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지도 못하면서 - Like You Know I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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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저 역시 잘 알지도 못하면서 했던 말들과 행동들이 무수히 많아요.

그래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도와주려고 하기도 했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미워하기도 했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랑하기도 했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욕하기도 했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심지어, 동정하기도 했어요.


그래요, 무엇보다도 당신의 영화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제껏 죽 다 봤어요.

실은 잘 알 것 같은데도 끝끝내 잘 모르겠는 그 느낌이 좋았던 것이라고 해두죠.

아니, 다른 건 다 몰라도, 당신이 당신 영화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달라고, 혹은 전부 다 이해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는 않다는 것, 적어도 그건 안다고 생각했으니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보러 다녔겠지요.

그런데 아마, 당신은 저처럼 아무 비판 없이 낄낄대는 걸로 그런 영화 만들기에 작게나마 동참해주는 관객들보다는 그렇지 않은 관객들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이 내내 신경 쓰였던 모양이네요.

한 작품 한 작품 더 해갈 때마다, 감독으로서 ‘이해 받지 못하는 혹은 이해할 수 없는’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변을 점점 더 많이 삽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니 생각이 드는 정도가 아니죠, 아예 주인공 김태우씨 입을 통해서 대사로 열변을 토했으니까 그 장면에서는 마치 당신과 직접 대화를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던 걸요.

그런데 뭐, 굳이 그러실 필요가 있었나 싶습니다. 영화 속 구감독이 다음 작품엔 꼭 200만 달성할테야, 라고 다짐하듯 무언가 다짐하실 만한 계기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저만의 오버라고 해도, 안 팔리는 영화를 꿋꿋이 만드는 것에 대한 자괴감 비슷한 것이 혹시나 더해져서 그러신다면, 괜찮다고 우리는 충분히 재미있다고 해드리고 싶은데. ^-^; 이 정도로는 만족이 안되시는 건가요?

아무튼 영화 속에서 위에 언급한 '안 팔리는 영화 만드는 감독'이 갖는 강박 외에 또 하나 강박을 느꼈다면, 그것은 짝에 대한 거지요.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게 뭐니 라는 질문은 너무나 진부해서 민망할 지경이지만, 관심이 가는 사람에게는 항상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기도 하고 그에 대한 답이 내 답과 비슷한 사람이 짝이 되면 금상첨화. 그런 점에서 보자면 공형진(후배)과 제주도 화백(선배)이 이구동성으로 웅변하는 ‘좋은 짝을 만나 새로운 삶을 살기’가 결국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될 지도 모르겠어요. 이렇게 되면 감독님 혼자 물어보고 답해주고, 결국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신 거 같아 보이는데, 뭐 이것도 좋습니다. 학생들이 주입식 교육을 받는다고 아예 생각을 안하는 건 아니잖아요, 다소 생뚱한 질문을 사유의 그물로 툭 던지고 몽롱하게 만들기보다는 질문과 그에 대한 본인의 답변 중 한 두 개를 던지고 그 답변에 대하여 같이 사유해보자는 상냥한 제스추어 같기도 하구요.

아무튼 저는 아직, 좋은 짝을 만난다고 새로운 삶 씩이나 살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훗. 감독님 또한 화면 속의 좋은 짝들이 어이없는 인생의 우연 속에서 필연이라고 우겼던 끈을 아주 쉽게 놓아버릴 수 있다는 암시를 주기도 했으니, 어차피 이것 역시 인간들의 환상과 가식의 중간 어디 쯤 있는 의미 찾기 게임일 뿐인가 그런 잡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봤습니다.

