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로서 미 대선이 초미의 관심사였기 때문에 오랜만에 웹 서핑을 했다. 누가 이기길 바랐느냐면 물론 힐러리였다. 하지만 원체 힐러리 지지자였던 건 아니고, 샌더스 지지자였다. 우회경로로 정치헌금을 했다.

 

대선이 끝나고 세계는 멘붕이었다.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던 힐러리의 패배 때문이었다. 트럼프발 경제 노이즈가 해일처럼 세계를 휩쓸었고, 현지에서는 트럼프 당선 반대 시위까지 일어나는 중이다.

 

당연한 일이었고, 그 와중에 재미있는 건 힐러리와 트럼프의 선악구도다. 언론은 무슨 프로레슬링 중계하듯 힐러리에게 선역을, 트럼프에게 악역을 맡긴다. 유독 한국 언론이 그랬다. ? 그래야 잘 팔리니까. 클릭 수 늘어나니까. 거지같은 포르노 배너라도 하나 더 받을 수 있으니까. 가십성 기사에 파묻혀서 제대로 된 그들의 정책분석기사 한 줄을 읽기가 그렇게 힘들었다. 댓글들은 뭐 당연히 가관도 아니었고.

 

선거가 끝나고 친구가 무슨 트위터 캡쳐를 보내줬다. “힐러리 클린턴이 진다 아마 지구상에서 살아있는- 정치하는 여자들 중 가장 대단한 여자일텐데 그런 여자가 어디에나 있는 쓰레기 강간범 남자한테 진다. 여자들한테는 조국도 없고 이민갈 나라도 없고 정의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어이가 없지만 이 정도는 양반이다. 트위터니 블로그 링크들을 타보면 다 이런 식이다.

 

세상에, 정말 그렇게 믿는 건가. 선택할 것이 둘 밖에 없었기 때문에 힐러리를 지지했던 거 아니었어이런 순박한 감상주의덜 떨어진 안목, 대책없는 패배주의에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힐러리가 무슨 소수자의 친구고, 빈자들의 언니이며, 세계 평화의 수호자인가. 부정할 수 없는 미 패권주의자이고, 더러운 월가의 자금으로(특히 소로스) 선거를 치렀으며, 이라크와 시리아를 전쟁과 파국으로 몰고 간 원흉이다. 양식적인 페미니스트 코스프레 좋은데, 그와 샌더스 중 누가 진국이었는지는 선거전 양상을 되짚어보면 알 수 있다. 현지 페미니스트들은 누구를 지지했는가.

 

누군가에게 이 선거는 712일에 끝났다. 사실 정의는 그 시점에 종언을 고했고, 그 이후는 차악을 선택하기 위한 싸움이었을 뿐이다. 솔직히 나의 투자성향에 비추어 봤을 때는 샌더스보다 힐러리가 훨씬 나았다. 힐러리 집권기의 미국과 세계경제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혼탁하고 더러울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 편이 투자자들에게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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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치즈 2016-11-11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힐러리의 패배에 마음 깊이 슬퍼했던 저로서는 이 글이 무척 공격적으로 느껴지네요. 힐러리가 무결점인 여신이기 때문에 그 패배가 슬펐던 게 아닙니다. 힐러리와 동일한 스펙에, 동일한 정도로 부패한 남자 후보였어도 과연 트럼프와 선거 기간 내내 비등비등하게 싸우고, 결국 졌을까 싶은 의심이 들기 때문에 슬픈 거예요. 힐러리가 여자이기 때문에 진 것은 아닐 겁니다. 분명 다른 이유도 많이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여자이기 때문에 덜 득표한 것 만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파워풀한 사람을 뽑는 자리에서, 여자라는 요인이 미미할지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자체가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그런 안타까움을 패배주의와 천박한 감상주의로 매도하는 말미잘님의 태도는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말미잘님이 샌더스를 지지할 때는 분명한 이유와 정치적 철학이 있었을 것입니다. 힐러리를 지지하는 사람들 역시 그렇습니다. 힐러리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그들의 사상이 말미잘님의 그것보다 천박한 것으로 취급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뷰리풀말미잘 2016-11-11 17:4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누드치즈님. 정확한 사실을 알 수는 없지만 저도 힐러리가 여자이기 때문에 득표수가 적어졌을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총 득표수로는 힐러리가 0.2%차이로 트럼프보다 많은 표를 득표했죠. 트럼프가 백인 남자들에게 많은 표를 받았듯, 힐러리도 여성들에게 많은 표를 받은 것도 사실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로 쉽게 나타나지 않은 유리장벽이 힐러리의 더욱 유리한 고지 선점을 막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안타까운 일이고 저도 그 부분에 분노합니다. 그러나 선거에 나오는 사람들은 다 저마다 극복해야 하는 장애물이 있을겁니다. 샌더스에게는 정치와 결탁한 자본주의의 장벽이었죠. 그 흔한 수퍼팩 하나 없었고요. 힐러리는 이게 전혀 어렵지 않았습니다. 뭐 그렇습니다.

