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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포사 - [초특가판]
호세 루이 쿠에르다 외 감독, 페르난도 페르난 고메즈 외 출연 / 위젼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정말 좋은 영화를 한편 보았다. 스페인 내전이 배경인 영화 <마리포사> 마리포사는 우리말로 나비란 뜻이다. 영화의 원제는 `나비의 혀`
책은 잘 안 읽히고 요즘 나온 영화들을 조금씩 보다가 접어버리고, 이럴 땐 고전이 최고지 하며 골랐던 영화.

1936년 스페인의 아름다운 시골마을 가르시아에 정말 심하게 귀여운 소년 `몬초`가 있다.(정말 이 영화는 몬초의 귀여움만 보아도 본전은 한다) 천식을 앓아서 거의 집에만 있던 소년은 내일부터 학교에 가야 하는게 두려워 잠이 안온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때릴까봐 무섭다.
오줌을 지리도록 무서운 학교에서 만난 그레고리오 선생님은 나이 지긋하신 신사다. 걱정과는 달리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해줄 줄 아는 좋은 선생님이다. 몬초는 선생님과의 학교 생활이 즐겁다. 영화는 대부분 몬초의 학교 생활과 소박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로 전개되는데 이 영화가 스페인 내전이 배경이라는 사실은 자주 잊게 된다. 다만 이념의 대립으로 마을 사람들 사이에 조금 불편한 관계가 있을 뿐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추구하는 노선이 조금 달라도 인격적으로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고 있다. 몬초의 아버지는 양복점을 하고 있는데, 그는 심정적으론 공화주의자다. 아직도 마을에선 기존의 가톨릭 세력들의 눈치를 봐야 해서 노골적으로 공화주의자라는 티를 내지는 못하지만 서민들의 자유를 대변하는 공화주의자인 그레고리오 선생님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양복을 선물하며 진실한 친구가 된다.


자연학습을 나갔을때, 그레고리오 선생님은 나비에게도 혀가 있다는 걸 알려주신다. 완벽한 나선형을 가진 아름다운 `나비의 혀`, 평소에는 보이지 않지만 나비가 꿀을 빨때면 나온다. 꽃의 달콤한 꿀을 빨아먹고 그 꿀의 맛을 느낀 나비는 이 꽃 저 꽃 날아다니며 꽃가루를 퍼뜨린다. 나비의 혀는 스페인어로 `프로보시스`라고 한다.
이 나비의 혀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현미경을 신청해 놓았지만 나라의 상황은 언제 현미경을 보내줄 지 알수가 없다.


영화의 원제가 `나비의 혀`이므로 이것이 상징하는게 무엇일까 생각하며 영화를 보게 되지만 사실 그런건 몰라도 상관없다. 그저 너무 귀여운 몬초와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여도 충분히 재밌다.

영화 마지막에 이르면 가톨릭과 군부를 중심으로 하는 파시즘 진영이 내란을 일으켜 이 시골 마을에서도 반동분자를 색출하는 일이 벌어진다. 여기서부터는 우리에게도 너무 익숙한 풍경이다. 어느 편인지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폭도로 내몰려 죽을 수도 있다. 몬초네 식구들도 공화주의자였던 흔적을 얼른 지운다. 마을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어제까지도 친한 친구였던 공화주의자들이 끌려가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마음은 아프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그들에게 욕을 하고 돌을 던진다.

˝이 빨갱이!! 배신자!!˝

그 모습을 지켜 보는 어린 몬초의 얼굴! 이념대립이 몰고 온 두려움과 존경하는 선생님에 대한 걱정, 그런 상황에서 욕을 하고 돌멩이를 던지라고 하는 엄마, 그리고 압도적인 마을 분위기.

