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태평양의 햇살이 쏟아지는 오오누마의 호수, 낙엽에 적층되는 가을의 빛깔 사이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귓가로 스치는 바람 한 결 한 결이 상쾌하다. 한적한 긴 도로의 옆으로 세상에서 가장 투명하다는 호수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몇 번이고 풍경을 찍으려 뷰파인더에 눈을 가져다 댔으나. 그 선뜻한 아름다움에 자꾸만 카메라를 내려놓게 된다.

 

Thanx to 그믐날, 칠흑같이 어둡던 하코다테 산의 적막. 영혼을 압도할 듯 솟은 삼나무 군락. 유황냄새 가득했던 태풍 속 노보리베츠의 협곡. 그 웅장한 홋카이도의 자연과 자연을 닮은 사람들.

 

벤 스틸러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주인공은 잃어버린 필름을 찾으러 오만 세상을 뒤지다가 마침내 히말라야에서 눈 표범을 찍고 있는 사진작가 숀을 만난다. 망원렌즈를 설치해 놓은 채 눈밭에서 며칠을 기다리던 그는 정작 표범이 나타났을 때 셔터를 누르지 않는다.

 

왜죠?”

 

"어떤 때는 찍지 않아. 아름다운 순간이 오면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지. 그래 바로 저기. 그리고 여기.“

 

"아름다운 것은 관심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지.“

 

 

#. 2

 

관심을 바라는 못생긴 것만 내 카메라에 잔뜩 들어 있는 이유다.

 

    

 

삿포로 시내.

 

서울보다 조금 서늘하다. 여자들은 숄을 두르고 다닌다.  

 

 

그 유명한 '칭기스칸'. 양고기 집. 늦은 시간에도 어찌나 북적거리던지.  

 

 

 

 

 

 

 

 

 

 

 

 

 

 

아사히 팩토리. 얼음판에 볶아(?)주는 아이스크림을 먹은 루리. 온 몸으로 맛을 표현하는 중.

 

 

 

오타루로 가는 길.

 

 

 

 

예쁜 버스를 탐.

 

 

오타루 그 유명한 '오르골당'

 

 

잠깐만 넋을 놓고 있으면 지갑은 금새 앵꼬..

 

 

그 유명한 '카이센동'

 

걍 해물덮밥인데 보통 세 종류 고명이 올라간다. 오타루 인심은 후한 편. 새우, 연어알, 날치알, 키조개 관자, 연어, 한치, 참치에 계란말이와 일본 깻잎. 2000엔 정도의 가격이었고 매우 만족.

 

 

역시, 매우 만족.    

 

메르헨 교차로에서 오타루 운하까지. 이런 오래된 가게가 많다. 대부분 유리공예 전문점이다. 정말 수준 높은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점포다. 여행전문가 김늘보의 추천으로 들어가보게 되었다.

 

 

삼만엔정도 하는 듯.

 

 

 

 

저 구루마에 타고 베일 촥 내려오는 햇을 쓰면 되게 신여성처럼 보이겠지?

 

 

그 유명한 '오타루 운하'

 

 

 

 

"간지나게 찍어봐." 라고 했다.

 

너 화보촬영 온 거 아니잖아.

 

"간지나게!"

 

 

그럭저럭 묵을만 했던 삿포로, 호텔 레솔.



(본 포스팅는 김늘보의 허가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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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5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16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붉은돼지 2015-11-16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리님의 표정연기 좋습니다. ㅋㅋ
2편도 기대할게요^^

뷰리풀말미잘 2015-11-16 14:16   좋아요 0 | URL
네, 다음 편에서는 메소드 연기 폭발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15-11-16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지나게 안찍어도 간지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립다 삿포로 올해 한번 나도 가볼까나~

뷰리풀말미잘 2015-11-16 14:17   좋아요 0 | URL

아, 홋카이도 가 보셨군요 저도 홋카이도가 참 좋아요. 광막하게 펼쳐진 지평선도, 곰 나오는 자연도, 길 물어보면 목적지까지 같이 가주는 착하고 순한 사람들도. 다들 그 지역의 겨울을 얘기하지만 저는 여유 넘치는 가을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요새 유가도 싸졌고, 저가항공사 많아져서 티켓 저렴하게 구하기 쉬워요. 비수기 20만원 정도면 홋카이도 왕복티켓 나옵니다. 간사이 같은덴 부산 가는 거나 비슷하고, 15년 전에 큐수 왕복이 60여 만원 했는데 그 때에 비하면 많이 싸진 거죠.

