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박완서 지음 / 창비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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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님을 만나기전에 다 읽고 사인 받아야지 하고는 침대 머리맡에 놓고 간 책. 차안에서 내내 아쉬움에 안타까워했던 책. 박완서님의 작품중에 아치울의 풍경이 가장 잘 나타나있는 책이라 이 책을 읽고 아치울에 갔을땐 마치 자주 와보던 동네에 온듯하여 참 반가웠었다.

책을 읽기전에 '두부' 제목만으로 감옥에서 나온 죄수가 먹었을 '두부'가 생각났다. 작가는 그 두부를 포함한 전전대통령이 사면되었을때 인산인해를 이룬 집밖 풍경과 두부 한모 먹으면서 고개 숙인 그를 보고 싶었다고 한다. 

책은 4부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1부는 노년의 자유로 작가가 몸의 눈치를 볼 나이라 몸에게 비굴하게 아부를 해야하는 성인병과 공존하는 노년에 대해, 전철을 거저 탈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은 여유에 대해, 월드컵 개막식 초대권을 보내준다는 이야기에도 별 감동없이 주민등록번호 알려주기 싫어 놓진 이야기등 작가의 일상적인 주변이야기를 들려준다.

2부 아치울 통신에서는 얼마전 다녀온 아치울의 고즈넉한 풍경과 아치산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매일 오는 채소장수 아저씨가 단골이 되면서 채소농사를 중단한 이야기를 적은 트럭아저씨, 돌나물과의 공존, 머위, 깻잎이 돋아나는 마당풍경, 노을의 아름다움, 아차산의 순수한 단풍, 아차산을 누릴뿐 소유하지 않은 덕을 받고 산다는 따뜻한 동네 풍경을 이야기 한다. 벌써 아치울이 그리워진다.

3부 이야기 고향과 4부 사로잡힌 영혼 편에서는 엄마의 높은 교육열로 시골에서 서울로 전학을 와 명문학교를 다닌 이야기, 엄마를 통해 문학의 세례를 받은 이야기, 글 읽는 즐거움과 6.25 전쟁에 대한 내용도 얼핏 비친다. 문학평론가 김윤식과 드레스덴으로 여행을 떠나서 미술관을 갔을때 김윤식은 오로지 하나의 작품만 염두에 두고 숙소로 돌아갔지만 작가는 모든 그림을 다 둘러본다는 생각으로 막상 머리속에 남아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 아시스와 갈라테아'의 그림에 대한 설명도 해준다.

올해 76세. 오래된 작품이라고 해도 불과 5년전 인지라 결코 적지 않은 연세임에도 참 따뜻하고 올곧은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세이는 식상하고 신변잡기에 지나지 않아 읽기가 망설여지는데, 박완서 님의 작품은 잔잔함 속에 심오한 뜻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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