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 Vicky Cristina Barcelon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원제는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이다. 이 원제는 영화 내용에 딱 맞게 참 잘 지어졌다는 생각이 든다만 우리 말 제목을 이렇게 하면 아무래도 너무 길다는 의견이 있을 법도 하다. 

그렇다고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가 뭐냐. 으이그, 으이그. 그냥 우디 알렌 표 영화라는 걸 홍보 타이틀로 걸고 "바르셀로나에서 생긴 일" , "바르셀로나의 연인" 따위 식상한 제목을 쓴다면 반감은 없었을텐데. 

이런 제목은 외워지지도 않는다, 내 남자의 아내가 좋아 였는지 내 아내의 남자도 좋아 였는지...  

아무튼 우디 알렌 식 영화 중에서 그나마 쉽게 이해 되고 볼 거리가 많은 영화라는 평을 받는 이 영화는 어딘가 모르게 홍상수가 빠리에 가서 찍은 영화 <밤과 낮>과도 비슷한 데가 있다. 

그러니까 그들에게 본토를 떠나 외쿡으로 나가서 그 풍경을 열심히 영화에 삽입해주는 것은 나름 관객에 대한 (재미에 대한) 도리 정도로 보인달까. 그 이전에 배경이라고는 방, 길, 식당 정도로 두고 배우들의 입담으로만 영화를 채워넣었던 시절이 있었으니 이제는 좀 범 세계적으로 시원하게 볼 거리를 주는 것도 해주자, 라는 식의 도리. 

그렇게 배경은 달라졌으나 내용은 예전의 그것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도 둘 사이의 공통점이라 하겠고. 후후. 

쓰잘데기 없는 비교는 이제 관두고, 영화 내용을 살펴보자면, 사정은 이러하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이 사람이 극의 중심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 전 부인과의 극렬한 사랑과 싸움에 지친, 이성문제에 우유부단한 호색한 예술가. 그는 여느 남자가 그러하듯 참으로 심플한 사람이라 등장하는 세 여자를 고루 탐하기는 하지만 그 세 여자들의 욕구를 고루 충족시키는 방법도 잘 모른다. 다만 탐하고 취할 뿐. 

여자들은 다르다. 내 남자의 아내도 좋을 뿐 아니라, 내 남자가 싫었다가 좋아지기도 하고 질투를 하기도 했다가 쿨 해지기도 하고, 안정을 원하다가 곧 바로 모험을 원하고, 때로는 자신만의 영역으로 숨고 싶기도 하는, 극적이고 예상 불가한 마음의 변화가 그야말로 갈대와도 같다. 

비키는 헛 똑똑이. 자기가 진정 원하는 것을 행하기 보다는 자기가 되어야 하는 - 혹은 가져야 하는 - 것에만 중점을 두고 그에 맞춰 살다가 조그만 우연이라도 생기면 어쩔 줄을 모른다. 안정을 깨지 않는 범위에서 욕망을 채우고 싶은데, 세상이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한가. 이런 사람이 까딱 잘못하면 진짜 날라리들보다 쉽게 패가망신 하는 케이스. 

크리스티나는 무엇이든 불만족스러운 걸 찾아내지 못하면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 그러니까 그녀에게는 어떤 연인과의 관계도, 어떤 일도, 만족스러운 상황이 찾아올 리 없다. 이런 사람 세상에 의외로 많다. 오 불행을 자기 안에 안고 다니는 사람들이여, 삼가 위로를 표합니다. 

마지막으로 전 부인인 마리아 엘레나. 얼마 전 읽은 '스타는 미쳤다'에 나오는 '경계성 성격장애'의 지존 되시겠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진저리를 칠 만큼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예측 불가능한 난동을 시도 때도 없이 부리지만, 예술적인 천재성은 누구나 인정하고 바라보기만 해도 숨이 막힐 것 같은 매력으로 가득차 결국 버릴 수 없는 여자. 페넬로페 크루즈가 이 역할을 맡았고 크리스티나로 나온 스칼렛 요한슨은 함께 연기하는 모든 씬에서 가만히 있기만 해도 굴욕 씬이 줄줄이 나온다.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미안해요, 요한슨)  

다 보고나니, 순이 생각이 난다. 순이는 우디 알렌 아저씨랑 잘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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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r 2009-05-11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정말 심하지요. 원제 그대로 들여오는 게 가장 좋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이건 지나쳐요... 영화는 아직 못봤는데, 예고편만 봐도 스칼렛 요한슨이 불쌍했어요. 페넬로페 크루즈 옆에 있으니 너무 존재감 없더라구요.

치니 2009-05-11 09:12   좋아요 0 | URL
Kircheis님도 동감하시는군요, 흐흐. 예전부터 궁금한 것 중의 하나에요, 이상한 영화 제목들은 대체 누가 결정 내리는 건지...
페넬로페는 섹시미,지성미,야성미,연기력 모두 골고루 요한슨 코를 그냥 납작하게 해버리대요. 에구 요한슨, 어째.

니나 2009-05-11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저도 잼있게 봤어요. 진짜 요한슨은 빛을 잃고... ㅋㅋㅋ 대문사진 페넬로페가 담배물고 있는 사진으로 바꾸고 싶었다는 ㅋㅋㅋ
비키에 대해서 쓰신 말-이런 사람이 까딱 잘못하면 진짜 날라리들보다 쉽게 패가망신 하는 케이스- 우우 예리하신데요. 그렇게까진 생각못했어요. 그리고 전 아무래도 크리스티나의 저 만족못하는 병에 공감했달까요 흐흐

치니 2009-05-11 15:35   좋아요 0 | URL
솔직히 (여기 요한슨이 절대 안 올거니까 하는 말인데요 ㅋㅋ) 요한슨이 헐리웃 최고의 스타가 될 만큼 매력지수가 높은지 잘 모르겠어요. 얼굴도 몸매도 제 눈에는 별루 안 이뻐서...헤.
페넬로페의 영화 속 사진들은 다 휘파람 불고 싶어지는, 뇌쇄적인...으.
(심지어 다리를 쫙 벌리고 아무렇게나 앉아서 담배 피는 모습도 넘 멋져!)
비키에 대한 건 제멋대로 속단해서 쓴 거여요, 태클 들어오면 책임 못질 말. ㅋㅋ
니나님도 예술적인 표현 욕구가 많아서 그럴 거에요, 자자 어서어서 표현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