무해한모리군 2015-11-17 10:42   좋아요 0 | URL
저는 봄에 캠핑하러 가봤어요. 아주 아름다웠어요. 우리랑 기후가 비슷하니까 봄가을이 좋은데 4계절 고르게 관광수입을 유지하려고 겨울이 좋다고 홍보한다는 소문이 있는 지역이지요 ㅋㄷㅋㄷㅋㄷ 걸으러 가야겠어요.

뷰리풀말미잘 2015-11-17 13:40   좋아요 0 | URL
헉, 일본놈들. 역시 그런 음모를 꾸미고 있었군요. 캠핑, 정말 좋겠네요!

세뇨리따 2015-11-22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뷰말님 글이 관심을 바라지 않는건 같은 이치군요. 제가 셀카를 찍지 않는것과 같은 이치겠네요.

월터 미티는 참 촌스러울 법도 했는데, 어쩜 그렇게 사랑스러운 영화로 남았는지.. 전처음에 심술궂은 숀이 싫었고, 히말라야에선 고작 말 몇마디로 영혼을 관통시키는 재치가 뻔뻔하게 느껴져서 더 싫었어요. 그런 예술성이라니.. 반칙이잖아요! 부아가 치밀죠. 마치... 말미잘 같달까요?

같은 아시아 문화권이라 해도, 일본은 뭔가 분명히 독특한 자기만의 색깔이 있고, 문화성이 뚜렷하고 개성이 넘치는데도 정작 한번 가본일도 없이, 괜시리 사진이든 드라마든 볼때마다 아련한 이유를 아직 모르겠어요. 마치 당연한 듯이 언젠가 거기로 `돌아가야` 한다는 느낌. 아직도 상상만 하는 나라입니다만..

슬슬 뷰말님이 후지산 중턱에 삼각대를 놓고 흰담비를 위한 셔터를 기다리면서, 문학적 영감을 제게 주입함으로서 일본으로 초대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은데 말이죠. 취한 헬기 운전사와 참칫배 하나를 구해놓지 않으면 안되겠네요. <Space oddity> 를 흥얼거리면서 날아가도록 하죠.

/ 이번 포스팅은 요약하자면 `루리 루리 하다` 싶달까.. 무슨 느낌인지 아시겠죠?
이러다 루리의 팬덤이 형성되는거 아닌가요? 특히 저 아름다운..매우만족 이라던지 콧구멍이라던지 ㅋㅋ
작가의 기량인지, 모델의 역량인지 `오타루 의 여인`은 작품이네요. 아름답지 않은 것만 담는다더니.. 이래서 예술가들의 능청이란..

뷰리풀말미잘 2015-11-25 11:29   좋아요 0 | URL
관심은 받지 못할 뿐. ㅎㅎ 종종 글을 올리고 혼자서라도 쓰고 지우고 했는데 요새는 글 쓰는 재미가 없네요. 어차피 검색해 보면 남들도 다 한 말, 한 마디 더 보태고 싶지도 않고, 개념을 가공하고 끼워맞추고 하는 작업들이 지루해졌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조립식 장난감에 질리듯 말이죠. 그렇다고 일기장에 쓸 법한 일들로 사이버 공해를 만드는 것도 그닥.

어제는 수면제를 먹지 않았고, 꿈을 많이 꿨어요. 사교적인 편은 아닌데 회사 직원들이랑 모여서 신나게 수다를 떨었죠. 진하고 달착지근한 일본 우유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회사에서 하루에 몇 마디 하지 않는 게 보통인데 그런 꿈을 꾸다니. 혹시 무의식에는 그런 욕망이 내재된 것이 아닐까. 뭐, 그런 생각도 듭니다.

