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름마치 1 - 진옥섭의 예인명인
진옥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놀다'의 놀음과 '마치다'의 마침이 결합된 말로, 최고의 명인을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다. 곧 그가 나와 한판 놀면 뒤에 누가 나서는 것이 무의미해 결국 판을 맺어야 했다. 이렇게 놀음을 마치게 하는 고수중의 고수를 노름마치라 했다.
이 책은 심금에 먹물처럼 번져가는 몸짓이라 표현한 춤 일인자들의 한 맺힌 삶, 열정적인 삶, 예술혼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책이다. 평생 춤만을 추며 산 인생이었지만 기녀였기에 가족의 수치로 여겨져 과거를 숨기고 살았던 할매. 벚꽃이 튀밥처럼 터져 그늘 마져 눈부신 날. 장기자랑 시간에 "할머니도 한곡 하세요" 하는 말에 흥이 뽀글거리며 올라와 마이크를 잡고 한 곡 부르는 순간 "기생이다" 하는 소리에 손자, 며느리가 호적에서 파자 했다는 권번 이화우할매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 직업의 천시와 할매의 순탄치 않았을 삶에 한숨이 나온다.
식구들을 밥 먹여 살린 지난 시간들이 죄가 되었다는 또 다른 기녀인 민살풀이춤의 대가 장금도할매, 팔자로 정해진 길이라는 동래학춤의 구음 보유자인 유금선 할매, 동래에서 춤추는 사내들부터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적벽가를 부른 한승호까지 대부분이 광대, 기녀, 무당등 순탄치 못한 삶을 살았던 진정한 예술가들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잊혀져가는 우리 고유의 춤, 노래를 복원하기 위해, 대부분 은둔하는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을 대중앞으로 선보이는 큰 일을 해냈다. 이제는 전통예술의 장르로 인식 되어지고 더이상 천시하는 일도 없을 터이니 좀 더 편안하게 설 수 있으리라. 그동안 대중적인 잣대로만 생각하여 별 의미없이 지나쳤지만 이젠 우리 전통예술을 좀 더 사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단 나이 때문은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