몬초가 돌을 던지지 않고 ˝ 저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이야!!˝ 하고 외치는 장면을 잠깐 상상했던 나는 다음 장면에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공화주의자들을 싣고 출발하는 트럭을 따라가며 돌을 던지는 몬초. 그레고리오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고, 몬초는 돌을 던지며 외친다. 빨갱이! 배신자!가 아니라

˝틸로노리코! 프로보시스!˝


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몬초!!
그건 선생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겠다는 외침으로 들린다. 비록 지금 현실의 몬초는 힘이 없지만, 지금은 나비의 혀처럼 `자유`가 숨어버렸지만, 잠깐 맛본 달콤한 자유의 맛을 알기에 몬초는 그 자유를 여기저기 퍼뜨릴 자유주의자로 자랄 것이다. 야외수업에서 지옥에 가는게 두렵다는 몬초에게 선생님이 해 주신 말. ˝지옥은 타인을 증오하고 미워하는 인간의 마음 속에 있다.˝ 는 것을 그날 뼈저리게 느꼈을 몬초가 한발 크게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 저 한 장면에서 영화는 내 온 몸으로 들어온다! 기꺼이 내 인생의 영화로 꼽을 만 하다.
(참고로 틸로노리코는 구애할 때 꽃을 준다는 새 이름이라고 한다. 영화에서 몬초가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나오는데 이름이 오로라다 ㅋㅋ 몬초는 선생님의 조언으로 오로라에게 꽃을 선물한다. 그 순간의 행복함! 그 꽃의 의미는 파리 테러 현장에 꽂힌 꽃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총칼이 아니라 꽃으로 만드는 세상! 그것이 몬초와 그레고리오 선생님이 만들고 싶은 세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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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11-20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오~~오로라님의 멋지고 즐거운 영화 후기와, 정말 심하게 귀여운 몬초,
몬초와 그레고리오 선생님이 만들고 싶은 세상에 대한 희망 덕분에 즐겁고
행복한 오후가 되었어요~~ 고맙습니다!^^

살리미 2015-11-20 15:55   좋아요 0 | URL
ㅎㅎ 저는 appletreeje님의 댓글로 행복해지는걸요~ 감사합니다!!

해피북 2015-11-20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가슴 뛰게 만드는 재주가 있으세요 ㅎㅎ 몬초가 트럭을 따라 돌을 던지며 외쳤다는 `틸로노리코! 프로보시스! 에 닭살이 돋는건 추워서만은 아니겠죵~~ 제목 잘 적었다가 나중에 꼭 찾아봐야겠어요.잘 읽고 갑니다^~^

살리미 2015-11-20 17:0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정확히 그 대목에서 소름이 쫙~~ 돋더라고요^^ 따뜻한 안방에서 봤는데도요 ㅎㅎ

후애(厚愛) 2015-11-20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깝게도 품절이군요..ㅠㅠ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담아두어야겠어요.^^
저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살리미 2015-11-20 21:54   좋아요 0 | URL
DVD는 품절이네요 ㅠㅠ 하지만 다른 경로로 보실 기회가 있을 거예요. 후애님~ 즐거운 금요일 밤 되세요!!

달팽이개미 2015-11-20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요일 밤에 이렇게나 따뜻한 영화후기라니요...엄지 척! 입니다~!!!따뜻하면서도 슬픈..영화네요. 선생님을 향해 나비의 혀를 외치던 몬초를 꼭 안아주고 싶어요...^^

살리미 2015-11-20 21:51   좋아요 0 | URL
정말이지 몬초가 너무 너무 귀여웠어요 >.< ;;; 순진한 아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의 비극은 더욱 두드러지잖아요.
영화가 내내 잔잔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마지막 저 한 장면이 완전 울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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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행크스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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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거울을 보며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거울! 이 영화에서 큰 의미를 함축하는 듯하다.

 

스파이 영화지만 화려한 액션 활극도 없고 007같은 화려함도 없다.  영화는 1957년의 세상을 고색창연하게 담았다. 한편의 고전 영화를 보는 듯한 품격이 느껴진다.

 

넹전시대, 세계는 핵무기의 위협에 직면했다. 미국과 소련은 누가 먼저 방아쇠를 당길 것인지 긴장이 고조된 상태였고  서로의 비밀을 캐어내기 위해 스파이들을 심어놓았다. 그리고 서로의 스파이를 잡아내려고 혈안이 되었다. 그런던 중 루돌프 아벨이 FBI에 체포된다. 제대로된 재판 절차를 밟는다는 걸 보여주고싶었던 미국은 그에게 변호사를 선임해 주는데 그가 바로 톰 행크스가 연기한 제임스 도노반이다.