굳이 취한 헬기운전사를 부르실 건 없어요. 멀쩡한 제가 운전을 한다면 비슷한 효과일테니까. Space oddity는 모르는 곡이로군요. 제목으로 봤을 땐 매우 어울리는 곳일 듯. 저는 비 흩날리는 아침에 Marie Digby의 Spell을 들으면서 걸어왔어요. 화음을 넣어가면서 조용히 따라 불렀는데, 아무도 못 들었겠죠. 얼마나 많은, 좋은 노래가 이렇게 허공으로 흩어졌을까요. 세뇨리따님의 찍지 않은 셀카처럼.

세뇨리따 2015-11-30 11:21   좋아요 0 | URL
어디서 들어봤는데.. 한참 고민하다 검색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한때 재밌게 보다 말았던 스몰빌의 삽입곡이었군요. 크리스틴 크룩이라는 여주인공이 어마어마하게 이뻐서 봤더렜죠.

월터가 헬기를 타기 직전 망상에서, 여주인공이 기타를 치면서 불렀던 곡이 space oddity 였어요. 너무 인상적인 노래라 굳이 찾아서 들었는데 원곡의 가사와 느낌이 너무 좋더군요. 특히 가사 내용은 말미잘님이 굉장히 좋아하실것 같다는.. 영화 한편같은 노래였어요.

전 사실 그 비밀일기장이 가장 들춰 보고 싶었달까요? 옜날에 어딘가에 적었던 말미잘의 글과 비슷할까요? 가령 헌책방의 노인이나, 혈관처럼 얽힌 시장길이나, 무게감 넘치는 눈물에 대한 얘기들처럼.. 베껴서 사본으로 만들어 놓고 개인소장 한뒤에 꼭꼭 숨겨 나만 볼수 있게 해놓지 못한것은 천추의 한입니다만, 교양인으로서 차마 요구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참고로 저는 공해사업의 상당수를 지지합니다.

사색이 깊고 식견이 넓으니 혀는 그 신랄한 생각을 따라가지 못하죠. 말미잘은 잡담이라 하지만 명연설 하나가 나왔겠죠. 진하고 달착지근한 일본 우유에 대해서. 늘 잡담하지만 귀로한번쯤 들어보고 싶기도 하네요. 말미잘의 잡담이란..

LAYLA 2015-12-25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봐도 루리는 예쁘네요. 진정 미인입니다.

뷰리풀말미잘 2015-12-27 20:50   좋아요 0 | URL
친척 중 한 분은 부모님의 미모 유전자는 제게, 성격 유전자는 루리에게 몰빵되었다고 증언하셨답니다. (아니, 그 반대던가..) 흥, 아무튼 저와 미적 취향이 다르신 듯..
 

http://star.mt.co.kr/view/stview.php?no=2015110513400709330&type=1&outlink=1



-아이유 동녘 사태 봤나요? [오전 10:03]


-, 뭐 제제가 어쩌고? [오전 10:05]


-네 엄청나네요;; [오전 10:08]

-출판사 페북이 기사화되고 [오전 10:08]

 

-출판사 페북 글 봤엉. [오후 14:21]

-봤엉? ㅋㅋ [오후 14:21]

-물론 아이유와 그녀의 노래가 맘에 들지 않을 수 있엉. [오후 14:21]

-얌전하게 책 읽기 좋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봤을 때 도발적일 수 있다는 거 알앙. [오후 14:21]

-하지만 난 뮤비보다 더 불온한 것은 해석을 독점하려는 태도라고 생각행. [오후 14:21]

-비트겐슈타인이 그랬죠. 책은 쓰인 부분과 쓰이지 않은 부분으로 나뉜다. 컨텍스트에 기대 제제가 어떤 애라고 해석하는 게 반칙은 아니지. [오후 14:22]

-상업적이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는 상업적 목적을 가진 소설이 아닌가[오후 14:22]

-일기인가? [오후 14:22]

-동녁출판사는 그 책 팔아서 돈 안 벌었나? [오후 14:22]

-모르긴 몰라도 저 포스팅, 돈 조금 더 벌기 위한 수단이 1%도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나? [오후 14:23]

-저는 로리타 취향 아니에요. 하지만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는 불타 없어져야 될 책인가요? [오후 14:23]