저는 안타까움을 매도한 것이 아니라, 언론이 만든 프레임에 휩쓸리고 놀아나는 세태를 한탄스럽게 생각했을 뿐입니다. 저의 안타까움은 힐러리가 정의롭게 행동하지 못했고, 더욱 새로운 비젼을 제시해 주지 못했기 때문에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의 열망을 짓뭉개지 않았나 하는 점에 있습니다. 글이 뾰족했던 건, 바쁜 와중에 휘갈기느라..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나쁜 애죠. 저 때문에 상처를 받으셨다면 다시 한 번 사과드릴게요.

누드치즈 2016-11-11 17:5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마다 극복해야 하는 장애물이 있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샌더스가 마주친 장애물은 샌더스가 태어나면서부터 숙명적으로 짊어지고 있었으며 무슨 수를 쓰더라도 벗어날 수 없는 특성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지요. 개인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특성이 장애물이 된다는 점이 저를 분노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모두 장애물을 가지고 있으니 성별이 장애물이라는 게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는 듯한 말미잘님의 논조는 핵심을 묘하게 빗나가 있습니다. 말미잘님이 나쁜 애라는 건 아니예요. 상처받은 건 사실이지만요.

뷰리풀말미잘 2016-11-11 18:17   좋아요 1 | URL
핵심적인 부분은 아니지만 수퍼팩과 성차별을 기계적으로 병치시킨 건 사려 깊지 않은 논리였어요. : ) 다만 찌라시들이 떠들어대는 것처럼 힐러리가 약자라는 건, 힐러리에게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건 오해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봤을 때 힐러리는 거대한 골리앗입니다. 월가를 옆구리에 낀 미국 정치계의 거물이고, 민주당의 대부죠. 사실 구태 정치의 상징적 존재 중 한명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힐러리의 패배를 상식의 패배와 동일시하는 세태가 이상스럽다는 겁니다.

상처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리겠습니다. 조금 전에 지마켓에서 석고대죄용 멍석도 주문했습니다. 감상주의에 ‘천박한’은 삭제하겠습니다. 사실 천박한 건 제 손가락이었어요.

ㅇㅇ 2016-11-11 21:3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힐러리는 여성인권을 말할자격도 없고 유리천장론을 말할자격도없습니다 자신의 성별을 이용해서
정치적인 표 확보에만 신경을쓰는 행보를 보였지 약자인 여성에대한 진정성이 전혀없습니다 애초에 성별만 여자지 소수자와 정말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있는 저소득 저학력 여성들의 인권에 전혀관심이없습니다

https://namu.wiki/w/%ED%9E%90%EB%9F%AC%EB%A6%AC%20%ED%81%B4%EB%A6%B0%ED%84%B4

2.4번 항목을 끝까지 읽어보세요 힐러리가 여성인권을 논하는게 구역질나는 헛소리라는걸알수있습니다 차마 쓰기도 더럽네 힐러리가 자신의 고객을 위해 변호했던 재판의 피해자는 12살이였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437&aid=0000044030

뷰리풀말미잘 2016-11-11 23:28   좋아요 0 | URL
가진 것들 중에 최선의 패를 골라야 하는데 그나마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라 정치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카드놀이라면 액면 그대로 보이기나 하죠.