형식적으로만 변호할 것이라고 여겼던 사람들은 황당해졌다. 아벨을 만나본 도노반은 그의 예술가적 기질과 인격에 마음이 흔들렸고 비록 적국의 스파이지만 직업윤리에 입각하여 그를 진심으로 변호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미국은 소련을 정찰하기 위해 전투기를 띄우고 조종하던 비행사가 소련에 추락하여 감옥에 수감된다. 그가 소련에서 재판받는 장면이 화면에 나오자 미국인들은 경악했다. 그는 만약의 경우 비행기를 폭파하고 자살하도록 훈련받았지만 죽지않고 살아있어서 미국 정부는 그가 비밀을 발설할까봐 스파이 맞교환을 계획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정부가 개입되는 것을 꺼려서 아벨을 변호했던 민간인 도노반을 내세워 민간 차원에서 해결하려고 한다. 그래서 도노반이 협상을 위해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던 동독으로 가게 된다.

 

자, 처음의 거울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면,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은 서로의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대립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정작 거울을 보는 것처럼 닮아있다. 상대방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서 국민들의 충성을 제물삼아 스파이를 만들어 내는가 하면 정작 스파이 맞교환을 성사하는 이유도 스파이들의 인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들의 비밀이 알려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들에게 전쟁과 핵무기의 공포를 조장하여 권력유지에 활용하는 모습은 우리나라의 모습과도 거울을 보듯 닮아있다. 스필버그는 이런 모습들을 화면에 하나 하나 담았다. 영화를 보면서 울림을 주는 것은 그들 권력이 추구하는 신념이 아니라, 속옷 차림으로 체포되는 순간에도 품위를 잃지 않는 아벨의 인간적인 신념과 소신, 그리고 자기의 직업윤리와 가치관, 헌법정신에 충실하고자 하는 듬직한 도노반의 모습이다. 도노반은 인간에 대한 예의로 끝까지 아벨이 사형선고만이라도 피할 수 있도록 애를 썼고, 사실 그가 맡아야 할 임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아벨의 맞교환을 성사하려고 애를 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미국 정부는 신경도 쓰지않는 또 한 명의 민간인 미국인 포로 프레드릭 프라이어를 같이 송환하려고 애를 쓴다. 물론 그도 베를린 장벽을 뛰어넘으려던 사람들이 무차별 총격을 받는 장면을 기차 창밖으로 보면서 놀라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무력한 일개 시민일 뿐이지만 그는 그 장면을 목격하고는 그 사회에 억류되어 있는 미국인 프레드릭을 꼭 같이 데려와야겠다고 결심하고 최선을 다하는 절대 신념을 굽히지 않는 standing man이다. 이 영화에서 도노반 역은 정말 톰 행크스가 아니면 안될 것 같았고 아벨 역을 연기한 배우도 너무나 인상적이다.

결국 베를린의 글리니케 다리에서 스파이를 맞교환하는 장면에서는 왈칵 눈물이 쏟아지고 만다. 끝까지 스파이가 송환되어서 안전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도노반과 마지막까지 품격을 잃지 않고 Would it help?라고 하던 아벨의 모습, 아벨이 차를 타고  떠날떄까지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도노반의 듬직한 모습은 이 영화의 명장면이다.

 

영화를 보며 아벨이 송환된 즉시 처형되진 않을까 걱정하는 내 모습은 반공 교육의 잔재다. 이렇게 우린 한 시대를 살아왔던 것이다.

스필버그는 왜 이 시점에서 스파이 영화를 만들었을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는 1957년의 이야기를 통해서 지금 우리 사회를 보라고 하고 싶을 것이다. 냉전은 끝났지만 아직도 이념에 좌우되어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게 아닐까? 남의 아픔을 창밖으로 내다 보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게 아닐까?