 

연기에 대하여 잘 알지도 못하면서 좀 더 수다를 떨어보자면,

홍상수 표 영화에서 오래 전부터 참여했던 김태우씨야 그렇다 치고, 엄지원 고현정씨는 각각 두 번째 참여인데 어쩜 그리 천연덕스럽던지요. 너무 천연덕스러우니까 살짝 징그러웠어요. 공형진씨도 그간 좋은 연기를 펼칠 자리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여서 안타까웠는데 이번에 물 만났다 싶었구요. 아내로 나온 정유미씨는 ‘가족의 탄생’에서 제가 홀딱 반한 캐릭터. 이번에도 역시 ~ 전 이런 타입의 여성을 좋아하나봐요. 그러니까 어딘지 모르게 비현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아주 생활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는 여성. 비쩍 마르고 연약한 것 같은데 은근히 당차 보이는, 그리고 외모가 귀여운 여성. 후후.

카메오로는 하정우씨와 작가 김연수의 연기가 너무 극명하게 비교되는 것이, 오히려 관점 포인트였달까요(감독님이 의도하신 건 아닐테지만). 하하. 김작가님, 정말 진땀이 듬뿍 나셨겠어요.

휴, 그나저나 늘 제주도에 가서 살고싶다는 꿈을 달고 사는 요즈음인데, 영화 속 제주도 풍경이랑 화백의 집이 어른어른 해서 종일 일 못하게 만드네요. (뭐든 핑계 대는 건 저도 감독님 뺨 치게 잘 댑니다.) 그런데 만약 제주도에 살면 이웃들과 거리를 좀 두고 살아야겠어요. 문을 그리 항상 열어두고 사니까 안 당해도 될 일을 당하지 않습디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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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2009-05-18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전 작품들보다 착하고(?)편해진 느낌이었어요.
그게 더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흐흐

아는 만큼만 하면 좋겠지만
아는 만큼도 못하니
나는 아마 계속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하면서 살 것 같아요.

무릎 꿇을 만한 남자에 공감할 듯 말듯 기억에 남았어요
그렇게 배가 나와있으면 꿇기 싫을 것 같긴 한데...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죠 ㅋㅋㅋ

치니 2009-05-18 17:51   좋아요 0 | URL
저두요, 아는 만큼이나 하면 다행이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무릎 꿇을만한 남자, 흠흠. 저는 아직 내 말 잘 들어주는 남자에 만족하고 있는디. 헤- 배 나온 거는 예나 지금이나 별루 상관 없구요.
아무튼 짝! 찾아야 하는 걸까요? 굳이? ^-^;;

웽스북스 2009-05-19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오면서 니나랑 홍상수의 여배우들 얘기를 했었죠- 유독 고양이과가 하나도 없는 것 같죠- 해변의 여인에 나온 고현정도, 송선미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나온 엄지원도, 정유미도, 밤과낮의 박은혜도. 그래서 저는 혼자 문근영이 홍상수 영화에 출연하는 상상을 했어요. ㅎㅎ 김연수만큼 손발이 오그라들긴 하던데 말이죠-

치니 2009-05-19 13:17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공통점이 있는 것 같기도. 좀 튀는 배우라면 예지원이 많이 튀는 듯 하네요. ㅎㅎ
문근영 양은, 만약 한다면 정말 기대 되는데요! 스스로도 몰랐던 자기 안의 다른 면을 보게 되지 않을까 막 그런 생각도 들고.

프레이야 2009-05-19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재미있는 편지에요.
필연이었다고 생각한 끈을 아주 쉽게 놓아버릴 수도 있다는 암시, 그걸
포착하셨군요. 그러고 싶은 인연이 분명 있지요.

치니 2009-05-19 13:18   좋아요 0 | URL
앗, 닉네임이 프레이야로 결정되었군요! :)
선선한 바람 냄새가 나는 닉네임입니다, 잘 어울리세요.

네 , 인연에 대해서도 이모저모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비로그인 2009-05-20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랑은 아니지만(아니라면서 또 말하는 건 뭐냐!) 홍상수의 영화를 어쩌다 보니 단 한 편도 보질 못했는데, 치니 님의 글을 읽으니 무척 보고싶어집니다. 전 사실 변 혁 감독의 `인터뷰' 같은 영화를 가장 좋아했어요.