선거는 끝났고 이제는 힐러리-트럼프 구도가 은폐하는 디테일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국이 끝났으면 복기를 해야죠. 다음번에는 더 멀쩡한 사람들을 그 자리에 세우기 위해서요.

금요일 밤입니다. 정치 얘기를 하기에는 아까운 시간이죠. 야참은 드셨습니까. : )

LAYLA 2016-11-11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며 힐러리에겐 좆이 없어 졌다고 분노하던 사람들이 플레이 보이 출신의 누드나 찍던 여자가 영부인이라니 세상 말세라고 할때 아 네..싶었습니다.

뷰리풀말미잘 2016-11-11 23:26   좋아요 0 | URL
앗, 라일라님 오랜만! 여성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 정치적이고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이런 저런 프레임이 덧씌워진 여성상을 만들어 놓고 그게 레얼이라고 착각하는 자들인거네요. 여성차별적 사회에서 나쁜남자들이 개념없이 하던 짓들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고추의 유무와 상관없이 그게 한남충이죠. 아오!

LAYLA 2016-11-14 02:16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 아닌게..댓글은 안남겨도 미잘님의 글은 늘 보고 있답니다 호호호

뷰리풀말미잘 2016-11-14 10:52   좋아요 0 | URL
 



I don't need sex! 

Because the government fucks me every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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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16-11-08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성욕이 생기지 않는다 했다.

한수철 2016-11-08 17:01   좋아요 0 | URL
저는 빨리 광대짓 좀 하면서 살고 싶네요. 이런 분위기에서는....

뷰리풀말미잘 2016-11-08 21:38   좋아요 0 | URL
네 어휴 참. 돌려돌려 나라꼴!

컨디션 2016-11-08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욕 식욕 다시(아니 좀더^^) 회복해서 광장으로 가야죠. 저는 지방중에서도 최지방이라, 더구나 생업이 생업인지라(농사일에 치이다보니) 멀리서나마..

뷰리풀말미잘 2016-11-08 21:49   좋아요 0 | URL
정치에 노관심이고 세 사람 이상 모이는데 안 가는 주의지만 이번주에는 한번 나가볼까 해요. 컨디션님 몫까지 힘써볼까 합니다. 그럼 방화와 무장봉기 중에서 하나만 골라주세요.
 

꿈을 꿨다.

 

#. 1

 

수용소였다. 섬인 듯 했다. 그 곳에서 자의로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오래된 학교처럼 아무 인상도 없는 무뚝뚝한 시멘트 건물 여러 동이 듬성듬성 있었다. 수용된 자들은 성별과 나이를 가리지 않았다. 그들 중 어린아이나 노인이 아닌 자들은 모두 노역에 동원되었다대여섯 명에 한명 씩 감시자가 붙었다. 나는 순응적인 인간이었다. 소처럼 일했다. 구령을 넣어가며 삽을 떴다. 

 

노역이 끝나고, K(잘 아는 사람이다) 수용소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나는 먼발치에서 K를 발견하고 뒤따라갔다. 반갑게 인사를 할 요량이었던가. 하지만 나보다 먼저 그를 맞이한 건  불량한 패거리였다. K는 후미진 곳으로 끌려가 잔혹하게 폭행당했다. 나는 숨어 그 모습을 봤지만, 나서지 못했다. 녀석들이 자리를 뜨고, 비척이며 일어선 K는 의무실로 갔다. 나는 시간이 한참 지날 때 까지 그 앞에 나타날 수 없었다.