-최초의 영화로 꼽히는 영화는 100년도 더 된 뤼미에르 형제의 기차의 도착이라고 하죠. 그 영화 첨 나왔을 때 사람들이 진짜 기차가 덮쳐온다고 착각하고 난동을 부렸대요. 그 노이즈 자글자글한 저해상도 그래픽을 현실로 여긴 거죠. 같은 일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네요못난 해석도 해석이라고 생각해요. [오후 14:23]

-어줍잖게 해석을 독점하는 건 박근혜로 충분하다! [오후 14:23]

-이것이 그 쪼꼬만 미시 파시스트들에게 전하고 싶은 나의 입장입니다. [오후 14:23]

 

-그러고보니 나는 저 책을 안읽었네. 제일 친한 친구 이름이 제제이면서도 안읽었어 [오후 14:30]

 

-대박이네. [오후 14:35]

-말미잘일줄 알았는데 제제였다니 [오후 14:35]

-아이유 죽여버려. [오후 14:35]

-생각 바뀜. [오후 14:3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큰잘못했다 내가 [오후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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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뇨리따 2015-11-09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재밌는 모순은
로리타 컴플렉스는 사회적으로 아주 심각한 문제인 반면에, 그 어원이 된
<로리타>의 문학적 가치와 비중은 `아동 포르노 소설 이라는 고약한 그림자를 달고 다니는데도 문학계기 인정한다는 부분이죠.

예술에 선악관과 지고한 도덕적 관념이라는 기준을 내세운다는 것이 참 미련스럽다고도 생각했죠. 늘 건강한 것만 먹을수 없는 법이고, 건강한 것만 볼수 없는 법인데. 온천지에 중이요 비구니요, 형제 자매님들 뿐, 토픽은 늘 신이요 믿음이요 사랑이요 옳은 것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세상이라니.. 저는 1주일을 못살고 목을 메달았겠죠. 수급은 원초적 욕망이 난무하는 사파리의 어느 한 곳에..

전 예술에 대한 기대치가 많아서, 외설과 반항과 파격은 예술의 의무라고 늘 생각해 왔거든요. 사실 아이유의 작사는 소식을 들었을때의 기대치만큼 선정적이지도, 파격적이지도, 썩 대담할것도 없다는 감상이었어요. 제 기준에서 그녀는 좀 더 선구적일 필요도 있는데, 대중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더군요.

기호를 대는것은 대중의 몫이 맞지만, 그들은 늘 비판할 권리와 심판할 권리를 착각해요.
예술에 대한 가치의 판단은 대대로 시대의 몫이었는데 말이죠.

잠깐 이 세상에 왔다갈 뿐인 인생이
평생 세상에 남을 예술에 낙인을 찍는다니,
인간의 몫은 그저 창작할 뿐 인데요.

뷰리풀말미잘 2015-11-09 21:56   좋아요 0 | URL
#. 1
세뇨리따님♥

#. 2
‘금지를 금지한다’ 다시 피맺힌 절규라도 해야 할 판인가요. 도대체 어디서 온 애들인가 했는데 예전 아이유 꿀벅지 논쟁, 아이유-은혁 사태 당시 활약했던 역전의 용사들인 듯. 제가 이 분야를 잘 모르긴 하는데, 아이유는 가부장적 사회관습의 해악에 희생되는 대표적 아이돌이 아닌가 싶어요. ‘국민’ ‘여동생’이라니. 누구 맘대로? 그런 이유로 그녀의 허벅지와, 순결함(?)은 전 ‘국민 오빠’들의 집착에서 벗어나기 힘들었겠죠. 오늘날의 이 논란은 그런 시시껍쩍한 소동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겠네요.

요컨대, 아이유 사태의 본질은 대중들의 삐뚤어진 욕망입니다. 그러나 아이유는, 우리가 회사에 우리의 영혼을 갖다 바치고 돈을 받아오듯, 자신의 성이건 뭐건 상품화 할 권리가 있는 성인입니다. 어설픈 예술이라도 마음껏 전개할 권리도 물론, 있고요. 음원 폐기 서명을 한다니. 세상에. 이러다 정말 음원이 폐기되기라도 하면, 사회학 연구자들이 좋아하겠네요.