치니 2009-05-20 13:15   좋아요 0 | URL
Jude님이 보신다면 어떤 말씀을 하실 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

변혁 감독의 인터뷰, 저는 (좋아하는 배우)심은하 때문에 봤던 기억이 나요. 영화도 수작이었고, 근데 요즘은 뭐 하실까요.

Alicia 2009-05-27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재밌어요. 저랑은 또 다른 관점에서 영화를 보셨네요.
감독은 정말 하고싶은 말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음..'환상과 가식의 중간 어디쯤의 의미찾기'라는 말이 와닿아요.
근데 허무로 치닿지는 않고 뭔가 가슴안에 단단한게 남아요.
그게 홍상수의 힘일까요? ^^

전 김연수 보고 아찔아찔 조마조마 했더랬어요.ㅎㅎ너무 귀엽기도 하고요- :)

치니 2009-05-27 11:02   좋아요 0 | URL
네 , 홍상수의 힘, 그런 게 정말 있지 싶어요.
그제 정확히 어디서 비롯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새로운 영화가 나올 때마다 안 보고는 못 베기게 하는, 그게 저에게는 홍상수의 힘이지 않나...^-^;; 항상 비슷비슷한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 같은데도, 이 작자가 이번엔 또 무슨 구라와 썰을 풀까, 이런 게 궁금해 못견디겠는 마음이 되거든요.

김연수, 대사 없이 표정 연기하실 때가 가장 안심 되더군요. ㅋㅋ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 Vicky Cristina Barcel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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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이다. 이 원제는 영화 내용에 딱 맞게 참 잘 지어졌다는 생각이 든다만 우리 말 제목을 이렇게 하면 아무래도 너무 길다는 의견이 있을 법도 하다. 

그렇다고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가 뭐냐. 으이그, 으이그. 그냥 우디 알렌 표 영화라는 걸 홍보 타이틀로 걸고 "바르셀로나에서 생긴 일" , "바르셀로나의 연인" 따위 식상한 제목을 쓴다면 반감은 없었을텐데. 

이런 제목은 외워지지도 않는다, 내 남자의 아내가 좋아 였는지 내 아내의 남자도 좋아 였는지...  

아무튼 우디 알렌 식 영화 중에서 그나마 쉽게 이해 되고 볼 거리가 많은 영화라는 평을 받는 이 영화는 어딘가 모르게 홍상수가 빠리에 가서 찍은 영화 <밤과 낮>과도 비슷한 데가 있다. 

그러니까 그들에게 본토를 떠나 외쿡으로 나가서 그 풍경을 열심히 영화에 삽입해주는 것은 나름 관객에 대한 (재미에 대한) 도리 정도로 보인달까. 그 이전에 배경이라고는 방, 길, 식당 정도로 두고 배우들의 입담으로만 영화를 채워넣었던 시절이 있었으니 이제는 좀 범 세계적으로 시원하게 볼 거리를 주는 것도 해주자, 라는 식의 도리. 

그렇게 배경은 달라졌으나 내용은 예전의 그것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도 둘 사이의 공통점이라 하겠고. 후후. 

쓰잘데기 없는 비교는 이제 관두고, 영화 내용을 살펴보자면, 사정은 이러하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이 사람이 극의 중심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 전 부인과의 극렬한 사랑과 싸움에 지친, 이성문제에 우유부단한 호색한 예술가. 그는 여느 남자가 그러하듯 참으로 심플한 사람이라 등장하는 세 여자를 고루 탐하기는 하지만 그 세 여자들의 욕구를 고루 충족시키는 방법도 잘 모른다. 다만 탐하고 취할 뿐. 

여자들은 다르다. 내 남자의 아내도 좋을 뿐 아니라, 내 남자가 싫었다가 좋아지기도 하고 질투를 하기도 했다가 쿨 해지기도 하고, 안정을 원하다가 곧 바로 모험을 원하고, 때로는 자신만의 영역으로 숨고 싶기도 하는, 극적이고 예상 불가한 마음의 변화가 그야말로 갈대와도 같다. 