 

며칠 지났던 것 같다. 내가 의무실로 찾아갔을 때, K는 병상에 앉아있었다. 내 얼굴을 본 K는 울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누나가, 누나가 나쁜 짓을 당하고 있어.”

 

K의 친누나, R(역시 잘 아는 사람이다)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그를 추슬러 앞세웠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인가. K는 나를 멀리 떨어진 구석의 창고로 데리고 갔다. 창고는 오래된 학교의 목공실처럼 생겼다. 쇠사슬로 대충 양쪽 문고리를 감아 놓은 철문 앞에서 전의 그 패거리가 비쭉 열린 틈으로 걸레자루 같은 것을 쑤석거리고 있었다.

 

뭐지. 나는 최대한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내가 본 것은.

 

나체로 개처럼 엎드린 R의 나신이었다. 그녀는 정신이 붕괴된 듯 했다. 온 몸의 피가 차갑게 식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리고, 혈관이 좁아져 손발이 차가워졌다, 아드레날린이 폭발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한 녀석이 철문을 기어올라가 위에서 R을 내려다 봤다. 어느새 나는 녀석의 바지춤을 잡고 맨 땅에 내리꽂고 있었다. 시멘트 바닥에 처박혀 으깨진 녀석을 걷어차고 짓밟았다. 아무런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을 때 까지.

 

걷어차는 발에 생기가 걸리지 않자, 잊고 있던 공포가 고개를 들었다. 나는 사람을 죽였다.

 

어느새 다른 녀석들은 도망가고 없었고, K는 멀찍이서 질려 떨고 있었다. “잘 들어, 너는 이 자리에 없었어. 이쪽으로 걸어가. 넌 그냥 걷고 있었던 거야. 알겠니?” 나는 K의 등을 떠밀어 창고의 반대편으로 보냈다. 그리고 그가 걸어 간 반대 방향을 따라갔다. 다리가 풀려 걷기가 어려웠다.

 

 

#. 2

 

곧, 지나가던 소녀를 만났다. “, 저기 사람이 하나 쓰러져 있는 것 같아. 누군가에게 알려야 할 것 같은데. 내가 다리가 불편하구나.”

 

소녀는 그 쪽으로 다다다 뛰어가더니 널브러진 녀석을 먼발치에서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다시 나를 앞질러 뛰어갔다. 소녀는 말 할 사람을 찾으러 두리번거렸지만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하고 오래된 분교처럼 생긴 수용동으로 들어갔다. 그 복도를 뛰어가 직원인듯한 여자에게 사람이 죽어있다고 말 했다.

 

그 순간 아이의 엄마인 듯한 여인이 아이를 낚아챘다. 여인은 표독스러웠다. 그것은 곤궁한 삶에서 맨 손으로 활로를 헤집어가며 단련된 날카로움이었다. “너 그 얘기 누구한테 들었어.” 아이는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손가락을 펴 나를 지목할 새도 없이 아이의 엄마는 화를 발칵 냈다. “이 미친년아, 니가 왜 그걸 말하고 다녀!”

 

그녀는 정확하게 상황을 꿰뚫고 있었다. 나는 내가 사람을 죽였다고 내 입으로 말 할 수 없어 소녀를 이용했다. 그게 사실이다. 이제 마음이 급해졌다. 지목당하기 전에 이 복도를 빠져나가야 했다. 복도는 길었고, 소녀는 재빨랐다. 날 찾아 이쪽으로 곧장 달려온 소녀는 놀라운 탄력으로 뛰어올라 멱살을 그러잡고 빽 소리를 질렀다. “이 씹팔새끼가 나를 속여!” 악을 쓰는 소녀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모로 돌리고 소녀를 떼어내려고 했지만, 완력이 여간한 것이 아니었다.

 

그 작은 손아귀에서도, 허름한 수용동에서도, 알 수 없는 섬과 그 기묘한 세계에서도 나는 도망칠 수 없어 전전긍긍했다.