#. 3
아주 웃기고들 계시더군요. 소재원이던가요. 요약하자면, ‘으윽.. 로리, 로리만은 안돼.’ 네, 물론 로리는 안 되죠. 최소한 현실에서는. 그들의 성은 어른들의 돈과 권력과 잔머리에 희생당할 소지가 너무나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로리에 대한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것은 반칙이겠죠 (하지만 반대로 로리들의 성적 욕망은 어떻게 해야 되나, 걍 나 몰라라 하면서 그들에 대한 성적-사회적 억압기제가 계속 작동하도록 둬야 하는가. 또 하나의 은폐된 전선은 그들, 로리들의 파이팅에 걸어볼 수밖에요.)

무식한 순수함이랄까요, 아니면 순수한 무식함이랄까요. 말씀하셨듯, 대중들은 문학작품으로서 ‘로리타’를 용인하면서 아이유의 쑈를 용인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제가 보기엔 전자가 훨씬 노골적이고 야한데 말입니다. 왜? 영상이 더 강렬하기 때문에? 다만 그들이 활자에 관심 없기 때문겠죠. 아마 그들이 옹알옹알 글을 읽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그 분야에서 국방부 말고 또 하나의 강력한 적을 갖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얼마나 많은 책들이 금서로 지정될까요. 얼마나 많은 장정일이 양산될까요. 로리타나 로리타가 성립하기 위해서 선행됐던 치열한 문화예술논쟁은 그들에게 아무 의미도 없을 겁니다.

#. 4
평론가 흉내 내면서 소품들이 어떻게 배치됐고, 핀업걸 자세가 어떻고 주절대는 모습이 징그럽습니다. 그들이 정말 흉내 내고 싶어 하는 것은 평론이 아니라 평론가들의 권위주의겠지요.

십년도 더 전에 김어준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주요한 두 개의 코드는 레드 콤플렉스와 핑크 콤플렉스라고 떠들고 다녔는데, 맞는 말인 듯. 그리고 그 분석이 적용되던 그 시절보다 한 치도 나아진 게 없네요. 성부는 이 땅에 다시 육화하셔서 빨갱이와 아닌자를 심판하고 계시고, 핑크 콤플렉스로 대표되는 문화적 보수주의는 뭐, 아시다시피.

레이디 가가? 걔가 대한민국 국민이었으면 안 됐을 거에요. 아마.. 그게 우리나라 텔레비전이 이토록 재미가 없는 이유겠죠.

#. 5
잘 지내고 계세요?

2015-11-10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15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8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9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주말 저녁, 루리와 런닝을 하고 있었다.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길이었다.

 

루리야, 우리 오늘은 멀리 가 보는 게 어때?”

 

하지만 초반에 오버 페이스를 한 루리는 고개를 저었다.

 

싫어.”

 

나는 루리의 신체적 건강이 조금 염려되어 말 했다.

 

게으르게 구니까 살이 안 빠지는 거야.”

 

그 순간 루리는 달리기를 멈추고 우뚝 섰다. 뭐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 난데없이 휘몰아치는 레프트 바디 블로우 콤비네이션. 울면서 저항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너나 가.”

 

어쩔수 없이 울면서 혼자 먼 길로 뛰어갔다. 그리고 20여분 후, 숨을 헐떡거리며 집에 들어갔을 때, 루리는 소파에 다리를 꼬고 누운 채 마리텔을 시청하고 있었다.

 

오오이(おおい).”

 

왼쪽 손을 조금 들었던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도 않은 채. 나는 골난 눈빛으로 루리를 쏘아봤지만. 상대는 루리였다. 일상적인 주말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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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5-08-26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데없이 휘몰아치는 레프트 바디 블로우 콤비네이션˝

여기서 의문....

루리의 펀치력이 약한 것인가요. 아님 말미잘님의 맵집이 강한 것일까요?

그걸 맞고 런닝을 계속했다는 건 이 둘중에 하나...같은데 말이죠,

뷰리풀말미잘 2015-08-26 18:50   좋아요 0 | URL
루리의 주먹이 약할리 없으니깐 제 맷집이 좋다는 결론이...
 