비키는 헛 똑똑이. 자기가 진정 원하는 것을 행하기 보다는 자기가 되어야 하는 - 혹은 가져야 하는 - 것에만 중점을 두고 그에 맞춰 살다가 조그만 우연이라도 생기면 어쩔 줄을 모른다. 안정을 깨지 않는 범위에서 욕망을 채우고 싶은데, 세상이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한가. 이런 사람이 까딱 잘못하면 진짜 날라리들보다 쉽게 패가망신 하는 케이스. 

크리스티나는 무엇이든 불만족스러운 걸 찾아내지 못하면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 그러니까 그녀에게는 어떤 연인과의 관계도, 어떤 일도, 만족스러운 상황이 찾아올 리 없다. 이런 사람 세상에 의외로 많다. 오 불행을 자기 안에 안고 다니는 사람들이여, 삼가 위로를 표합니다. 

마지막으로 전 부인인 마리아 엘레나. 얼마 전 읽은 '스타는 미쳤다'에 나오는 '경계성 성격장애'의 지존 되시겠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진저리를 칠 만큼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예측 불가능한 난동을 시도 때도 없이 부리지만, 예술적인 천재성은 누구나 인정하고 바라보기만 해도 숨이 막힐 것 같은 매력으로 가득차 결국 버릴 수 없는 여자. 페넬로페 크루즈가 이 역할을 맡았고 크리스티나로 나온 스칼렛 요한슨은 함께 연기하는 모든 씬에서 가만히 있기만 해도 굴욕 씬이 줄줄이 나온다.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미안해요, 요한슨)  

다 보고나니, 순이 생각이 난다. 순이는 우디 알렌 아저씨랑 잘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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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r 2009-05-11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정말 심하지요. 원제 그대로 들여오는 게 가장 좋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이건 지나쳐요... 영화는 아직 못봤는데, 예고편만 봐도 스칼렛 요한슨이 불쌍했어요. 페넬로페 크루즈 옆에 있으니 너무 존재감 없더라구요.

치니 2009-05-11 09:12   좋아요 0 | URL
Kircheis님도 동감하시는군요, 흐흐. 예전부터 궁금한 것 중의 하나에요, 이상한 영화 제목들은 대체 누가 결정 내리는 건지...
페넬로페는 섹시미,지성미,야성미,연기력 모두 골고루 요한슨 코를 그냥 납작하게 해버리대요. 에구 요한슨, 어째.

니나 2009-05-11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저도 잼있게 봤어요. 진짜 요한슨은 빛을 잃고... ㅋㅋㅋ 대문사진 페넬로페가 담배물고 있는 사진으로 바꾸고 싶었다는 ㅋㅋㅋ
비키에 대해서 쓰신 말-이런 사람이 까딱 잘못하면 진짜 날라리들보다 쉽게 패가망신 하는 케이스- 우우 예리하신데요. 그렇게까진 생각못했어요. 그리고 전 아무래도 크리스티나의 저 만족못하는 병에 공감했달까요 흐흐

치니 2009-05-11 15:35   좋아요 0 | URL
솔직히 (여기 요한슨이 절대 안 올거니까 하는 말인데요 ㅋㅋ) 요한슨이 헐리웃 최고의 스타가 될 만큼 매력지수가 높은지 잘 모르겠어요. 얼굴도 몸매도 제 눈에는 별루 안 이뻐서...헤.
페넬로페의 영화 속 사진들은 다 휘파람 불고 싶어지는, 뇌쇄적인...으.
(심지어 다리를 쫙 벌리고 아무렇게나 앉아서 담배 피는 모습도 넘 멋져!)
비키에 대한 건 제멋대로 속단해서 쓴 거여요, 태클 들어오면 책임 못질 말. ㅋㅋ
니나님도 예술적인 표현 욕구가 많아서 그럴 거에요, 자자 어서어서 표현해주세요 ~
 
