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장 콩벌레 비룡소 아기 그림책 55
김미혜 지음, 박해남 그림 / 비룡소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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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청스러움이 이 그림책 속 깜장콩벌레의 주특기인 것 같다. 표지그림에서부터 능청스런 표정을 한껏 뽐내고 있고 황당한 표정의 달팽이와 애벌레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 오호라, 요 능청스런 깜장콩벌레같으니라구~!!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들여다볼까??

 

통~! 떨어진 이슬방울에, 툭! 떨어진 감꽃에, 퉁~! 떨어진 새똥에도 깜짝 놀라 자기 몸을 둘둘 말아 콩이 되어버리는 깜장콩벌레. 꼭 저를 닮은 까만콩처럼, 염소똥처럼 몸을 숨기고 있다가 슬그머니 더듬이 펴고 다리 뻗고 나오는 깜장콩벌레의 행동은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요즘 한창 재롱피우고 있는 우리 한솔이랑도 많이 닮았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한창 발동하고 있는 한솔이는, 새로운 것을 보면 일단 탐색을 한다. 그 탐색이 끝나고 안전하다는 확심이 선 후에는 자기 장난감으로 만들어버리는 모습이 깜장콩벌레랑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뭔지 몰라 무서워하면서도 엄마가 별것 아니라고 보여주면 그걸 제것인양 주물러대는 한솔이의 모습을 깜장콩벌레의 행동에서 발견하니 우습기만 하다.

한솔이는 이 그림책을 보더니, 깜장콩벌레의 얼굴표정을 보며 한참을 조잘댄다. 조그만 콩알 같은 벌레가 굴러다니다가 더듬이 내고 다리 뻗어 벌레가 되는 모습이 재미있나보다. 상황에 따라 콩도 되었다가 콩벌레가 되기도 하는 깜장콩벌레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스멀스멀 터져나온다. 깜장콩벌레를 바라보는 애벌레랑, 달팽이랑, 여치(?)의 표정을 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다.

어렸을 때 손만 대면 동그랗게 몸을 말고 꼼짝도 않고 있다가 조금 후에 다시 기어가던 공벌레를 떠올렸다. 요즘은 주위에서 쉽게 보이지도 않는다. 제 몸을 지키기 위해 어느 누구는 죽은 척 하고, 어느 누구는 몸색깔을 바꿔 숨어버린다. 깜장콩벌레는 동그랗고 조그만 깜장콩이 되어 자신을 보호한다. 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존전략이다. 공벌레의 습성을 요렇게 재미나게 이야기로 풀어놓으니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그 다양한 표정이라니..

얼마전에 한솔이가 혼자 쵸코파이를 먹다가 엄마에게 들켜서 지어보이던 그 표정이 떠올랐다. 한솔아, 우리 깜장콩벌레의 표정을 한번 따라해 볼까? 얼굴 근육을 자유롭게 움직여서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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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별곡 푸른도서관 26
박윤규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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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사랑은, 숭고하거나, 지극하거나, 아름다운 것이다. 그런 사랑이야기가 많은 것은 아마도 그런 사랑을 꿈꾸기 때문일 터. 현실에서는 가벼운 사랑이 판치고 있기에 더욱더 그런 사랑을 꿈꾸는 것이리라.

주목나무공주의 사랑은 별곡체에 담겨 군더더기를 다 빼버렸다. 현실 속의 사랑이 집착과 구속, 강요라는 군살을 붙인 채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렸다면, 주목나무공주의 사랑은 그 모든 것을 다 떼어버리고 오로지 님을 향한 애절한 그리움으로 남았다.

사실, 이야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언젠가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긴채 떠난 님을 기다리다 주목나무가 되어버린 공주가 천년을 넘어 그 님을 기다리는 이야기이다. 죽어서도 못잊는 님을 애타게 기다리는 망부석 설화가 이 이야기에도 녹아든 것이다. 보통의 망부석 설화가 기다리는 사람 앞에 뒤늦게 도착한 님이 울부짖으며 일찍 돌아오지 못했음을 후회한다면, 이 이야기는 주목나무가 되어서도 님을 기다리는 공주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수많은 떠난 '님'들이 왔다 가기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말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던 그 많은 인연들이 그저 스쳐가는 존재가 아니라 그렇게 천년을 거쳐 내게 다시 돌아온 사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깨닫지 못햇을 뿐.

주목공주의 사랑을 별곡이라는 노래로 지은 것은, 아마도 그 사랑이 천년을 이어가듯, 이 사랑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기를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는 이 책을, 읽을 것이 아니라 불러야 할 것이다. 내 사랑이야기를 함께 붙여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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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글쓰기의 전략 - 교사와 부모들을 위한
김미란 지음 / 들녘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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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단, 부제를 보면 '교사와 부모들을 위한'이니, 일종의 지도서라 할 수 있겠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과정중심교육의 원리를 실천한 방법론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런 류의 도서를 읽을 때 느껴지는 가벼움(방법론에만 치중한)보다는 이론적 내용도 무게감 있게 수록되어있어 논문을 읽는 느낌도 든다.