 

Alexi Murdoch - Orange Sky

 

Well I had a dream
I stood beneath an orange sky
Yes I had a dream
I stood beneath an orange sky
With my brother standing by
With my brother standing by
I said Brother, you know you know
It's a long road we've been walking on
Brother you know it is you know it is
Such a long road we've been walking on

And I had a dream
I stood beneath an orange sky
With my sister standing by
With my sister standing by
I said Sister, here is what I know now
Here is what I know now
Goes like this..
In your love, my salvation lies
In your love, my salvation lies
In your love, my salvation lies
In your love, in your love, in your love

But sister you know I'm so weary
And you know sister
My hearts been broken
Sometimes, sometimes
My mind is too strong to carry on
Too strong to carry on

When I am alone
When I've thrown off the weight of this crazy stone
When I've lost all care for the things I own
That's when I miss you, that's when I miss you, that's when I miss you
You who are my home
You who are my home
And here is what I know now
Here is what I know now
Goes like this..
In your love, my salvation lies
In your love, my salvation lies
In your love, my salvation lies
In your love, my salvation lies
In your love, my salvation lies
In your love, my salvation lies
In your love, my salvation lies
In your love, in your love, in your love

Well I had a dream
I stood beneath an orange sky
Yes I had a dream
I stood beneath an orange sky
With my brother and my sister standing by
With my brother and my sister standing by
With my brother and my sister standing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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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벽에 깼다. 나는 울고 있었다. 축축해진 수면 안대를 벗고 벽에 기댔다. 눅눅하고 차가웠다. 내가 운다는 사실도, 등으로 느끼는 벽의 촉감도 낯설었다. 한쪽 벽에 나란히 세워둔 책장들이 파도처럼 덮쳐오고 있었다. 문고리를 잠가 세계로부터 유폐된 내 방에서 불안과, 불면과, 우울만이 익숙했다.

 

꿈에서 P의 트위터가 다시 열려있었다. 죽은 그 대신 그의 아내가 그를 가장해 글을 올리고 있었다. 링크한 유투브 동영상으로 그가 가르치던 제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낯익은 자들도, 그렇지 않은 자들의 모습도 있었다. 일상적인 풍경이었는데, 왜 그게 그렇게 슬픈 감정을 불러일으켰는지...

 

방에는 시계가 없어서 몇 시인지 알 수가 없었다. 스마트폰 불빛으로 잠을 깨고 싶지 않아서 한참 웅크리고 있었다. 작은 짐승처럼 보였을까.


 

#. 2

 

사실, P는 생전에 트위터 같은 걸 운영한 일이 없다. 나도 아이디 하나를 잃어버린 이후에 트위터를 전혀 하지 않는다.

 

잃어버린 그 세계에서 내 트친들의 면면이 화려했는데 그 중에는 춈스키와 리처드 도킨스도 있었다. 사샤 그레이도 있었다! (수퍼 내츄럴에서 딘 윈체스터가 좋아하는 포르노 배우다. 앙칼진 고양이처럼 생겼다.) 그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는데, 그 뿐이었다. 어차피 그들의 가장 정제된 이야기는 책과 영상으로 볼 수 있으니까. 일주일에 한 번도 들어가지 않다가 비번을 까먹고 말았다.

 

며칠 전에는 다음에 접속이 안 됐다. 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했나. 다섯 번, 열 번, 스무 번, 백번을 입력해도 마찬가지였다. 전화번호, 핀번호 비밀번호 찾기로도 실패. 고객센터에서도 영문을 모르겠단다. 아이디는 존재하는데 개인정보가 다르다고. 해킹 가능성을 말하자 그럼 사이버 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하는 게 낫단다. 몇 가지 옵션이 있긴 했지만 불법에 가깝고, 무엇보다 영 귀찮다. 그래서 17년을 넘게 사용된 나의 메일 계정은 저 세상으로 사라졌다. 입력된 친구들의 주소록도, 설문조사 패널로 참여하던 정부기관 연락처도, 재즈피아노 같은 추억의 카페들도 접속할 길이 없어졌다.

 

영원한 Log Out.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빌 게이츠는 죽음을 log out으로 표현했단다. 나의 죽음도 이렇게 불현듯 찾아오게 될까. 아마 그럴 것이다.