 

새벽 다섯 시 십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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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는 악몽처럼 연결된
    from 공음미문 2016-10-31 08:22 
    이 혹독한 2월에 어찌 춥지 않았을까? 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말했다. "얘야, 나 좀 볼래, 착하지. 아저씨가 눈이 안 좋단다. 지독한 근시라서 편지 넣는 구멍을 못 찾을 것 같구나. 저기 있는 우체통에 나 대신 편지 좀 넣어줄래." 쪼그리고 있던 아이가 나를 보더니 일어섰다. 투명하리만치 창백한, 버기 드물게 예쁜 작은 얼굴이었다. 아이는 편지를 받아 들고 긴 속눈썹을 꿈틀하더니 경이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우체통으로 달
 
 
컨디션 2016-10-31 0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놀랍네요. 꿈 내용도 내용이지만, 아무리 선명한 악몽이어도, 꿈이라는 게, 다시 되짚듯이 머릿속으로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데 이렇게 기록까지.. 그것도 너무나 풍부한 표현을 담아 물 흐르듯이 재생을!..

뷰리풀말미잘 2016-10-31 00:32   좋아요 2 | URL
모든 꿈은 꾸는 이유가 있죠. 저는 꿈을 무의식과의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꿈이 보여준 것들을 적어놨다가(안 적으면 금방 휘발되거나 왜곡되어 버리거든요) 시간 날 때 되새겨보면서 생각하고, 해석하면서 스스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가련할 때도 있고 기특할 때도 있고 하고 뭐, 그렇습니다. : )



AgalmA 2016-10-31 0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뷰티풀말미잘님~ 실례가 되지 않길 바라며^^; 이 글에 떠오르는 소설이 있어 먼댓글을 썼습니다/

뷰리풀말미잘 2016-10-31 10:17   좋아요 1 | URL
♥Agalma♥
 
2016.10.12. 의자 마련

#. 1

    

 

추사가 말년에 은거하며 글 쓰고 그림 그리던 곳이 과지초당이다. ‘과천 땅에 풀로 엮은 집이라는 뜻인데, 풀로 엮긴 뭘 풀로 엮어. 추사 패밀리가 한창 잘 나갈 때 지은 곳으로 정원에 연못이 딸린 럭셔리 별장이다. 그 양반은 영면할 장소로 여기를 택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고양이 빌딩'을 지어 책을 저장한다. 창문에 커다란 고양이 스티커가 붙어있다. 장서가 몇 만권이라던가. 여기서 다카시는 주옥같은 원고를 썼다. 그는 방광암이 재발해서 곧 죽을 것 같은데, 그래도 나는 그와 그의 서재를 오래 기억할 것이다.

 

 

 

붉은 돼지님의 서재 이름은 '사의재'다. 다산이 유배생활 하던 주막에 그런 이름을 붙였던 걸로 기억한다. '네 가지를 마땅히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었던 것 같은데, 역시 서재 이름라면 뭔가 의미심장해야 의미심장한 것 같다

 

    

 

돼지님 페이퍼에 따르면 장석주 시인은 집 한 채 규모의 서재, '수졸재'를 지었다는데 찾아보니, 쩔어! 근데 부부가 시 써서 이런 서재를 지을 수 있나. 얼마 전 친구에게 만나지 말아야 할 남자의 부류로는 흑인, 걸인, 시인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그렇다면 시인은 취소해야 할 것 같다.

 

#. 2

 

  

나도 작은 서재를 가지고 있다. ‘You’re yeah‘. ’유어예游於藝.

 

이 말을 논어 옹야편에서 발견했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어도-도에 뜻을 두고(志於道), 거어덕-덕에 의거하고(據於德), 의어인-인에 의지하며(依於仁), 유어예-예에서 노닐어라(游於藝)."

 

여기 흔들의자에 앉아서 흔들흔들 하며 책을 읽는다. 사실은 바닥에 쭉 엎드려서 읽기도 하고, 누워서 읽기도 한다. 솔까말 앉아서 읽다가 엎드려서 읽다가 누워서 읽는 코스다. 추사도 그랬을 거다. 아무리 지체가 높은들 어찌 허리 꼿꼿이 펴고 몇 시간씩 책을 읽을 수 있겠나.