나는, 몇년전에 읽기교재에 대한 논문을 썼다. 물론 그 읽기의 대상은 유아나 어린이가 아니라 한국말을 배우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지만, 이 책의 내용과 많은 부분 일치하고 있어서일까 읽는 동안 낯설지 않았다. 대상이 다르다하여도 과정중심 교육의 원리를 기본으로 한 방법론이기에 일정 부분 겹치는 내용도 많았다.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의 영역을 구분했을 때 크게는 읽기와 쓰기, 말하기와 듣기로 나누어 함께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읽기는 쓰기와 연결이 되고 듣기는 말하기와 연결이 된다. 물론 이 네가지가 골고루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것이 우리의 언어생활이다.

글쓰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요즘, 쓰기의 재료와 바탕이 되는 것은 읽기이다. 따라서 쓰기는 읽기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많이 읽은 사람은 어떤 문장이 이해하기 쉬운 문장인지, 어떤 구성이 좋은 구성인지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그렇다고 많이 읽은 사람이 무조건 잘 쓴다는 말은 아니다. 읽기를 통해 기본을 알았다면 자신만의 표현으로 제대로 쓸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 책은 교사와 부모를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전체적인 내용으로 볼 때 부모보다는 교사가 활용하기 좋은 사례들로 되어있다. 아무래도 과정 중심의 교육이다 보니 모둠별 활동이 많고 그러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학교라는 공간이 적당하다. 그렇다고 부모들이 활용할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모둠활동은 할 수 없지만, 글쓰기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부모들이 활용할만한 내용도 많다. 언제나 그렇지만,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참고하여 각각의 상황에 맞게 부려쓰는 것이 필요하다.

3장 글감각을 키우는 새로운 학습법에서는, 사고력을 기르는 낱말공부와 문장에 생각을 담는 훈련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어린이의 글에서 볼 수 있는 오류 뿐만 아니라 교사의 글에서 나타나는 오류를 짚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글을 쓰면 교사들은 첨삭지도를 하기 마련인데 교사의 글에도 많은 오류가 숨어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첨삭지도할 때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글감각을 익히고 사고력 확장을 한 다음 논리적 글쓰기 연습으로 들어간다. 이러한 과정은 갑자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부모의 역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아이가 책읽기를 시작하는 곳은 가정이다. 부모가 읽어주는 책에서부터 시작해서 스스로 책을 골라 읽는 단계까지 이끌어주는데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고력확장을 위한 활동 중 '생각을 끌어내기 위한 준비운동'에 해당하는 6가지 방법은 가정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브레인스토밍, 생각그물, 5분동안 멈추지 말고 쓰기, 브레인라이팅, 여섯색깔생각모자, 역브레인스토밍은 이미 많은 부모들이 가정에서도 활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사고력이 확장된 아이들은 학교에서 교사와 함께 토론을 하고 그 결과를 글쓰기로 수렴하는 과정도 쉽게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글쓰기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현대사회는 직접 대면한 상태에서 어떤 일을 하는 경우가 자꾸 줄어들고 있다. 그럴 때 글은 훌륭한 도구가 된다. 글쓰기는 대입을 위한 논술때문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도구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여러가지 방법론을 배울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6장 사고과정을 살린 활동지는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지적능력을 계발하기 위한 질문, 인성 및 가치관을 육성하기 위한 질문, 좋은 질문을 위해 교사가 알아야 할 것 등은 부모들에게도 아주 유용한 정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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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11-17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기 공부에 도움이 되겠군요. 사고력 확장후의 논리적 글쓰기는 많은 엄마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일듯. 브레인 스토밍...중요한데 실제로는 거의 안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과 오늘 저녁엔 꼭 해봐야 겠습니다.

하양물감 2008-11-23 08:59   좋아요 0 | URL
저 역시 수업을 할 때는 적용하는 편이지만, 막상 우리 아이와는 어렵네요. 그도 그럴것이 연상작용을 잘 못하는 세살박이니....^^;

잎싹 2008-11-17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사와 부모를 위한 좋은 지도서가 되겠네요.^^

하양물감 2008-11-23 08:59   좋아요 0 | URL
그런것같아요^^ 잎싹님은 벌써부터 하고 있는 일들이 아닐까싶은데요..
 