 

#. 3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에서 와타나베의 입을 빌려 "죽음이란 삶의 대극對極으로서가 아니라 그 일부로서 존재한다."고 말한다. 내가 죽음에 대한 탐구를 시작한 것은 바로 그 구절의 영향이었다. 필립 아리에스의 ‘죽음 앞의 인간’. 다치바나 다카시의 ‘임사 체험’. 진중권의 ‘춤추는 죽음’. 셀리 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같은 본격적으로 죽음을 다룬 저작들은 죽음을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줬고, 유학의 사상가들이나, 불교의 몇몇 경전들, 스타니슬라프그로프 같은 의학자들에게도 힌트를 얻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죽음에 익숙해질 수 있게 도와준 것은 꿈이었다. 꿈은 내게 수 없이 많은 죽음을 시뮬레이션 해 줬다. 남의 죽음도, 나의 죽음도. 나는 꿈에서 남의 죽음보다 나의 죽음에 관대한 편이었다. 꿈은 간혹 내게 죽음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했는데 꿈이 내게 죽음과 견주어 선택하게 하는 것들은 명예나, 대의나, 자존심 같은 관념적인 것들, 혹은 다른 누군가의 목숨처럼 소중한 것들이었고, 나는 그런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자주 내 목숨을 버렸다.

 

닥터는 이 점을 자살충동과 연관시키곤 했다. (물론 그렇게 얘기하진 않았지만, 쉽게 알 수 있었다.) 죽음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삶의 의지마저 약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그녀에게 납득시키기 어려웠다.

 

누군가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낮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하긴, 열여덟 살 때였던가. 내가 장기기증 서약을 하고 우편으로 스티커를 받아왔을 때 가족들은 식사 자리에서 그걸 자랑하는 내 모습에 깊은 빡침을 느꼈다. “내 말 좀 들어봐, 죽음이란 삶의 대극이 아니라 그 일부로..” 까지 말 했을 때, 전례 없는 속도로 밥숟갈을 휘두르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련하다.

 


#. 4

 

불을 켜고, 책을 한 권 빼 왔다. ‘여성혐오가 어쨌다구?’. 요즘 페미니즘 관련도서가 잘 나가는 모양이다. 듣자하니 ‘이갈리아의 딸들’까지 순위권으로 올라왔다고. 페미니즘 단체에서는 일베에게 공로상이라도 줘야 할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은 영, 정이 가지 않는다. 어감이 아름답지 않다. 여덟 명의 필자들의 글을 엮었는데 임옥희 선생이나 정희진 선생처럼 반가운 이름들도, 시우, 나라, 루인처럼 새로운 필자들의 이름도 보인다.

 

책은 전반적으로 기획에 실패한 느낌을 준다. 책의 제목이 필자들의 논점과 관점을 포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의 윤보라, 임옥희, 정희진이 보수적인 페미니즘 진영(다른 표현 없나)을 대변한다면, 글과 뒤의 시우, 루인, 나라는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성 소수자 입장을 대변한다. 뒷쪽 양반들은 앞쪽 양반들의 젠더 이분법적 페미니즘 논의에 불만이 많다. 이들이 보기에, 마치 가부장제가 여성을 소외시켰듯 기존 페미니즘 진영은 성 소수자들을 소외시켜왔기 때문이다. 책은 비록 기획에는 실패했으나, 충돌하는 생각들이 불꽃을 만들어 내듯, 덕분에 더 반짝반짝해졌다.

 

임옥희 선생의 ‘주체화, 호러, 재마법화’는 성실하지만 식상하다. 학문적으로 보기엔 범상하고, 그렇다고 대중적이지도 않다.

 

정희진 선생의 ‘언어가 성별을 만든다.’에서는 여성혐오를 보는 시각 뿐 아니라 젠더에 대한 대중들의 무지와 몰이해에 대해 강한 피로감이 느껴진다. “여성혐오에 대응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은 그답지 않다. 그녀가 '여성학 연구가'에서 '평화학(?) 연구자'로 타이틀을 바꾼 것도 같은 맥락일까. 뭐, 이해한다. 흔한 일이다.

 

기성학자들은 지지부진했으나 새로운 필자들의 펜 끝이 매섭다. 특히, 루인은 ‘트렌스 젠더 퀴어, 바이섹슈얼 그리고 혐오 아카이브’에서 기존 페미니즘 논의에서 소외된 바이섹슈얼의 문제를 당돌하게 제기한다. “임옥희가 비非트렌스 페미니즘의 문제를 트랜스젠더 퀴어에게 덮어씌웠듯..”

