜 저렇게 월든 하나 딱 보이나. 그러니까 친절한 제가 캡쳐해와 보자면, 이런 것!




펭귄클래식 30권세트가....39,600원............. 지금 뭔가 전자책 쿠폰도 있으니 엄청 저렴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리스트를 보니, 이미 내가 가지고 있거나 읽은 걸 빼면... 10권만 살아남는다...




아 너무나 일하기 싫다...




가부장제 관련된 책을 읽어보고 싶은데, 가부장제 란 검색어를 넣고 검색해보면 가장 위에 뜨는 책이, 딱히 평이 좋은 것 같지가 않고,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떨까 싶어서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사실... 이 책에 대해서 주절주절 수다를 떨고 싶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지만 제목 때문에 사기를 망설이는 트윗을 다다닥 날렸더니, 다정한 친구가 '내가 사줄게~' 하고는 슝- 날려준 책. 이 책은 좋은 책이라 볼 수도 없고 ..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도 아니다. 그러나 중간까지 읽기 시작햇던 느낌과 다르게 결말로 갈수록 나는 몹시 혼란해졌다. 그리고 뭐랄까..복잡해진 것. 그런데 그 얘기를 하자면, 너무나 내밀해지는 거다. 내가 어디까지 쓰고 어디서부터 감춰야할까를 고민하다보니 시간만 흐르고 이 책에 대해 말하지 못한 채로 지나가버렸어... 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여러가지것들이 내 취향과 맞질 않아서 '읽고 팔자' 했는데, 읽을수록 막 ... 마음이 복잡해셔저 아직 책장에 꽂아두고는 이래저래 살펴보고 있다... 내가 만약 페이퍼로 못 써낸다면, 나의 세번째 책 쯤에는 꼭 이 책에 대한 얘기를 해야겠다, 생각만 하고 있는 참인데, 책의 감상이란 것이, 나로 말하자면, 바로바로 쓰지 않으면.... 생생한 감정이.... 나올 수 있지. 다시 읽으면 되지, 뭐.


간단하게만 얘기하자면(이라고 시작하지만 간단해질지는 모르겠다),



6년간 사귀었던 남자가 너무 바람둥이라는 걸 뒤늦게 알고 여자는 그 남자와도 헤어지고 다른 지역으로 가 다른 직장에 취업한다. 당연하게도 그녀는 능력이 너무나 출중한 이십대 후반의 여자. 그런 여자가 새로운 지역에 온 것을 축하할 겸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것을 응원할 겸 친구들과 클럽에 가서 술을 마시고 파티를 하는데, 거기서 엄청 섹시하고 잘생기고 멋진 남자를 만나서 충동적인 섹스를 하게 되는 거다. 그렇다. 공개된 자리, 클럽의 2층, 언제든 누군가 지나갈 수 있는 곳에서....


이 작가는 지난 번 책에서도 그렇게 충동적으로 아무데서나 섹스를 해서 나를 스트레스 받게 하더니 이번에 또 그래... 게다가 이번 여자는 그런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취향으로 나온다. 또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는 취향이야. 여러가지로 마음에 안드는 설정이 수두룩한데,


참 마음 거시기 해지는게,



여자와 남자가 섹스가 잘 맞는다는 걸 알고는 '매일 금요일에 섹스만 하는' 사이가 되자고 여자가 남자에게 제안을 하는 거다. 조건이 있는데 같이 잠은 자지 않기, 데이트 하지 않기, 다른 연애 상대는 만들지 않기 인 것. 여자가 섹스를 너무 잘하니까 남자도 거기에 응하는데, 그런데 섹스가... 할 때마다 너무 좋은 거다. 너무 좋아서 둘다 미칠것 같고,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지도 않으면서 서로의 육체와 섹스가 너무 만족스럽고, 그러다 어쩌다 나누는 대화도 상대를 웃게 하고 마음 따뜻해지는 것. 자꾸만 '좋다', '좋다' 하게되는 거다. 그러다 '오늘은 같이 있고 싶다'같은 마음이 자라게 되고, 그래서 결국 다정한 사이가 되어버리고 만다는 것이 큰 줄거리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빌딩 옥상에 돗자리 깔고 섹스하고 빈 창고에서 섹스하고..뭐 그런 거 나오지만. -0-



연인관계라는 게, 나는, 오래 알고 지내오면서 서서히 사랑과 신뢰가 싹트는 편이 오래 가고 단단한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 편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육체관계는 신뢰나 애정이 담보된 후에 오는 게 대부분일텐데, 간혹 이렇게 육체관계가 먼저 찾아올 때가 있다. 상대에 대해 아직 많이 알지도 못하는데, 심지어 오늘 처음 만났는데, 그런데 너무 자고 싶어지는 거지. 그럴 경우 또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생기는데, '오늘 봤는데 어떻게 자냐' 하고 세이 굿바이 할 수도 있고, '오늘 자고 싶으니 자자' 했다가 세이 굿바이 할 수도 있고, '오늘 잤는데 또 잠만 자자' 하고 다음에 만날 수도 있고.. 여하튼 그런데, 문제는,