 

 

#주호민 작가의 웹툰 영화 설명이 있길래 첨부해 봅니다.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contents_id=10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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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1-10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와 가슴을 채워주는 이야기`란 문구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오로라님의 촉수! 오늘도 느끼고 갑니다. 저녁 맛있게 드세요^~^

살리미 2015-11-10 19:24   좋아요 1 | URL
영화 너무너무 좋았는데, 우리집앞 극장에선 벌써 내리나봐요. 아쉬워요~ 더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겠는데.... ㅎㅎ

transient-guest 2015-11-11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너무 보고싶은 영화인데 더욱 기대가 됩니다. 한국의 과거와 현재도 이 거울 같이 남-북의 지배층이 서로를 바라보며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냉전은 끝난지 오래이고 세계는 다극화 시대로 진입한지 오래인데, 우리 땅은 아직도 1950체제하에 있네요. 독재의 대가 김정은-박근혜로 이어지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_-: 아프리카 어디의 정치현실 만도 못해서 지금도 가끔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살리미 2015-11-11 10:00   좋아요 1 | URL
정말 남북의 두 독재자가 거울을 보듯 똑같이 과거를 재현하고 있네요. 그렇게 닮은 둘이서 서로 비난을 하니 개그 아니겠습니까?? 정치는 안하고 코미디만 하고 있네요. 그나저나 영화는 호불호가 좀 있나본데, 저는 너무 너무 좋았습니다. 즐거운 감상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나는 한겨레 영업사원의 끈질긴 구애끝에 결국 `너무나도 어려워서 독자님이 도와주시지 않으면 폐간 위기에 처한(믿거나 말거나)` 씨네 21을 정기구독하고 말았는데, 뭐 어차피 매주 도서관에 가서 읽고 앉았을테니, 집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따박 따박 도착하는 영화잡지를 읽으며 신나하고 있다. (경제관념 따위 갖다버린지 오래이므로)

씨네 21에서 즐겨보는 꼭지가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다. 이번 호에는 영화 마션에 대한 얘기다!! 제목은 센스있게 <감자별> ㅎㅎ

며칠전 영화 <마션>에 대해 친구랑 얘기하다가 술상을 뒤엎을뻔 했다. 아직 마션을 보지도 않은 그 친구는 인터넷에 떠도는 리뷰만 보고 (그것도 악성리뷰만 봤는지) 영화를 판단했는데, 너무나 낙관적인 것이 딱 할리우드 코드이며 화성판 삼시세끼 수준이 아니겠냐는거다. 나는 일단 안봤으면 말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으로 그쳤지만 그에 대해 김혜리 기자는 이렇게 우아하게 쓰고 있다.

— 털어놓자면 나는 <마션>을 보는 동안 여론과 예산, 정치적 압력을 의식하면서도 공적 기구가 시민 한명을 구하기 위해 결국은 합리적으로 작동하는 광경에 매료됐다. 물론 편리하게 이상화된 부분이 있지만 <마션>은 리얼리티를 아예 무시하지 않음으로써 관객을 더 솔깃하게 한다. (중략) 극중 항공우주국은 헤르메스호 대원들이 마크를 구조하기 위해 유턴하는 항로를 승인하지 않지만 실제로 폭동에 준하는 결단이 대원들에 의해 이뤄지자 항공우주국의 공식 결정인양 발표하고 지원한다. 요컨대 영화는 세금을 쓰는 기관 종사자로서의 명분과 과학자로서의 의무를 조율하는 능력을 가진 책임자들의 능력을 보여준다. 관료와 전문가 집단의 무능, 직업윤리, 책임감의 집단적 마비로 비극을 겪고 깊은 좌절을 겪어온 한국 관객의 무의식에 <마션>은 유난히 슬픈 판타지다.


아..... 내말이!!!
근데 나는 왜 이렇게 우아하게 말을 못하고 버벅거리기나 했는가. 그것은 술때문이라고 하자. (정말?)

기자는 마지막으로 <그레이엄 노튼 쇼>에 나온 멧 데이먼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역시나 그는 짱이다! (아... 나는 이런 표현밖에...)
오스카 각본상을 받은 스물일곱의 어느 날에 대한 회상. 그는 애인이 먼저 잠든 다음 (오~솔직해!) 여전히 멍한 상태로 거실에서 트로피를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다고 한다. 이걸 위해 누구도 엿 먹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그리고 일찍 받아서 축복이라고. 평생 이 상을 꿈꾸다 노년에 이르러 받았다면, 그러고서야 오스카로도 채워지지 않는 큰 공동이 있음을 뒤늦게 발견했다면 얼마나 허망했을까 상상하니 마음이 부서지는 듯 했다고. 그는 항상 본인이 즐거워 하는 일을 했고, 인터스텔라에서처럼 동급의 스타라면 하지 않았을 작은 배역을 마다하지 않았다. 덕분에 오스카 연기상에 거론될 일이 적었고, 고무줄 존재감을 자랑했지만 `사람들과 술렁술렁 어울리다가 필요할 때 조용히 영웅적인 행동을 하는 인물이 맷 데이먼보다 잘 어울리는 배우는 없다`고 김혜리 기자는 말한다!! (정말 너~~므 동감입니다요~)

그리고 마지막 문장!