그랜 토리노 - Gran Tor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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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카인과 아벨>에서 우리가 소간지로 불리우는 소지섭의 젊은 간지를 보아왔던 반면, 요즘 상영되는 영화 <그랜토리노>에서 우리는 젊은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 줄 알았던 그 '간지'를 늙은 사람도 충분히 뿜어낼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름하여 클간지! (작명은 제가 했으니 좀 거슬려도 참아주시랍)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간지가 하도 작렬이라 붙여본 이름이다. 

영화 보는 내내, 이런 보수가 미국 내에 좀 더 많아졌으면, 더불어 미국 따라하기 좋아하는 우리나라 보수도 이런 보수를 롤모델로 따라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던 나는, 너무 순진한 관람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럼 어떠냐, 저렇게 멋진데. 사람이 늙어서 뿜어내는 아우라가 여전히 엄청나고 외양마저 멋지다는 건, 그 어떤 다른 이력보다 말해주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게다가 이 영화를 초 사랑하게 만든 장본인, 데이지양. 사람이 아니고 개지만 어쩜 그리 연기를 잘하는지. 우리 두리랑 아주아주 똑같이 생겨서 무조건 편애한다. 데이지는 언제 어디서나 클간지를 따라다니고 벨 소리는 못듣고 집을 못 지키기는 해도 클간지가 테라스에서 맥주 한 잔 마실 때 노을과 함께 하는 가장 좋은 친구다. 이 친구 때문에 주인공 할아버지의 노년은 100% 쓸쓸해지지 않았다(고 나는 감히 장담한다). 사실 전체 영화에서 개는 소품 정도로 쓰였을 지 모르나, 나는 데이지가 있어서 영화가 한결 따뜻해졌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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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ire 2009-03-30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린트 씨, 너무 좋아요. 뭐랄까, 노인이지만 여자를 떨리게 한달까, 그런 게 있죠.
신기하게도 클린트 씨는 언제나 늙은이였지요. 아니 제가 좋아한 클린트 씨로 한정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랬어요.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도,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도, 늘 늙은 상태로 멋졌던 남자.. 이 영화도 보고 싶은데, 요즘 워낙 게을러서 당장 달려나가고 있지는 못하고, 언제 나갈 일 없나 그러구만 있다는. 그렇게 해서 놓친 영화가 한두 개가 아닌데, 클린트 씨는 저렇게 정력적으로 늙어가건만, 저는 왜 이럴까요. ㅡㅡ;

근데 혹시 이 영화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인가, 그거랑 좀 비쓰끄무레한가요? 실은 그럴까봐 조금 주저하고 있기도 한다눈...


치니 2009-04-01 12:07   좋아요 0 | URL
아아뇨,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랑은 아예 다른 쟝르라고 봐야 맞을걸요. ^-^; 그런 걱정일랑 붙들어매시고, 정력적으로 이 영화를 보셔요.
'언제나 늙은이' 클린트씨의 거절할 수 없는 매력 외에도 장점이 많은 영화에요.
그의 매력이 너무 강렬해서, 그리고 개 이야기 하느라 더 주절대지 못해서 그렇지, 생각할 거리도 있고 웰메이드 정품이랄까 그런 느낌이 여운으로 남아 있어요.
chaire님이 보시고 어떻게 느끼실까 완전 궁금해집니다. :)

mooni 2009-03-30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도 이거 봤어요. 재밌더라구요.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딱히 폼나게 잘생긴 얼굴로 늙은 것도 아닌데, 정말 그냥 늙어서 늙었는데 간지 난단 말예요. ^^
손으로 총쏘는 포즈하는데, 무법자 시절의 그 폼이 생각나더군요. 전 이스트우드, 감독으로보다 배우로서가 더 좋은거 같아요. ^^