정서적 유대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상대와 성적인 교감이 처음부터 막 파바바박 해. 나는 성인이고, 욕망이 있는 사람이고, 너도 날 원하고 나도 널 원해? 좋아, 그렇다면 우리는 오늘밤 단둘이서 깊게 깊게 보내자, 하게 되었는데... 이것만으로도 사실 기쁜 일상을 보내는 게 아닌가. 그런데... 너무 좋아? 그래서 또 자? 또 너무 좋아? 그래서 얘기도 좀 해봤어? 헐. 그런데 얘기하니까 더 좋아..............................................몸만 잘 맞는 줄 알았더니 대화는 완전 미친듯이 잘 통해. 와-



이런 건 대박 아닌가....그런데......... 뭐, 그렇다는 거다.



아... 간단하게 할라 그랬으니까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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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4-17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 중에서, 회사에서 몰래몰래 섹스하면서 자꾸 속옷을 찢어발기는 남자와 여자가 이곳저곳에서 쉼없이 섹스하다가 사랑에 골인하는 책 이야기가 생각나는데,

혹시 같은 작가??

다락방 2018-04-17 16:32   좋아요 0 | URL
오오!! 딩동댕!! 맞아요, 그 작가가 이 작가입니다!!
이 책에서 첫섹스 당시에 여자가 팬티 벗은 걸 잊고 그냥 가요.
이 작가는 진짜 무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팬티가 너무 싫은가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그 작품 [잘생긴 개자식]과 연작 시리즈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주가 그 여주 친구 ^^

단발머리 2018-04-17 16:40   좋아요 0 | URL
그나저나 진짜 이 분은 다락방 아카데미 1기 맞네요.
다락방님 페이퍼에 대한 기억이 아주 정확해요.
다락방 아카데미 1기 수석인가봐~~~^^

다락방 2018-04-17 16:44   좋아요 0 | URL
syo 님은 그러니까, 기억력이 아주 대단한 젊은이인 것입니다!! ㅎㅎㅎㅎㅎ
칭찬해 칭찬해 몹시 칭찬해!!

syo 2018-04-17 16:48   좋아요 0 | URL
기억력이라는 것은 모름지기 애정에 기반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단발머리님이 제가 다락방 아카데미 1기라는 것을 기억하고 계신 대목에서 syo에 대한 단발머리님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것이지요. 에헴.🤓

그나저나 기억력은 좋은지 몰라도 시력은 별론가봐요. ˝잘생긴 개자식˝이 ˝개생긴 잘자식˝으로 보였다.....

다락방 2018-04-17 16:5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단발머리님의 syo 님에 대한 애정 다 들통났다. 다 들켰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제 공개적 애정으로 바꿔야 할 때입니다. (응?)

시력이 별로여서라기 보다는, syo 님이 개를 몹시 사랑하기 때문에 개를 먼저 보신 게 아닐까요?

단발머리 2018-04-18 07:26   좋아요 0 | URL
조금 늦었지만....

고..고...고백해도 될까요?
여기 syo님의 아카데미 주인장 서재에서......?!?

다락방 2018-04-18 08:42   좋아요 0 | URL
물론입니다! 고백하세요! 애정은 표현하는 겁니다!!! (어쩐지 부르짖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8-04-17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잘생긴 개자식]이 [낯선 살냄새]의 전작인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장난 아니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원래 저는 이 방에서 딱.....
펭귄 클래식 이북을 살까요 말까요,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하려다가...
잘생긴 개자식한테 졌네요.
잘생긴 개자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04-17 16:43   좋아요 0 | URL
네, 그러합니다! 저도 이 작가가 그 작가구나, 알긴 했지만 연작인줄은 모르고 봤어요. 후훗. 잘생긴 개자식들의 주인공들은, 이 책에서 약혼한 사이고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네 웃겨요 아주 그냥. ‘니네 맥주집에서 키스했어?‘, ‘니네 회사 계단에서 했다며?‘ 막 이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펭귄 클래식 이북, 이번 기회에 질러버려욧! ㅎㅎ
저는 안겹치는 게 열 권뿐이라 패쓰.

chaeg 2018-04-17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슝- 사준 친구분은 정말 ^^b.. 그리고 독서대는 (아니 조카는) 사랑입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18-04-18 08:46   좋아요 1 | URL
독서대도 사랑이고(응?) 조카도 사랑이죠(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을 사준 친구도 사랑이고 말입니다. 하핫. 사랑이 넘치는 세상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