낱말 수집가 맥스 I LOVE 그림책
케이트 뱅크스 지음, 보리스 쿨리코프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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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수집가라니...도대체 맥스는 무엇을 하는걸까? 책을 펼쳐들고 이런 의문이 생겼다. 이 세상에는 별 희한한 것들을 모는 사람들이 많다지만, 낱말수집가라니..게다가 그 많은 낱말들을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수집한다는걸까?

 

맥스의 형 벤저민은 우표를 모으고, 또다른 형인 칼은 동전을 모은다. 맥스는 우표도 갖고 싶고 동전도 갖고 싶었지만 형들은 자신의 소중한 수집품을 맥스에게 나눠주지 않는다. 그러자 맥스는 자기도 뭔가를 수집하겠다고 마음먹는데 그것이 바로 '낱말'이다.

 

맥스는 신문과 잡지에서 낱말을 잘라 짧은 낱말들을 모으기 시작하는데, 그 영역이 점점 넓어진다. 마치 우리 아이가 말을 배우듯이 처음에는 짧고 쉬운 단어들을, 그 다음에는 좀더 긴 낱말을,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낱말들을 모은다. 기분좋게 하는 말들을 모으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식이름을 모으기도 하고 자주 말하는 낱말, 좋아하는 색깔 등등.. 이 모든 것은 아이가 언어를 배우는 과정과도 많이 닮아있다. 뜻을 모르는 말은 사전을 찾기도 하면서 모은 낱말들이 점점 많아지자 맥스는 낱말들을 순서를 바꿔가며 배열하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낱말을 모으기만 하던 맥스가 낱말을 사용해서 문장을 만들기 시작하자 이 그림책을 읽던 나도 무릎을 탁~! 쳤다.

 

아, 이렇게 해서 이야기를 만들면 정말 재미있겠다. 글자를 막 익힌 아이들이라면 맥스를 따라 해보는 것도 참 좋겠다 싶었다. 아이들은 단순한 단어를 배우고 내뱉는 시기를 지나 문장을 만들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기 시작한다. 어른들의 말을 모방하는 단계가 지나면, 자신만의 문장을 만들 수 있게 되고, 단순한 사실의 나열에서 자신의 감정을 담아 문장을 만들어낸다. 그 과정이 이렇게 재미있는 놀이가 될 줄이야.

 

맥스가 모은 낱말들이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그 재미에 푹 빠졌다. 맥스는 낱말을 사용해서 초록뱀이 되고 싶은 작은 애벌레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그 낱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음을 말한다. 맥스가 만든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는 형들과 함께 작은 애벌레 이야기는 점점 긴장감이 느껴지는 이야기로 거듭난다.

 

맥스가 모은 낱말들이 만든 이야기는 또 색다른 재미가 있다. 낱말을 배열하여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아이들의 작문실력을 높이는 도구로서가 아니라 놀이의 재미로 바꾸어놓았다. 우표를 모으고 동전을 모아서 자신만의 컬렉션을 갖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낱말을 이용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의미가 있다. 아마도 이 그림책을 읽은 아이들은,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할 것 같다. 맥스 덕분에 살아난 작은 애벌레의 감사인사가 책장을 덮는 나를 또 한번 웃음짓게 만들어주었다.

 

한솔이도 요즘 글자에 제법 많은 흥미를 보인다. 주위에서 보이는 글자들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이게 뭐예요?"하고 묻는 한솔이를 보면 귀엽다. 제 이름 석자를 써놓은 이름표를 보고 관심을 가지더니 '한'이라는 글자만 보면'서한솔'이라고 읽어서 나를 웃기기도 한다. 내가 보고 있는 책에서 한솔이는 늘 '한'이라는 글자만 찾는다. 찾아도 안보일 때는 '서한솔이 없네'라고 말한다. 이제 한솔이가 조금 더 커서 더 많은 낱말들을 찾아내기 시작하면 나도 한솔이와 함께 낱말을 수집해야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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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11-14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넘 이쁠것같아요

하양물감 2008-11-16 17:55   좋아요 0 | URL
책 자체는 별로 안 이뻐요..하하하

잎싹 2008-11-17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와 놀이하기 좋은 책이죠.

하양물감 2008-11-23 09:00   좋아요 0 | URL
한솔이가 조금 더 자라면 이 책처럼 꼭 해볼거예용6^^
 
읽어주며 키우며
강백향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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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를 위한 책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육아서적이라 해야할까? 내가 내린 답은 두가지 모두 포함하고 있는 책이다. 제목이 말하고 있듯 책 읽어주기와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소소한 것들이 함께 있다. 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일방적인 행위가 아니다.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듣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읽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상호작용이 일어나야 효과적인 것이다. 따라서, 책을 읽어줄 때는 듣는 사람의 기본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있어야한다.