치니 2009-03-30 17:53   좋아요 0 | URL
역시 벌써 보셨군요 ~ ^-^ 재미있었어요, 저두.
얼굴도 얼굴이지만 어깨가 구부정하지도 않고 배가 유난히 처지지도 않은, 보무도 당당한 모습 자체가 폼이 나요.
손으로 총 쏘는 포즈에서는 그 진지함이 이스트우드의 영화가 아니라 다른 영화에서 섞이면 비웃음 거리가 될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도 들어서, 역시 이 사람 내공이 장난 아니다 싶었구요. 왜 그런거 있잖아요, 내가 하면 웃기기만한데 뭐가 있는 사람이 하면 바로 그림 나오는 그런 포즈.
역시, 천상 배우인가봐요. :)

네꼬 2009-04-01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와 맞아요 맞아요 클간지. 그냥 기분으로 아 멋진 할아버지다,가 아니라 눈이 정말로 커지게 물리적으로 멋지더라니까요. @_@ (어질어질.) 알고 보면 보수주의자이지만 그렇게 말하기는 너무 부끄러워서 정체를 숨기고 사는 1인 -ㅅ-

-데이지 정도의 귀염과 위엄은 없지만, 저같은 고양이와 함께라면 노년, 어떨 것 같으세요? 응? 응? (막 대답 강요)

치니 2009-04-01 12:09   좋아요 0 | URL
멋지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_^ 옆집 수 가족들이 주는 맛난 음식을 포기 못하는, 맥주도 포기 못하는, 타오의 데이트에 대한 오지랖도 억누르지 못하는 그 귀여움이 그냥 기분만의 간지를 넘어서게 해주었어요.
안그래도 보려다가 네꼬님 리뷰를 보고 삘 받아서 더욱 열심히 찾아보았죠. 앞으로도 영화 리뷰 많이 많이 써주세요 ~

- 고양이 눈이 가끔 무섭다고 생각했었는데, 네꼬님 같은 고양이라면 개에게 느끼는 것과 같은 다정한 눈을 보면서 살 수 있을테니 당연히 콜! ^-^

2009-04-13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13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13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14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스터 몬스터 - 초특가판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 미셀 블랑 외 출연 / 네오센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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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w.youtube.com/watch 

위 영상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로 아카데미에서 수상을 했던 로베르토 베니니의 수상 소감 영상이다.  

영상을 보면서 나는, 

소피아 로렌의 '로베르토'라는 외침에 눈물이 왈칵 하다가  

관객들의 의자 머리를 폴폴 딛고 뛰어나오는 로베르토를 보면서 미소 짓고,  

재치 있는 소감에 하하 소리 내어 웃다가,  

마지막에 항상 자신의 영화 주인공으로 나오는 아내에게 바치는 소감을 보면서 부러워서 한숨을 쉰다. 

여러번 말했지만, 분명코 로베르토 베니니는 현재에 살아있는 나의 이상형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임자가 있다. 그것도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다니는 연기자인 아내라는 임자가. 모를 일이다. 그가 독신이었다면 저 멀리 이태리까지라도 날아가서 만나자고 했을 지. 

어떤 이는 그를 두고 현대의 찰리 채플린이라고 한다지만, 내게는 그 이상인 것이 바로 이런 이성적인 호감도 때문이다. 채플린의 위대함은 알고 있지만 그에게 이성적 호감을 느끼면서 사적인 감정을 키우지는 않았다.  

이 영화 <몬스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영화는 코메디라는 쟝르의 원칙에 충실하지만 제목이 암시하는 것과 같은 괴물 스러운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그저 인간 로베르토와 그와 그의 아내가 빚어내는 사랑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다른 사람은 어찌 보았을까 몰라도 <인생은 아름다워>나 <호랑이와 눈> 역시 인류가 치루는 혹독한 전쟁과 고문 등은 배경으로 해두고 그와 그의 아내 사랑 이야기를 정수로 보게 된다.  