 

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은 따사롭지 않아도 좋다. 그거슨 책과 미모에 모두 치명적이니까.

 

 

#. 3

 

서재는 아니고 책과 잡다한 것들이 같이 쌓여있는 방이 하나 더 있다. 이 반만 서재의 이름은 노동 2. 책은 곧, 노동이기 때문이다. 사는 것도, 읽는 것도, 쓰는 것도. 노동 2호는 장차 대도서관으로 육성할 생각이다. 하지만 이곳은 은밀한 곳으로, 공개하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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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6-10-28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레날린과 엔돌핀을 동시에 자극하는 글이네요.

뷰리풀말미잘 2016-10-28 14:00   좋아요 0 | URL
그럼 인슐린은요? 안드로젠은요? 히히. 글고 어디 성장호르몬 팍팍 샘솟는 글 보셨으면 공유좀..

cyrus 2016-10-28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달부터 겨울로 들어서면, 전기장판에 배 깔고 책 읽는 시간이 많아져요. 이불 밖으로 나가기 귀찮아집니다. ^^

뷰리풀말미잘 2016-10-28 18:15   좋아요 0 | URL
전기장판, 귤, 책 삼신기만 갖추면 겨울 끄떡없죠. ㅎㅎ

붉은돼지 2016-10-28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멋! 왠 자주보던 돼지가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ㅎㅎㅎㅎㅎ
사진은 장석주 시인의 수졸재가 아니라 수졸재 옆에 한 채 더 지었다는 `호접몽` 같아요. 시인으로서는 드문 재력이라 저도 조금 놀랐습니다. 저서가 60권이 넘는다고 하는군요...

소생이 예전에 알라딘 서재 처음 만들 때 마침 정약용 관련 책을 읽고 있어서 아무 생각없이 서재이름을 `사의재`라고 지었는데 소생에게는 참으로 가당찮은 당호라서 바꾼다 바꾼다 하다가 그냥 지금까지 오게되었습니다..

말미잘님의 `유어예` 는 이름도 참 멋지고 또 깔끔하군요...어째 말미잘스러운 서재를 예상했었는데....ㅎㅎㅎㅎㅎㅎ `노동2호`가 대포동을 거쳐 대도서관으로 거듭 발전하길 앙망합니다.^^ 노동2호 시험발사라도 한번 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만........


뷰리풀말미잘 2016-10-29 00:2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붉은돼지님. 그럼 사진은 다시 찾는대로 바꿀까 합니다. 장석주 시인은 정말 책을 많이 냈네요. 저 정도 일하면 시로도 먹고 살만 해야죠. 그게 맞는 거 같습니다.

사의재는 좋은 이름입니다. 그냥 불림으로 효용이 다 하는 이름보다는 자꾸 뭘 생각하게 하는 이름이 좋아요. 저는 사의재를 지지합니다.

유어예는 정말 멋진 이름이죠. 유어예의 藝는 육예를 말하는데, 각각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를 의미합니다. 서랍엔 악기도 몇개 들어 있고, 숫자에 관련된 책도 제법 있으니 예, 악, 서, 수의 모양 정도는 갖췄다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사(활쏘기)와 어(말타기)는 文이 아니라 武라서, 그걸 도저히 책으로 충족할 방법을 모르겠더군요. 권투 글러브를 한짝 모셔놓은 이유입니다. 상징같은 거죠. 실제로 사용하는 너덜너덜한 장비들은 노동 2호에..

어느날 대도서관이 완성되면, 저는 그 내부를 끊임없이 유랑하다 슬그머니 잊혀지고 싶습니다.
 

 

옛 말에 친아비 장작 패는 데는 안 가도 이붓아비 떡 치는 데는 간다고 했습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콜라죠. 하물며 책이라야!

 

현실문화에서 리뷰 써 주면 책 준대요. 한 달에 두 권이나.