 

엄마가 아이에게 읽어줄 때는, 엄마가 원하는 책이 아니라 아이가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책, 아이가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책이어야 한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 줄 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하더라도 듣는 아이가 흥미나 관심을 느끼지 않는다면, 읽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피곤해진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얼마나 유용한 일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한솔이처럼 어린 유아도 엄마가 책을 읽어주면 좋아한다. 지금은 자기 스스로 책을 가지고 와서 읽어주세요 라고 말한다. 때로는 내용을 다 외우고 있는 책도 있다. 어떨 때는 혼자서 중얼중얼 책 읽는 흉내를 내기도 한다. 책읽기가 괴롭고 힘든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한솔이의 흥미와 관심이 그 책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아무리 책을 읽어주려고 해도 엄마가 들고 있는 책의 책장을 휘리릭 넘겨버리고 재미있는 거 읽어주세요 라고 말한다. 그럴 때는 과감하게 그 책을 덮는다. 언젠가 다시 그 책을 찾을 날이 올 것이라 믿으면서.

 

강백향님은, 자신의 두 아들을 키우면서 책읽어주기를 실천한 경험과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경험한 사실과 느낌을 이 책 속에 풀어놓았다. 저자 자신도, 자신의 방법을 정답이라 말하지 않는다. 아이에게 책읽어주기를 하고 싶은데 잘 안되는 엄마를 위해서 하나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이다.

 

나는, 이 책 속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이 어떤 것인지 훔쳐보았다. 아이들도 제각각 개성이 있고, 다르기 때문에 그 책이 내 아이에게 맞는 책이라고는 할 수 없다. 어떤 책을 좋아하게 된 다음 다른 책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봄으로써 내 아이도 보여줄 수 있는 행동에 대해 미리 짐작하는 것이다. 저자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의 경험과 더불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의 경험을 함께 실어놓음으로써, 나는 개인과 단체를 향한 책읽어주기의 다른 점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에게는 끊임없이 책과 밀접한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독서는 즐거움이라는 것을 체험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진정한 독서지도는 평생독자를 만드는 데 있기 때문이다.(p.27)  
   


사실 책을 재미나 즐거움만으로 읽을 수는 없다. 아이가 학교에 가고, 또 학습을 하면서부터는 독서를 통해 지식과 정보의 확장을 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책읽기의 즐거움을 모르는 아이가 학습을 위한 독서를 잘 하기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책을 통해 재미를 느끼고, 책에서 생활의 지혜를 배우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게 된 아이들이라면 학습독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모르던 것을 알게 되는 재미, 그것도 역시 책읽는 재미 중에 하나이니까.

 

내 아이가 책을 싫어하고 책을 멀리한다고 걱정할 것이 아니라,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먼저 체험하게 해야 한다. 책을 통해 재미를 느낀 아이는 호기심이 발동할 것이고, 그 호기심은 또다른 책을 읽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아이들이 책읽기에 재미를 느끼면서 작가나 같은 주제의 책으로 독서의 범위를 확장해가는 아이들의 사례도 보여주고 있다. 엄마의 눈과 엄마의 욕심으로 고른 책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책을 고르고 읽을 수 있도록 그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만화를 좋아하거나, 오락거리인 책을 좋아하는 아이에 대해서도 저자는 걱정하지 않는다. 독서의 즐거움을 아는 아이는 언젠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필요한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 역시 어렸을 때 할리퀸로맨스에 푹 빠져 산 적이 있다. 내 또래 친구들은 만화방에서 살다시피 한 아이들도 많다. 그렇지만 그들과 내가 그 시기를 지난 후 다시 다른 책의 세계로 옮아간 것을 생각하면 그리 걱정할 만한 일은 아니다. 단지, 아이가 지금 무엇을 읽고 있는지, 관심을 계속 갖고 지켜볼 필요는 있다.

 
   
  엄마는 항상 자리를 지키고 같은 자리에 있어야 한다. 좋은 엄마가 되려고 지나치게 자신을 희생하고 애쓰는 엄마들을 보면 안타깝다. 아이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게 먼저다. 정보에 너무 민감하고 휘둘리는 엄마도 마찬가지다. 어떤 책이 좋은지, 책을 읽고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하루에 책을 몇 권 읽어주어야 적당한지는 아이마다 마르다. 아이의 마음을 읽자.(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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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2008-11-15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직접 읽어 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네요. 낼 도서관에서 한번 찾아 볼까요....^^

하양물감 2008-11-23 09:00   좋아요 0 | URL
이런 류의 책들이 많긴 하지만, 한두문장이라도 내것이 될 수 있다면 그또한 좋은 게 아닐까 생각해요.

잎싹 2008-11-17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백향선생님사이트를 자주 갔었는데...
이런 책이 나왔네요.
사봐야겠어요.^^

하양물감 2008-11-23 09:01   좋아요 0 | URL
아, 강백향선생님 사이트 한번 찾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