물론, 여기서 그와 그의 아내 사랑이 인류 전체에 대한 휴머니즘으로 확산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의도했건 아니건, 그의 뛰어난 연출력이 빚어내는 당연한 결과이므로. 

베니니의 영화를 보는 것은 그래서 축복이다. 지친 사람들에게는 생명수이다. 정신없이 쏟아내는 그의 말들을 듣고 정신없이 움직이는 그의 몸짓을 보다보면 힘든 일들은 어느새 무의식의 저 편으로 사라진다. 그럼에도 도피하고 있다는 찝찝한 느낌을 받는 대신, 힘든 일들로 돌아가도 이제는 조금 더 씩씩하고 의연하게 임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받는다. 그래, 인생은 아름답다구, 못할게 뭐 있어, 마음이 중요하지, 사랑하면 되는 거야, 웃으면 되는 거야, 이런 식의 의연함.  

감사합니다, 베니니씨. 또 좋은 영화 많이 만들어주세요. 적어도 100살까지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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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2009-03-09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은 아름다워>는 말할 것도 없고 <호랑이와 눈>도 입꼬리가 주~욱 귀끝까지 올라갈 만한 어여쁜 영화였죠. 호랭이와 눈 팜플렛은 꽤 오래 책상위에 붙여놨었던 기억이 나네요. 요고, <몬스터> 개봉 안할까요? 음냐~

암튼 치니님의설마우상이누굴까 했는데 완전 인정합니다!!! ㅋㅋㅋ

치니 2009-03-10 08:53   좋아요 0 | URL
니나님도 <호랑이와 눈>을 보셨구나 ~ 그 영화 너무 조용히 올라왔다 내려가서 본 사람들 그닥 없더라구요. 안타깝게스리. ㅎㅎ
<몬스터>는 1995년 작품이고 베니니 작품 중에서도 별로 안 유명한 축이라 개봉 안할 거 같아요.
우상은 무슨, 사람 다 거기서 거기지 이러구 살고 싶었는데, 결국 하나 생긴 모양입니다. ㅋㅋ

네꼬 2009-03-10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 영화 감독에게 '사적인 감정을 키우는' 치니님이 나는 너무 좋아요. @_@
저는 위대한 영화를 잘 못 봐서(-_-) 살짝 어려워하고 있었는데, 나도 이거 살래요. 저 지금 생명수가 완전 필요하거든요. 추천도 땡스투도 여기 고양이가 했습니다요.

치니 2009-03-10 10:13   좋아요 0 | URL
으흐흐, 응큼한 치니를 좋아하시는군요.
추천도 땡스투도 고마와요 ~
그런데 이거 보시고나서 다른 베니니 영화도 보시길 바래요, 왜냐믄 이거는 정말 정통 코메디에 가깝지만 다른 영화는 꼭 그렇지도 않거든요. 위대한 영화, 그런 거랑 상관 없어요. 꼭 보세요 ~ ^-^ (마구 강요하는 치니, 완전 편애주의자 ㅋㅋ)
 
밀양 - Secret Sunshin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전도연이 깐느에서 상을 받았을 때는,
내가 ‘초록물고기’ 이창동감독님이 간만에 내놓은 영화니까 챙겨봐야지 라고 ‘밀양’을 메모해두었던 시기보다 한참 뒤였다.
전도연이 상을 탄 것은 축하할만한 일이겠지만, 나에게는 기껏 메모해 둔 ‘밀양’을 ‘깐느에서 상까지 탄 영화래’ 라는 말을 하면서 몰려드는 관객과 함께 본다는게 왠지 달갑지 않은 것이, 묘한 낭패감을 주기도 했다.
상이란 항상 그렇다. 받는 사람은 무지 좋을텐데, 옆에서 보면 결국 씁쓸해진다, 이런 저런 이유로다가.