 

님들, 리뷰 껌이잖아요.

 

http://blog.naver.com/hyunsilbook/220843998600

 

 

 

덧: 현실문화랑 저는 1도 관계가 음슴. (여기 책은 좋아함)

덧2: 이벤트 2틀 째인데 지원자 빵명인듯. (그럴 줄 알았음)

덧3: 전 글 쓰는거 시러해서 안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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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16-10-26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네 개만 더 눌러주세요. 많이 보게. 저도 눌러봤는데 자기 글에 좋아요 누를 수 없다네요.. ㅠ_ㅠ

cyrus 2016-10-26 16:29   좋아요 0 | URL
꼼수지만, 비로그인 계정으로 본인 글 `좋아요` 누를 수 있어요.

`오프라인 활동` 조건 보고 포기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이 지방이거든요. ㅠㅠ

뷰리풀말미잘 2016-10-26 16:54   좋아요 2 | URL
안녕하세요 사이러스님.

제가 올린 페이퍼에 책임을 지기 위하야 방금 현실문화랑 통화를 해 보았습니다. 아래 녹취록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뷰말: 나는 알라디너 사이러스님의 대변인이다. 누구신지 아는가.

현실문화: 대인의 우레와 같은 명성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습니다. 이리 대변인님을 뵙자오니 가문의 영광이옵니다.

뷰말: 님께서 이벤트에 참여코저 하시나 거처하시는 곳이 멀어 잡다한 오프모임까지 나가실 수 없다고 하셨다. 아니 괘씸한 일인가!

현실문화: 헉, 번잡한 이벤트로 대인의 마음을 어지럽혀 드렸으니 혼백이 달아나는 듯 망연할 따름이옵니다. 허나 오프라인 모임은 책에 대한 반응을 들어보고자 하는 취지이므로 참가하시는 분의 사정을 고려하여 간단한 피드백 정도를 주시는 걸로 대체 할 수도 있사오니 이점 참작하여 주시옵소서.

뷰말: 알았다. 그렇다면 그렇게 대인께 말씀 올리도록 하겠다.

cyrus 2016-10-26 16:54   좋아요 0 | URL
제가 거물 소리 들을 놈은 아닙니다... ㅎㅎㅎ

SNS 홍보도 해야 하는데, 페북을 안 해요. 그래도 한 번 지원해보죠. 이벤트에 떨어져도 아쉬운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겁니다. 절 팍팍 밀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뷰리풀말미잘 2016-10-26 16:55   좋아요 2 | URL
겸손하신 줄 알고 방금 거물은 뺐는데. 댓글을 딱 달아주셨네요. ㅎㅎ 페북 없어도 서재만 보고서도 모셔갈 듯 합니다.

오거서 2016-10-26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원 조건에 현실문화 도서에 대한 리뷰를 제출하라고 하는군요. 지원자 빵명인 이유를 알 듯. ^^

뷰리풀말미잘 2016-10-26 18:02   좋아요 0 | URL
헐 그러게요. 현실문화 책 리뷰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AgalmA 2017-06-29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덕분은 아닌 거 같지만cyrus님과 AgalmA는 뒷날 2017년 잉문예술덕후 리뷰를 쓰고 있었다고 한다ㅎ 한달에 두 권인데 리뷰 기한 압박이란 게 있어서 은근 스트레스가 쌓여요ㅎ;
저 은근 현실문화 책 읽었고 관심도 있었더라고요~

뷰리풀말미잘 2017-07-03 08:59   좋아요 0 | URL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겠어요. ㅎㅎ

갈마님, 굿모닝! 도대체 현실문화 책 누가 사 읽나 했는데 역시 갈마님이셨군요. 형극의 자갈밭을 걷는 출판사와 한 겨울 인동초와도 같은 독자입니다. 저같은 무지렁이가 보기엔 검은 것은 글씨요 흰 것은 종이라.. 역시 지성은 글렀고 미모나 가꿔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