새로운 필자들의 문제제기가 편협한 젠더 이분법과 교조적 습속에 갇힌 페미니즘의 한계를 확장시키기를 기대한다. 물론 쉽지 않은 투쟁이 될 것이다.


 

#. 5

 

B는 진중권과 페페페 논쟁에 대한 글을 읽어보라고 했다. 받은 링크에서는 더 긴 얘기였던 것 같은데 그걸 찾기는 귀찮고. (http://pinobook.com/hot1/74320)

 

진중권의 히스테릭한 반응이 지나치게 보이면서도, 또 어떤 맥락인지 짐작이 가기에 이해한다. 페페페의 유치함도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일베니 뭐니 하는 애들이 세상을 15년쯤 후진시켰으니, 15년 전 쯤 페미니스트들의 덜 여문 사고방식이 튀어나오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 때, 페미니즘을 말하는 자들은 참 절박했다. 그래서 논쟁이 필요한 자리를 공감으로 대체했고, 근거가 있어야 할 위치에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조차 소중했기에 반론대신 박수를 받았다. 한국의 페미니즘 논의에 젠더 이분법적이고, 대결적 관념이 배태된 것은 아마 이 시기의 영향일 것이다. 너무도 협소한 외연을 급성장 시킨 부작용이다.

 

이제, 페미니즘은 외연을 넓혀서 대중적인 것이 되었다. 누구나 페미니즘을 이야기 하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지만 문제는 덩치 뿐 아니라 문제까지 함께 확장되었다는데 있다. 게다가 계몽과 극성맞은 교조주의 사이에서 적절한 포지션을 잡지 못했던 것이 오늘날 페미니즘에 대한 역풍을 가져 온 것으로 보인다.

 

월장사태부터 페미니즘에 대한 이슈파이팅이라면 진창을 마다하지 않았던 역전의 용사 '진병장'도(그땐 그렇게 불렀다) 그들의 교조성에 대해 학발을 뗀 것일 게다. 젠더문제에 남근처럼 꼿꼿한 깃발을 꽃아 놓고 모든 의제를 선점했다고 믿는 자들의 모습은 얼마나 폭력적인가.

 

생각하는 것보다 공감하는 것이 익숙하다고 모든 문제를 감정적인 것으로 치환하고, 그 긴 글에서 "페미니즘은 관점의 문제다"한 구절을 찾아내 그게 전부인 것처럼 인용해 놓는 모습은 사려 깊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단지 분노할 것인가, 아니면 정의로울 것인가.

 

수많은 선행연구가 있지만 그 흔한 데이터 하나 인용하는 자가 없다. 가시 돋친 말들은 사실 본질을 겨냥할 생각조차 없어보인다. 허무한 말의 사체들이 사막 모래처럼 황량하게 쌓여갈 뿐. 이런 시대에는 페미니스트를 자처하기보다는 정희진의 말처럼 “‘을’의 위치를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약한 자가 되어 성실한 인간으로 사는 것.”이 낫다. 정희진처럼 나도 “그것이 같은 삶이기를 바란다.”

 

 

#. 6

 

누군가는 이 책이 유독 알라딘에서 잘 팔리는 이유를 키링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웃픈 얘기. 자신의 정체성을 뱃지로 표현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성매매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으나 지겹고, 마음이 심히 우울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젠더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깨고 넘어가야 할 화두다. 젠더, 계급, 계층, 경제, 역사의 문제를 모두 포괄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알라딘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기로 하겠다. 육신이 소멸하더라도 의미는 남는 것처럼, 나의 페미니즘은 이제 삶과 실천의 영역으로 자리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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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철 2015-07-19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씬6, `존나` 공감이오.

키링이 뱃지인가 보죠? 그러니까 그거를 달면... 음...ㅎㅎ

`나의 페미니즘은 이제 삶과 실천의 영역으로 자리를 옮긴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입장정리라는 생각입니다.

잘 읽었어유...

뷰리풀말미잘 2015-07-19 22:1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한수철님.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벌써 일요일 저녁이네요. 오늘도 한잔 하고 주무실라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