이래저래 미루다가 디비디로 보게 된 ‘밀양’.
씨크릿 선샤인은 송강호였나봐, 라고 단순한 결론을 지었는데 진짜루 맞나 안 맞나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서 전도연보다 더 대단해보이는 연기자는 아무래도 송강호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속 이야기에서도 영화 밖 이야기에서도 송강호는 그야말로 씨크릿한 선샤인인 거 같다는 거다.

사람이 많이 힘들고 그래서 극한이라는 자각조차 없는 상태로 극한이 오면,
무슨 짓을 할 지는 정말 아무도 모른다.
그 중에서 종교에 매달리거나 손목을 그어버리는 행위 정도는 어쩌면 너무 예상 가능하여 시시할 정도다.
나의 극한이 어디까지인가, 를 지난하게 가늠하려고 하는 이들의 목적은 어쩌면 그런 상황이 왔을 때를 미리 대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육체적인 고통의 극한을 시험하는 정도겠지만. 정신적인 고통의 극한에 대비하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지 않나 하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렇다면 어쩌냐. 그냥 살아야지. 좋으면 좋은대로 힘들면 힘든대로.
물 흐르듯 산다는건, 그래서 말처럼 쉬운건 아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꽤 긴 2시간반의 영화를 본 소감은, 그래도 참 잘 만들었구나 라는 것. 그런데도 다음에 저런 영화를 또 볼래 라고 묻는다면 고개를 저을 거 같다.
힘든 거는 겪기도 싫지만 보기도 싫어졌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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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i 2009-02-05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브리핑에 치니님으로 도배가 되어있기에, 오잉? 하고 와봤더니..ㅎㅎ
알라딘 영화오픈 기념으로 다른데서 올리신거 여기로 옮기시나봐요. :)

치니님, 밀양 리뷰 보구선 전번에도 맞어, 밀양봐야되는데, 하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또 그러네요. ㅎㅎ 봐야지, 했는데 왠지 이 영화는 뒤로 밀려요.이창동감독 영화가 내는 분위기를 겪는게 꺼려진달지... 음. 역시나 오락물이 저한테는 딱인지도 모르죠.

치니 2009-02-06 10:23   좋아요 0 | URL
ㅋㅋ 맞아요 마하연님. 도배의 이유에는 알라딘 영화 오픈 기념 이벤트 (열 개 이상 올리면 추첨해서 적립금 1만원)가 유효했어요. 어차피 싸*월드 게시판에 따로 올리는 것도 좀 거시기하다 생각하고 있던 차에, 옮기기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이것도 보통 일이 아닌 지라 딱 10개 하고 말았어요. ^-^;;

밀양의 내용을 미리 알았다면, 저도 안봤을 지도 몰라요. 제가 못 견뎌하는 소재가 아이가 어떻게 되는 소재거든요. 마하연님은 어찌 보시려나 음 썩 좋아하진 않으실수도 있겠다 싶은데...

웽스북스 2009-02-06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껏 메모해 둔 ‘밀양’을 ‘깐느에서 상까지 탄 영화래’ 라는 말을 하면서 몰려드는 관객과 함께 본다는게 왠지 달갑지 않은 것이, 묘한 낭패감을 주기도 했다.

아, 이 심정.....(너무 이해가 되는...)

치니 2009-02-06 10:25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도 그래요?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이해가 되신다니 위로가 되네요. ^-^

니나 2009-02-06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엄니 영화보고나서 한마디 하셨죠 "그러니까, 용서한다는거 다 자기위선이라고!"
다만 그날 안경을 안가져가셔서 난시때문에 일주일동안 머리아파하셨다는, 근데 안경 가져가셨어도 머리 아팠을 거예요 울 엄니는. 흐흐.

치니 2009-02-06 19:05   좋아요 0 | URL
용서라는게 정말...아예 용서할 일, 용서 받을 일 자체가 없어야 하는데, 인간사 그렇지가 못하죠? ㅠㅠ
니나님 엄니는 따님과 친구처럼 지내시는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