말하자면, 그는 <마션>에 나오는 덕트 테이프처럼 영웅적이다. (마션을 읽은 동지들은 알 거다. 덕트 테이프가 얼마나 위대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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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11-02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트 테입 포에버~! (라고 쓰고보니 수많은 범죄영화 장면이 마구 떠오릅니다;;;;)

살리미 2015-11-02 22:42   좋아요 0 | URL
헉!! 그.... 그러네요;;; 우주에서는 그 어떤 최신 장비보다 유용했던 덕트 테이픈데 ㅠㅠ

보슬비 2015-11-02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관에서 보는 기회를 놓쳤기 때문에, 곧 집에서 만나리라 기대하고 있어요.^^
궁금하지만 우선 영화로 본후 책을 읽을지는 그때가서 결정할것 같아요. ㅎㅎ

살리미 2015-11-02 23:22   좋아요 0 | URL
영화부터 보고나서 소설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요^^ 곧 즐감하시게 되길 바랍니다!

qualia 2015-11-03 0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론/방송에서 SF를 유독 사랑하는 한국 국민들 어쩌구 보도하던데요.

《인터스텔라》나 《마션》의 한국 흥행 수익이 (미국 빼고) 세계 2위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정작 우리 한국의 SF 문학이나 SF 영화는 거의 불모지나 마찬가지여서 너무나 아쉽습니다. 우리 한국인들은 우리들 자신이 쓰고 만든 SF 소설이나 영화에는 잘 ‘감정이입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TV에서 어린이 시간대에 한국 SF 드라마를 만들어 방영하기도 했었는데, 너무 어설퍼서 전혀 감정이입하지 못했었거든요. 한국인/한국배우들의 일상적인 느슨한 모습/이미지가 첨단 미래 세계의 우주적 이미지와는 너무 거리가 멀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한국인/한국배우들의 반SF적인 이미지를 일거에 뒤집어놓을 역량 있는 연출자/감독이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살리미 2015-11-03 07:09   좋아요 1 | URL
좋은 의견 잘 들었습니다. 전에 과학수다2 를 읽을때 SF에 대한 주제가 있었는데, 우리나라에도 열심히 활동하는 SF작가들이 있더라고요. 그 층이 두텁진 않지만. 1957년 <금성탐험대>를 발표한 한낙원 작가에 대해서도 나오든데 사실 저는 어렸을때도 과학소설쪽엔 관심이 없어서 이름이 낯설었습니다. 소설분야는 그래도 명맥을 유지해가고 있나본데 영화쪽은 워낙 자본도 많이 들고 하니 작품성 있게 나오기가 어렵겠죠. qualia님 말씀처럼 예전부터 첨단 미래하면 미국을 떠올리는 관습이 굳어져버려서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SF는 상상하기 어려운것도 사실이고요. 사실 다른 주제에 대해서는 이제 한국 영화의 수준도 높아져서 관객을 만족시킬수 있지만 SF분야는 아직도 헐리우드를 못따라간다고 생각하니 헐리우드 영화를 열광하며 보게 되는 거죠. 갑자기 예전 <디워> 사태가 생각이 나기도 하는데 ㅎㅎ 좋은 아이디어로 승부한다면 한국관객이 무조건 외면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므로 역량있는 감독들이 많이 도전을 해야 할텐데... 또 영화판도 자본의 힘이 잠식하고 있으니 감독의 힘만으로는 힘들것 같기도 하고요... 에효...;;

챔피언 2015-11-03 0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마션 꼭 봐야겠습니다. 그나저나 판매에 성공한 씨네 21 영업사원이나, 선뜻 정기 구독을 신청한 오로라 님이나 둘다 대단합니다! 님의 씨네 21 구조 영웅담에는 정말이지 헐리우드적인 낭만이 흐릅니다^^ 마션의 정신을 실제로 실천하시는 의인이십니다.

살리미 2015-11-03 08:1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그렇게 말씀하시니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전 그저 의지약한 소시민일뿐입니다^^

인디언밥 2015-11-03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간 안돼요.. ㅠㅜ 씨네21 구독신청 하러 갑니다

살리미 2015-11-03 19:27   좋아요 0 | URL
헉! 인디언밥님 통이 크시군요^^ 저는 몇번의 고민끝에 결국...ㅋ
씨네 21은 이제 마지막 남은 영화전문잡지가 되었죠. 저는 한겨레 독자라 발목이 잡혀서 도와달란 전화를 너무 많이 받았답니다. 제가 호구란게 소문이 났는지 심지어 경향에서도 자주 전화가 와요 ㅠㅠ 경향에 비하면 한겨레는 양호하다고 하면서 말이죠 ㅠㅠ

인디언밥 2015-11-04 00:46   좋아요 1 | URL
18만원 보고 멈칫 했는데요. ㅋㅋ 학생증을 쓰면 8만원 할인 -_-v

근데 너무 재밌네요. ㅋㅋㅋ 경향에 비하면 한겨레는 양호하다는 말을 경향이 얘기하는게 ㅋㅋㅋ 담에 또 전화오면 ˝저에 비하면 경향도 양호해요..ㅠ˝ 해보는 건 어떨까요... 힣

해피북 2015-11-05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신랑이 유일하게 보는 책이 요거(두리번 두리번 어디서 신랑이 지켜보고 있을거 같은 따가움이 느껴집니다 ㅡㅡ;;;; ㅋㅋㅋ)인데 기차나 버스탈때면 늘 사서 읽곤했죠. 그런데 저는 요게 주간지인줄은 몰랐어요. 저도 인디언밥님처럼 구독이나 해볼까 하다가 18만원이란 댓글보고 왜이렇게 비싸지 했거든요 ㅋㅋ

워낙 영화를 잘모르고 안봐서인지, 이런 글보면 마구마구 보고 싶은 욕구가 샘솟습니다 ㅎㅎ
`인스텔라`도 본다본다 하면서도 아직 못봤는데 ㅜㅜ 일단 책으로 읽고 영화를 보는걸로 목표를
정해야겠어요 ^^(꼭 덕트 테이프가 뭐하는 사람인지 알아내고야 말겠습니다 쿄쿄쿄쿄!! )ㅋㅋ

살리미 2015-11-05 17:05   좋아요 0 | URL
신랑분께서 `유일하게` 보는 책이라고 하셔서 빵터졋어요 ㅎㅎ
저도 구독료가 너무 비싸서 몇번이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어요 ㅋㅋ 아무리 제가 호구라도 비싼건 비싼거고 도서관에 가면 따박따박 들어와있거든요^^
그래도 영화보는 눈을 그나마 뜨게 해준 잡지가 씨네 21이고, 오랫동안 보던 잡지라 폐간 위기라며 막 겁주시는 바람에 그만 질러버리고 말았.....ㅋㅋㅋㅋ

고양이라디오 2015-12-13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의 씨네21을 구한 영웅적인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ㅎㅎ
저도 <마션>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ㅎ 나중에 책으로도 읽어봐야겠어요. 그나저나 김혜리씨 글 잘쓰시네요. 저도 영화 참 좋아하는데 구독해야할까요ㅠㅠ?

살리미 2015-12-13 09:43   좋아요 1 | URL
제가 구했다기엔 .... ㅎㅎ
전 아마 상술에 넘어간 귀얇은 소비자일테고요.... 요즘 잡지가 다들 어렵다고, 폐간 위기에 있는 잡지가 많다는 출판계 동향을 들은 적이 있네요. 사실 책도 잘 사보질 않는데 잡지를 구입해서 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김혜리 기자님은 정말 글을 잘 쓰시죠. 팁을 하나 알려드리자면 페북에서 김혜리 기자님 팔로우만 해도 기자님이 쓰시는 글을 페북에 자주 링크해 주시더라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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